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가는 정원을 담아두는 바닷가 중정주택

[라이프]by 전원속의 내집

양양 류원(流園)

가족만의 공간을 찾아온 바닷가 마을.
앞마당과 중정 사이, 바깥과 안의 섞임을 즐긴다.

대지 동북측에서 바라본 주택의 모습. 마당과 달리 마감재의 질감에서부터 매스까지 직선과 직각으로 정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서울 인근에서 오랫동안 아파트 생활을 했던 건축주 부부는 단독주택 생활을 위해 단지형 타운하우스에 입주 후 3년간 살았다. 그러다가 우연히 강원도 양양군에서 낸 토지 분양 공고를 보고 새로운 터전으로의 이주를 결심했다.

매스에 따라 마감을 달리해 입체감이 두드러진다.


원형으로 오픈된 지붕의 중앙부 모습.

부부는 아파트를 벗어나 타운하우스 생활을 시작할 때만 해도 단독주택과 타운하우스가 건축적으로 비슷한 개념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살아보니 제법 큰 차이가 있었음을 깨달았다. 그들에게 타운하우스는 남이 만들어 놓은 집에 내 삶을 맞춰야 한다는 점에서 아파트와 사실상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한정된 땅에 최대한 많은 집을 집어넣는 방식의 분양용 주택의 한계로 정작 마당이 너무 협소했고 이웃과의 프라이버시 확보에도 불편한 점이 많았다.

건축주 부부를 처음 만난 자리에서 그들은 원하는 집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일반적인 살림집과 특별한 스테이, 그 중간 어딘가에 존재하는 집이면 좋겠습니다."
반복되는 일상을 담는 진득한 생활공간과 일상에서 벗어나 여유와 리프레시를 만끽하는 공간. 그 둘이 하나의 거주 공간에 서로 공존하는 풍경이 그들이 원하는 집이었다.

안이면서 밖인, 중첩되는 공간이다.


수공간이 만드는 물결은 주택에 또 다른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거의 단층에 가까운 구조지만, 넉넉한 층고 덕분에 거실은 볼륨감이 느껴진다.

SECTION

HOUSE PLAN

대지위치 ≫ 강원도 양양군
대지면적 ≫ 547.30㎡(165.55평)
건물규모 ≫ 지상 2층 │ 거주인원 ≫ 3명(부부, 자녀1)
건축면적 ≫ 178.39㎡(53.96평) │ 연면적 ≫ 180.92㎡(54.72평)
건폐율 ≫ 32.59% │ 용적률 ≫ 33.06%
주차대수 ≫ 1대 │ 최고높이 ≫ 8.10m
구조 ≫ 기초 – 철근콘크리조 / 지상 –철근콘크리트구조
​단열재 ≫ 경질우레탄단열재(불연) 120㎜
외부마감재 ≫ 외벽 - 노출콘크리트 위 발수코팅 / 지정 알루미늄 패널
창호재 ≫ 이건창호 35㎜ 알루미늄 삼중 시스템 창호(에너지등급 1등급)
에너지원 ≫ LPG │ 전기·기계 ≫ 정연엔지니어링 │ 설비 ≫ 세원엔지니어링
구조설계(내진) ≫ 델타구조
법정감리 ≫ 태웅 건축사사무소
시공 ≫ 건축주 직영(현장대리인 김일성)
설계·디자인 감리 ≫ 나우랩 건축사사무소

대지는 양양 하조대 해수욕장에서 차로 5분 거리 중광정리 산 중턱의 전원주택 마을이다. 대지는 비교적 높은 지대에 위치하지만, 바다가 직접 보이지는 않았다. 대신 남서쪽으로 광활하게 개방된 시원한 시야를 확보하고 있다. 100 ~150평 남짓한 면적으로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산의 사면을 계단식으로 자른 터에 직교형으로 반듯하게 늘어섰다.

150평쯤 되는 넉넉한 대지였지만, 공사비를 고려하면서 3인 가족을 위한 적정한 집의 실내 공간 규모를 따져보니 55평 정도. 일부 2층이 필요한 집의 구조상 건축면적은 45평 정도였으니 산술적으로 100평 넘는 외부공간이 남았다. 이 ‘100평’을 잘 활용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기능적으로 활용성 좋은 외부공간이 되려면 집과 외부공간을 따로 두는 소극적 방식보다는 집의 큰 틀 속에 외부공간이 적절히 녹아들어 있는 방식이 좋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완전한 바깥과 완전한 실내의 중간 영역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안마당은 아이가 상상의 나래를 펴는 둥근 도화지가 되어준다.


아이를 위한 놀이다락 앞에는 미끄럼틀을 둬 실내에서도 다양한 액티비티를 누릴 수 있도록 했다.

