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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도입부부터 전율…‘싱어게인3’ 질풍가도에 폭발하는 심장

by이투데이

이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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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가 나오자 온몸에 소름이 돋고, 도입부 세 글자에 격한 함성이 터져 나오는 노래. 어디서 들은 노래인지 정확한 출처는 기억 속에 없지만, 누구나 손을 힘차게 흔들게 되는 응원가 중의 응원가. 무엇보다 남성들에게 전율과도 같은 감동의 곡이죠.


전설의(?) ‘질풍가도’가 알고리즘의 최상단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제목이 생소하시다고요? 그렇다면 첫 소절만 들어보세요. “한 번 더~”라는 세 음절만 들으면 곧바로 “나에게~!”라며 이어 부르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테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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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풍가도’의 유튜브 점령은 JTBC 예능프로그램 ‘싱어게인3- 무명가수전’ 덕분입니다. 벌써 세 번째 시즌을 맞이한 ‘싱어게인’은 기회가 필요한 가수들이 대중 앞에 다시 설 수 있도록 돕는 리부팅 오디션 프로그램인데요. 전 시즌에서 이미 막강한 참가자들이 나온 터라 이를 넘어서는 가수들이 나올 수 있을까 싶었죠. 하지만 이 모든 우려를 씻으며 매회 화제성을 더하고 있습니다.


9일 방송된 ‘싱어게인3’ 3회분 방송 이후 커뮤니티와 유튜브, SNS에 등에는 74호 가수에 관한 이야기로 가득했는데요. 74호 가수는 자신을 ‘나는 응원을 부르는 가수다’라고 표현했습니다. 자신의 노래는 응원가로 많이 쓰인다고 말이죠. 매우 떨려 보이는 생경한 얼굴의 가수가 부르는 응원곡이라니… 도무지 어떤 곡일지 떠오르지 않던 찰나, 그 엄청난 전주가 흘러나왔습니다.


어? 설마! 하는 순간 터져 나온 그 노래.


“한 번 더 나에게 질풍 같은 용기를, 거친 파도에도 굴하지 않게, 드넓은 대지에 다시 새길 희망을 안고 달려갈 거야 너에게”


다들 제목을 바로 떠올리진 못했지만, 심사위원도 출연진도 모두 함께 따라 불렀는데요. 이를 지켜보던 시청자들도 마찬가지였죠.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그 곡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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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질풍가도는 2006년 방송된 애니메이션 ‘쾌걸근육맨 2세’의 주제곡인데요. 투니버스에서 방영하는 애니메이션 OST였던 터라 당시에는 특별한 반향은 없었는데요. 주 시청자들 외에는 듣기 힘든 곡이었죠. 하지만 당시 그 노래를 듣던 학생들이 사회인이 되면서 각종 스포츠와 대학가 응원가로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설사 그 애니메이션을 보지 못했다 하더라도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본 곡이 된 이유죠.


엄청난 지명도를 갖게 된 전국구 응원가가 된 이 노래를 애니메이션 OST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또 이 곡은 e스포츠 ‘스타크래프트’ 게이머 홍진호의 응원가로도 알려져 있는데요.


2009년 당시 공군 ACE 소속의 홍진호는 최강의 프로토스 SKT T1의 김택용과 맞붙게 됐습니다. 김택용은 이 경기 전까지 프로리그 저그전에서 12연승을 기록하고 있었는데요. 그래서인지 ‘저그 홍진호’가 이길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들은 많지 않았죠.


하지만 홍진호는 그 모든 예상을 뒤엎고 특유의 폭풍 스타일로 밀어붙이며 승리를 거뒀는데요. 이것은 혁명이었습니다. 스타크래프트 관련 커뮤니티조차 ‘6.20 황색혁명’으로 명명됐죠. 이 혁명을 길이길이 기억하고자 한 팬이 기념 영상까지 제작했는데요. 이때 사용된 배경음악이 바로 ‘질풍가도’였습니다. 홍진호의 스타일과 어울리는 가사와 제목 덕에 해당 영상은 ‘포풍가도’라고도 불렸죠.


