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공들 모여든다, 신축년 희망 낚으러 [Weekend 레저]
충북 진천 여행
사계절 뚜렷, 자연재해 적기로 유명
대표적 명소는 미호川 상류 '농다리'
고려 초기 만든 돌다리로 국내 최고령
하늘에서 보면 마치 '지네' 보는듯
한반도 빼닮은 초평저수지도 장관
둘레만 29㎞ 달하는 '민물낚시 성지'
제철이면 고기 잡는 수상방갈로 북적
충북 진천 초평천을 막아 생긴 초평저수지는 민물낚시의 성지다. 인근 두타산 자락에 자리잡은 전망대에 오르면 한반도 지형을 한 초평저수지가 그림처럼 펼쳐진다. 사진=조용철 기자 충북 진천에 있는 농다리는 고려시대 만들어진 돌다리다. 농다리는 위에서 보면 마치 지네처럼 살짝 구부러진 몸통에 양쪽으로 다리가 달려있는 것처럼 보인다. |
코로나19 장기화로 몸도 마음도 지쳐만 간다. 새해마다 찾던 해넘이, 해맞이 명소도 출입이 통제돼 찾아갈 수 없는 상태다. 하지만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려도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은 어쩔 수 없다. 코로나를 피해 다녀오거나 코로나 종식 후 찾아가 볼만한 여행지로 충북 진천의 농다리와 초평저수지를 추천한다.
흔히 진천을 가리켜 '생거진천(生居鎭川)'이라는 말을 사용하곤 한다. 뚜렷한 사계절과 함께 자연재해가 적어 사람이 살기에 좋은 고장이라는 의미다. 이처럼 사람이 살기 좋다는 지역에 여행자의 발길이 머무는 건 당연지사다. 볼거리, 먹거리가 풍부한 진천으로의 여행은 코로나 블루로 인한 우울함을 떨쳐버리기에 좋다. 진천 농다리를 지나며 선조들의 지혜를 살펴보고 초롱길을 거닐며 초평저수지의 매력에 흠뻑 빠지다 보면 어느새 코로나 블루가 조금씩 사라지는 걸 느끼게 된다.
진천의 중심부를 흐르는 냇물이 미호천이다. 미호천 상류로 가다보면 고려 초기에 만들어져 1000여년의 세월을 끄떡없이 버텨온 돌다리가 보인다. '진천 농다리'다. 28개의 교각으로 이뤄진 돌다리는 길이가 약 94m에 이른다. 농다리를 위에서 바라보면 마치 지네처럼 살짝 구부러진 몸통에 양쪽으로 다리가 달려있는 것처럼 보인다.
농다리는 사력 암질의 돌을 사용해 색깔이 붉은 빛을 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길고 오래된 돌다리다. 농다리에 사용된 돌은 진천의 옛 지명을 붙여 '상산자석(常山紫石)'이라 부른다. 이 돌은 최고의 벼룻돌로, 먹물이 쉽게 마르지 않고 곱게 먹이 갈려 조선시대 선비들 사이에서는 최상품 벼루로 통했다.
농다리가 쌓여 있는 것을 바라보면 무심히 쌓은 돌무더기처럼 보이지만 나름대로의 과학적 원리가 숨어 있다. 돌을 쌓는 방법에는 어떤 비밀이 숨어 있을까. 미호천 물살의 저항을 줄이기 위해 유선형으로 교각을 만들었다. 또 다듬거나 깎지 않은 자연석을 마치 물고기 비늘처럼 촘촘히 쌓아올려 내구성이 높다. 수량이 많을 수밖에 없는 장마철에는 물이 자연스럽게 넘치도록 제작한 점도 농다리의 장수 비결 중 하나다.
농다리를 지나 조금 걷다보면 초평천을 막아서 생긴 초평저수지와 만난다. 민물낚시의 성지라고 한다. 붕어, 잉어, 가물치 등 민물고기 중에서도 대물을 노리는 강태공들이 즐겨 찾는다. 초평저수지는 충북에서 가장 큰 저수지다. 진천군뿐 아니라 청주시 오창, 북일, 북이, 옥산, 강서 등의 상수원 공급원이다. 1380여t의 물을 담고 있는 초평저수지는 둘레가 29㎞에 이른다. 초평저수지가 강태공들 사이에서 민물낚시의 성지로 불리는 가장 큰 이유다. 붕어, 잉어와 함께 심심찮게 가물치도 올라온다. 강태공들이 많이 찾는 덕분에 저수지에 점점이 떠있는 수상 방갈로는 초평저수지를 대표하는 이미지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초평저수지를 둘러보고 짜릿한 손맛을 즐겼다면 이제는 한반도를 그대로 빼닮은 초평저수지의 멋진 풍경을 만날 차례다. 두타산 자락에 자리잡은 '한반도 지형 전망공원'에 오르면 초평저수지를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초롱길이 끝나는 초평붕어마을에서 600m 정도 더 들어가면 한반도 지형 전망공원으로 오르는 임도와 만난다. 1.2㎞ 거리의 완만한 임도를 따라 20여분간 천천히 걷다보면 한반도 지형 전망공원에 닿는다.
전망공원에 들어서자마자 바로 앞에 전망대가 보인다. 전망대에 오르면 파란 하늘 아래 다소곳이 초평저수지가 자리잡고 있다. 한반도 지형을 간직한 초평저수지의 풍광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코로나 블루로 답답했던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이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