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등은 폼폼푸린!"…귀여운 얼굴 뒤엔 치밀한 전략이 있다?!
폼폼푸린, 9년 만에 산리오 캐릭터 인기투표 1위 탈환. 귀여움 뒤에 숨은 팬덤·IP 전략과 글로벌 협업 사례를 들여다봤습니다.
![]() 지난달 29일 진행된 '제40회 산리오 캐릭터 대상'에서 최종 1위를 차지한 폼폼푸린이 뛰어오르고 있다. (출처=산리오 공식 유튜브 채널) |
1위는… 폼폼푸린입니다!
글로벌 캐릭터 기업 산리오가 주최하는 '산리오 캐릭터 대상'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산리오의 최고 인기 캐릭터를 뽑는 시상식은 올해 반전 서사를 썼습니다. 8년 연속 왕좌에 오른 시나모롤을 제치고 폼폼푸린이 1위를 탈환한 건데요. 2016년 이후 9년 만의 쾌거입니다.
캐릭터 대상이라니, 아이들만 참여하는 것 아니냐고요?
그렇지 않습니다. 산리오 캐릭터 대상은 매년 수천만 표가 모일 정도로 전 세계 많은 팬이 참여하는데요. 올해 팬들이 던진 표는 무려 6316만여 표. 단순한 인기투표를 넘어 글로벌 팬덤의 규모와 충성도를 가늠할 수 있는 문화 이벤트로 자리 잡았는데요. 이 투표 결과는 각종 협업의 지표로도 작용합니다.
![]() 지난달 29일 진행된 '제40회 산리오 캐릭터 대상'에서 최종 4위를 기록한 쿠로미(오른쪽)이 마이멜로디의 품에 안겨 울고 있다. (출처=산리오 공식 유튜브 채널) |
올해 산리오 대상 결과는…'폼폼푸린' 굳건한 1위
산리오 캐릭터 대상은 일본의 대표 캐릭터 기업 산리오가 매년 주최하는 글로벌 인기투표 이벤트입니다.
1986년 시작돼 올해로 40회를 맞은 이 행사는 산리오가 보유한 수백여 개의 캐릭터 중 한 해 가장 사랑받은 캐릭터를 팬 투표로 선정하는 자리인데요. 일본뿐 아니라 한국, 미국, 중국, 브라질 등 세계 각국 팬들이 공식 사이트 등을 통해 투표에 참여합니다. 투표 기간에는 속보를 통해 중간 득표수를 공개하며 치열한 투표 경쟁을 부채질합니다. 이어 매년 6월 말 열리는 '산리오 페스티벌'에서 최종 순위가 발표되죠.
지난달 29일 발표된 '제40회 산리오 캐릭터 대상'에서는 폼폼푸린이 1위를 차지했습니다. 1996년 등장한 폼폼푸린은 갈색 베레모를 쓴 골든 래트리버 캐릭터인데요. 신발 모으는 것이 취미라서 주인아저씨의 가죽 신발, 아주머니의 샌들 등을 하나씩 몰래 숨겨 놓기도 하는 귀여운 캐릭터입니다. 우유와 엄마가 만든 푸딩을 좋아하며 특기는 낮잠과 푸딩 체조인데요. 누구와도 잘 친해지며 주인 누나의 집 현관에 있는 바구니에 살고 있다고 산리오 측은 설명하죠.
오프라인 행사로 진행된 이번 시상식 현장은 산리오 공식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생중계됐는데요. 폼폼푸린은 상을 받고 "진짜야? 해냈다! 이렇게 많이 응원해줘서 고마워"라며 "맛있는 걸 가득 준비해서 모두에게 보답하고 싶어. 이런 나라도 앞으로 잘 부탁해!"라는 깜찍한 소감을 전했습니다.
