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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프 ] [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산을 달리는 게 행복한 연구원 “마라톤 너무 힘들었는데…”

by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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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희 연구원이 2020년 7월 열린 하이원 스카이러닝 12km에 출전해 달리고 있다. 그는 이 대회에서 5위를 했다. 김진희 연구원 제공.

김진희 부산연구원 도시·환경연구실 연구원(38)은 11년 전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달리기에 빠져 들었고, 산을 달리는 트레일러닝 마니아가 됐다. 이젠 달리기 없는 삶은 상상할 수가 없다.


“부산연구원에 입사하자마자 사내 마라톤동호회 회원인 대학 선배와 친구가 마라톤대회에 나가자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2010년 4월 경주벚꽃마라톤대회에 출전해서 10km를 달렸습니다. 평소 등산을 하긴 했지만 처음 달린 것이라 너무 힘들었어요. 1시간 16분. 그래도 완주의 쾌감은 좋았어요. 그래서 바로 사내 동호회에 가입해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달리기에 큰 변화가 찾아온 것은 2016년. 사내 동호회에서 훈련도 하고 매년 2번씩 대회에 출전하기도 했지만 늘 달리는 게 힘들었고, 실력도 늘지 않는다고 생각해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김 연구원은 “제대로 달려보고 싶어 동네 주변 동호회를 찾아봤는데 런클럽부산이란 곳이 있어 바로 가입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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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희 연구원이 2019년 11월 부산마라톤 10km를 질주하고 있다. 그는 이 대회에서 41분02초의 10km 개인 최고기록을 세우며 2위를 했다. 김진희 연구원 제공.

런클럽부산에 가입하면서 트레일러닝도 접하게 됐다.


“당시 부산에는 트레일러닝을 하는 사람이 별로 없었어요. 동호회에 서울 한 마라톤클럽에서 매니저를 하던 오빠가 있었는데 트레일러닝이 재미있다며 참가해볼 것을 권유해 봉래산 등을 달리는 훈련을 한 뒤 2016년 여름 거제지맥 트레일러닝 13km에 출전했어요.”


트레일러닝은 그에서 딱 맞는 스포츠였다. 원래 산을 좋아해 등산을 즐겼는데 막 재미를 붙인 달리기를 산에서 하니 환상적이었다. 여전히 등산을 좋아하지만 가벼운 복장으로 더 먼 거리를 빠르게 즐길 수 있어 트레일러닝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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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희 연구원이 2018년 거제지맥 트레일런 14km를 2위로 완주하고 있다. 김진희 연구원 제공.

“첫 출전 대회인 거제지맥에서 4등을 했어요. 3등까지 시상을 해 입상은 못했지만 학창시절부터 달리기로 상을 받아본 적이 없었는데 열심히 하면 좋은 일도 생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열심히 달렸습니다.”


트레일러닝에 입문한 뒤 그의 생활 패턴이 완전히 바뀌었다.


“퇴근 후 시간이 달리기 위주로 변했어요. 예전에는 맛 집과 분위기 좋은 카페를 검색해 찾아가길 좋아했는데 산을 달리면서부터 달리기 좋은 코스, 일출 혹은 일몰이 좋은 코스를 검색해 달리러 다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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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희 연구원이 2018년 12월 타이완 타이페이마라톤에서 하프코스를 완주한 뒤 포즈를 취했다. 그는 처음이자 마지막 하프코스 도전에서 1시간 47분 22초를 기록했다. 김진희 연구원 제공.

김 연구원은 단거리 전문이다. 마라톤은 10km에 주로 출전했고 트레일러닝도 10~15km 이내로 달렸다. 마라톤에 입문한지 10년이 넘었지만 아직 풀코스는 단 한번도 달리지 않았다. 하프코스도 2018년 12월 타이완 타이페이마라톤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달렸다. 당시 1시간 47분 22초를 기록했다. 트레일러닝도 마찬가지. 지금까지 2019년 하이원 스카이러닝에서 20km를 달린 게 가장 길다. 산이나 도로는 친구들과 훈련할 때 긴 거리를 달린다. 부산 둘레길 47km도 달렸고 지리산 종주도 혼자 하기도 했다.


“마라톤 풀코스는 기록에 대한 부담이 있어요. 훈련도 많이 해야 하고…. 무엇보다 대회 때는 짧고 굵게 달리는 게 훨씬 부담도 없고 상쾌해요.”


사실 산을 달리다보니 트레일러닝은 위험하다. 김 연구원도 트레일러닝을 시작한 뒤 얼마 안 돼 지리산을 달리는 릴레이 대회에 훈련 삼아 참가했다가 무릎을 다쳐 1년간 쉬어야 했다.


“산을 달릴 때는 집중해야 합니다. 조금만 정신집중이 흐트러져도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트레일러닝은 오르막에는 좀 쉬어갈 수 있고 힘들어도 자연 경관을 보며 힘든 순간을 보상받을 수 있어 좋습니다. 정상에 올랐을 때의 감동도 산마다, 시간마다, 계절마다 달라요. 정신 바짝 차리고 즐긴다는 자세로 달리면 행복하게 달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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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희 연구원이 올 4월 열린 ‘제주를 지키기 위해 달리자(Run to Save Jeju)’ 80km 특별 레이스에 참가해 달리고 있다. 이 대회는 환경단체가 제2공항 건설 반대 특별 이벤트로 만든 대회다. 그는 환경정책을 연구하기 때문에 환경 이슈를 제기하는 특별 이벤트 마라톤이 열리면 적극 참가하고 있다. 김진희 연구원 제공.

