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본드가 사랑한 '본드카'…영국의 자존심, 애스턴 마틴
007 본드카로 이름을 떨친 애스턴 마틴. DB5부터 발할라까지, 전설의 스포츠카 브랜드가 걸어온 길과 전기차로의 도전.
답답한 일상을 살아가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꿈꾼다는 '나만의 드림카'. 당장은 탈 수 없겠지만, 알아둬서 나쁠 건 없겠죠. 그렇다면 억만장자, 스포츠 스타, 글로벌 팝스타는 무엇을 타고 다닐까요? 전 세계 유명인들이 소유한 올드카부터 스포츠카까지. '셀럽의 차'를 조명합니다.
![]() (출처=영화 '007 스카이' ) |
전면은 공격적인 인상을 풍기는 범퍼와 보닛. 툭 튀어나온 둥근 쌍둥이 헤드램프를 비롯해 세련되면서도 얇게 마감된 후면을 갖춘 이 은색 차량에는 007 요원이 항상 옆에 있는데요. 바로 제임스 본드와 애스마틴을 대표하는 DB 시리즈죠.
제임스 본드의 007시리즈는 1962년부터 60년 여년간 전 세계를 사로잡은 '영국식' 스파이 장르인데요. 애스턴 마틴은 13편 이상의 007 영화에 등장하며 영국적 정체성을 대표하는 차량이 됐죠.
애스턴 마틴, 007 본드카로 인지도 올려
애스턴 마틴은 1913년 라이오넬 마틴과 로버트 뱀포드가 설립했습니다. '애스턴'은 애스턴 클린턴 힐클라임이라는 경주 대회에서, '마틴은 창립자의 이름을 따왔는데요. 처음에는 기존 차를 튜닝해 판매했지만 이후 레이싱을 기반으로 기술력을 다졌습니다.
1차 세계대전 발발하면서 애스턴 마틴은 재정난에 시달렸는데요.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에는 파산하면서 1947년 데이비드 브라운에게 인수됩니다.
그의 이니셜을 딴 DB 시리즈는 브랜드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그중 DB2는 날렵한 곡선으로 주목받았고, DB4는 오늘날의 DB 형태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죠. 그다음 세대인 DB5는 007 골든핑거에서 본드의 파트너로 등장하며 전 세계를 홀렸는데요.
이 영화에서 DB5는 본드의 카리스마를 완성했습니다. 007시리즈를 통해 애스턴 마틴은 세련된 매력과 강렬한 성능을 상징하게 됐는데요. 이를 말미암아 세계적인 그랜드투어러의 반열에 올라갑니다.
![]() (출처=영화 '007 골든아이') |
영국 최초의 슈퍼카, 애스턴 마틴
이와 동시에 애스턴 마틴의 뿌리는 모터스포츠입니다. 1959년 DB 시리즈의 레이싱카인 DBR1은 르망 24시간 레이스에서 우승했는데요. 르망 대회 우승으로 애스턴 마틴은 전 세계에 영국의 기술력과 장인 정신을 증명했죠.
레이싱의 DNA는 DB 시리즈와 밴티지에 녹아들었었는데요. DB5는 '007 골드핑거'뿐 아니라 '007 골든 아이'에서 피어스 브로스넌과 활약하며 DBS V12는 '007 카지노 로얄'에서 다니엘 크레이그의 파트너로 활약하게 됩니다.
4.0ℓ 직렬 6기통 엔진으로 282마력을 자랑하는 DB5는 최고 속도 233km/h의 스펙을 자랑했는데요. 시대가 흐르고 제임스 본드 역을 맡은 배우도 바뀌면서 자연스레 고성능의 그랜드 투어러로 인정받게 됩니다. DBS V12는 6.0ℓ V12 엔진으로 510마력을 뿜는 괴물로 변모했죠.
1977년 선보인 ‘V8 밴티지’는 애스턴 마틴이 가진 차 제조 기술의 집합체라고 할 수 있는데요. 5.3ℓ 배기량의 V형 8기통 엔진을 장착한 이 차는 페라리·람보르기니·포르쉐 등 쟁쟁한 스포츠카 브랜드를 성능 면에서 압도하며 영국 최초의 슈퍼카로 평가받았습니다.
![]() (출처=영화 '007 스펙터') |
연이은 매각에도⋯신차 도전은 계속
승승장구하던 애스턴 마틴은 1970년대 오일쇼크로 위기를 맞았는데요. 이때 데이비드 브라운은 1987년 포드 측에 회사를 매각했습니다. 포드가 인수를 통해 안정성을 찾은 애스턴 마틴은 DB7을 출시하면서 브랜드 명맥을 이어가는데요.
2006년 재정난이 닥치면서 다시금 포드는 애스턴 마틴을 쿠웨이트 투자 그룹과 데이비드 리처즈 컨소시엄에 매각했죠.
2018년 애스턴 마틴은 판매 부진과 코로나19로 위기를 겪었습니다. 2020년 로렌스 스트롤은 예우 트리 컨소시엄을 이끌며 1억8200만 파운드를 투자했습니다.
그는 애스턴 마틴을 '영국의 페라리'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는데요. 스트롤은 패션 산업에서 토미 힐피거와 마이클 코어스를 성공시킨 억만장자입니다. 그의 투자 동기는 모터스포츠에 대한 열정과 아들 랜스의 F1 드라이버 활동이 기반이 된 것으로 알려졌죠. 그의 자금 조달로 애스턴 마틴은 슈퍼카 시장에서 생존하게 됩니다.
![]() (사진제공=애스턴 마틴) |
현재 애스턴 마틴의 목표는 '전기차' 시장인데요. 2026년 출시를 앞둔 맞춤형 전기차 플랫폼 개발 작업은 상당 부분 완료됐으며 이를 통해 스포츠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 하이퍼카 등 4가지 모델을 지원할 계획입니다.
'궁극의 슈퍼카'로 칭송받는 발할라도 지난달 모나코 포뮬러 원 그랑프리 주말을 앞두고 전 세계 최초로 공개 주행 퍼포먼스를 선보였는데요.
발할라는 애스턴 마틴 역사상 다양한 '최초'의 타이틀을 가진 모델입니다. 브랜드 최초의 양산형 미드십 슈퍼카이자 첫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이며, 전기 주행 모드를 지원하는 최초의 양산 차죠.
4.0ℓ 트윈 터보 플랫플레인 크랭크 V8 엔진을 선보이며, 브랜드 최초로 전기모터와 전자식 리어 디퍼렌셜을 통합한 신규 8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DCT)를 적용했는데요.
과연 애스턴 마틴이 007의 유산을 뛰어넘어 영국이 만든 전 세계 최고의 스포츠카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요? 이들의 도전에 시선이 쏠리는 이유입니다.
한종욱 기자 onebell@e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