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얼굴마담 아닌 ‘GOAT’”…‘충주시 홍보맨’ 김선태[복수자들]

[라이프]by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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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시 얼굴마담이라고요? 저는 고트(GOAT)죠.”


2일 서울 종로구 동아일보에 일일 기자 체험을 온 충북 충주시 홍보담당관실의 김선태 유튜브운영전문관(36·주무관)의 말입니다. 충주의 특산물, 차기 충주시장 후보(?)…. 김선태는 현시점 반박 불가한 대한민국 홍보계 ‘고트’(The Greatest Of All Time·특정 분야 역사상 최고의 인물)입니다. 2019년 조길형 충주시장의 권유로 혼자 시작한 ‘충주시’ 유튜브는 4년 만에 구독자 36만 명을 모았습니다. 3년 전 ‘관짝춤’을 패러디한 ‘생활 속 거리두기’ 홍보 영상 조회수는 852만 회(19일 기준)에 달합니다. ‘김선태 덕에 충주시장 이름을 외웠다’ ‘유튜브를 보고 처음 충주 여행을 다녀왔다’는 댓글이 줄을 잇습니다.


홍보계 ‘고트’에게 브레이크란 없습니다. 충주시의회 속기직원에게 “말한 거 빼달라는 의원님은 없었는지”를 묻고,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국무회의에 지각한 장관은 없었나요?”라며 ‘맑은 눈’으로 직구를 던집니다. 선 넘는 질문들이 불편하지 않은 건 충주를 사랑하는 그의 진심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충주를 잘 모르는 게 너무 속상했다”는 그는 샘 스미스의 ‘Unholy’ 무대의상을 입고 충주시 상수원보호구역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중부내륙특별법을 통과시켜 달라며 춤을 춥니다. “어제도 마 느그 서장이랑 다 했어”라며 서류를 던지고 반말을 내뱉는 진상 민원인으로 열연해 지방직 공무원의 고충을 유쾌하게 풀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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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길형 충주시장을 ‘길형이 형’이라 부르고, ‘귀성길 레전드’ 짤을 패러디한 7초짜리 영상 조회수가 153만 회를 기록하는 ‘고트’가 되기까지는 고충도 많았습니다. 상사가 기획안 결재를 내주지 않거나, 올라간 영상을 지우라고 지시하기도 했습니다. 혼자 기획, 촬영, 편집을 모두 도맡아 하는 부담도 컸습니다. 그때 꺾였다면 지금의 충주시 ‘홍보맨’은 없었을 것입니다. 주말에 기획안을 올리고 결재가 나기 전에 촬영하는 ‘선 촬영 후 보고’를 택했습니다. “왜 그렇게까지 했느냐”는 질문에 이런 답이 돌아옵니다. “성공하는 길과 망하는 길이 명확한데 망하는 길로 가라는 지시를 참을 수 없었다. 내 방식이 옳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다.”


선을 넘다 못해 지워버린 김선태 전문관을 <복수자들>이 만났습니다. “2년 뒤에는 유튜브를 그만 하겠다”는 그의 폭탄 발언을 <복수자들> 인터뷰(https://www.youtube.com/watch?v=72RkSPg9p4E)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26일 오후 4시 공개되는 2부에서는 막내기자 일일 체험을 한 김선태 전문관이 ‘동아일보 유튜브 구독자 10만 명 달성 방법’ 회의에 참여한 현장도 공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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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공무원이시죠?

선출직 공무원을 제외하고는 제가 최고의 스타죠. 사실 선출직도 이제 가능할 것 같습니다. 충주시장 출마요? 우선 공천을 받아야 하겠죠?


―고졸이라는 소문은 사실인가요?

아주대 e-비즈니스학부를 다니다 2학년 때 중퇴했습니다. 전 문과라 미적분을 배운 적도 없는데 미적분을 영어로 가르치는 거예요. ‘이건 내 길이 아니다’ 싶어 공부를 놨어요.


―그때부터 사법고시를 준비하신 건가요?

중퇴 후 6년 동안 사법고시를 준비했습니다. 대학 시절 법 관련 교양수업을 들었는데 재밌었어요. 제게 ‘리걸 마인드’가 있다고 판단했죠. 신림동에서 자취를 하면서 사시를 준비했는데요, 공부라는 게 오래 하다 보면 매너리즘에 빠집니다. 신림동에 PC방이 많거든요. 형들이랑 게임하면서 PC방에 1500만 원 정도 썼습니다. 그러다 로스쿨이 생기면서 사법고시가 폐지됐어요. 사법고시와 저는 인연이 아니었나 봅니다.


