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의 교통사고 후 무너진 몸, 운동으로 일으켜 세웠죠”

[라이프]by 동아일보
동아일보

오세진 작가가 산에 올라 셀카를 찍으며 활짝 웃고 있는 모습. 그는 2020년 초 터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위기를 계기로 산을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오세진 작가 제공.

“다양한 운동을 하면서 좋아하는 것들을 경험해보고자 도전했는데…. 지금은 일도 다양하게 하고 있습니다. 운동은 저를 긍정적으로 살게 만들어 줬습니다. 너무 즐겁고 행복합니다.”


오세진 작가(41)는 3차례의 교통사고로 무너진 몸을 운동으로 다시 일으켜 세우려 엄청나게 노력했다. 운동을 통해 몸이 건강해지자 더욱 다양한 운동에 빠져들었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속칭 ‘N잡러(여러 직업을 가진 사람)’가 됐다.


운동으로 교통사고 후유증을 극복하고 건강하게 사는 그를 2018년 11월 10일 dongA.com ‘양종구기자의 100세 시대 건강법’에 소개했었다. 2020년 초 전 세계를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 19) 확산을 계기로 새롭게 변신한 오 작가를 다시 한번 조명한다.

동아일보

오세진 작가는 2020년 초 터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위기를 계기로 속칭 N잡러가 됐다. 작가에 더해 유튜브크리에이터, 방송인, ‘1인다역’으로 살아가고 있다. 오세진 작가 제공.

“저는 책을 통해 독자와 만나는 삶을 좋아했어요. 코로나 19가 터질 당시 4, 5번째 책을 냈는데 예정된 문화행사가 다 취소된 겁니다. 3,4개월 집에만 있다보니 저의 존재 가치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됐습니다. 코로나19로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지 않게 된 세상이 원망스러웠어요.”


돌이켜보니 어느 순간부터 혼자서 주 3회 정도 산을 오르고 있었다. 코로나19 초반기 사회적 거리두기가 까다로워 피트니스센터 등 실내 운동을 못하게 되니 자연스럽게 산으로 향하게 된 것이다. 오 작가는 “집에서 케틀 벨(Kettle Bell) 운동도 하고 혼자 달리기도 했는데 어느 순간 산을 타고 있는 나를 봤다”고 했다.


“솔직히 유튜브는 제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문뜩 저의 이런 모습을 기록하는 것은 어떨까 생각했죠. 산에 대한 정보라기보다는 일종의 영상 에세이죠. 자연을 걷고 느낀 것을 글과 말로 표현하는 것이었습니다.”

동아일보

오세진 작가(왼쪽)가 지인들과 함께 소백산 비로봉에 올라 포즈를 취했다. 오세진 작가 제공.

‘자연에 빠지다’는 주제로 유트브 채널에 영상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반응이 좋았다. ‘보고 힐링이 된다’ ‘마음에 와 닿았다’는 반응이 올라왔다. 오 작가는 댓글에 다시 답글을 달며 마음의 위안을 찾았다고 했다. 꼭 산에 국한된 게 아니라 바다와 마을 등 알려지지 않은 곳을 찾아다닌다. 아름답고 힐링될 수 있는 곳, 걸을 수 있고 자연에 가까이 갈 수 있는 곳이면 다 간다. 그는 “의도하지는 않았는데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됐다. 그 명칭이 너무 무거웠는데…. 지금은 구독자가 5만6000명 가까이 된다. 서로 소통하는 장이다. 구독자는 내 영상을 보고 힐링하고, 난 구독자들의 반응을 보면서 힘을 얻는다”고 했다.

동아일보

오세진 작가가 산행 중 찍은 밝은 표정. 그에게 산은 소통과 힐링의 공간이다. 오세진 작가 제공.

“우리 채널에서는 구독자를 마루라고 합니다. 산마루 할 때 가장 높은 곳을 의미하기도 하고, 제 채널에 와서 쉬고 전 그들을 통해 위로 받는 대청마루라는 이중적인 의미로…. 구독자들이 지어준 것입니다. 마루들은 저를 ‘힐링진’으로 부릅니다.”


