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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기껏 뽑아놨더니..."
인재 채용에 실패하는 진짜 이유

by도서출판 길벗

채용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조직의 미래를 건설할 ‘기회’다

단 몇 시간 이야기하는 것으로 그 사람의 잠재력을 얼마나 정확히 알 수 있을까? 우리는 스스로 사람을 잘 보는 줄 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증거가 무척이나 많다. 몇 년 전에 구글에서 수만 건 의 면접 관련 수치를 데이터화해서 면접관이 매긴 점수와 지원자의 향후 성과 사이에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는 그 둘이 ‘전혀 무관하다'고 밝혀졌다.

몇 번의 면접만으로 지원자의 성공 여부를 예측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 그래서 새로운 사람을 뽑는 것은 항상 위험이 따른다. 하지만 아래 사항들을 염두에 둔다면 좀 더 성공적인 채용에 가까워질 수 있다. 몸소 체험하며 깨달은 인재를 채용하는 6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1. 사전에 면접 질문을 준비한다.

면접을 잘하려면 지원자에 대해 무엇을 알고 싶은지 확실히 정해놓아야 한다. 다시 말해 지원자에 대한 배경 지식을 숙지하고 미리 질문을 준비해야 한다. 한 자리를 놓고 여러 명의 지원자를 면접하는 경우라면 모든 지원자에게 동일한 질문을 하자. 말했다시피 우리는 모두 편향성이 있다. 그래서 동일한 질문을 하지 않으면 답변의 내용으로 평가하지 못하고 지원자의 인상이나 대화의 분위기에 휘둘리게 된다.


예전에 겁먹고 소심해 보이는 지원자 B를 면접한 적이 있다. B는 눈을 잘 안 맞추고 말을 하는 도중에 숨을 헐떡이는가 하면 했던 말을 또 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나는 그의 능력과 경험을 알아보기 위한 질문이 준비되어 있었다.

○○ 프로젝트를 할 때 어떻게 목표를 설정했죠?
지금까지 일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문제가 뭐였고 어떻게 해결했나요?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솔직하게 말해줄 수 있나요(자신의 약점 중 하나가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걸 인정할까)?

이런 질문으로 B가 문제를 어떻게 다루는지 알 수 있었고, B는 다른 지원자들보다 상세하고 심도 있는 답변으로 홈런을 날렸다. 그리고 우리는 그를 채용했다. 그는 부족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했고 단기간에 최고의 직원으로 등극했다. 혹시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내가 주로 쓰는 만능 질문을 참고하기 바란다.


면접 만능 질문 BEST 5

1. 어떤 유형의 문제에 도전할 때 흥미를 느끼나요? 이유는요? 좋아하는 프로젝트가 어떤 건지 설명해줄래요? (▶ 지원자가 무엇에 열정과 열의를 느끼는지 알 수 있다.)


2. 자신의 최대 강점이 뭐라고 생각해요? 주변 사람들은 어떤 부분에서 성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할까요? (▶ 지원자가 스스로를 어떻게 평가 하는지 알 수 있고 어떤 강점과 약점이 있는지 파악 가능하다.)


3. 3년 후를 상상해보세요. 지금과 비교해서 어떻게 달라졌으면 좋겠어요? (▶ 지원자의 포부가 무엇인지, 얼마나 목표 지향적이고 자기를 많이 돌아보는지 알 수 있다.)


4. 지난 1년 동안 가장 힘들었던 갈등 상황이 뭐였나요? 그 상황이 어떻게 끝났고 거기서 뭘 배웠죠? (▶ 지원자가 타인과 어떻게 일하고 갈등을 어떻게 다루는지 알 수 있다.)


5. 최근에 일하다가 가슴이 설레거나 뭉클했던 때가 언제였나요? (▶ 지원자가 흥미롭거나 가치 있게 여기는 게 무엇인지 알 수 있다.)

2. 과거에 유사한 일을 한 경험이 있는지 살펴본다.

어떤 사람이 앞으로 어떤 성과를 낼지 가늠하기 위한 기준으로 완벽하진 않아도 현실적으로 가장 좋은 것은 과거에 유사한 환경에서 유사한 프로젝트를 수행한 경험이다. 그래서 인턴십이 중요하다. 몇 달간 팀에 데리고 있어보면 그 사람이 어떻게 일하는지 훨씬 잘 알 수 있다.


