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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유년 시절의 기억을 소환하는 동그란 미로같은 붉은 스테이

by전원속의 내집

잠시 머문집_ 34편 : 거제 '스테이 이응'

평범한 일상 속 마음 한구석에 남을 새로운 경험을 안겨줄 공간. 집을 짓기 전 가볼 만한 숙소, 그 서른 네 번째는 경상남도 거제시에 위치한 ‘스테이 이응’이다.​

벽과 벽들이 교차하며 만들어 내는 미로 같은 스테이 이응 내부 모습.

(왼쪽) 거실에서 다락으로 올라가는 오픈식 계단. 볼륨이 작은 계단판과 얇은 난간으로 산뜻한 느낌을 준다.(오른쪽) 야외와 바로 이어지는 욕실은 공간에 개성을 더하며 환기에도 용이하다. 샤워 공간 옆으로는 매립 선반을 적용해 편의성도 높였다.

노천탕을 즐길 수 있는 자쿠지 공간.

빛이 만들어 내는 몽환적인 이미지 속에서 유년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다

‘네모난 마음을 동그랗게’라는 의미를 담아 이름 붙인 ‘스테이 이응’은 경상남도 거제시 칠천도에 위치한다. 너른 바다를 품에 안은 고즈넉한 칠천도는 거제도에서 따로 떨어져 고립된 듯 보이지만 언제든 칠천교를 통해 거제도로 갈 수 있는 독특한 매력을 지닌 ‘섬 속의 섬’이다.


노출콘크리트의 회벽과 적벽돌로 치장된 스테이 이응의 외관을 마주하고 정원을 거닐다 건물에 들어서면 미로 같은 복도와 그 위로 쭉 뻗은 웅장한 철문에 압도되고 만다. 마치 어릴 적 꼬마의 눈높이에서 바라봤던 아득한 세상과 똑 닮아있다. 스테이 이응은 설계 당시, 빛이 건축물을 매개로 만들어 내는 몽환적인 이미지들과 해의 움직임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하는 공간의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에 1층은 곡면 진입로를 따라 전면에 통유리창을 적용했으며 외관의 벽돌도 영롱쌓기 방식으로 시공해 빛의 드나듦이 자유로울 수 있도록 했다. 벽돌 틈으로 스며드는 빛과 그 빛에 의한 그림자가 서정적인 분위기를 준다.

침실에는 정사각 형태의 창을 적용해 마치 그림을 보듯 풍경 감상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객실은 총 4개로, 옥상 타입과 다락 타입 각 2개씩이다. 심플한 우드와 스테인리스 스틸 주방, 바깥과 통하는 욕실, 휴식에 집중할 수 있도록 단조롭게 꾸민 침실 등으로 구성돼 있다. 스테이 이응의 김민정 대표는 이 공간이 바쁜 일상에서 자라난 모난 마음을 둥글게 다듬고 마치 어머니의 품속에서 쉬듯 유년 시절의 감수성을 자극하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PLAN​

HOUSE PLAN

대지위치 : 경상남도 거제시

대지면적 : 958.00㎡(289.79평)   건물규모 : 지상 3층

건축면적 : 306.70㎡(92.77평)   연면적 : 448.00㎡(135.52평)

건폐율 : 32.01%   용적률 : 46.76%

외부마감재 : 노출 콘크리트, 벽돌(보랄코리아 Spanish rustic brick R-700)

내부마감재 : 슈퍼화인씰 미장, 마모륨 바닥재

욕실 및 주방 타일 : 샤워실 – 하우스톤 테라코타 / 라운지 – 윤현상재 Paris

수전 등 욕실기기 : 아메리칸스탠다드   주방 가구·붙박이장 : 백스페이스 스튜디오

조명 : 다윤디자인   현관문 : KYC창호 알루미늄 시스템 도어

방문 : 자작나무 위 오일스테인   데크재 : 보랄코리아 Roman bric strip

조경 : 보타니컬 스튜디오 삼

시공 : 엔원종합건설설계·감리 : 푸하하하프렌즈 건축사사무소 070-4204-0325 www.fhhhfriends.co.kr​

1층에 위치한 라운지에서는 조식을 제공한다. 객실 내부와 같은 톤의 우드,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로 꾸며져 통일감을 부여한다.

벽돌 사이로 들어오는 빛의 형태가 시시각각 변한다.

프라이빗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개별 테라스. 그림자의 모습을 감상하는 것도 이곳만의 즐길 거리다.

곡면을 따라 난 전면창을 통해 정원과 바다의 풍경을 한눈에 감상하며 진입할 수 있다.

INTERVIEW :
스테이 이응 김민정 대표

간단한 대표 소개 

일러스트레이션을 전공했고, 현재 스테이 이응을 운영하면서 틈틈이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고양이, 여행, 요가 그리고 사람을 좋아합니다. 


거제에 스테이를 짓게 된 계기는 

‘섬 속의 섬’이라는 상징성 때문입니다. 요즘에는 사람, 사물, 데이터 등 모든 것이 네트워크로 과도하게 연결되어 있잖아요. ‘자발적 고립’이라는 말이 생긴 것도 그 과도함으로부터 해방되기를 원하는 마음이 반영된 것일 텐데요. ‘섬 속의 섬’이라는 공간적 상징성이 그 바람을 조금은 채워줄 거라 생각했어요. 게다가 육지와 연결된 섬이라 ‘내가 나를 고립시키지만, 원하면 언제든 다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이 좋았어요. 쉼을 누리기에 이만한 환경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중정에서 객실로 통하는 계단실. 노출콘크리트 벽을 가로지르는 계단실이 하나의 디자인 요소가 되기도 한다.

노각나무, 산딸나무, 컴팩트 화살나무, 산수국 등 많은 수종을 심은 규모 있는 스테이 이응의 정원.

스테이를 관통하는 하나의 콘셉트는

‘유년기’요. 자신과 화해하는 여정에 가장 중요한 열쇠가 유년기에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막연한 불안과 설렘이 한데 어우러져 있던 그 시기의 정서를 건드릴 수 있는 요소들을 공간 곳곳에 숨겨놨어요. 다락방, 골목길, 우리만의 아지트 등이요.


스테이 예비 건축주를 위한 조언은

디자인과 기능이 대립하면 대부분 디자인을 양보하게 됩니다. 아무래도 디자인을 택하면 작업이 복잡해지고, 비용도 커지니까요. 추후 예상치 못한 문제들로 고생도 하겠죠. 그런데도 저는 디자인에 고집을 좀 부려도 좋다고 생각해요. 단, 그 고집이 단순히 예쁘다, 못생겼다 하는 판단이 아니라, 그 공간이 하고자 하는 본질적인 이야기를 전하는 데 필요한 요소인지에 대한 판단에서 나오는 거라면요. 오픈한지 이제 한 달 남짓 되었지만, 그 이야기를 이해하고 공간을 오롯이 즐기시는 손님을 만났을 때 설렙니다.


취재협조_ 스테이 이응 경상남도 거제시 하청면 칠천로 151 | www.stayieung.com

기획_ 오수현 | 사진_ 김병준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23년 11월호 / Vol.297 www.uuj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