초반엔 주 2회, 지금은 주 1회 씩 올린다. 정기적이지 않고 부정기적으로 올린다. “숙제처럼 되면 내가 행복하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준비 됐을 때 올린다”고 했다. 마루들도 이해해준다고.


“지난해 9월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후유증이 와서 한 달 반 정도를 사실상 칩거해야 했어요. 심장 쪽에 영향을 줘 격한 운동을 할 수 없었습니다. 그 때 마루들이 ‘천천히 해라. 무리하다 더 악화된다’는 등 응원 메시지를 줘서 힘을 얻었습니다. 우리는 강압이 아닌 자연스럽게 즐기면서 영상을 올리고 그것을 보고 즐깁니다.”

동아일보

오세진 작가(오른쪽)는 아버지 오기환 씨와 함께 KBS ‘영상앨범 산’을 찍으며 소중한 추억도 쌓았다고 했다. 오세진 작가 제공.

2020년 중반부터 KBS TV ‘영상앨범 산’에 출연하고 있다. 작가 겸 트레일러너로 산을 탐방하면서 느끼는 감정을 전달한다. 등산 마니아인 아버지와 함께 할 때도 있고 혼자서 출연할 때도 있다. 다른 등산 마니아와 산을 탐방하며 그 느낌을 전하기도 한다. 1월 22일에도 영상앨범 산 촬영차 충북 제천의 가은산 탐방을 다녀왔다.


“코로나19가 터진 뒤 속칭 MZ세대가 산에 많이 갔잖아요? 그 때 저에게 그 이유가 뭐냐고 물어보는 분들이 많았어요. 당연한 결과입니다. 그들이 즐겨 놀던 ‘힙한’ 실내공간에 갈 수 없으니 자연스럽게 산으로 간 것입니다. 얼마나 답답했으면 그랬을까요? 저하고 비슷한 경우입니다.”


오 작가는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면 그 사람의 좋은 면만 보이듯 산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산도 자주 가다보면 아 이런 것도 있었네, 이렇게 아름다웠나? 아 이런 소리도 있었네. 이렇게 좋은 소리를 왜 나는 듣지 못했지? 이런 것을 영상에 담으며 표현하다보니 산을 더 찾게 됐죠. 아주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난 겁니다.”

동아일보

오세진 작가가 산행 중 바위 끝에 앉아 포즈를 취했다. 그는 가끔 바위 위에 앉아 명상하는 것도 즐긴다. 오세진 작가 제공.

오 작가는 2020년 100번 넘게, 지난해 60번 넘게 산을 찾았다. 명산을 찾는 다는 개념이 아니라 마음을 끌어당기는 산을 올랐다. 지리산은 5번 이상 올랐다. 그만큼 좋았다. 오 작가는 산을 오르며 달리기 좋은 곳에선 달린다. 등산과 트레일러닝을 함께 즐기는 것이다.


“전 산행을 동적명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연을 걸으면 우리 뇌가 외부로부터 자극을 받지 않아 온전히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습니다. 걷는 자기 모습을 보며 집중하다보면 마음이 가라앉고, 모났던 감정도 유해지죠. 산은 힐링 그 자체입니다. 많은 분들이 산에 갔으면 좋겠습니다.”


오 작가는 2014년 중반부터 2015년 중반까지 1년여 동안 교통사고를 무려 3번이나 당해 몸이 말이 아니었다. 20대부터 웨이트트레이닝 등 운동을 즐겼지만 사고로 몸이 무너진 몸은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다. 그는 “아프면 삶의 중심이 아픈 곳에 집중된다. 아프면 어떤 일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 ‘건강을 잃으면 돈이고 명예고 다 소용없다’는 말은 진리였다. 그래서 다시 운동으로 몸을 일으켜 세우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오세진 작가가 케틀 벨 운동을 하는 모습. 오세진 작가 제공.

케틀 벨로 몸을 잡았다. 케틀 벨은 쇠로 만든 공에 손잡이를 붙인 중량 기구로 소의 목에 다는 벨과 모양이 유사해 붙여진 이름이다. 사고 나기 전부터 알고 있던 트레이너가 권유한 운동이었다. 허리 강화는 물론이고 몸의 올바른 기능을 회복시켜준다고 했다. 그는 “적응하기 어려웠지만 하면 할수록 몸이 달라졌다”고 했다.