그다음으로 좋은 기준은 과거의 작업물이다. 우리는 디자이너 면접 때 지원자가 그동안 수행한 프로젝트 중 몇 가지를 소개하는 ‘포트폴리오 리뷰’를 중시한다. 구체적인 결과물을 예로 들어 작업 과정을 설명하는 모습을 보면 그 사람의 능력과 문제 해결법에 대해 많이 알 수 있다. 지원자에게 그간 개발한 애플리케이션, 작성한 기사, 실시한 프레젠테이션 등을 직접 보여달라고 해서 실제 작업물의 품질을 평가 하자. 지원자가 제시하는 예가 팀의 작업물이라면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을 담당했는지 물어보자.

3. 믿을 만한 사람의 의견을 듣는다.

믿을 만한 사람에게서 ‘A는 다시는 같이 일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라는 말을 들었다면 그 말을 진지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두 시간짜리 면접의 신뢰성이란 지원자와 실제로 부딪혀본 사람의 증언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새로운 사람을 찾을 때 나는 팀 전체에 그 사실을 알린다. 그러면 우리 회사에 한번 지원해볼 만한 사람의 명단이 만들어진다. 그뿐만 아니라 어디서 또 사람을 찾아야 할지도 알 수 있다. 추천받은 사람들의 능력, 그들이 다녔던 회사, 그들이 했던 경험에서 어떤 공통점이 보이면 그 부분을 더 파고드는 것이다.


평판 조회로도 믿을 만한 의견을 쉽게 얻을 수 있다. 평판 조회의 관건은 지원자에 대해 정직하게 말해줄 사람을 찾는 것이다. 그러나 지원자가 알려주는 사람이나 당신이 잘 모르는 사람에게 연락해서는 아마도 그닥 진정성 있는 대답을 듣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럴 때는 주변의 믿을 만한 사람들에게 지원자를 잘 알고 신뢰가 가는 인물이 있다면 소개시켜달라고 부탁하는 편이 좋다.


평판 조회를 할 때 명심해야 할 게 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시간이 지날수록 실력이 향상된다는 사실이다. 그러니까 오래전의 경험에서 나오는 부정적인 말은 적당히 걸러 들어야 한다. 가령 친구에게서 5년 전에 A가 계약을 잘 성사시키지 못했다는 말을 들었어도 지금 A는 그때보다 훨씬 발전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기존의 네트워크 안에서만 사람을 찾으려고 하면 다양한 사람을 찾지 못하게 된다. 그러므로 그 자리에 이상적인 사람의 조건을 염두에 두고 최대한 넓게 그물을 던지자.

4. 여러 사람을 면접관으로 참여시킨다.

면접관은 여러 명을 두는 편이 좋다. 해당 직무에 어떤 역량이 필요한지 잘 아는 사람들이 면접관으로 나서서 지원자에게 각기 다른 질문을 하면 전체적으로 균형 잡힌 관점이 형성된다.


예를 들어 재무 팀장을 뽑는다고 하면 한 면접관은 관리와 협업 능력을 평가하고, 다른 면접관은 재무에 대해 심도 있는 질문을 던지고, 또 다른 면접관은 과거 업무 경험을 알아보는 식이다.


면접관이 여러 명이면 편향성이 줄어들고 한 사람이었으면 눈치채지 못했을 적신호를 감지할 수 있다. 면접 후 심사 회의 때는 먼저 각 면접관이 ‘합격’, ‘불합격’ 의견과 그 이유를 기록한 후 토론에 들어가야 한다. 그래 야 눈치 보느라 의견이 한쪽으로 쏠리는 것을 막을 수 있다.