폼폼푸린은 6316만여 표 중 561만여 표를 획득했는데요. 8년 간 1위를 차지해온 시나모롤은 542만여 표로 2위를 기록했죠. 시나모롤은 "많은 응원 고마워. 너무너무 기뻐"라며 "함께라면 어떤 미래든 날아갈 수 있어. 앞으로도 쭉 사이좋은 친구로 지내자"고 어른스러운 소감을 남겼죠. 393만여 표로 3위에 오른 포차코도 "이렇게 많이 응원해줘서 고마워"라며 "이 마음을 모두에게 전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할게. 앞으로도 잘 부탁해"라며 깡충깡충 뛰었습니다.
반면 4위에 그친 쿠로미는 자신의 순위가 발표되자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쓰러져 울음을 터뜨렸는데요. MC들은 "여러 감정을 보여주고 있다", "벅차오르는 마음이 느껴진다"며 쿠로미의 모습을 애써 포장(?)했지만, 덜덜 떨리는 쿠로미의 손은 어쩐지 분개심이 가득해 보여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 베이글(왼쪽부터), 파우더, 폼폼푸린, 커스터드, 머핀, 스콘. (출처=산리오 코리아 공식 홈페이지) |
"귀엽기만?"…산리오의 치밀한 IP 전략
각 캐릭터의 팬들은 "내 새끼(?) 1등 만들어줄게"라는 집념으로 투표에 임합니다. 매년 수천만 표가 모이는 이 결집력이 단순히 '귀여움' 때문일까요?
물론 아닙니다. 산리오도 단순히 귀여운 캐릭터를 만드는 회사가 아니죠. 1960년 일본에서 설립된 산리오는 당초 작은 선물용품, 카드 등을 기획·판매하는 기업이었습니다.
그러다 1974년 헬로키티의 탄생이 전환점이 됐는데요. 헬로키티는 일본은 물론 미국 등 해외에서도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산리오를 본격적인 캐릭터 지식재산권(IP) 기업으로 탈바꿈한 장본인입니다.
이후 산리오는 자체 캐릭터의 IP, 라이선스 사업에 주력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문구류 출시뿐만 아니라 테마파크도 오픈하고, 화장품, 식품, 패션, 게임, 호텔, 항공사 등 산업 전반으로 손을 뻗으면서 성장했습니다.
여기엔 산리오의 남다른 캐릭터 전략이 영향을 줬습니다. 귀여운 캐릭터만의 세계관과 캐릭터 간 관계성을 중심으로 IP를 체계화한 건데요. 캐릭터마다 친구, 가족, 라이벌 등이 설정돼 있고, 팬들은 이들 관계 속에서 감정을 이입하며 서사를 따라가게 됩니다. 마치 K팝 팬덤이 팀의 세계관과 멤버 간 케미스트리에 몰입하듯 산리오 팬덤도 캐릭터의 성격과 서사를 중심으로 커뮤니티를 형성하게 됐죠.
과거 헬로키티가 인기를 독차지했다면 최근에는 폼폼푸린, 포차코, 시나모롤, 쿠로미부터 한교동, 코기뮹, 초코캣 등 수십 개의 캐릭터가 탄탄한 팬덤을 구축하게 됐습니다. 산리오 역시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는데요. 외부 업체와 컬래버레이션에 적극적으로 임하면서 캐릭터성을 더욱 부각하고 캐릭터 라인업을 꾸준히 확장하면서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나서고 있죠. 교육, 인수합병(M&A) 시장에도 뛰어들면서 안정적인 수익 기반 창출을 꾀하는 중입니다. 캐릭터 IP에 집중된 수익 구조의 리스크를 분산하며 다양한 타깃층을 공략하는 거죠.
![]() (사진제공=CJ올리브영) |
올리브영 뒤덮은 산리오 캐릭터즈…콜라보도 활발
이처럼 다층적인 캐릭터 전략은 활발한 협업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패션·뷰티 업계가 대표적인데요. 국내 1위 뷰티 편집숍 올리브영 매대는 각종 산리오 캐릭터로 뒤덮여 즐거운 비명을 자아냈습니다.