특히 13일 2023 KBO 한국시리즈에서 LG트윈스가 우승을 확정한 순간에도 ‘질풍가도’는 경기장에 울려 퍼졌는데요. 우승을 쟁취한 LG의 상징 곡과도 같았죠. KIA 타이거즈의 이범호 선수 응원가로도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당시 ‘쾌걸 근육맨 2세’를 시청하고, ‘스타크래프트’에 빠지고, 스포츠에 심취한 남성들의 무한한 지지를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인데요. 학창 시절의 기억, 승리와 함께했던 그 기운, 그리고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무한한 자신감의 곡이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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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곡을 알고 있는 세대와 열광하는 세대는 생각보다 극명히 나뉘는데요. 모르는 사람은 ‘정말 모르는 곡’ 그 자체라는 평입니다. 앞서 2019년 내일은 미스트롯 7회 방영분에서 미스트롯 참가자가 군부대 행사를 앞두고 군인들의 호응을 끌어내기 위해 이 ‘질풍가도’를 선곡했는데요. 당시 마스터였던 가수 장윤정과 작곡가 조영수는 “이 노래를 왜 하는 건지 모르겠다”라며 혹평을 했습니다. 두 사람은 전혀 알지 못하는 곡이었던 탓도 컸죠.


하지만 20대 군인에게 ‘질풍가도’는 애국가와도 같았는데요. 전주가 흘러나오자마자 기립해 목청껏 따라부르는 군인들을 보고 장윤정과 조영수는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확실한 수요층이 있다는 것을 느낀 장면이었습니다.


이 곡의 주인공 유정석은 실제로 ‘질풍가도’와 같은 삶을 살았던 점도 조명됐는데요. 그가 15년 만에 ‘싱어게인3’ 출연을 결심한 이유가 바로 이 노래를 통해 위로를 받았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하면서였습니다.


유정석은 15년간 무대에 서지 못했는데요. 가수로 막 활동을 시작하려던 때에 암투병하던 누나를 병간호하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누나도 눈을 감았죠. 이후 파킨슨병을 앓던 어머니까지 돌보며 유정석은 깊은 우울감에 빠졌다고 전해졌습니다. 유정석은 “안 좋은 생각을 했던 분이 제 노래를 듣고 생각을 바꾸고, 힘을 얻고 용기를 냈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줬다”라며 “그런 말을 통해 저 역시 큰 위로를 받았다”라며 심경을 전했습니다.


시청자들도 그의 용기에 더 한 응원을 보냈는데요. 어느 곳에서든 ‘불끈’ 힘을 줬던 그 곡의 주인공에게 보내는 감사함의 박수였죠. 우리가 그 노래로 힘냈던 만큼 유정석에게도 큰 힘을 주고 싶다는 반응들이 쏟아졌습니다.


이 엄청난 응원은 조회 수로도 이어졌는데요. 유정석이 ‘질풍가도’를 부른 이 영상은 21일 기준 무려 716만 회의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댓글 창에도 “정말 추억을 소환하는 노래”, “첫 가사부터 그저 눈물”, “힘내세요. 저도 힘을 내고 있습니다”, “역시 원곡이 최고입니다”라며 응원글 투성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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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풍가도’와 함께 원피스 OST ‘우리의 꿈’, 나루토 OST ‘활주’는 2030 남자들의 격한 떼창을 끌어내는 곡 3대장이라고 불리는데요. 그 뜨거웠던 청춘을 기억하는 곡, 그 추억으로 힘을 내는 곡, 그리고 아직도 ‘청춘’이라고 여겨지게 하는 마법 같은 곡이라는 찬사가 쏟아지죠.


이렇게 오늘도 플레이리스트에 채워진 이 세 곡으로 다시 또 힘을 내보는데요.


“한 번 더 나에게 질풍 같은 용기를”

“세상은 꿈꾸는 자의 것이라고 용기를 내 넌 할 수 있어”

“힘겹기만한 거친 미래라 해도 나를 깨운 꿈엔 모든 걸 걸고 달려갈거야”


힘이 나는 이 주문과 함께 말이죠.


[이투데이/기정아 기자 ( kki@e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