5. 그 이상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채용한다

“지금 당장 X만 할 수 있는 사람이면 돼요. Y와 Z까지 할 필요는 없어요.” 많은 관리자들에게서 종종 듣는 말이다. 정말 그럴까? 물론 일선에서 영업을 뛸 사람을 뽑는데 CEO급 지원자를 만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식 노동을 할 사람을 뽑는데 지금 당장 필요한 역량보다 더 많은 역량을 가진 사람을 뽑는다면 앞으로 더 큰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수년간 팀을 이끌면서 ‘에이, 우리가 이런 인재들을 다 데리고 있어야 할 만큼 어려운 문제가 많은 것도 아니잖아’라고 생각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오히려 항상 정반대였다. 얼마 전에 다른 팀에서 대형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관리자를 뽑았다. 그 팀은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았는데 새로 뽑은 관리자는 다른 데서 훨씬 큰 집단을 운영한 경험이 있는 디렉터급 인사였다. 그냥 보기에는 그 자리에 과분한 사람 같았다. 하지만 몇 달이 지난 지금 그는 애초에 회사가 맡긴 프로젝트에서 기막힌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 밖에도 사업 확장에 도움이 될 만한 프로젝트를 주도적으로 발굴해서 실행하고 있다. 다른 프로젝트에 리더가 필요하면 나는 그가 제일 먼저 생각난다. 그는 입사한 지 1년도 안 돼서 다수의 핵심 프로젝트를 관리 중이다.


관리자로서 팀의 영향력을 배가시키고자 한다면 최고의 인재를 기용해 그 사람이 더는 무리다 싶을 때까지 점점 더 많은 일을 할 권한을 주는 게 현명한 방법이다.

6. 많은 지원자를 만나는 과정이 가치 있다고 믿는다

나는 사람을 뽑을 때 불확실성 때문에 스트레스를 제일 많이 받았다. 지원자에게 메일을 보내면 답장이 온다는 보장이 없었다. 답장을 받고 통화 약속을 잡은 후에도 지원자 본인이나 내 마음이 바뀔 가능성이 있었다. 지원자가 면접에 와서 질문에 답변을 잘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리고 이제 드디어 반짝반짝 빛나는 근로계약서에 서명하는 일만 남았는데 지원자가 입사하지 않겠다고 거부하기도 했다. 말하자면 어떤 단계에서든 실망스러운 일이 생겨서 시간만 낭비했다는 생각이 들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좀 더 넓은 시야에서 보면 채용 과정이 지원자의 수를 줄이는 깔때기와 같다는 것을 알 게 됐다. 지원자가 수십 명에 이를 때 이 깔때기는 비교적 일관성 있게 작동한다. 예를 들어 20통의 메일을 보내면 10명이 관심을 보인다. 그 10명과 면담한 후 면접 대상이 네 명으로 추려진다. 네 명 의 면접자 중에서 한 명이 입사 제안을 받는다. 그리고 입사 제안이 거절될 확률이 50퍼센트다.


정확한 수치는 팀, 직무, 조직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어쨌든 ‘최초에 평균 몇 통의 메일을 보내면 한 명의 채용자가 나온다’라는 방정식이 만들어지게 된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니까 내가 사람을 뽑기 위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으면 간혹 예외가 있긴 해도 대체로 노력한 만큼 보상이 따른다는 확신이 생겼다.

성장하는 조직의 관리자에게는 사람을 잘 뽑는 일이 제일 중요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는 지금껏 수백 명을 면접하고 영입하는 데 힘을 보탰다. 물론 많이 뽑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단 한 사람을 뽑더라도 훌륭한 인재를 뽑으면 팀의 성과가 크게 달라진다. 중요한 것은 채용이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조직의 미래를 건설할 ‘기회’라는 사실이다.


이 사실을 깨닫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프로젝트마다 인력이 부족해 팀원들이 고생이었다. 그래서 사람을 뽑는 일이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야 하는 ‘의무’로 다가왔다. 당장 발등에 붙은 불부터 끄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채용은 단순히 구멍을 메우는 일이 아니다. 구멍을 메우기에만 급급하면 최고의 인재를 기용하지 못한다.


채용을 할 때는 어떻게 하면 팀은 물론이고 자신의 ‘삶’이 훨씬 더 나아질지 고민해야 한다. 좋은 동료는 팀의 성과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지식을 전달하고, 의욕을 불러일으키고, 든든한 지원군이 되고, 회사 생활을 훨씬 재미있게 만들어준다. 돌아보면 어떤 사람을 만나서 그 사람의 저력을 알게 되고 수년 간 의미 있는 문제들을 함께 해결하는 것만큼 보람 찬 일도 없다.


그런데 적절한 사람을 잘 뽑는 일이란 무척 어렵다. 동화에 비유 하자면 왕자로 변신할 개구리를 만나기 위해서는 일단 수많은 개구리를 만나봐야 한다. 앞서 말한 방법들이 훌륭한 팀 구축을 위한 최선의 인재 기용 방법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


참조 : 팀장의 탄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