올리브영은 여름을 맞아 산리오 캐릭터들과 손잡고 1일부터 '러브 서머(Love Summer)' 주제의 협업을 진행합니다. 올리브영에 입점한 브랜드들이 산리오와 협업한 적은 많지만 이번이 특별한 이유는 올리브영 최초로 전사 차원에서 캐릭터 협업을 진행한다는 점인데요. 그런 만큼 상품 진열대부터 쇼핑백, 직원들의 유니폼 배지까지 매장 곳곳이 산리오 캐릭터즈의 '태닝(tanning)' 에디션 일러스트로 꾸며집니다. 헬로키티부터 마이멜로디, 포차코, 폼폼푸린, 시나모롤, 쿠로미 등 인기 캐릭터 6종이 해변, 피크닉, 수박 등 여름 콘셉트의 올리브영 단독 디자인으로 태어났죠.
또 올리브영이 산리오와 계약을 체결하고 32개 뷰티 브랜드에 캐릭터 라이선스 비용을 지원, 기초 화장품과 마스크팩, 선케어, 색조화장품 등 협업 상품 200여 종을 선보이는데요. 이번 협업을 기다려온 팬들은 발 빠르게 나섰습니다. 필리밀리X태닝 헬로키티 트래블 파우치 등 인기 제품은 이날 오전부터 품절을 기록했죠.
이디야커피도 이날부터 산리오 캐릭터즈와 세 번째 협업을 진행합니다. 국내 커피 프랜차이즈 브랜드 중에선 처음으로 포차코, 한교동, 케로케로케로피 캐릭터를 동시에 선보이는데요. 협업 음료는 물론 굿즈까지 선보이면서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았죠.
11일에는 여의도 IFC몰 MPX 갤러리에서 마이멜로디 50주년과 쿠로미 20주년을 기념한 미디어아트 전시 '호텔 플로리아'가 열립니다. 전시장에는 마이멜로디 50주년과 쿠로미 20주년을 축하하는 특별한 공간을 마련했다는데요. 헬로키티, 시나모롤, 폼폼푸린 등 산리오 캐릭터즈의 취향과 개성을 반영한 주제 공간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산리오의 영향력은 명품, 호텔, 게임 산업까지 뻗어 있어 눈길을 끄는데요. 크록스, 발렌시아가 등 패션 브랜드와의 컬래버레이션(콜라보)은 물론 넥슨과의 게임 콘텐츠 협업, 롯데호텔 월드와의 디저트 프로모션 등 러브콜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중입니다.
이러한 협업은 단순한 '팬덤 마케팅'을 넘어섭니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캐릭터의 감성과 팬덤을 빌려 10~30대 젊은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힐 수 있고 산리오 입장에서는 캐릭터 노출과 굿즈 소비를 동시에 확대하는 전략이 되죠. 특히 쿠로미나 시나모롤처럼 국내 팬덤이 강한 캐릭터는 K뷰티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국내외 소비자에게 동시에 어필할 수 있는 강점이 있습니다.
산리오가 강조하는 건 단순한 굿즈 소비를 넘어선 '경험의 공유'입니다. 테마파크와 팝업스토어, 캐릭터 전시와 카페처럼 오프라인에서 캐릭터를 직접 만나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은 팬들의 몰입을 강화하며 팬덤을 견고히 하는 접착제 역할을 합니다. 실제 매출 상승으로도 이어지는데요. 지난해 말 기준 산리오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01% 증가한 213억 엔(약 2167억 원)을 기록하며 시장 기대를 상회하는 호실적을 발표했죠.
결국 산리오는 '귀여움'을 산업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캐릭터의 서사와 팬들과의 관계까지 IP로 구현해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매년 열리는 캐릭터 대상은 그 감정과 지지의 흐름을 가장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장치인데요. 팬덤이 주목한 캐릭터는 유통과 마케팅 전략을 이끄는 브랜드 아이콘 역할까지 해냅니다. 이번 캐릭터 대상 결과로 폼폼푸린 관련 머천다이즈(MD) 출시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죠.
장유진 기자 yxxj@e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