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K도 첨단 폰카도 이제 인공지능 뻥튀기가 책임진다.

8K도 첨단 폰카도 이제 인공지능 뻥

나를 포함해 아직 4K TV도 안 산 사람들이 많은데, TV는 벌써 8K로 분주하다. 이번 가을 IFA 2018에도 삼성과 LG는 나란히 8K를 선보이며 세를 과시한 모양이다. 8K 패널과 TV는 해외기업들도 열심인데, 삼성·LG에 주도권을 뺏긴 4K 시장 대신 바로 8K 시장을 노리려는 듯하다. 일본 NHK는 8K 대중화 원년으로 2020년 도쿄 올림픽 중계를 삼으려 한다 하니 이도 비슷한 이야기다.


8K라니 4K(3840x2160) UHD의 가로세로 2배, 총 4배의 크기 차이다. UHD가 FHD(풀 HD)의 다시 4배이니, 보통 여러분 모니터·TV를 16장 모아 놓은 밀도다.


눈이 호강하리라 생각하지만, 어차피 픽셀은 보이지 않게 된 지 오래다. ‘레티나’라는 말이 등장하던 시절부터 액정 화면이란 점의 집합이란 점을 잊기 시작했다. 워낙 픽셀 밀도가 촘촘해져서 우리 눈이 일상에서 처리하는 해상도를 뛰어넘은 덕이다. VR이라도 해보려고 액정을 눈앞에 들이대지만 않는다면, 요즘 폰이나 TV에서 ‘도트’를 느끼는 일은 거의 없다.


8K에서 억지로라도 알갱이를 보기 위해서는 단순 계산으로도 80~100인치는 되어야 할 텐데, 걸어놓을 데가 없거나 문을 통과 못 하는 참사가 벌어질 수도 있다.


대화면이 될수록 풀 HD의 해상도는 아쉬움을 남긴다. 하지만 콘텐츠가 4K로 직접 만들어지지 않았더라도 4K 화면으로 보면 화질이 더 좋아 보일 때도 있다. 왜 그럴까? 그건 최신 ‘업스케일’의 마법 덕이다. 도트가 그대로 보이는 TV에서는 영상의 압축이 풀리며 발생하는 노이즈도 그냥 점 하나를 차지하지만, 해상도가 가로 세로 두 배가 된 경우에는 노이즈 점 하나를 1/4 크기로 줄일 수 있다. 그리고 이 노이즈마저 딥러닝 학습된 인공지능의 힘으로 뭉개버릴 수 있다면, 똑같은 방송이라도 다른 화질을 볼 수 있게 된다.


하드웨어를 물리적 경계선까지 밀어붙이고, 그 한계를 소프트웨어의 힘에 의해 극복하는 스토리는 여기에만 있는 일이 아니다.


비좁디 좁은 폰에 들어 있는 카메라도 물리적 한계에 육박하고 있다.


작은 구경의 ‘폰카’ 렌즈로 쏟아져 들어오는 빛의 밀도도 스크린의 픽셀 밀도처럼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 렌즈 뒤에 비좁게 자리 잡아야 하는 센서도 점점 그 촘촘함의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더 좋은 화질을 위해서는 천체망원경처럼 대구경의 렌즈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의 렌즈 크기는 확보해 줘야 하지만, 스마트폰의 뒤태가 흉해지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다.


이제 폰카 시장은 광학에 의존해 온 카메라의 기술 혁신과는 달리 철저히 계산사진(computational photography)의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 렌즈와 조리개로 찰나의 순간을 포착하는 전통적 사진술 대신, 앱이 뜨자마자 그 작은 렌즈로 빛을 실시간으로 계속 흡수하며 셔터가 눌릴 그 순간을 위해 준비한다. 대표적 기능인 HDR은 그렇게 사진찍기 전후의 노출을 기억해 뒀다 사진을 채색해 준다. 피사체 배경을 흐리게 하는 ‘보케(아웃포커싱)’ 사진도 피사계 심도가 아닌 듀얼 렌즈로 더불어 찍은 사진을 오려내서 합성해 버린 결과다. 워낙 CPU와 소프트웨어가 좋으니 육안으로는 구분이 힘들 지경이다.


바로 엊그제 유출된 구글 픽셀의 ‘나이트 시프트’ 기능도 놀랍다. 거의 빛이 없는 상태에서도 알고리즘은 빛을 그려내, 초저녁 같은 사진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이쯤 되면 사진은 사진(寫眞)인데 이것이 정말 ‘진(眞)’짜를 ‘베껴낸(寫)’ 것이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러나 합성과 보정은 포토샵으로 의도를 지니고 하는 행위가 아니라, 모든 정보가 만들어질 때 그리고 모든 정보가 재생될 때 벌어지는 절차일 뿐이라고 이 시대는 말하기 시작하고 있는 듯하다.

2018.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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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닷컴, 조선일보, 한겨레 등에 글을 연재중이며 '오프라인의 귀환' 등 유수의 저서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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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국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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