김 연구원은 부상에서 돌아온 뒤 도로 및 산악 마라톤 단거리의 강자로 올랐다. 2018년 5월 거제지맥 트레일런 14km 2위, 2019년 3월 진주남강마라톤 10km 3위, 5월 부산하프마라톤 10km 2위, 6월 하이원 스카이러닝 20km 4위, 9월 거제 100K 국제트레일러닝 13km 2위, 12월 진주마라톤 10km 1위…. 2년간 20여개 대회에서 입상했다. 마라톤 10km 최고기록은 2019년 11월 10일 열린 부산마라톤에서 세운 41분 02초다.


그는 지난해 초 교통사고로 오른쪽 발등을 다쳤다. 횡단보도에서 자동차가 발등 위로 지나갔다. 뼈가 으스러지지는 않았지만 근육과 인대 등이 손상 돼 달릴 때 통증이 느껴졌다. 그런 와중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 19)이 확산됐고 대부분의 대회가 최소 되는 바람에 그나마 재활에 집중할 수 있었다.


부상 전에는 평일 저녁 퇴근하고 야간 트레일러닝으로 집 근처 백양산 14km를 주 2회 친구들과 달렸다. 주말에는 전국 방방곡곡 대회에 참석해 ‘달리기 여행’을 즐겼다. 대회가 없을 땐 장거리 등산을 하거나 장거리 도로 달리기를 했다. 장거리 등산은 짧게는 20km에서 60km까지 한다. 도로도 30~40km를 달리고 많게는 80km도 달린다. 부상 후에는 퇴근 한 뒤 집에서 홈트레이닝으로 근육을 키우고 주말에 장거리 등산을 한다. 역시 등산은 20~60km까지 산을 탄다. 아직은 가급적 달리지는 않는다. 근육운동은 주로 하체 근육 강화다. 특히 발등을 다친 뒤 발목이 좋지 않아 양 발목 밸런스 운동에 집중하고 있다.


“병원에서는 다 나았다고 달려도 된다고 하는데 달리면 통증이 있어요. 재활 전문가는 당분간 쉬자고 합니다.”


그렇다고 안 달린 것은 아니다. 코로나 19가 확산돼 대회들이 취소되고 단체 집합도 금지되면서 평일에는 홈트를 하거나, 소수의 인원만 모여 야간트레일러닝을 했다. 주말에는 사람이 별로 없는 산으로 갔다. 대회가 없어 생긴 주말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일부 친구들끼리 여러가지 프로젝트를 만들어 진행했다. 그 중의 하나였던 ‘부산갈맷길 700리 프로젝트’가 있다. 그는 “매 주말 짧게는 36km, 길게는 50km를 달리거나 걸어 6번에 걸쳐 완주했다. 타지역 대회에 다니느라 가볼 생각을 하지 못했던 부산 갈맷길을 온전히 걷고 뛰면서 나의 도시 부산이 얼마나 아름다운 곳인가를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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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희 연구원이 2019년 11월 창원통일마라톤 10km에서 질주하고 있다. 김진희 연구원 제공.

지난해 7월 하이원 스카이러닝 12km 부문에 출전해 5위에 올랐다. “솔직히 당시 발목이 좋지 않아 완주에 대한 자신이 없었지만 도전했다. 우려했던 대로 레이스 도중 다친 부분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포기 하지 않았다. 포기하지 않는 나 자신이 기특했다”고 했다.


환경단체가 만든 특별 이벤트 레이스도 적극 참가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30일부터 11월 1까지 지리산 둘레길을 6명이 3팀으로 나눠서 238.6km를 릴레이로 달리는 이벤트에서 84.6km를 달렸다. 형제봉에 산악철도 건설을 반대하는 ‘지리산을 지키자(Save the Jiri)’ 특별 이벤트였다. 올 4월에는 ‘제주를 지키기 위해 달리자(Run to Save Jeju)’는 제2공항 건설 반대 80km마라톤 이벤트 대회에 참석해 완주했다. 환경정책을 연구하기 때문에 환경 이슈를 제기하는 특별 이벤트 마라톤이 열리면 적극 참가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절대 무리해서 달리진 않는다. 천천히 완주를 목표로 달린다.


“달리기 초창기엔 다치면 쉬는 게 유일한 방법이었어요. 별다른 정보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좀 좋아지면 다시 달렸는데 바로 역효과가 났습니다. 지금은 정보가 많아 테이핑도 하고 다양한 재활법이 있어서 조화롭게 근육을 키우면서 몸에 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운동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다시 산을 활기차게 달리기 위해 재충전 시간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김 연구원은 코로나19가 사라지면 세계 최고의 트레일러닝 대회인 울트라트레일 몽블랑(UTMB)에 출전할 계획이다.


“전 유유자적 자유로운 달리기를 하며 살고 싶어요. 아직 가 보지 못한 산들도 정말 많아요. 삶에 좀 여유가 생겼을 때는 원하는 산 아래 한두 달 머물며 산을 오르고 산을 달리며 살고 싶습니다.”


트레일러닝은 그가 평생 건강을 챙기며 인생도 즐길 최고의 취미이자 스포츠가 됐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