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고 고요한 밤나무 아래의 쉼터, 의림여관

[여행]by 전원속의 내집

잠시 머문 집_15탄

평범한 일상 속 마음 한구석에 남을 새로운 경험을 안겨줄 공간.
집을 짓기 전 가볼 만한 숙소, 그 열다섯 번째는 강원도 춘천시에 위치한 ‘의림여관’이다.

춘천 의암호 근처, 멀리 삼악산이 보이고 뒤로는 가파른 숲을 등지고 있어 자연의 정취가 가득한 땅에 밤나무 한 그루가 땅의 주인인 듯 자리 잡고 있다. 이 아름답고 고요한 밤나무 아래 의림여관이 지어졌다. 처음 프로젝트를 시작할 당시, 3살이었던 김남수 씨 부부의 아들은 현재 7살로 성장했고 그 시간만큼 의림여관도 완성도 있는 모습으로 게스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위, 아래) 건물이 숲에 묻힐 수 있도록 설계되길 원했다는 남수 씨의 바람대로 의림여관과 주변 산세는 본디 한몸인 듯 조화롭다.


천연목 데크 길을 마치 레드카펫처럼 시공해 내부로 들어서기 전부터 게스트들의 기대감을 자아낸다.

건축가의 말에 따르면 의림여관은 ‘우리들이 한결같이 빛나는 것을 싫어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옅게 선명한 것보다도, 가라앉아 그늘진 것을 더 좋아한다.’라는 일본 소설가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음예 예찬> 중 한 구절이 생각나는 장소다.

나뭇결이 그대로 드러나는 현관문 너머로 마당과 푸르른 숲이 보인다.

숲을 향해 난 전창 앞에 티타임을 즐길 수 있는 다기가 가지런히 놓여 있다.

건축주는 이 땅에 세워질 건축이 산인지 집인지 두드러지지 않는 묵향 나는 공간으로 자리하길 원했다. 자연을 감싸 안으려 하지도, 담아내려 하지도 않고 그저 사용자들이 공간에 머무는 동안 땅과의 풍성하고 깊은 상호작용을 통해 고독한 나그네의 시간을 음미할 수 있기를 바랐을 뿐이다.

공간은 크게 가족이 머무는 공간과 게스트가 머물 객실 2개로 구성되어 있다. 바깥과 단절된 낮고 긴 콘크리트 건축은 외부의 날카롭고 복잡한 것들을 모두 지워내고 공간으로 들어선 순간 다른 시공간에 온 듯 쉼을 선사한다. 밝고 넓은 마당에 난 붉은 길과 붉은 대문은 사방이 초록으로 둘러싸인 공간에 운치를 더한다.

바닥과 단차를 둔 실내 평상 위에 침대를 배치해 활동 공간과 수면 공간이 자연스레 분리된다.

건축주가 가장 마음에 드는 공간으로 꼽은 야외 주방과 다이닝룸. 보리공방의 가구들로만 이뤄졌다.

육각 타일이 멋스럽게 시공된 욕실. 세면대 하부장도 벽면과 같은 톤의 목재로 제작해 실내공간에 통일성을 더한다.

호텔스 컴바인 배너 이미지1
숲을 향해 열려 있는 내부공간은 숲의 고요함을 온전히 받아들인다. 공간에 들어선 게스트가 자연과의 교감에 집중할 수 있도록 차분히 가다듬은 나무의 물성을 반영했다. 건축물의 외피와 대비되는 붉은 결의 목재가 존재감 있게 빛난다.

SECTION

포근한 햇살이 들어오는 욕실. 창밖으로 보이는 개인 정원은 오직 게스트만 출입할 수 있으므로 안심하고 프라이빗한 목욕을 즐길 수 있다.

곳곳에 설치된 부부 소장 펜던트, 플로어 조명 등을 보는 재미도 있다.

게스트 공간과 같이 목재로 마감한 호스트 공간. 비슷한 결을 느낄 수 있다.

객실과 분리된 야외 주방은 편의성을 더해 주고 개인 정원과 욕조는 숲을 향해 있어 숲 한가운데서 온전한 휴식을 취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돌담은 숲과 객실을 구분 지으면서도 모나지 않고 조화롭다.  

아름다운 숲속 나그네의 집, 이름 대로다.

