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흐름 속에 정갈하게 정리한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쉼표

[여행]by 전원속의 내집

잠시 머문 집 20탄_소여정 小餘情

평범한 일상 속 마음 한구석에 남을 새로운 경험을 안겨줄 공간.

집을 짓기 전 가볼 만한 숙소, 그 스무 번째는 경북 경주에 위치한 ‘소여정(小餘情)’이다.

전통 한옥과는 달리 오랜 시간 일반 대중의 삶의 터전이었던 개량 한옥을 프라이빗 스테이로 리모델링한 소여정은 경주의 대표 유적지들과 상권이 가장 발달한 황리단길 사이에 위치한 경주시 황오동에 자리 잡았다.


아주 좁은 길을 통해 이어지는 기존 개량 한옥은 1950년대에 지어져 적절한 건축 인허가 절차를 거치지 않은 부분이 있었기에 본격적인 시공 전, 시 오수관로 인입과 증축 신고 절차를 밟아 양성화 작업을 진행했다.​

기존 개량 한옥은 대청을 중심으로 칸마다 방이 나뉘어 있었지만, 비내력벽을 모두 철거해 개방된 구조로 전체공간을 탈바꿈했다.

건축주는 경주가 관광명소임에도 불구하고 퀄리티 높은 숙소가 부족하다는 점에 착안하여 30~40대 이상 고객이 편하게 머무를 수 있는 고즈넉한 공간을 만들고자 계획했다. 건축가와 건축주는 여러 호텔의 톤 앤 매너를 공유하고 콘셉트를 상의하면서 전체적으로 톤이 아주 어두운 공간으로 방향을 잡았다.


가장 먼저 목구조 기단부의 부식과 부재의 처짐을 해결하기 위해 신축에 가까운 부재의 교체가 이뤄졌다. 서까래와 그 상단의 흙, 기와를 모두 철거하고 재시공했으며 들보와 기둥, 인방 일부를 교체했다. 한옥보다는 일반 목조건축에 가까운 투박한 지붕의 모습을 살리기 위해 지붕 내부구조는 각재 서까래와 루버 덮개로 마감했다.​

거실 칸은 바닥 단을 낮춰 외부와 레벨을 동일하게 형성하고 박공지붕을 살려 자연스러운 느낌을 주었다.

간살 창호와 목재 바닥은 물론이고 한지 커튼, 식기 등 사소한 소품들에서도 차분하고 정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PL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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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USE PLAN

대지위치 ≫ 경상북도 경주시 황오동

건물규모 ≫ 지상 1층 │ 건폐율·용적률 ≫ 35%

건축면적·연면적 ≫ 45.54㎡(13.77평)

외부마감재 ≫ 테라코 외부용 뿜칠, 원목루버

내부마감재 ≫ 마천석, 테라코 뿜칠, 원목마루, 원목루버

욕실 및 주방 타일 ≫ S&C 세라믹 수입 석재타일

수전 등 욕실기기 ≫ MINA 세면수전, 한스그로헤 주방수전, 제이바스 샤워수전

주방 가구·붙박이장 ≫ 일체 제작가구

조명 ≫ ASTRO 테이블 램프, MENU 플로어 램프

현관문 ≫ 제작 금속프레임 폴딩도어 및 창호

데크재 ≫ 탄화목, 착색 삼목 │ 조경석 ≫ 마사토, 화강석

조경 ≫ Botanical Studio Sam │ 시공 ≫ J-ONE international

설계·감리 ≫ STAY architects 02-400-1038 www.stayarchitects.com

그 시대의 삶에 맞게 적응한 개량 한옥이기에 전통을 고수하기보다는 변화에 초점을 맞췄다. 시대성을 드러내는 담장과 대문의 형상은 유지한 채 마감재를 교체했으며 본채의 외벽은 기능성과 사용성을 고려해 과감하게 구조재를 가리고 현대식으로 마감했다.


내부 공간은 한옥의 칸의 개념을 살려 평면을 계획했다. 칸을 나누는 구조부재를 기준으로 거실, 욕실, 다이닝 공간, 침실을 각각의 미니 정원과 함께 배치했다.​

석재 욕조 안에서는 욕실 창을 통해 소여정의 가장 좋은 중정 뷰를 누릴 수 있다. 욕조 옆으로는 출입구에서 주방으로 이어지는 복도가 형성되어 외부와 내부 사이 완충 역할을 해준다.

