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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크 ]

주민등록제도를 다시 생각할 때

by김국현

주민등록제도를 다시 생각할 때
우리는 너무나도 당연히 생각하는 주민등록번호와 주민등록증, 세계적 관점에서 봤을 때는 상당히 이례적인 제도다. 물론 개개인이 하나의 만능 ‘프라이머리키’를 할당받게 되므로, 시민이 데이터로 관리되기가 아주 유용하다. 특히 세무에서 병역까지 국민의 의무를 훑어내기 위해서는 이것처럼 효율적인 방식은 또 없다.


하지만 아무리 편리해 보이더라도 생년월일이나 출생지(예컨대 뒷부분중 2~3자리가 00~08이면 서울), 성별 등 민감하기 쉬운 정보를 담고 있는 숫자를 강제적으로 부여하는 일이 위헌 소지가 있기에 많은 나라에서는 시도조차 되지 못했다. 각종 개인식별번호가 할당되는 나라들은 있지만, 개인정보는 대개 들어 있지 않고, 필요에 따라 재할당이 가능하다.


이렇게 헌법적 가치를 거스르는 번호가 태연하게 유지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역시나 북한. 속칭 김신조 사건으로 불리게 된 박정희 암살 시도가 1968년 한국의 주민등록제도를 탄생시킨 계기. 간첩을 걸러내기 위한 방책이라니 그 시절 누가 이의를 제기할 수 있었을까?


한국의 주민등록번호는 하지만 효과적이었다. 누구나 단 한 번만 하나만 가질 수 있는 키이다 보니까, 관련된 데이터베이스 테이블을 연결하기가 너무나 쉬워진다. 주민등록번호만 잡고 있으면 내 정보가 굴비 꿰듯이 주르륵 딸려 나오게 하는 전산 시스템을 손쉽게 만들 수 있게 된다.


이런 일사불란한 한국식 행정전산화를 부러워했던 나라들은 모두 주민등록제도를 따라 하고 싶어 했다. 여기에는 그간 우리의 행정이 그렇게도 따라 해 마지않았던 일본도 포함되어 있었다. 청출어람의 순간이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일본이 개인번호를 국민에게 부과할 수 있었던 것은 최근인 2015년. 하지만 한국의 주민등록번호와는 달리 개인정보가 노출되지는 않는다.


라인(LINE)이 일본 정부의 온라인 행정 서비스와 9월부터 연계한다는 뉴스가 최근 보도되었다. 우리로 치자면 카톡으로 관공서 업무를 볼 수 있게 된다는 것인데, 라인 화면에서 행정 포털에 직접 액세스하고, 스마트폰으로 주민등록증(마이넘버 카드)를 읽어서 행정 절차를 거칠 수 있게 한다고 한다. 향후에는 세금 지불 등까지 염두에 둔 듯 하다.


일본 내의 반응은 그리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이제는 라인이 순수 일본 기업이 아닌 한국계 기업임이 소문이 난 이상, 외국 기업에게 행정 서비스의 일부라도 맡기는 것에 대한 늘 있을 법한 반감이 터지기 마련. 하지만 일본 정부 입장에서는 이 번호는 실질적으로 옵션에 불과할 뿐 등록증의 보급률이 10% 정도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소셜 미디어 등을 통해서라도 적극적인 홍보를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쉬울 리 없다. 설령 개인정보가 없더라도 그간 없던 번호가 매겨지는 일은 그리 유쾌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 특유의 문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나이를 따져 차별하고, 지역을 따져 차별하고, 성별로 차별하는 문화는 어쩌면 우리 스스로를 쉽고 당연하게 식별되도록 내버려 둬 버린 주민등록제도와 그로 인한 ‘민증 까는’ 습성 때문에 생긴 근대적인 증상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