집의 본채는 ‘ㄱ’자 형태로 남서쪽에 개방된 풍경 방향으로 앉혔다. ‘ㄱ’자 집의 지붕은 크게 연장되어 집의 큰 틀을 이룬다. 건폐율과 공사비를 고려하여 지붕의 중앙은 원형으로 크게 오픈시켰다. 온전한 바깥이더라도 큰 틀 안에서 날씨와 하늘의 변화를 담는 흥미로운 외부 풍경이 집의 각 부분과 밀접하게 연결되도록 했다.

1층의 주방과 거실, 가족 욕실, 각 침실, 운동실 등의 주 생활공간은 내부에서 홀과 복도를 통해 기능적으로 간결하게 정리하면서 각 공간의 큰 창을 통해 마당과 직접 연결된다. 따라서 집 내부의 어떤 공간도 어둡거나 구석에 있는 느낌은 없으며 광활한 외부 풍경과 만나게 된다. 이런 배치와 마당을 에워싸는 연장된 처마와 담, 기둥 덕분에 집은 외부에서 볼 때 실제의 실내 면적보다 훨씬 큰 집으로 보인다. 하지만 2층이 훨씬 작게 구성된 집이어서 높이의 압박감은 없고 집 자체가 점유하는 넓이가 특유의 존재감을 갖추게 해주었다.

PLAN

INTERIOR SOURCE

내부마감재 ≫ 벽 - 친환경 수성페인트, 노출콘크리트 면보수, 자작나무 합판 / 바닥 - 건축주 지정 원목 마루 / 천장 - 친환경 수성페인트
욕실 및 주방 타일 ≫ 건축주 지정 수입타일
수전 등 욕실기기 ≫ 아메리칸스탠다드
조명 ≫ 기본 - LG 이노텍 + 조명나라 인터넷 사이트 / 펜던트 및 장식조명 - 건축주 직구
계단재·난간 ≫ 화이트 오크 집성목, 강화유리난간
현관문 ≫ 현장 제작 │ 방문 ≫ 자작합판 40mm 제작 포켓도어
데크재 ≫ 천연 방킬라이 데크

집의 외장재는 외단열 화이트 도장 마감으로 결정했으나, 협의를 통해 내부 공간 벽면과 외부 마감 일부를 노출 콘크리트 마감으로 변경하고 외장재는 외단열 도장에서 벽돌, 화강석, 금속 마감으로 상향 검토했다. 현재의 알루미늄 패널 마감은 매해 봄마다 강한 바람으로 큰 화재가 빈번한 지역 특성에 화재에 가장 안전한 자재를 고심한 최대한 변형이 없는 재료를 찾은 결과다. 아울러 전체적으로 화이트 톤이었던 설계 콘셉트를 최대한 유지하기 위한 선택이기도 했다.

취미실에는 침대를 겸할 수 있는 수납평상을 두어 경치와 영화를 함께 즐긴다.


복도를 따라 침실과 욕실, 다목적실이 나란히 놓였다.

다양한 집들을 다양한 생각의 건축주들과 함께 설계하다 보면 집도 집주인을 잘 만나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정을 주면 집은 점점 빛이 나고, 잘 지어 놓은 집이라도 정 없이 살며 가꾸지 않으면 금방 빛이 바래고 볼 품 없게 된다. 어떤 날엔 정적인 풍경이 아름답고, 어떤 날엔 동적인 즐거움과 재미가 넘치는 집. 그 둘이 공존하는 환경이 가족이 원하는 집이었다. 류원(流園)의 의미는 ‘흘러가는 정원’이다. 한가로운 살림집과 어느 휴양지의 특별한 숙소. 그 상반된 꿈 어딘가에 거주자들이 그때그때 기분 따라 잘 활용할 수 있는 여백 많은 집을 설계하고 싶었는데 잘 되었는지 모르겠다. 가끔 집주인 SNS에서 느껴지는 행복감이 그 답이 되려나. 글 : 최준석, 차현호

건축가 최준석, 차현호 _나우랩 건축사사무소(NAAULAB ARCHITECTS) 
최준석, 차현호는 2017년 가을 최준석의 용인 보정동 자택 ‘미생헌’ 1층에 나우랩 건축사사무소(NAAULAB ARCHITECTS)를 개소했다. 모든 건축의 출발점을 의뢰인과의 첫 대화로 보며, 다이달로스의 미궁 같은 의뢰인의 모호한 마음으로부터 다양한 대화를 통해 특별한 단서 하나 발견하는 순간을 설계 과정의 가장 중요한 핵심으로 여긴다. 건축가에게 좋은 집 보다는 거주자에게 좋은 집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모든 건축물은 그것을 의뢰한 사람과 설계한 사람을 투영하는 사회적 거울이라는 믿음을 갖고 건축 작업을 하고 있다. room713@naver.com│www.naau.kr

취재_ 신기영 | 사진_ 최진보​
2022.10.18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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