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 같은 실내 매력에 젖는다"…6기통 파워는 덤
벤츠 E 450 4MATIC 익스클루시브 시승기. S클래스와 겹치는 가격, 과연 그만한 가치 있을까?
'벤츠 E450 4MATIC 익스클루시브' 시승
차원이 다른 사운드와 빛…'오감자극' 몰입의 경험
6기통+마일드 하이브리드 강인한 퍼포먼스의 미학
에어서스·리어액슬스티어링 유려한 정숙성 까지
소비자들이 영화관을 찾는 이유는 단지 영화를 보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영화관 특유의 고요하고 은은한 분위기, 영화 시작 전의 묘한 설렘, 몰입을 극대화하는 대형 스크린과 풍부한 사운드도 함께 즐기기 위해서다.
![]() 벤츠 ‘E 450 4MATIC 익스클루시브’ 외관 (사진=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
그런데 이 차가 있다면 굳이 영화관에 갈 이유가 없겠다. 메르세데스-벤츠의 11세대 완전변경 모델 ‘E 450 4MATIC 익스클루시브’를 시승하며 내린 결론이다.
서울 구로구 영등포에서 충주호까지 왕복 360km. 결코 짧지 않은 주행거리였지만, 평점 5점짜리 영화를 한 편 본 듯 지루함도 피로감도 느껴지지 않았다. 변덕스러운 비가 쏟아지는 날씨에도 주행은 쾌적했고, 엔진 종료 버튼을 누를 때는 조금 더 달리고 싶다는 아쉬움마저 남았다.
![]() 벤츠 ‘E 450 4MATIC 익스클루시브’ 외관 (사진=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
일단 차량 외관은 MZ세대 시선으론 다소 밋밋하다. 뚜렷한 개성이나 강렬한 포인트가 없고, 메쉬 그릴이 유행하는 요즘에 수평 루브르와 세로형 엠블럼은 단조롭다. 후면부 역시 일반 승용차들 사이에 놓고 보면 존재감이 약하다. 유행을 따르기보다는 10년, 20년이 지난 뒤에 봐도 질리지 않는 ‘클래식’한 매력을 품겠다는 벤츠의 고집이 엿보인다.
![]() 벤츠 ‘E 450 4MATIC 익스클루시브’ 내부 (사진=이배운 기자) |
하지만 운전석 문을 여는 순간 분위기는 단번에 반전된다. 실내를 감싸는 엠비언트 라이트는 어두운 멀티플렉스 극장을 연상시키는 은은하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특히 주변이 어두운 지하주차장이나 터널, 야간 주행 중엔 그 감성이 극대화된다.
14.4인치 고해상도 LCD 중앙 디스플레이는 시선을 사로잡는다. 최근 출시되는 차량 대부분 대형 디스플레이를 탑재하지만, 마치 태블릿을 적당히 가져다 얹은 듯 인테리어와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이 모델은 디스플레이가 대시보드에 녹아든 듯 유기적인 배치 덕분에 마치 첨단 비행선에 올라탄 듯한 인상을 준다.
![]() 벤츠 ‘E 450 4MATIC 익스클루시브’ 내부 (사진=이배운 기자) |
기능 역시 첨단을 달린다. 수입차임에도 ‘티맵 오토’가 기본 탑재돼 별도의 스마트폰 연동 작업 없이 바로 사용할 수 있고, 계기판·헤드업디스플레이(HUD) 연동성도 뛰어나다. 플로·웨이브·멜론 등 주요 국내 엔터테인먼트 앱도 지원한다. 터치 반응은 스마트폰처럼 빠르고 조작도 직관적이다. 정차 중엔 ‘차’가 아니라 ‘멀티미디어룸’이 되는 셈이다.
음악을 재생하는 순간 이 차의 매력은 정점을 찍는다. 17개의 스피커와 730W 출력을 갖춘 부메스터 4D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은 비트가 온몸을 휘감는 듯 입체적 음향을 구현한다. 여기에 사운드를 시각화하는 액티브 엠비언트 라이트가 더해져 시청각 모두를 만족시킨다. 빗길 주행의 소음이 끼어들 틈은 없다. ‘달리는 영화관’이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은 이유다.
![]() 벤츠 ‘E 450 4MATIC 익스클루시브’ 기능 (사진=이배운 기자) |
승차감도 인상적이다. E 450 4MATIC 익스클루시브에는 에어매틱 서스펜션과 리어 액슬 스티어링이 기본 장착돼 노면 상태와 상관없이 구름 위를 떠 다니듯 승차감이 부드럽고 급커브에서도 쏠림이 덜하다. 1159mm에 달하는 뒷좌석 너비는 동승자에게도 영화관 수준의 여유를 선사한다.
파워트레인은 6기통 가솔린 엔진(M256M)과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조합이다. 평소엔 조용하고 부드럽지만, 고속도로에서 액셀러레이터를 깊게 밟으면 작고 민첩한 스포츠 세단을 탄 듯한 착각이 든다. 최고 출력 381마력에 제로백 4.5초. 추월차선을 시원하게 가르는 동안 4D 사운드 시스템의 비트는 마치 영화의 클라이맥스를 연출하듯 감동을 더한다.
![]() 벤츠 ‘E 450 4MATIC 익스클루시브’ 내부 (사진=이배운 기자) |
실내가 유난히 쾌적하게 느껴졌던 데도 이유가 있었다. 외부 온도가 지나치게 높거나 직사광선이 강할 때 자동으로 운전석 공간을 쾌적하게 유지해주는 ‘서모트로닉 자동 에어컨디셔너’ 시스템이 적용된 덕분이다. 여기에 ‘디지털 벤트 컨트롤’도 더해져 실내환경은 더욱 쾌적하다. 이 기능은 운전자의 환기 기준과 좌석 위치에 맞춰 전면 송풍구 노즐을 자동으로 조절해준다. 영화관에서나 볼 수 있을법한 서비스다.
![]() 벤츠 ‘E 450 4MATIC 익스클루시브’ 내부 (사진=이배운 기자) |
물론 ‘옥의 티’도 있다. 스티어링 휠에 적용된 햅틱 피드백 기능은 조향 중 오조작이 발생하기 쉽고, 조작감에도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첨단 디지털 경험을 극대화하려는 의도는 이해되지만, 아직은 디테일을 더 다듬어야 할 과도기에 있는 듯하다.
실주행 연비는 9km/ℓ를 기록했다. 복합 연비 13~16km/ℓ 수준의 일반 중형 가솔린 세단과 비교하면 높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이 차의 소비자라면 연비보다는 감성과 퍼포먼스를 우선시할 것이다. 요즘은 보기 드문 6기통 엔진의 여유로운 힘과 주행 질감을 즐기기 위한 정당한 대가다.
![]() 벤츠 ‘E 450 4MATIC 익스클루시브’ 외관 (사진=이배운 기자) |
클래식한 외형에 영화관 같은 감성을 품은 E 450 4MATIC 익스클루시브는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다. 1억 2560만원의 가격이 결코 가볍진 않지만, 한 편의 영화같은 감동을 선사하는 경험이 포함돼 있다.
이배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