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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웰컴투 삼달리’ 통해 살펴보는 ‘마녀사냥’의 역사

by이투데이

이투데이

(출처=JTBC 드라마 ‘웰컴투 삼달리’)

“나중에 크면, 육지로 가서 여의주 찾아 용이 될 거예요.”


개천용을 꿈꾸던 삼달(신혜선 분)은 사진기를 붙잡고 18년의 세월을 고군분투한 끝에 한라산 바닥에서 탄생한 ‘개천용’이 됐다. 국내 유수 패션매거진은 물론 세계적 명성의 해외 매거진도 탐내는 업계 간판급 포토그래퍼로 거듭난 삼달은 어느 날 갑자기 ‘갑질 사건’으로 대국민적 비난의 대상이 된다. 뉴스에서는 삼달의 어시스턴트 은주(조윤서 분)가 상사의 갑질과 언어폭력에 못 이겨 투신 시도를 했다고 떠들고, 동고동락했던 은주는 삼달에 대해 악의적으로 진술한다. 또 자신의 남자친구와 바람이 난 은주에게 참고 참다가 건넨 모진 말은 맥락 없이 편집돼 온라인 세계를 떠돈다. 그렇게 준비 중이던 전시도, 힘들게 쌓아 올린 커리어도, 가깝게 지내던 사람들도 모두 잃은 삼달은 도망치듯 서울을 떠나 고향으로 돌아오고 다시 찾은 제주에서 어린 시절 함께 지내던 이들을 만나 그동안 잊고 있던 소중한 것들을 하나둘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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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JTBC 드라마 ‘웰컴투 삼달리’)

신혜선, 지창욱 주연의 드라마 ‘웰컴투 삼달리’는 많은 것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시대 속에서 사라지지 않고 끝까지 남아 한 사람을 지탱하는 ‘정’의 가치를 잘 보여준다. 동시에 악의적인 소문과 오해로 한 사람이 쌓아올린 커리어와 사회적 평판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리는 과정을 실감 나게 묘사함으로써 시청자들이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게 한다. 삼달에게 찾아온 갑작스러운 추락이 낯설지 않게 느껴지는 이유는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세계도 드라마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타인의 인생과 평판에 관심이 많은 한국 사회에서는 종종 ‘카더라’ 통신이 ‘팩트체크’ 뉴스보다 강력하게 작용한다. 허위 정보와 선동, 비난, 비방이라는 ‘마녀사냥’ 프레임이 작용하기 좋은 환경과 조건들이 형성돼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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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tvN ‘벌거벗은 세계사’ 캡처)

역사적으로 ‘마녀사냥’은 15세기 이후 유럽에서 발생한 광신도적인 현상으로 특정한 개인을 ‘마녀’로 몰아 죄를 씌우고 죽이는 행위를 의미한다. 기독교를 절대화해 권력과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종교적 상황에서 비롯됐다. 당시 왕실과 종교 지도자들은 ‘마녀’로 지칭되는 한 개인을 응징하고 제거하는 과정을 통해 공동체의 결집력을 높이고 사회 구성원들로 하여금 공동체가 안전하다고 믿게 했다. 백년전쟁으로부터 프랑스를 구하고도 화형당한 잔다르크가 대표적인 마녀사냥 희생자다.


이성적 사고가 대세로 떠오르고 과학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마녀’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던 현실감이 점차 흐릿해졌지만, 중세시대 유럽에서 수많은 마녀를 양산해냈던 그 프레임은 여전하다. 오늘날 언론과 대중은 비판 혹은 비난을 던질 대상이 보이면 그것의 사실 여부가 가려지기도 전에 대상에 분노를 표출하곤 한다. 그리고 그 대상은 공동체로부터 배제돼 오해 속에서 맴돌게 된다. 한번 옳다고 생각하면 자신의 믿음에 반대되는 증거나 새로운 정보가 나오더라도 그것을 무시하게 되는 경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하는데 확증편향은 비난의 대상이 프레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게 한다.


‘마녀사냥’의 폐단을 인지하고 기억하는 대중 중에서는 사실관계가 더 명확히 밝혀지기 전까지는 ‘중립 기어’를 유지하겠다고 선언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 ‘중립 기어’가 방관으로 작용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특히, 21세기에 들어 한 개인이 접할 수 있는 정보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정보를 전하거나 옮길 때 사실 검증보다 속도와 재미가 더욱 강조되면서 중립을 유지하겠다는 입장보다 대상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더 많이, 멀리 퍼질 가능성이 커졌다. 또 의혹을 키우고 비난을 가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집단 속에서 익명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은 마녀사냥이 현대사회 깊숙이 침투할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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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최근 배우 이선균의 죽음을 둘러싸고 일각에서는 언론과 대중의 마녀사냥으로 인해 사람이 죽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범죄 혐의와 관련 사실이 명확하게 밝혀지기도 전에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정보와 사생활이 과장돼 확산되며 한 사람의 인격이 훼손됐다는 것이다. 걸그룹 티아라 역시 마녀사냥 이야기를 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연예인이다. 2012년 티아라는 뒤늦게 합류한 멤버 화영을 왕따시켰다는 의혹에 휩싸였는데 당시 많은 이들이 한 멤버가 올린 트위터 글과 맥락 없이 편집된 자료만 보고 티아라 멤버들에게 과도한 비난을 가했다. 이후 주변 스태프 증언과 언론사 취재를 통해 당시 티아라 멤버들을 비난하고 조롱하는 데 활용됐던 상당수의 자료들이 거짓이었으며 일방적인 괴롭힘이 아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지만 그때는 이미 멤버들이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은 뒤였다.


힙합 그룹 에픽하이의 멤버 타블로도 과거 학력 위조 의혹으로 인해 마녀사냥을 당한 적이 있다. 한 악플러가 제기한 의혹이 진실인 양 수면 위로 떠오르며 타블로에게 과도한 악플이 가해졌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타진요(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하는 카페)’가 만들어지고 타블로의 개인 전화로 욕설 전화가 올 정도였다. 타블로와 학교 측의 인증 절차를 통해 타블로의 학력이 위조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타블로의 가족들에게 이 사건은 큰 트라우마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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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게티이미지뱅크)

또한, 널리 알려진 공인뿐 아니라 평범한 시민도 마녀사냥의 대상이 될 수 있다. 2018년 아동학대범으로 몰려 사망한 어린이집 교사 사건이 대표적이다. 인터넷에 올라온 한 목격담만 보고 맘카페에서 해당 어린이집 교사의 신상을 공개하고 과도한 비난을 이어가 어린이집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다. 조사 결과 사실이 아님이 밝혀졌지만, 이미 사망한 어린이집 교사의 목숨은 되돌릴 수 없었다.


정당한 비난과 마땅한 비판, 마녀사냥 간의 경계가 모호하게 형성돼 있는 가운데 헌법과 형사소송법은 정해진 사법 절차를 거치지 않고 개인이나 집단에 의해 결정되고 집행되는 모든 형태의 폭력 또는 사회적 제재를 금하고 있다. 온라인 상에서 이뤄지는 폭력의 범위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투데이/최소라 기자 (choisr@e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