HOUSE PLAN

대지위치 ≫ 강원도 춘천시
대지면적 ≫ 1,488㎡(450.12평) ┃ 건물규모 ≫ 지상 1층
건축면적 ≫ 180㎡(54.45평)
연면적 ≫ Host space 90㎡(27.23평) / Guest space 90㎡(27.23평)
건폐율 ≫ 12.09% ┃ 용적률 ≫ 12.09% ┃ 주차대수 ≫ 3대
외부마감재 ≫ 노출콘크리트, 열연강판
내부마감재 ≫ 벽·천장- 합판, 도장 / 바닥- 강화마루, LVT
욕실 및 주방 타일 ≫ VISTA수전 등 욕실기기 ≫ 아메리칸스탠다드
주방 가구 ≫ 보리공방
조명 ≫ LED할로겐, LED간접조명, 건축주 소장 팬던트 및 스탠드 조명
현관문 ≫ 이플러스 윈도우방문·붙박이장 ≫ 현장 제작
데크재 ≫ 천연 데크재
조경·전기·기계·설비·시공 ≫ 건축주 직영
설계·디자인 감리 ≫ 100A associates 02-919-9135 www.100a.kr

INTERVIEW 김남수 대표

숙소를 오픈하게 된 계기는

남자아이를 키우는 흔한 동갑내기 맞벌이 부부였습니다. 치열한 서울 생활에 지쳐 더 늦기 전에 삶의 전환점을 맞고 싶었어요. 고민하다 평소에 즐겨 다니던 스테이를 직접 운영하기로 하고 원하는 조건의 지역을 찾다가 서울과 가까우면서도 강원도의 자연을 그대로 품고 있는 호반의 도시 춘천에 스테이를 짓고 정착하게 되었습니다.

가장 공들였던 공간은

마치 거대한 바위가 산에 길게 박혀 있는 것 같이 보이도록 외관을 전혀 치장하지 않은 노출 콘크리트로 구성했어요. 내장은 전체 나무 합판에 가구 마감 때 쓰이는 오일로만 마감하고 숲을 향해 막힘없이 전창을 배치한 부분이 가장 공들인 부분이라고 할 수 있어요.

숲의 풍경을 빌려와 조용히 감상하며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 개인정원 데크에는 편히 쉴 수 있는 의자를 두었다.

스테이를 지으며 겪었던 어려움은

예산 부족으로 어쩔 수 없이 직영 시공을 시도했습니다. 경험 부족으로 시공자들과의 의사소통 문제가 생겨 부분별 재시공이 반복됐습니다. 공사가 늦어졌고 불필요한 비용 소모도 있었어요. 마을 주민들의 오해에 따른 민원으로 공사가 중단된 점 등도 어려웠습니다.

‘의림여관’ 이름의 뜻은

스테이가 위치가 춘천 의암리여서 직관적으로 ‘의암리 숲속 여관’이란 뜻과 아름다울 의(懿)를 써서 ‘아름다운 숲속 여관’이라는 두 가지 뜻이 있습니다. 여관이라는 단어를 선택한 건 일본의 료칸처럼 우리나라의 여관도 오래 지속되는 전통 있는 곳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입니다. 여관의 한자를 풀어보면 나그네의 집이란 뜻인데 그 말도 마음에 들었고요.

이곳에서 어떤 시간을 보냈으면 하는지

손님들이 각자 겪었던 관계에 대한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이곳에서만큼은 같이 온 여행 메이트나 자기 자신에게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보내셨으면 합니다. 그래서 외부를 향해서는 창을 없애 도로, 도시, 다른 사람들의 시선으로부터 단절시키고자 했고요. 퇴실도 12시로 여유롭고 조식도 브런치로 제공하는 건 하루라도 여유로운 아침을 맞아보시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위, 아래) 객실과 분리돼있어 음식 냄새를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야외 주방과 다이닝룸.

호텔스 컴바인 배너 이미지2
주변에 가볼 만한 곳은

1982년에 폐교된 학교를 개조한 카페 ‘오월학교’와 춘천 속의 작은 이탈리아를 느낄 수 있는 레스토랑 ‘수아마노’를 추천드립니다. 의암호 반 드라이브 코스, 의암호 케이블카, 5월 개장 예정인 레고랜드도 추천드립니다.

스테이를 준비하는 분들께 하고 싶은 조언은

스테이업은 24시간 돌아가서 항상 신경 쓰며 일에 매여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자신의 성향을 잘 파악하고 결정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평소 집에 있는 걸 좋아하고 집 가꾸기에 흥미가 있다면 잘 맞으실 겁니다. 더불어 요즘은 경쟁이 매우 치열해 공간의 완성도는 기본이고 공간의 계획단계부터 아이덴티티 구축이 확실해야 살아남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유행을 따르기보단 호스트의 성향이 그대로 담긴 잘 브랜딩된 공간을 만드시길 바랍니다.

취재협조 | 의림여관
강원도 춘천시 신동면 의암1길 132, 0507-1324-5197

취재_ 오수현  |  사진_ 김재윤
2022.06.02원문링크 바로가기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기다려지고 읽고 싶은 실용 건축 매거진
채널명
전원속의 내집
소개글
기다려지고 읽고 싶은 실용 건축 매거진
    이런 분야는 어때요?
    ESTaid footer image

    © ESTaid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