실내에서도 언제든지 문을 열고 외부 정원으로 나올 수 있다.

중정을 중심으로 외부와 내부가 통한다.

외벽을 따라 미니 정원이 꾸며져 있어 시선을 어디에 두어도 아늑하고 편안하다.

INTERVIEW

: 소여정 정승민 대표

소여정을 짓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대학에서 건축을 공부하고 한때는 건축학도의 꿈도 있었지만, 현재는 고향 경주에서 건축과는 전혀 관련 없는 회사에 다니고 있습니다. 마음 한편에는 건축에 대한 갈망과 관심을 늘 가지고 있었고, 이번 소여정 건축을 통해서 작은 꿈을 이룬 것 같습니다. 물론, 구옥 리모델링의 특성상 철거를 하고 보니 예상치 못한 여러 문제가 발생해 공기도 길어지고 마음고생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계획한 건축물이 나와서 만족스럽고, 방문하신 분들의 칭찬과 긍정적인 리뷰를 볼 때마다 뿌듯함이 느껴져 이 일을 시작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소여정이라는 이름의 뜻과 스테이 콘셉트는

소여정은 ‘우리의 정을 위한 작은 여유’라는 뜻으로 오래된 작은 한옥을 리모델링해 스몰럭셔리를 지향하는 스테이입니다. 소여정의 가치는 어쩌면 순식간에 지나치거나 사라질 수 있는 아주 작고 사소한 것들, 오래되고 버려진 것들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고 특별한 가치를 지니도록 하는 것에 있습니다. 소여정은 무분별한 개발과 철거로 인해 사라질 수도 있었지만, 이 작은 한옥에 새로운 생명을 부여하고자 노력한 덕분에 그 가치가 많은 이들에게 전달될 수 있었습니다.


소여정에서 가장 신경 쓴 공간은


거실과 욕조가 이어지는 공간이 소여정의 핵심 공간이라 생각합니다. 파이어 피트, 빔 프로젝트, 욕조 등을 모두 실내에 배치해 계절, 날씨에 상관없이 즐길 수 있도록 했습니다.

거실에는 파이어피트와 빔 프로젝터가 준비되어 있다.

‘우리의 정을 위한 작은 여유’라는 뜻으로 이름 붙여진 소여정.

석재 세면기가 공간과 잘 어우러지며 자연과의 조화를 떠오르게 한다.

손님들이 소여정에서 어떤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는지

소여정에서 경험하는 작은 여유의 시간이 손님에게 새로운 가치를 주는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오랜 유산과 현재가 공존하는 황오동의 한적한 골목에서 온전히 나 자신 혹은 나와 삶을 공유하는 이와의 깊은 이야기를 나눠보는 소중한 시간을 보냈으면 합니다.


소여정 주변에 꼭 가보았으면 하는 곳은

첨성대, 안압지, 대릉원 등 주요 유적지와 특색 있는 식당, 카페가 즐비한 황리단길도 가까운 거리에 있어 꼭 가볼 만한지만, 숙소가 위치한 황오동은 철길을 두고 오랜 기간 도심과 단절된 동네로 일제강점기시대 철도관사, 급수탑 등 근현대 유산이 풍부합니다. 좁은 골목길을 돌아다니며 마주하는 또 다른 경주의 모습이 이색적인 경험으로 와닿을 수 있을 겁니다.


숙박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조언하자면

여행의 목적, 연령, 성별, 구성원 등 여러 요인에 따라 제각각 취향이 다르고 선택하는 숙소도 달라집니다. 따라서 두루두루 보편적으로 좋다고 느껴지는 공간보다는 좀 더 구체적으로 숙소에 방문하는 주 고객층을 명확히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의 취향과 요구에 맞는 입지, 공간 구성, 인테리어 등 건축적인 요소와 함께 소품, 인테리어, 전자기기 등 비건축적인 부분까지 세심히 고려해 계획한다면 방문자의 만족도를 높이는 매력적인 숙소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취재협조 | 소여정

경북 경주시 황오동 85-90 / 0507-1308-8590 / 인스타그램 : @sawyerjeong_gj

취재_ 오수현  |  사진_ 홍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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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21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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