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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크 ]

크로미움OS로 골동품PC를
학생용 크롬북으로!

by김국현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될수록 아이들을 보기가 안타깝다. 한창 뛰어놀고 친구들과 뒹굴어야 할 아이들이 선생님 얼굴도 못 보고 있다.


EBS나 e학습터 등 온라인에서 공부의 갈증을 채워줄 인프라는 갖춰져 있지만, 모든 가정에 이를 받쳐 줄 장비들이 있는지 걱정이다. PC와 초고속인터넷쯤 어느 가정마다 당연히 있으려니 생각하기 쉽지만 그게 그렇지만은 않다. 또 있더라도 부모마저 그 기계로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면 아이가 마음 편히 수업 듣기도 껄끄럽다. 학교에서는 만약을 대비해 대여를 위한 수요 조사를 하고 있다고 하나 남의 것 빌려 쓰는 것은 어딘가 마음이 좋지 않다. 이 역시 일종의 문방구. ‘퍼스널’한 장비는 내 것을 쓰고 싶다.


하지만 만약 여러분 집의 창고에, 혹은 일가친척의 광 어딘가에 오래된 노트북이 하나쯤 있다면 자녀를 위한 최신 크롬북으로 환골탈태시켜줄 수 있다. 

미국 학교에서 대세라는 크롬북

크롬북이라 하면 국내에서는 인지도가 영 형편없지만, 미국만 해도 크롬북이 학교에서는 기본인 경우가 많아 학생들 숙제를 구글 닥스로 내고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애플이 이 크롬북의 쾌진격에 놀라 아이패드 등 다양한 전략을 수정했음은 익히 알려진 일이다.


그런데 이 크롬북을 구동하는 크롬OS도, 그리고 여러분이 애용하는 크롬브라우저도 모두 크로미움(Chromium) 프로젝트라는 오픈소스 프로젝트에 의해 만들어진다. 모던 브라우저의 핵심 부분을 거의 다 다루는 통큰 오픈소스인만큼 여러 브라우저에서 이미 가져다 쓰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엣지나 오페라, 네이버 웨일 등이 모두 이 크로미움 기반이다. 크로미움(Cr)이라는 금속 원소로 크롬 패널을 만든다는 느낌에서 지은 작명이라 한다.


여하튼 크롬OS도 자사의 크롬북을 위한 것이지만, 누구나 크로미움OS를 가져다가 자신만의 크롬북을 만들 수 있다.

크로미움OS, 그 간편버전에 주목하자

소스 코드에서 스스로 빌드하는 것은 개발자만 할 수 있으므로, 배포판이 여러 독지가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기에 누구나 다운 받아서 자신의 기계에 설치해 볼 수 있다. (Camd64가 64비트, Cx86이 32비트용)


특히 윈도7의 지원이 끝난 채, 윈도10으로 넘어오지 못한 낡은 기계들이 갈 곳을 잃은 경우가 많은데, 이들이 좋은 후보들이다. 가성비 면에서 특히 효과가 좋은 것은 10년이 약간 넘은 모델들로, 64비트이기만 하면 합격점이다. 윈도 비스타 시절에 판매된 물건들이 참 어정쩡했는데 크로미움OS에는 안성맞춤이다. 메모리는 2GB면 적당히 쾌적하다. 개인적으로는 인텔 U7600(2007년형 코어2듀오, i7-7600U가 아님!)이 탑재된 오래된 노트북에 설치했다. 윈도10을 설치해 봤을 때는 사용불가 판정을 내리지 않을 수 없는 참상이었으나, 이제 브라우저가 빠릿빠릿해져 실사용에 무리가 없었다.


