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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드 ]

한자리에서 맛보는 호사의 끝 ‘한우 오마카세’

by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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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수원시 ‘수린’의 한우모둠. 석창인 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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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창인 석치과 원장·일명 밥집헌터

‘오마카세’라는 단어가 유행하기 시작한 지 꽤 지났음에도 요식업계에서는 여전히 핫한 화두입니다. 스시나 튀김(덴푸라) 코스 요리 같은 데서 출발한 말이겠지만, 한우와 돼지 심지어 꼬치 같은 닭요리에 이르기까지 그 영역은 무한 확장 중입니다.


말뜻은 요리사에게 오늘의 음식 차림에 대해 전적으로 맡긴다는 것이지만, 사실 오래전부터 사용해 오던 ‘주방장 특선’과 같은 뜻입니다. 일본과 관련된 일이라면 거부감을 느끼는 이들도 오마카세라는 말을 주저함 없이 사용하는 걸 보면, 이젠 국적을 뛰어넘어 일상 용어가 된 것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제주 다금바리(자바리)도 부위별로 조금씩 내주는 식당이 있으니, 이는 다금바리 오마카세가 될 겁니다. 우스갯소리로 식당에서 손님들이 흔히 “이모∼”라고 부르는 여주인이 이것저것 차려주는 형태를 ‘이모카세’라고 부른다지요?


전통적인 1세대 고깃집에 가면 대개 그 집의 대표 메뉴로 꼽히는 갈비, 등심, 안심, 안창살, 제비추리 중에서 한두 부위를 골라 주문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대도식당, 반포등심, 원강, 벽제갈비, 삼원가든, 서석대, 수원의 대형 갈빗집 등이 대표적입니다만, 10여 년 전부터 유명 식당의 젊은 2세들이나 유학파 요리사들이 새로운 시도를 했습니다. 드라이에이징을 포함한 여러 숙성 방법을 쓰기도 하고, 숯불과 불판을 고급화한 데다 전채와 후식처럼 서양식 곁들임 찬도 간간이 집어넣었습니다. 소주와 맥주 일색에서 벗어나 와인을 취급하며 차별화를 시작했고, 손님이 가져온 와인을 편하게 마실 수 있도록 최고급 와인 잔을 제공하기도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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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으로 끝인가 했더니 드디어 소의 각 부위를 한자리에서 맛볼 수 있는 한우 오마카세가 등장했습니다. 고급 스테이크처럼 굽고, 육즙과 풍미 극대화를 위해 ‘레스팅’(로스팅 직후 다른 조리를 하기 전 쉬게 하는 것)과 ‘시어링’(고기 겉면을 강한 불에 빠르게 익히는 것) 기법까지 등장합니다.


문제는 가격입니다. 좋은 위치에 고급 인테리어가 필요충분조건이니 당연히 자릿값이 가격에 영향을 미치겠지요. 고기도 출산 경험이 없는 암소(미경산 한우)에서부터 거세수소, 일반 암소, 육우 등의 가격은 천양지차입니다. 가격만 봐도 어떤 소를 썼는지 짐작이 갈 정도니까요. ‘카드 할부면 비싼 한우도 잡아먹는다’는 말로 자기 최면을 겁니다.


전국에 여러 한우 오마카세 식당들이 있지만 제가 자주 다니는 곳은 ‘수린’입니다. 애초 서울 도산공원 인근에서 출발하였지만, 이제는 한남동과 대전 그리고 수원 광교에까지 분점이 생겼습니다. 제 일터와 집에서 가까운 곳에 생겨서 좋기도 하지만 높아만 가는 엥겔 계수가 걱정입니다. 굳이 한우 코스요리를 먹지 않더라도 단품 메뉴도 제법 괜찮습니다. 점심에는 채끝스테이크덮밥이나 한우투플러스구이 반상, 한우곰탕국수가 인기라고 하네요.


석창인 석치과 원장·일명 밥집헌터 s211870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