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가 틀릴 리가 없는데

[김국현의 만평줌] 제35화

기계가 틀릴 리가 없는데

미국 텍사스. 토네이도의 고향.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는 상흔으로 가득하다. 그러지 않아도 집이 망가져서 고칠 생각에 속상한데, 어느 날 집에 돌아와 보니 옆 블록으로 가야 할 해체업자가 우리 집을 완전히 뜯어놔 버렸다. 망가지기는 했어도 해체해야 할 정도는 아니었던 우리 집을.

 

텍사스 주민 디애즈(Lindsey Diaz)씨의 실화다. 

 

해체업자가 구글 지도를 보고 찾아간 그곳, 그러지 않아도 손상된 집이 보이니 업자는 아무 생각 없이 일을 저질러 버렸다. 

 

구글 지도가 잘못 안내를 한 것이다. 그래도 너무하다. 이 사람들 아무 생각 없이 구글 지도만 보고 남의 집을 뜯어 버린 것인가. 인부에게 일을 시키는 이는 해체업자 매니저가 아니라 구글지도였던가.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는 이미 기계의 지시를 받고 있다. 편리라는 이름 아래 스스로 생각하는 시간을 줄이고 있다. 네비게이션의 안내는 사실 지령이었고, 우리는 어느새 이에 길들었다. 

 

시내 지리쯤이야 이면 도로까지 암기하던 택시 기사도 이제는 네비게이션을 켜 둔다. 기사의 주관을 신뢰하지 않을지도 모르는 승객에게 객관을 가장하기 위해서다. 

 

우리 생활의 점점 많은 분야에서 나름의 네비게이션이 등장, 안내를 가장한 참견을 시작하고 있다. O2O의 유행도 그런 것이다. 

 

그건 그렇고 이 사건의 전개는 참 쓸쓸하다. 업자가 자신의 실수로 남의 집을 뜯어 놨으면 사과하고 변상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갑자기 구글 지도 탓을 하고, 구글이 사과를 해버렸다. 

 

사과를 하다니, 구글은 은연중에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 기계는 틀리지 않기로 되어 있었는데..” 

 

그리고 우리도 그렇게 믿고 있다. 

 

“어, 기계는 틀릴 리가 없는데.” 

 

기계는 평온하고 안락한 일상을 가져다주겠지만, 이에 길들어 버린 우리는 가끔 옆집을 해체하는 것 같은 황당한 일을 하곤 할 것이다.

2016.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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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닷컴, 조선일보, 한겨레 등에 글을 연재중이며 '오프라인의 귀환' 등 유수의 저서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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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국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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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닷컴, 조선일보, 한겨레 등에 글을 연재중이며 '오프라인의 귀환' 등 유수의 저서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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