1GB 램의 32비트 아톰으로 만들어진 넷북 등 도저히 2020년 기준으로는 쓸 수 없는 기기에도 설치했더니 윈도 XP보다 빨랐다는 보고가 있으니, 여러분도 한 번 시도해 보자. (하지만 어디까지나 권장 사항은 최소 램 2GB)


그런데 크로미움OS 그 자체는 개발자들의 놀이기구로는 좋지만, 일반인들에게는 여전히 어렵다. 게다가 다양한 장비의 각종 디바이스 설정은 수동으로 설정해 줘야 한다. 예컨대 손봐주지 않으면 터치패드도 블루투스도 사운드도 제대로 기능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러한 번잡함은 비즈니스 찬스였다. 클라우드레디(CloudReady)라는 교육기관용 상용제품이 크로미움OS 기반으로 만들어져 있다. 고맙게도 집단 관리기능이 필요 없는 가정용 및 개인용은 무료이기에 부담 없이 쓸 수 있는데, 꽤 다양한 기종에서 그냥 설치만 하면 대부분이 알아서 잡혀 바로 쓸 수 있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


일단 16GB 정도의 USB스틱만 있으면 여기에 쉽게 내려받아 부팅 USB를 만들 수 있고, 이 USB로 PC를 그대로 바로 부트하여 사용할 수 있다. (단 USB 자체가 저속이니 맛보기 상태에서 속도는 다소 느리다.) 그리고 잠시 써보다가 본체의 HDD나 SSD를 밀어버리고 자리 잡게 설치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크롬(정확히는 크로미움으로 아이콘이 푸른색이다)을 그대로 쓸 수 있으므로, 기계는 고물이라도 브라우저만큼은 모던한 기분 그대로다. EBS를 포함, HTML5를 지원하는 사이트도 무리 없이 즐길 수 있다. 단, EBS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으로 미디어 관련 모듈(Proprietary Media Components)을 설정 화면에서 클릭해 추가 설치해 둘 필요가 있다. 플래시도 설치 가능한데, 교육 사이트에서 여전히 활용되곤 하니 설정을 켜두자.

브라우저처럼 다양한 크로미움OS 생태계

하지만 이래저래 거저 쓰는 것이기에 애로사항이 없는 것도 아니다. 구글의 패밀리링크 기능으로 자녀들의 ID를 관리하고 있는 고급 유저의 경우 크로미움OS는 구글의 정책상 자녀 ID를 아직 지원하지 않는다. 이 경우 크롬북을 사야만 한다. 또 2017년경부터 크롬북에서 구글 플레이 스토어의 안드로이드앱을 설치할 수 있게  되었지만, 이것 역시 구글 정책상 크로미움OS에서는 지원되고 있지 않다. 구글도 크롬북을 팔아야 하는 일이니 상도의상 그러려니 하자.


하지만 초고급 사용자들을 위한 길은 또 따로 있다. 구글 크롬북을 위해 만들어진 크롬OS 이미지를 크로미움OS와 칵테일해서 구글 플레이 스토어 등까지 쓸 수 있게 하는 완전체를 만들려는 이들이 등장한 것.


대표적인 것으로 프로젝트 ‘크로와상(Croissant)’이 있다. 그 “크로"가 이 “크로"가 아닌것 같은데, 어쨌거나 두 이미지를 버무려준다. 깃헙에 사이트가 있는 것만 봐도 개발자나 애호가가 아니면 어려워 보인다. 이보다는 쉽게 클라우드레디와 비슷한 모토로 중국에서 진행중인 프로젝트도 있다. FydeOS인데 구글이 차단된 중국에서 만든 것이니만큼 상당한 개조가 가해졌고 구글의 정책상 허락하지 않는 부분도 개의치 않고 구현되어 있다. 하지만 중국산 특유의 꺼림칙함이 없다고는 하기 힘들 것 같다.


크롬OS는 크롬브라우저에만 오로지 집중한 OS. 범용 만능 OS인 윈도10과 비교했을 때 천양지차로 가볍다. 윈도7가 일몰된 지금 이제 쓸 수 있는 윈도는 윈도10뿐. 하지만 윈도10은 어디까지나 최신 장비를 썼을 때 빛이 난다. XP나 비스타 시절에 만들어진 기계는 그 디바이스 드라이버의 지원이 끝난 경우가 많다. 윈도10은 눈치 없이 그런 낡은 기계에서도 단순한 일을 하려는 데도 3D 효과 가득한 UI를 선보이려 하기도 한다. 아무리 새 술은 새 부대에라고는 하지만 너무 티를 낸다.


여러분의 광에 방치된 기계가 있다면 오늘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잘해낸 자녀에게 자작 크롬북을 선물해 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