―대학교를 자퇴하고 6년 동안 도전한 사법고시에 실패했을 때 많이 낙심하셨을 것 같아요.

후회를 별로 안 하는 편이에요. 사법고시를 그만뒀을 땐 더 이상 여한이 없었어요. 법조계 근처에도 가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사법고시에 실패하면 법원 공무원으로 많이 가는데 저는 아예 새로운 곳으로 가자는 마음이었어요. 법원에 취직을 했는데 거기서 판사들을 마주친다고 생각해보세요. “나도 저렇게 될 수 있었는데”라는 생각을 계속하게 될 것 같았어요. 스스로 비참해질 것 같아서 일반행정직 9급으로 시험을 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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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충주시청 홍보팀의 SNS 담당자가 된 후 이듬해 조길형 충주시장의 권유로 유튜브를 시작하셨어요. 유튜브 운영 도중에 때려 주고 싶은 상사가 있었다는 게 사실인가요?

올라간 영상을 내리라거나, 이미 제작이 끝난 영상을 올리지 말라는 상사가 있었어요. 화요일 오후 6시에 무조건 영상을 올리는 건 구독자와의 약속이잖아요. 그 상사는 유튜브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었던 거죠. 2019년 채널 개설 후 4년째 지자체 유튜브 중 구독자 수 1위를 지키고 있는데도 작년까지 투쟁을 해야 했어요. 이 정도 성과를 냈으면 믿고 맡겨야 하는데 계속 증명을 요구하더라고요. 자율을 얻는 과정에서 충돌이 있었지만 지금은 전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상사의 말에 따르는 게 책임을 면하는 방법이기도 하잖아요. 왜 그렇게까지 투쟁해서 B급 유튜브 콘텐츠를 만드신 건가요?

저도 처음부터 사명감에 가득 찬 반골은 아니었어요. 사실 직장은 돈을 버는 수단인 곳이죠. 그렇지만 제게 주어진 일을 망치고 싶지는 않은 거예요. 유튜브를 어떻게 하면 성공하고, 어떻게 하면 망할지 정확히 보이는데 자꾸 망하는 길로 가라고 하는 지시를 참을 수 없었어요. ‘내가 상사의 지시는 따르지 않지만 반드시 내 방식이 맞다는 걸 증명하겠다’는 확신이 있었어요. 그리고 실제로 증명해냈고요.


―당시 본인이 생각한 ‘명확한 성공의 길’은 무엇이었나요?

지방자치단체 유튜브 콘텐츠 조회수가 너무 안 나오더라고요. 가장 심한 경우 조회수 2회인 것도 봤어요. 그 이유는 재미가 없기 때문이죠. 시청자 타깃을 전국민으로 잡아서 누구나 재밌게 볼 수 있는 영상을 만들고자 했어요. 대부분의 지자체 유튜브는 본인 지역의 일, 주민들이 소꿉장난 하는 것만 올리니 사람들이 안 봤죠. 저는 그 반대로만 가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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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본인 같은 후배가 있다면 어떠실 것 같으세요?

요즘 스스로 자주 다짐하는 것이기도 한데요, 제가 팀장이 된다면 전 아무 소리도 안 할 거예요. 끝까지 해봤는데 성과가 안 나올 수도 있죠. 인사이동이 있을 수도 있고요. 그래도 그 후배가 할 수 있는 것을 최대한 밀어줄 겁니다. 조직에서 별난 아이디어가 채택되지 않는 이유는 상사 한 두 명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조직 전체의 분위기가 발목을 잡는 것일 수도 있어요. “저 팀원은 저렇게 두다간 큰일 난다”고 상사에게 겁을 주는 목소리들이 많겠죠. 그런 분위기에 동조되지 않는 것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조직에서는 협업을 잘하는 직원을 선호하기도 하잖아요.

저는 협업을 혐오합니다. 특히 유튜브 제작 같은 창의적인 업무는 혼자 하는 게 가장 좋습니다. 기획한 본인만이 그 콘텐츠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기획부터 연출, 편집까지 정확하게 본인의 의도대로 가야 하는 거거든요. 잡상인이 많으면 콘텐츠의 포인트를 살리기 어려워집니다. 힘들긴 하지만 기획자의 의도를 100% 살리기 위해서는 혼자 하는 게 가장 좋아요.


