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자연이 함께하는 스테이 정원

[여행]by 전원속의 내집

문경 고결 스테이

탄광 지역인 문경에서 오랫동안 대장간으로 사용된 옛 건축물이 로컬 스테이로 변신했다. 문경의 자연석과 지역의 정취가 느껴지는 재래종, 대장간의 서까래로 쓰였던 소나무 등 공간에 쌓인 시간과 지역성이 살아있는 편안하고 고즈넉한 정원을 완성했다.

두 개의 둥근 돌담은 생강나무와 산단풍나무 사이에서 중심을 잡아준다.

역사를 간직한 옛 대장간, 자연스러움을 더한 스테이로 탄생하다

경상북도 문경시 가은읍의 로컬 스테이 작업을 위해 6개월간 현장을 오가면서 밭의 돌담이나 돌로 꾸민 소박한 정원 풍경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고결 스테이는 대장간이었던 구옥을 리모델링하는 프로젝트로 지역의 역사와 추억이 쌓인 풍경을 정원 안에서도 재현해 보고 싶었다. 자연스러움과 친숙함을 콘셉트로 잡고, 문경의 자연석을 활용해 메인 정원을 꾸몄다. 건식 방식으로 돌담을 낮게 쌓아 서로 마주 보게 배치하고, 재래종 식물을 많이 선택해 조금 더 편안한 공간이 될 수 있도록 했다.

현관 옆 공간에는 때죽나무와 도깨비부채, 우산나물, 눈빛승마 등 그늘에서 잘 자라는 식물을 심었다.

낮은 담 앞으로 키가 크지 않은 꽃꼬리풀, 참배암차즈기, 노루오줌, 하늘말나리 등의 식물을 심었다.

고결 스테이에 머물기 위해 방문한 사람들은 벽 아래 자연석 모자이크를 지나 생강나무가 있는 메인 정원으로 들어가게 된다. 둥근 돌담과 함께 산벚나무, 산단풍이 균형을 잡는다. 돌담 앞에 위치한 키가 크지 않은 재래종은 툇마루에 앉아서 내다볼 때 편안하고 정적인 풍경을 만든다. 입구로 향해 돌아가면 동쪽 면이 열린 현관 입구 정원이 나타난다. 오후 시간에 그늘이 져 아름다운 재래종 음지식물이 잘 자란다.


도로와 면한 외부 정원은 내부와 외부를 연결하는 공간으로, 비어 있는 듯 허허롭지 않은 풍경을 만든다. 문경의 전통 한지로 마감한 창호를 열면 아름다운 선을 가진 진달래가 그림자를 드리우며 서 있고, 중문을 열고 안쪽으로 들어가면 자쿠지에서 조용히 바라볼 수 있는 정원이 나타난다.​

자연과 가장 가까운 정원 만들기 TIP

벌을 불러 모으는 정원의 식물(bee-friendly plants)

벌이 사라진 정원은 생명을 잃은 정원이다. 조금이라도 벌을 더 불러들이기 위해 세계적으로 벌들이 특히 좋아하는 식물을 심는 정원이 많아지는 추세다. 벌은 특히 보라색 꽃을 잘 볼 수 있으며, 겹꽃보다는 홑꽃이 꽃가루나 꿀을 먹기 좋다. 꽃이 적은 이른 봄에는 튤립 등의 구근을 심어 벌을 불러들이는 것도 바람직하다. 벌이나 곤충들의 서식처를 위해 대장간 구옥에 있던 소나무 서까래를 70~80cm로 잘라 장작을 쌓듯이 1m 높이로 넓게 쌓아주고 그 주변에 벌이 좋아하는 꽃을 피우는 식물을 심었다.

벌이 좋아하는 식물: 라벤더, 붓들레아, 리아트리스, 러시안세이지 등

 

문경에서 얻은 돌을 이용한 돌담

시멘트나 흙 반죽을 사용하지 않고 돌만으로 쌓은 담. 자연석을 이용하여 돌담을 쌓으면 자연스러운 외관으로 주위 풍광과 잘 어울린다. 건식 돌담이 습식(시멘트나 흙 반죽 이용)돌담보다 충격에 견디는 힘도 좋다. 쌍용계곡, 용추계곡 등 아름다운 바위 풍경이 많은 문경은 도로에서 보이는 밭이나 일반 주택에도 돌로 된 낮은 담이나 정원 장식을 쉽게 볼 수 있다. 정원 작업이 이루어진 건축물은 이전에 대장간으로 이용된 곳으로 정원의 구조물에 문경 지역의 일상적인 돌담 요소를 적용하기로 했다. 우선 문경 지역에서 나오는 적당한 크기의 돌을 구하고, 마른 돌담 쌓기를 위한 기본 기술을 습득한 후 3m 길이의 낮은 돌담을 쌓았다.

