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 1,700만원 들여 손수 고치고 사는, 30대 부부의 슬기로운 귀촌 라이프

[라이프]by 전원속의 내집

특집 - 시골집, 내가 고쳐 내가 산다!, FIND YOUR SECOND HOME

모두가 도시로 몰려 아파트를 ‘사는’ 시대, 이런 흐름을 과감히 거부하고 낡은 시골집을 고쳐 ‘사는’ 이들이 있다. 어렸을 적 추억이 담긴 고향집을 찾아서, 도시의 치열함을 떠나 쉼표를 찾아서, 지역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서 결심한 귀촌. 그들은 이곳에서 무엇을 발견하고 어떻게 살고 있을까? 직접 고친 집에서 보내는 그들의 소소한 일상을 들여다본다.

특집3-② 담양에서 ‘기록’한 슬기로운 귀촌 라이프

30대란 젊은 나이에 각박한 도시 생활을 청산하고 귀촌이란 새로운 삶을 선택한 부부. 이곳 역시 바쁜 건 매한가지지만, 시골 자연이 주는 평온함과 이웃의 따뜻한 정을 느끼며 오늘도 마음의 여유를 찾아간다.

INFO.
대지위치 ▶ 전라남도 담양군
대지면적 ▶ 약 240㎡(72여 평) | 건축면적 ▶ 약 55㎡(16여 평)
수리기간 ▶ 3개월
수리비용 ▶ 약 1,700만원

시부모님과 함께 네 식구가 직접 뜯어 고친 부부의 시골집. 최근에는 이웃 주민들의 도움을 받아 집 앞 마당을 하나둘 채워가고 있다.

‘대숲 맑은 생태도시’ 담양, 그 명성답게 울창한 대나무 숲이 마을 전체를 감싸는 이곳. 이종찬, 박희원 씨 부부가 이 마을에 정착한 지도 어느덧 1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귀촌 전에는 서울에서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부부였지만, 당시 남편 종찬 씨는 고된 사회생활에 지쳐 점점 매너리즘에 빠지고 있었다. 그때 마침 귀촌에 뜻이 있던 아내 희원 씨에게 고충을 털어놓았고, 며칠 뒤 사직서를 제출하며 귀촌 준비가 시작되었다.

“아내가 평소 관심 있던 꽃차 수업을 하시는 명인이 이 지역에 계셨는데, 함께 자주 오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담양을 선택하게 되었어요.”


BEFORE 100세를 넘기신 할머니가 거주했던, 오랜 세월을 보낸 집. 처음에는 음산한 분위기에 무서웠지만, 햇볕을 가득 품은 모습이 두 사람의 마음을 움직였다

우여곡절도 많았던 담양에서 내 집 찾기. 부부는 직접 발로 뛰며 마을 이곳저곳을 다녔고, 발품을 판 끝에 마음을 사로잡은 작은 시골집을 얻었다. 하지만, 오랜 세월을 보낸 낡은 가옥은 손볼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는데, 공교롭게 지역에서도 건축 붐이 일어 업체를 구하기 쉽지 않았다. 그때 자칭 ‘포천 맥가이버’로 불리는 종찬 씨의 아버지가 직접 리모델링을 하자며 제안했고, 그렇게 부부와 시부모님 가족은 험난한 집 고치기 대장정에 돌입했다. 당시를 회상하면 한숨이 절로 나오지만, 부부와 시부모님 가족 모두에게 인생의 큰 교훈을 가져다준 계기가 되었다.

PLAN


이 집의 메인 스트리트 역할을 하는 2m 확장한 테라스 겸 전실 공간


부부의 안방 끝에는 커튼을 달아 미니 드레스룸 공간을 확보했다.


거실 입구에는 바닥 단차를 생각해 종찬 씨의 아버지가 직접 디딤대를 만들었다.


좁은 내부 탓에 거실을 영상 편집 작업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정원 캠핑 감성을 위해 소각로 주위로 벽돌을 쌓아 만든 화덕


거실과 이어진 주방 공간. 작은 창을 통해 전실과 연결된다. / 주방 선반에는 희원 씨가 꽃차 명인에게 배워 만든 꽃차를 가지런히 정리해 놓았다.

