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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맨해튼의 움직이는 정원

by지콜론북

맨해튼의 움직이는 정원

상상은 실제로 경험하지 않은 현상이나 사물을 마음속으로 그려 보는 일이자, 새로운 심상을 떠올리는 일을 말한다. 인간에게 상상하는 능력이 없었다면, 우리가 지금 경험하는 것들의 대다수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또, 인간에게 고유한 이 능력이 없었다면, 우리가 이 세상에도 저 세상에도 속하지 못한 사람들처럼 살아가게 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경험하지 않은, 존재하지 않은 것을 마음속으로 그리는 상상은 결핍과 부재, 갈망 같은 것들을 그 뒤에 감추고 있다. 그러나 굳이 심각해지지 않더라도, 상상은 근사하고 아름다운 일이다. 하늘을 나는 일. 소라 속의 공간이 만들어 내는 소리를 파도의 소리라고 듣는 일. 빈 나뭇가지에서 다음해의 잎사귀들을 보는 일. 월급을 타면 할머니께 드릴 선물을 생각해 보는 일. 추상적인 몇 가지 단어들로 시를 쓰고, 몇 가지 색들로 구체적인 그림을 그리는 일. 그리고 회색의 도로 위로 꽃들이 피어나는 일.

 

<가든 인 트랜싯Garden in Transit>은 프로젝트 그룹 ‘포트레이츠 오브 호프Portraits of Hope’가 2007년 9월부터 그해 말까지 진행한 작업이다. 세계적인 아이콘인 뉴욕의 택시에 꽃을 그림으로써 도로들을 정원으로 만들고, 맨해튼의 풍경 자체를 바꾸었다. 약 23 ,000명의 사람들이 참여한 이 대규모 프로젝트는 병원에 있는 어린이들과 어른들, 그리고 물리적·정신적인 트라우마를 극복 중인 사람들에게 창조적인 활동을 제공하는 동시에, 모든 이들로 하여금 협업의 힘이 무엇인지 눈으로 직접 보게 했다. 상상이 이루는 일은 역시나 근사하다.

 

‘포트레이츠 오브 호프’의 공동 설립자인 에드 매시Ed Massey는 이 프로젝트가 시작된 배경에 대해 다음과 같이 답했다. “1994년, 내가 쓴 『밀튼』이라는 어린이책을 아이들에게 읽어 주기 위해 몇몇 병원을 방문했었다. 나는 그 어린아이들이 직면한 어려움과 그들의 부모들이 겪을 고통에 마음이 많이 아팠다. 책을 읽어 주면서, 병원에선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재미있는 활동이 충분치 않다는 것과 그러나 그런 기회를 만나면 정말로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아이들이 편지지 크기의 종이에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도 알았다. 각자의 문화적 배경과 상관없이 아이들이 공통적으로 가장 그리기 좋아하는 이미지는 ‘꽃’이었다. 그 점에서, 나는 우리가 이 아이들을 위해 뭔가 특별한 것을 해줄 수 있다고, 공공의 차원에서 대규모의 공공 협업을 개발함으로써 아이들이 빛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우리는 치료와 예술에 관한 리서치를 진행하여 질병이나 부상에 관계없이 어떤 아이라도 참여할 수 있는 페인트 붓과 페인팅 기법을 개발했다. 동시에 버니 매시Bernie Massey가 학교의 모든 어린이들과 청소년들, 어른 그룹을 위한 프로젝트성 교육 시스템과 교육적인 시민 활동 프로그램을 개발하였다. …… <가든 인 트랜싯>의 아이디어는 뉴욕을 여행하는 동안 맨해튼 빌딩들의 극단적으로 수직적인 레이아웃을 새삼 주목하게 되면서 얻게 되었다. 이 야심 찬 프로젝트가 맨해튼의 외관을 바꿀 수 있기 때문에, 정부의 승인을 받는 과정이 매우 길었고, 줄리아니 시장과 블룸버그 시장의 행정부 모두가 관여했다. …… 뉴욕의 택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아이콘이다. 그 택시들이 수적으로 굉장히 많고 도시에서 가장 두드러진다는 점 때문에 택시의 무리들을 하나의 거대한 캔버스로 재해석할 수 있었다. 이 도시, 특히 맨해튼의 수직적인 성격과 경관이 지상의 <가든 인 트랜싯> 택시들과 어우러져 최적의 광경을 연출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느끼거나 배운 점을 공유해 달라고 하니,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이 프로젝트는 모든 개인이 참여라는 방식을 통해 우리가 사는 도시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의 한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크게 생각하라. 일상의 일들 속에서 상상하고 창조하고 혁신하라. 타인들에게 기회를 주어라. 그러면 그들이 또 다른 사람들을 위한 기회를 만들 것이다. 깊이 생각된 것이고, 폭넓고, 기억될 만한 것이라면 예술과 디자인은 사회에서 주요한 역할과 기능을 할 수 있다.”

맨해튼의 움직이는 정원
맨해튼의 움직이는 정원

포트레이츠 오브 호프 Portraits of Hope

1995년, 아티스트 에드 매시와 그의 동생인 사회적 기업가 버니 매시에 의해 설립되었다. 창조적인 프로젝트를 통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빛나게 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신체적으로 장애가 있거나 심각한 질병이 있는 어린이들을 위한 창조적인 방식의 치료와 모든 연령대의 학생을 위한 시민교육을 통합한 공공 예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수만 명의 참여를 통해 비행기부터 건물, 택시, 예인선, 나스카 경주용 자동차 등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시각적으로 변화시키는 프로젝트들을 진행했다. 이는 사회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신체적인 불편을 가진 청년층을 주 대상으로 하여 그들로 하여금 가시적인 성취와 자부심을 얻게 하는 동시에, 프로젝트 과정 중에 사회의 중요한 이슈들을 학습하고 협업의 힘을 인식하며, 목표를 이루는 힘을 기르도록 돕는다. 지금까지 800곳 이상의 병원과 학교, 사회복지 단체 등이 이들의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www.portraitsofhope.org / www.edmasse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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