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IT 역사?

[테크]by 김국현
“올바른” IT 역사?

컴퓨터 제조사 델은 미국의 기억장치 제조기업 EMC를 70조 원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블랙베리는 그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자체 단말을 안드로이드를 실어 발표했다. 여전히 격변의 시대다. IT 뉴스 하나하나는 그렇게 흘러가지만, 이들은 모이고 모여 우리 모두의 생활과 직업을 실제로 바꿔왔다.


IT에서의 1년은 사바세계의 7년과도 같다는 단어가 있다. 바로 ‘도그 이어(dog year)’다. 개의 1년은 인간의 7년과도 같다는 단어가 차용된 것.


중요한 것은 그 변화의 속도가 아니라, 그 과도하게 압축된 변화의 강도 때문에 우리 모두 그 역사의 당사자가 되어 버린 점이다. 첫 번째 컴퓨터, 처음 가졌던 휴대전화 등 각자의 추억 속에서도 IT의 역사는 생생히 살아 있다.


각자 사랑했던 컴퓨터, 빠져들었던 커뮤니티, 잊지 못하는 인터넷 서비스, 응원하는 소프트웨어가 있다. 그렇게 우리는 각자의 상황에서 영웅을 만들고 적을 만들기도 한다. 역사란 바로 이 수만 가지의 다양성을 의미한다.


만약 “올바른” IT 역사를 한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면, 누구의 나레이션을 들어야 할까? 만약 PC 시대의 챕터라면 누가 주인공이어야 할까? 웹은? 모바일은? 그리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결합하고 있는 지금은?


우리는 모두 살면서 각자의 입장에서 올바른 판단을 한다. 그 진정한 판단의 수만큼, 올바른 역사는 여러 벌 생긴다. 그리고 그 다양한 가치 속에서 다음 판단을 위한 교훈을 얻는다.


최근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국정으로 만들자고 해서 시끄럽다. 하나의 국정교과서로 공부하던 5공 시절에도, 자신이 당사자일 수밖에 없던 현대사는 선생님도 스킵했고, 또 학력고사에서도 알아서 출제되지 않았다.


우리가 아직 역사 속에 있는 동안은, 역사의 ‘올바른’ 정답이란 알 수 없음을 그 서럽던 시절에도 모두 알고 있었던 것이다.


압축된 현대사를 지금 이 순간에도 만들어 가고 있는 IT가 사바세계의 어리석음에 주는 교훈이기도 하다.

2015.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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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닷컴, 조선일보, 한겨레 등에 글을 연재중이며 '오프라인의 귀환' 등 유수의 저서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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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국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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