―조직에서 미움을 받는 캐릭터이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미워할 수밖에 없죠. 남들과 다르다는 것에는 무조건 욕을 먹을 가능성이 따라온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남들과 다르기 때문에 주목도 받는 거죠. 제 유튜브 성공의 이면이라고도 생각해요. 남들과 다르게 했기에 욕을 먹고, 그래서 유튜브가 잘될 수 있었던 거죠. 내외부적으로 상처 안 받으려고 멘탈 관리를 하고 있어요. 웬만하면 악플도 안 읽으려고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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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월 ‘시장님이 시켰어요! 충주 공무원 브이로그’를 시작으로 4년째 유튜브를 운영하고 있는 김선태는 “2년 뒤 유튜브를 그만하겠다”는 폭탄 발언을 했습니다. 차기 충주시장 후보로 출마하려는 계획일까요? 그가 가장 재밌게 보고 있다는 유튜브 ‘침착맨’ 메인 PD 자리를 노리는 걸까요? 전부 아닙니다. 올해 서른여섯의 그는 점점 ‘에이징 커브’를 느끼고 있다고 털어놨습니다. “Z세대가 재밌어하는 것이 왜 재밌는지 잘 모르겠다”는 그는 “내려놓을 줄 아는 용기도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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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는 언제까지 하실 생각인가요?

최대 2년 봅니다. 왜냐하면 ‘에이징 커브’(스포츠 스타들이 나이 듦에 따라 신체 능력이 떨어지고 이로 인해 성적이 하락하는 현상) 이슈가 있어요. 요즘 젊은 친구들의 감각을 못 따라가겠어요. 예를 들어 에버랜드 아마존 익스프레스 알바생 ‘소울리스좌’가 전 재밌는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슬슬 젊은 친구들이 재밌어하는 것에 ‘이게 왜 재밌지?’라는 의문이 들기 시작한 거죠. 그래서 내려놓을 줄 아는 용기도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본인을 정확하게 알아야 꼰대가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2년 뒤에는 정치권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많아요. 최근에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실에서 정책보좌관 자리 제안도 받으셨잖아요.

중앙부처와 정당, 사기업 등 7~8곳에서 이직 제안을 받았어요. 월급이 지금보다 2배 더 높은 곳도 있었어요. 그런데도 안 가는 이유는 진정성 때문이예요. 절 스카웃하려는 기관은 제가 그 기관에서 유튜브 홍보를 하길 원하잖아요. 충주시를 알려오던 제가 다른 부처에 가서 그곳을 홍보한다면 과연 진정성이 느껴질까요? 저는 이제 충주시 유튜브와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고 생각해요. 제가 창시자이기도 하니까요.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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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돈도 진정성만큼이나 중요하잖아요. 진정성은 돈에서 나올 수도 있는데, 월급 2배를 더 준다고 해도 충주시청에 남으신 걸 보면 혹시 금수저이신가요?

금수저 썰도 있었습니다만, 평범한 집에서 자랐어요. 부모님 두 분 다 선생님이셨어요. 제가 충주를 굉장히 좋아해요. 제가 서울에서 생활을 오래 했는데 충주의 인지도가 낮은 것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내 고향에 대해 다른 사람들에게 전혀 이야기를 못 하겠는 거예요. 설명이 길어지기도 하고 대부분 청주랑 헷갈려 했고요. 지금 제가 하는 일로 충주를 알리는 것에 보람이 큽니다. 꼭 보수가 높고 낮고를 떠나서 제가 충주에 기여하고 있다는 게 기뻐요.


대한민국 모든 조직 상사들에게 한 마디?

시대가 바뀌고 있습니다. 후학 양성에 신경 쓰셔야 해요. 너무 의견을 많이 내면 안 좋습니다. 지시가 밑으로 내려가다 보면 본질이 흐려져요. 후배들에게 기회를 많이 열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복수자들영화 ‘올드보이’ 속 오대수가 15년간 군만두만 먹으며 칼을 갈았던 복수? 아닙니다. ‘킬빌’의 블랙맘바가 자신을 죽이려 한 보스를 처단하는 복수? 그것도 아닙니다. ‘복수자들’은 복수(複數)의 직업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한 가지 일만 하고 살기엔 지루하다고요?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싶지만 방법을 모르겠다고요? 본캐와 부캐, 양쪽을 오가는 복수자들이 직접 도전과 병행의 노하우를 전해드립니다.

김재희기자 jetti@donga.com

이지훈기자 easy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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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30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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