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의 시간' 도박장 털고 인생역전?…국내 불법 도박 규모 '81조'

[자동차]by 이투데이

넷플잌스

넷플릭스로 보는 경제


'넷플잌스'는 '넷플릭스(Netflix)'와 '익스플레인(Explain)'의 합성어로 넷플릭스에서 화제가 되는 드라마, 영화 등 콘텐츠를 통해 특정 산업의 경제 규모를 설명하는 코너입니다. 콘텐츠 내용은 간단하게, 대신 여러 산업과 경제 실태를 집중적으로 조망하겠습니다.

이투데이

(사진제공=넷플릭스)

범죄 스릴러 영화를 많이 본 사람들이 종종 꿈꾸는 환상이 있다. 은행이나 도박장 등 현금이 많은 장소를 털어 인생역전을 꿈꾸는 것. 특히 그곳이 불법으로 운영돼 경찰의 힘을 빌릴 수 없다면 어떨까. 일이 계획대로 진행되면 쳇바퀴 같은 삶도 이제 끝이다.


여기 모인 네 명의 남자는 그 계획을 실행에 옮긴다. 폭력배가 운영하는 불법 도박장에 들어가 현금을 털어 안락한 섬에서의 생활을 꿈꾸는 준석(이제훈 분). 여기에 장호(안재홍 분), 기훈(최우식 분), 그리고 상수(박정민 분)가 가담한다. 희망 없는 도시, 성실하게 살아서 달라질 게 없고, 전과 경력이 발목 잡아 일자리도 못 구하는 현실. 이를 벗어나고자 도박장에 난입해 현금을 쓸어담으면서 벌어지는 스릴러, 영화 '사냥의 시간'이다.

도박장에 쌓인 현금 153억?…인생 역전할 수 있을까

이투데이

불법 도박장 내에 있는 금고.(출처=영화 '사냥의 시간' 캡처)

준석과 장호, 기훈은 눈여겨본 불법 도박장에서 환전소에 있는 다량의 현금 뭉치를 발견한다. 이 돈으로 셋은 섬으로 떠나 평범한, 평화로운 삶을 그린다. 눈대중으로 본 현금만으로도 꿈을 현실로 만들 수 있으리라 판단한 준석. 그렇다면 실제 도박장을 털면 인생 역전할 수 있을까.


도박장마다 쌓아놓은 현금의 양이 달라 섣부르게 판단하긴 어렵다. 어딜 터느냐에 따라 '목돈'이 될 수도 '일확천금'이 될 수도 있다(물론 도둑질은 범죄다. 절대 해선 안 된다). 올해 2월 강원랜드 카지노에서 외국인들이 슬롯머신 속 현금 상자를 털어 달아났다. 금액은 현금과 이지티켓을 포함해 총 2400만 원. 당시 강원랜드 측은 현금이 대부분일 것으로 내다봤다. 현금 상자를 강제로 뜯어낸 흔적이 없어서 이들이 '만능열쇠'를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보안이 삼엄한 강원랜드보다 불법으로 운영되는 도박 사이트에는 더 많은 현금이 쌓여있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8월 인천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자들을 구속했다. 경찰은 이들의 은신처와 사무실 4곳에서 5만 원권 현금 뭉치 153억 원과 1㎏짜리 골드바 1개 등을 압수했다. 일반 회사원이라면 상상도 하기 힘든 금액이 보관된 것. 이 정도 금액이면 인생역전이 가능할지도….

국내 불법 도박장 규모, 무려 81조 원

이투데이

자료제공=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김다애 디자이너 mngbn@)

대체 불법도박 규모가 얼마나 크길래 이렇게 많은 현금이 있을지 궁금할 정도다. 살펴보면 상상하는 그 이상보다 훨씬 크다(준석이 불법 도박장을 노린 이유가 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 소속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공개한 '제4차 불법도박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불법도박 규모는 2019년 기준 81조5000억 원으로 추산됐다. 올해 국가 예산이 약 512조 원인 점을 고려하면 국내 불법 도박 규모는 국가 예산의 약 16% 수준이다.


불법 도박 시장은 날로 가파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2016년 진행된 제3차 실태조사에서는 70조9000억 원으로 추산됐다. 불과 몇 년 사이 10조 원이 넘게 규모가 커진 셈이다. 스마트폰의 보급과 인터넷 기술의 발달로 장소나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도박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많은 사람이 불법 도박의 늪에 빠진 결과다. 불법 온라인 도박이 총 54조5000억 원으로 전체 불법 도박의 66.8%를 차지하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합법 도박'은 불법도박 규모와 비교하면 한참 뒤진다. 국가가 예외적으로 허용한 합법 사행산업 7개(카지노, 경마, 경륜, 경정, 복권, 체육진흥투표권, 소싸움경기)는 2018년 기준으로 전체 매출 22조4000억 원을 기록했다. 불법 도박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불법' 도박·도둑질…끝이 좋을 수 없다

이투데이

범죄의 끝은 늘 '새드엔딩'이다. 총만 안 맞으면 다행이다.(사진제공=넷플릭스)

'검은돈이 짭짤하다'라는 말이 많지만, 그 끝이 좋은 경우가 거의 없다. 비교적 쉽게 운영할 수 있는 온라인 불법도박 역시 범죄자가 되는 동시에 수익금도 다 국고로 환수되기 때문이다. 앞서 경찰이 검거한 도박사이트 사무실에 있는 153억 원은 모두 국고로 환수됐다.


관련법도 마련돼 있다.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범죄수익과 범죄수익에서 유래한 재산은 몰수된다. 몰수할 수 없을 때는 가액(價額)을 추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불법도박으로 번 돈을 맘 편히 쓸 수도 없고, 한 푼도 통장에 남길 수 없다는 뜻이다. 도둑질로 번 돈도 마찬가지. 영화는 영화로만 즐기는 편이 좋다. 영화 '사냥의 시간' 속 결말처럼, 그리고 현실에서도 불법도박이나 도둑질은 모두 끝이 나쁘기 마련이다.


홍인석 기자 mystic@etoday.co.kr

2020.05.20원문링크 바로가기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세상을 읽는 진실의 눈,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젊은 언론
채널명
이투데이
소개글
세상을 읽는 진실의 눈,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젊은 언론
    이런 분야는 어때요?
    ESTaid footer image

    © ESTaid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