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우리는 뇌에 힘줘서 분당 1000타

[테크]by 김국현

페이스북의 F8은 구글의 I/O나 애플의 WWDC와 함께 기술자라면 누구나 가보고 싶은 개발자 페스티벌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수년간 리액트 등을 내놓으며 개발자 사이에서 페이스북의 존재감은 꽤 강해졌는데, 최근에는 스냅챗만 따라 한다는 등 좀 빈축을 사던 느낌이었다. 이런 상황은 페이스북과 같은 플랫폼 기업에게는 거북하기 짝이 없는데, 개발자들의 관심을 잃는 일은 고객의 관심을 잃는 일만큼이나 무섭기 때문이다.

 

플랫폼 기업은 일단 혁신의 추동자인 개발자들이 끊임없이 문을 두드리며 입사하고 싶은 기업이 되어야 함은 물론이고, 개발자 대중이 자신들의 플랫폼 위에서 제3의 혁신을 일으켜야 플랫폼으로 지속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번 F8에서는 어느 때보다도 공상과학적인 발표가 있었는데, 특히 ‘빌딩 8’이라는 연구집단의 발표가 흥미로웠다. 지금까지 눈으로 출력된 정보를 보고 손가락으로 정보를 입력하는 컴퓨터와의 인터페이스가 드디어 업그레이드될 것이라는 희망을 전했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면 컴퓨터와 인간 사이의 인터페이스는 심각한 병목이었다. 단적으로 불편하다. 엄지손가락은 화면이 아무리 커져도 서툴다. 독수리 타법에서 우리는 진화하지 않았다..

 

그런데 페이스북이 밝힌 대로 초당 100회 뇌를 스캔하여 생각을 문자로 바꿔 간다면, 분당 100단어를 타이핑할 수 있다. 이는 폰에서 보통 입력하는 속도의 5배에 해당한다.

이제 우리는 뇌에 힘줘서 분당 100

어떤 메모광도 모든 생각을 메모하진 못한다. 살다 보면 그 사람의 생각이 표현되었으면 하는 경우도 가끔은 있다. 무뚝뚝한 사람 같으니. 표현하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람.

 

글 쓰는 것이 일상이라 수많은 키보드를 탐닉하는 나는 이들의 ‘제품’을 빨리 써보고 싶다. 뇌로 글을 써보고 싶다. 물론 불안하기는 하다. 페이스북은 분명히 아니라고 했지만 뇌에서 일어나는 모든 착상이 입력되는 ‘버그’가 발생하지 말라는 보장은 없다. 페이스북은 사진을 찍는 것과 공유하는 것은 별개라는 예로 안심시키려 했지만, 가끔 실수나 버그로 사진이 공유되곤 하는 것처럼 말이다.

 

페이스북은 동시에 피부로 듣는 실험을 하고 있다. 아니 벌써 프로토타입은 나왔다. 어차피 우리 귀의 달팽이관은 소리의 진동을 뇌를 위한 신호로 바꾸는 것이니, 피부를 통해 그런 역할을 하는 기계도 만들 수 있다. 인공 달팽이관은 이미 현존 산업이다.

 

페이스북은 가상현실·증강현실과 관련된 제품들도 많이 선보였는데, 아마 이런 시나리오를 꿈꿀 것이다. 그냥 한국말로 생각만 하면 페이스북의 가상공간에 이어진 지구 반대편의 ‘페친’의 피부에 포루투갈어가 들리는 세상.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페북’ 앱도, 스마트폰 화면도 결국은 과도기인 것일지도 모른다.

 

BCI(뇌-컴퓨터 인터페이스)는 새로운 것이 아니라서 이미 21세기 초반에 미래를 바꿀 10대 기술 등에 선정되기도 했다. 장애인을 위한 의공학에서는 늘 최전선인 분야다. 뇌에 직접 닿는 침습식과 두피에만 닿는 비침습식으로 나뉘는데, 페이스북이 후자라면, 전자에 희망을 본 이도 있다. 일런 머스크는 뉴럴링크라는 스타트업으로 이 분야에 도전중이다.

 

뇌는 우리 신체를 총괄하고, 우리는 그 신체를 통해 세상을 만나고 있다. 신체가 불편한 상황에 이를 보완해 주려 노력해 왔던 기술들이 이제 전지구인을 향해 신체가 정말 필요한가라고 묻기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2017.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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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닷컴, 조선일보, 한겨레 등에 글을 연재중이며 '오프라인의 귀환' 등 유수의 저서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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