부부는 시골에 내려와 남다른 취미도 생겼다. 리모델링 과정을 영상으로 남겨놨던 아내 희원 씨가 유튜브에 당시 생생했던 공사 현장을 편집해서 올리기 시작했는데, 7개월이 지난 지금 구독자 1만명이 넘은 어엿한 유튜버가 되었다.

“이렇게까지 관심을 받게 될 줄은 몰랐어요. 하나하나 올리다 보니 저희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점차 늘기 시작했죠. 본업으로 할 생각은 아니지만, 구독자분들을 위해서라도 조금씩 저희의 일상을 공유하려고 해요.”

요즘은 주로 부부의 일상과 이웃 주민 어르신들과의 추억을 기록하기 위해 콘텐츠를 만들어나간다. 공사 기간, 주변 이웃들에게 크고 작은 도움을 받았던 부부는 영상을 찍음으로써 그들과 좋은 추억을 만들고 공유하고 싶다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PIECE 최근 올린 유튜브 영상의 한 장면. 이웃집 할머니의 텃밭에서 솎아낸 열무를 함께 다듬고 있다. 유튜브에 ‘슬담부부’ 채널을 검색하면 담양에서 보내는 부부의 시골 일상을 엿볼 수 있다.
바쁜 하루를 보내도
자연에서 느끼는 여유는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큰 에너지가 된다.

빔 프로젝터를 놓은 안방에서는 주로 지난 영상들을 보며 추억을 회상한다.


돼지감자를 캐는 종찬 씨. 그 모습을 희원 씨가 영상으로 기록하고 있다.


마당에 가꾼 작은 텃밭. 올가을 심은 쪽파, 상추, 배추 등이 어느새 무럭무럭 자라있다.

“귀촌하기 잘했다고 느끼는 건 물론 집터가 좋아서이기도 하지만, 그동안 저희를 많이 도와주시고 챙겨주셨던 좋은 이웃들을 만난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집보다 이웃 이야기를 할 때 더 흐뭇한 표정을 짓는 부부. 이들이 슬기로운 하루를 보낼 수 있는 이유는 따스한 햇볕만큼이나 이웃들의 따뜻한 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두 갈래길로 나뉘는 대지 위에 얹힌 부부의 집. 깔끔한 외관이 유독 눈길을 사로잡는다.

험난했던 수리 과정

1. 주방, 거실부터 본격적인 탈거를 진행하는 종찬 씨 아버지

2. 기존에 높았던 바닥을 낮추기 위해 가족 모두가 나서 바닥 철거를 진행했다.

3. 천장 벽지를 뜯고 먼지를 턴 다음 단열을 위해 단열 폼 스프레이를 뿌린 모습

4. 화장실과 보일러의 배관을 가지런히 정리하는 부자

5. 거실과 부엌의 바닥 보일러 공사를 위해 X-L 파이프를 설치했다.

6. 미장 작업은 40년 경력의 프로 미장사인 이웃 어르신의 도움을 받아 진행됐다.

7. 전면 2m 확장한 공간 위로 샌드위치 패널 지붕을 올려 마감한 모습

8. 안방의 바닥을 낮추는 도중 물길을 건드려 누수가 진행돼 옹벽, 몰탈 등으로 보수하는 작업. 공사 중 가장 난제였던 이때를 떠올리면 절로 고개를 젓게 된다고.

TIP / 부부가 전하는 시골집 구매 팁

마을 이장님과 친해지세요
요즘은 인터넷으로도 시골집 매물을 확인할 수 있지만, 모든 매물이 올라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직접 내려와서 정보를 얻는 것이 좋습니다. 저희 부부가 체험한 바로는 귀촌할 지역을 선정하고, 해당 지역의 이장님을 찾아뵙는 게 가장 빠른 방법이었습니다. 물론 무턱대고 이장님께 매물 정보를 부탁하는 것보다는 조금씩 대화를 하며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취재_ 이래현|사진_ 변종석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20년 11월호 / Vol.26 1www.uujj.co.kr​

2021.07.06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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