STAY INFO

설계 : 고결건축사사무소 

시공 : 가원하우징 

창호 : 문경 전통한지 김춘호 한지연구소

(위, 아래) 높이 50cm, 길이 3m 내외의 돌담은 집 전면에 설치된 툇마루에 앉아 바라보거나 2개의 침실과 다실에서도 풍경을 즐길 수 있다. 낮은 돌담을 중심으로 다간의 산벚나무와 산단풍, 생강나무가 배치되고 성장이 좋은 개암나무와 이테아, 포르테길라(실목련) 등 크지 않은 관목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키가 큰 마타리와 오이풀은 돌담 뒤쪽에, 꽃꼬리풀, 참배암차즈기, 아이리스, 노루오줌, 원추리, 땅나리, 하늘말나리 등은 돌담 앞쪽과 사이사이에 배치했다.

담장 벽의 정원에는 둔덕을 만들어 계절감을 표현할 한라백당나무, 자엽국수나무, 고광나무 등을 심고 여름에는 분홍터리풀이 핑크빛으로 정원에 색다른 색감을 입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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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쿠지 앞 비밀스런 정원 공간. 때죽나무가 중심을 잡고 양옆으로 높지 않은 직물들이 늘어서 있다. 중문을 열면 외부 정원까지 공간이 확장된다. Ⓒ김기회

스테이 앞길의 흰 벽에는 동네 주민들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숙근초 정원을 조성했다. 좀새풀 픽시파운틴, 몰리니아 무어헥세, 버베나 하스타타 등 높은 담장에 맞게 비교적 키가 큰 식물을 선택했다.

SKETCH

꽃꼬리풀(Veronica linariifolia)

7~8월 산이나 들에서 청량한 푸른색의 꽃이 피며 우리나라가 원산지이다. 키는 40~80cm 정도이며 꽃이 많이 없는 여름 정원에 심으면 좋다. 목수국 핑키윙키(Hydrangea ‘Pinky Winky’)7월경에 흰 꽃이 피었다가 가을이 되면서 점점 핑크색으로 변하고 2가지 색상이 공존한다. 줄기가 튼튼한 직립형이며 새 가지에서 꽃이 피므로 이른 봄 가지를 잘라주면 된다.

분홍터리풀(Filipendula rubra ‘Venusta’)

6월에서 8월까지 부드러운 깃털 모양의 핑크색 꽃이 정원에서 눈길을 끈다. 뜨거운 여름 오후 해는 피하는 것이 좋으나 대체로 땅을 가리지 않는다. 키는 90cm까지 큰다.도깨비부채(Rodgersia podophylla)넓은 부채 같은 잎은 나무 아래 습기가 있는 곳에서 자란다. 잎 모양이 특이해 관상 효과도 있으며 노란빛을 띤 흰 꽃도 아름답다. 정원에서 키울 때는 생육 조건을 잘 체크해 심어야 한다.​

우산나물(Syneilesis palmata)

산속 줄기에 2~3개의 잎이 달린다. 연한 붉은색 꽃이 피며 우산이 펴지듯 새싹이 나온다.때죽나무(Styrax japonicus)5월이 되면 종모양의 하얀 꽃이 가지 아래로 매달리듯이 핀다. 추위와 공해에 강하면서 비교적 환경에 잘 적응한다.

정원 디자이너_ 김원희 가든웍스 대표

취재협조_ 지역문화스테이 문경 고결 / 경상북도 문경시 가은읍 양산개5길 5 010-8638-8323

글_ 김원희 | 사진_ 변종석 | 구성_ 조재희

​사계절 아름다운 자연주의 정원을 지향하며 개인 정원뿐만 아니라 공공정원, 상업공간 등 전국적으로 다양한 정원·식물 작업을 한다. 개인과 단체를 대상으로 정원 수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세계적인 정원가 ‘피트 아우돌프’에 관한 영화 <Five Seasons>를 한국에 처음 소개하기도 했다. 2018년 일본 세계가드닝월드컵에서 ‘최우수디자인상’(최재혁 작가와 협업)을 수상했고, 2019년부터 매년 첼시 플라워 쇼에 프레스로 참석하여 다양한 정보 제공과 강의를 하고 있다. www.instagram.com/wonheekim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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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19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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