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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요즘, 이거

새로운 수능 금지곡?…‘똥 밟았네’, K애니송의 습격

by이투데이

이투데이

(김다애 디자이너 mngbn@)

“내 어린 시절 우연히~”


코요태도 몰랐다던 그들의 대표곡 ‘우리의 꿈’. 만화영화 ‘원피스’의 주제곡인데요. 2030에게 멤버 김종민이 부르는 도입부인 “내 어린 시절 우연히~”만 들려주면 모두 감격한 얼굴로 목청 높여 “들었던 믿지 못할 한마디”를 이어 부른다죠.


‘우리의 꿈’의 넘치는 인기를 알게 된 코요태는 행사장마다 이 노래를 무반주로 불렀고, 반주가 필요 없을 정도의 떼창으로 화답 받았다고 하는데요. 어린 시절의 추억이자, 그때의 나를 떠올리는 그 뭉클함, 만화영화 주제가라고만 평가받기엔 너무 아까운 ‘명곡’다움이 함께한 결과죠.


만화영화 주제가, 만화 OST는 지금 들어도 세련된 느낌의 떼창곡이 수두룩한데요. 명곡을 단번에 알아보는 ‘탑텐귀’(음원차트 TOP 10곡을 알아보는 귀 a.k.a 유재석 별명)는 다들 어릴 적부터 단련된 능력이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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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애 디자이너 mngbn@)

그런데 아이와 어른 할 거 없이 이 ‘탑텐귀’가 흠칫하는 노래가 등장했습니다. 그 제목도 찬란한 ‘똥 밟았네’. 유튜브와 SNS 모두 이 ‘똥’이 울려 퍼지는 중이죠.


이 ‘똥 밟았네’의 출신 또한 만화영화입니다. EBS 애니메이션(이하 애니) ‘포텐독’ 속 OST인데요. 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이 곡은 그 내용과 영상 또한 범상치 않습니다.


포텐독은 제작사 ‘레트로봇’이 EBS에서 방영하는 3D 애니인데요. 한국 제작사가 만든 한국 토종 애니입니다. 세상 곳곳에 인간에 필적할 지능과 변신 능력을 갖춘 채 숨어서 살아가는 개(포텐독)들과 함께하는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한 애니인데, 독특하게도 장르가 ‘뮤지컬’입니다.


뮤지컬 장르답게 매회 주인공과 주변인들이 등장하는 공연인 ‘노래+춤’이 나오는데요. 이 뮤지컬 중 한 곡이 바로 ‘똥 밟았네’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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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애 디자이너 mngbn@)

해당 노래는 지난달 18일 방영된 24화 ‘개똥 테러 사건’에 삽입됐습니다. 24화에서는 주인공 원석이 키우는 강아지 ‘카이’(사실은 포텐독)와 척을 지는 골드팽 일당의 술수로 동네 전역이 개똥으로 난리가 났는데요. 똥을 밟은 주민들이 화를 내다가 갑자기 그 분노를 노래와 춤으로 표현합니다.


어디선가 들어 본듯한 가사와 너무나 익숙한 춤을 그저 ‘무표정’으로 해내는 등장인물들. 비장한 이들의 태도와는 상반된 격한 안무에 당황스러울 틈도 없이 귓가를 때리는 “똥 밟았네 똥 밟았네 똥 밟았네 똥”의 목소리. 중독의 시작이었죠.


“한 번만 들어보세요”라는 작은 외침이 이다지도 엄청난 것이었다니. 한 번만 들어보면 어느샌가 무한 반복. 내 입에서 “똥 밟았네”가 반복되는 찝찝한 기적이 일어나는데요. 기적을 맛본 이들이 입을 모아 새로운 ‘수능금지곡’이라 외치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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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애 디자이너 mngbn@)

중독성 강한 멜로디에 빠질 수 없는 춤. 여느 K팝도 따라 하지 못할 K팝 안무 모음집을 “똥 밟았네”는 만들고야 마는데요. 비, 싸이, 박진영, 티아라, 샤이니 등 포인트 안무만 쏙쏙 골라낸 안무와 음악프로그램을 비웃는 앞, 뒤, 옆 죄다 훑는 카메라 워킹. K아이돌의 필수 덕목 중 하나라는 ‘엔딩포즈’도 소화하는 이들. 하나부터 열까지 너무나 지독하게 ‘한국적’이라는 평이 나오는 이유죠.


폭발적인 인기에 제작사는 음원 출시와 뮤직비디오까지 공개했는데요. 유튜브에 올라온 ‘똥 밟았네’ 뮤직비디오는 100만 회를 훌쩍 넘겼습니다. 그야말로 물 들어올 때 노 저은 제작사 덕에 ‘똥 밟았네’를 받아들인 사람들의 패러디와 챌린지가 이어졌죠.


해당 안무를 춘 댄스챌린지는 SNS와 유튜브에 이미 넘쳐납니다. 심지어는 원본 영상과 같은 의상과 카메라 워킹까지 그대로 옮겨놨죠. EBS스타 펭수 또한 동료의 인기에 합류했는데요. 5일 공식 유튜브 채널에 댄스챌린지 영상을 게재하며 선배의 면모를 보였죠. 유튜브에는 이런 댄스챌린지 영상 외에도 ‘똥 밟았네’의 해당 안무를 어디서 따왔는지 분석하는 영상도 즐비합니다.


더욱더 놀라운 사실은 이 곡은 성우도 가수도 아닌 ‘그냥’ 제작사 직원들이 녹음실에 불려가 부른 곡이고, 안무는 사장님의 딸이 췄다는 점인데요. 넘치는 뒷이야기도 ‘똥 밟았네’ 인기 요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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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애 디자이너 mngbn@)

‘똥 밟았네’의 배경은 지독히 한국적인데요. 토종 애니답게 학교, 아파트, 동네, 사람들이 지금 현재 한국 그대로를 보여줍니다. 인테리어부터 건물 모양, 의상, 음식까지 그냥 현재 우리 눈앞에 있는 것을 그렸다고 보면 되는데요.


이처럼 한국적인 애니는 제작사 ‘레트로봇’의 전작인 바이클론즈에서 더 엿 볼 수 있습니다. 사실적인 부대찌개를 먹는 가족들, 모두가 다 아는 그 타이어 가게, 밤늦게까지 배송되는 택배, 익숙한 상표의 화장품까지 너무 한국적이어서 어색할 정도죠.


과거에는 외국 애니를 수입하는 경우가 많았던 터라 애니 속 풍경과 현실이 다른 경우가 많았는데요. 그래서인지 애니 속 상품과 옷들을 따로 만들어 판매하거나 외국에서 수입해 판매하는 경우도 있었죠.


그런데 요즘은 그럴 필요가 없게 됐습니다. 즐겨보는 애니 속 그 상품이 우리 집에도 그대로 있으니까 말이죠.


포텐독 ‘똥 밟았네’의 배경도 노래도 춤도 익숙함으로 즐길 수 있는 ‘한국 애니’가 참으로 고마워지는 지금입니다.


[이투데이/기정아 기자( kki@e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