“누가 들으면 거짓말이라고 할 겁니다. 운동을 지속하면서 몸이 좋아졌어요. 운동효과가 긍정적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목과 허리의 만성 통증이 거짓말처럼 사라졌습니다. 웨이트트레이닝은 팔과 다리, 몸통 등 분할운동입니다. 케틀 벨은 몸의 협응력, 전반적인 밸런스를 잡아주는 운동이었습니다. 속칭 코어를 발달시키는 운동이었는데 정말 내 몸에 좋은 효과를 줬습니다.”

동아일보

오세진 작가가 케틀 벨을 들고 찍은 모습. 오세진 작가 제공.

케틀 벨 운동은 수련하는 느낌을 줬다. 케틀 벨로 스윙 동작을 하면서 작은 성취감도 느꼈다. 8kg, 12kg으로도 힘겨워 했는데 나중엔 24kg으로도 가뿐하게 운동을 할 수 있었다. 웨이트트레이닝처럼 팔 다리 따로 하지 않아도 온 몸이 균형이 잡혀갔다. 어느 순간 삶이 달라졌다. 짜증나고 골골한 삶은 사라졌고 건강하고 활력 넘치는 삶이 찾아왔다. 사는 게 행복했다. 일도 잘 됐다. 아플 땐 잘 해결되지 않던 일들이 술술 잘 풀렸다. 역시 아프지 않고 건강해야 인생을 즐길 수 있었다.


몸이 좋아지면서 달리기에도 도전했다. 한국CEO연구소 강경태 소장의 권유였다. 오 작가는 “솔직히 달리는 것을 싫어했다. 달리는 사람들을 보고 ‘왜 달려야하지?’란 의문을 품었었다. 그런데 마라톤에 빠진 강 소장님의 악착같은 권유로 달려보니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고 했다.


“결승선을 통과해보지 않은 사람은 말해줘도 몰라요. 솔직히 TV를 보다 매주 10km를 완주한 4살짜리 아이가 한 말인데 정말 그래요. 달릴 때 기분, 완주한 뒤 느끼는 성취감, 해보지 않으면 정말 몰라요.”

동아일보

오세진 작가가 트레일러닝 하는 모습. 오세진 작가 제공.

10km 단축마라톤부터 시작해 결국 2018년 마라톤 42.195km 풀코스까지 완주했다. 산도 달렸다. ‘산악마라톤’으로 불리는 트레일러닝에도 입문한 것이다.


“솔직히 산을 다녔지만 마니아 수준은 아니었어요. 어렸을 때 아빠 따라 산을 가서 익숙하기는 했지만….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산은 소통의 공간이 됐어요. 10년 전쯤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 간적이 있어요. 하루 많게는 14시간 씩 걸었죠. 그 때 휴대폰 등 모든 문명의 이기와 단절돼 초반엔 불안했었어요… 그런데 3,4일 걷기를 반복하자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그 때부터 같이 간 동료들의 얘기가 들리고 자연도 보였죠. 자연과 하나 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산을 달릴 때 그 추억이 떠오릅니다.”

동아일보

오세진 작가(왼쪽)가 2019년 8월 6박7일간 250km를 달리는 고비사막마라톤을 질주하고 있는 모습. 오세진 작가 제공.

트레일러닝 대회에서 입상하기도 했던 오 작가는 2019년 8월엔 6박 7일간 250km를 달리는 고비사막마라톤도 완주하고 올 정도로 ‘강철 체력’을 과시했다. 이젠 달리지 않고 산에 오르지 않는 삶은 의미가 없다.


오 작가는 ‘커뮤데이아’ ‘몸이 답이다’, ‘달리기가 나에게 알려준 것들’ 등 5권의 책을 냈고 지금 6번째 책을 쓰고 있다. 작가였던 그는 이젠 작가에 더해 유튜브 크리에이터, 방송인까지 ‘1인다역’을 하고 있다. 모두 운동이 준 혜택이다. 무엇보다 가장 좋아하는 운동을 즐기며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2022.01.26원문링크 바로가기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이런 분야는 어때요?

ESTaid footer image

Copyright © ESTaid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