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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크 ] 축구 대표팀이 식탁 위의 그라운드를 누비는 날

월드컵이니까 생각해 보는 축구의 정보기술

by김국현

월드컵이니까 생각해 보는 축구의 정보
월드컵 열기가 예전만큼 뜨겁지는 않지만, 월드컵도 어느새 조별리그가 마무리되어 가고 토너먼트로 진입하려 하고 있다. 축구는 역시 하는 것보다 보는 것이 재미있다. 숨도 차지 않고 생각처럼 되지 않는 몸에 좌절할 리도 없다.


축구는 혼자 봐도 좋지만, 함께 보면 더 즐거운 스포츠다. 그러나 현실은 이마저도 녹록지 않다. 일하느라, 혹은 가족 눈치 보느라, 또는 아예 TV가 없어서 스마트폰으로라도 아쉬운 시청을 하려는 이들도 많다. 시청·청취자층은 변하고 있기에 중계방송이란 모름지기 TV와 라디오라는 오랜 상식에 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볼 만한 시기다. 그런데 국내 포털은 이번에는 중계권 협상이 불발, 문자 중계에 만족해야만 했고, 사람들은 대안 서비스를 찾아 헤맸다.


BBC 등은 이번 월드컵을 위해 별도의 VR 앱을 출시하였다. 품질은 조악했던 모양인데, 어쨌거나 앞으로의 스포츠 이벤트는 채널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앱을 고르는 시대가 될 수도 있다.


얼마 전 폐막한 2018 컴퓨터 영상 패턴 인식 학회(CVPR)에서는 ‘테이블 위 축구(Soccer On Your Tabletop)’라는 흥미로운 시스템이 워싱턴대학교, 페이스북, 구글의 연구자들에 의해 공개되었다. 단일 시점의 비디오, 예컨대 유튜브 영상만 가지고도 이를 3차원으로 재구성해주는 것. 비결은 축구 비디오 게임에서 추출된 3차원 게임 데이터로 학습시킨 인공지능이 2차원 영상만 가지고도 각 선수의 3차원 위치를 추론하는 것.

월드컵이니까 생각해 보는 축구의 정보

그렇게 만들어진 3차원의 움직임 데이터를 홀로렌즈와 같은 증강현실(AR) 뷰어를 통해 다양한 각도에서 즐길 수 있게 한다. VR·AR을 염두에 둔 특수 촬영을 통해 비슷한 구현을 하는 일은 전에도 있었지만, 이제는 인공지능이 TV 중계만 보고도 테이블 위에 실시간으로 축구장을 만들어주는 세상이 다가오고 있다.


이러한 관람법의 장점은 수동적으로 TV 중계를 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각도와 시점에서 관람할 수 있다는 점. 보는 것 중에서도 현장에서 보는 것만큼 재미있는 것도 없다. 축구 스타디움에서 직접 관람하는 매력은 관중석과 운동장의 거리가 짧은 탓에 바로 코앞에서 선수들이 왔다 갔다 하는 데 있다. 이제 바로 테이블 위에서 선수들이 뛰어다니는 모습이 재현될 수 있다면 응원의 재미도 한층 배가될 수 있다. 식탁 주위를 가족끼리 둘러싸고 빙글빙글 돌면서 즐기는 재미는 삼삼할 것이다.


EA의 FIFA 시리즈 등 현실 묘사형 게임의 발전상만 봐도 만들어진 그래픽은 현실에 육박한다. 앞으로는 정말 우리 집 식탁 위에서 손흥민이 렌더링 되어 그 얼굴 그대로 뛰어다니게 될지도 모른다.


축구의 IT라고 하면 근래 FIFA가 도입한 3종 세트 VAR(Video Assistant Referee), EPTS(Electronic Performance & Tracking Systems), GLT(Goal Line Technology)가 떠오르곤 한다. 비디오로 판독하고, 벤치에서 전산으로 정보를 추적·확인하고, 골을 센서에 의해 판별하는 3종 세트라니 20세기적 신기술이다.


축구는 운동 경기 중 테크놀로지의 적용에 유난히 보수적인 게임이었다. 말도 안 되는 오심·오판으로 점철된 역사였지만, 그 또한 게임의 운명이라 받아들이는 포용력과 체념의 스포츠였다.

 

FIFA 3종 세트 정도의 기술은 이미 다른 국제 기록경기들에서는 당연시되었던 것들. 하지만 한국팀 시합에서도 적용되었던 VAR은 역시나 논란의 불씨가 되기도 했다.


누가 뭐래도 축구는 테크놀로지 따위 아무래도 좋은 야성적인 스포츠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