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의 집, 라이크라이크홈

[라이프]by 전원속의 내집

SPECIAL THEME. 건축가, 조경가, 디자이너의 집

잘 보이려고 애쓰지 않는다. 시간을 들여 찬찬히 매만지고 새로운 길을 찾아갈 뿐. 
어떤 도전에도 망설임이 없는 인테리어 디자이너 손명희의 집과 취향.


빈티지 가구와 오래된 아파트가 어우러진 공간에 식물과 그림이 생기를 더한다.

디자인에 대해 조금이라도 고민해본 적 있다면 알 것이다. 꾸미지 않은 듯한 아름다움, 그것이 가장 실현하기 어렵다는 것을. 인테리어 디자이너의 집이라 작은 것까지 완벽히 세팅된 모습을 떠올렸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오래된 아파트의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펼쳐진 첫인상은 이미 아는 사이 같은 편안함이었다. 내추럴한 생활의 흔적까지도 멋스러운 곳. 라이크라이크홈 손명희 대표는 ‘집과 취향은 시간을 들여 완성해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HOUSE PLAN

대지위치 ≫ 서울시 성북구
거주인원 ≫ 3인(부부 + 자녀 1)
건축면적 ≫ 183m2(55평) | 연면적 ≫ 226.97m2(68.66평)
내부마감재 ≫ 벽 - 실크벽지, 합지벽지(방) / 서재 천장 –비치합판 / 바닥 – 기존 마루
주방 가구 ≫ 라이크라이크홈 디자인&제작
거실 가구 ≫ LC2 소파, 1인용 소파 – 코코넛체어, LC10 테이블, 샬롯 페리앙 사이드보드
다이닝 가구 ≫ 에로 사리넨, 헤리 베르토이아
조명 ≫ 다이닝 - 헤이(HAY) 주방·서재 - 루이스폴센 / 거실 –로베르트 하우스만
그림 ≫ 고경애 작가
인테리어·시공 ≫ 라이크라이크홈 www.instagram.com/likelikehome

거실 한쪽 월시스템 영감이 되어줄 책, 취향 가득한 오브제들이 가득하다.


집의 완성에 결정적 계기가 되어준 고경애 작가의 그림. 맞은편 소파에 앉아 턱을 괴고 있는 그 모습을 보고 있자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평온해진다고.

전셋집이라고 들었다 그렇다.

구조 변경까지 하기는 어려우니 집을 굉장히 많이 알아봤다. 집 구하는 데만 1년 이상 걸렸다. 우선 내부 동선이 중요했고, 새집은 싫었다. 오래된 아파트에 내가 원했던 답이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30년 된 아파트를 알아보기로 했다. 이 집은 처음에 세 식구가 무슨 50평대 집이 필요하겠느냐 해서 더 작은 평수를 알아보다가 구경 삼아 같이 봤는데 계약까지 하게 됐다.

어떤 점이 마음에 들었나

다이닝과 주방 간격이 멀고, 구조가 융통성 있어 좋았다. 현관 앞에서 욕실, 작은 방으로 이어지는 복도와 주방 사이 통로가 다른 세대는 리모델링으로 막혀 있는데, 이 집은 트여 있었다. 알아본 집들 중 가장 본연의 모습 그대로였다.

공사가 크지는 않았겠다

원래 있는 구조를 최대한 살렸다. 공사 기간은 보름에서 20일 정도. 오래된 몰딩이나 바닥재도 옛것 그대로 두고 도배, 주방가구, 침실 드레스룸 가벽 설치, 걸레받이 변경, 조명 교체 등의 작업 정도만 했다.


현관 앞에서 주방 쪽으로 이어지는 복도에서 바라본 모습. 맞은편에 다이닝 공간, 왼쪽 가벽 뒤로 주방, 오른쪽에 냉장고가 자리한다.


내추럴 분위기의 다이닝 공간. 맞은편 벽에는 대학 시절 그린 그림을 걸고, 오른쪽 벽에는 아이의 그림을 모아 무심한 듯 붙여두었다.


아이방과 안방 사이 놓인 1인용 소파. 상식을 깬 가구 배치지만, 의외로 소파의 쓰임이 나쁘지 않다고 한다.

창호나 방문 등도 옛것 그대로인데 불편하지 않은가

불편한 건 잘 모르겠다. 아까 욕실 문도 여닫아봐서 알겠지만, 문이 뻑뻑하긴 하다(웃음). 그렇다고 “나 이거 너무 불편해!” 이렇게까지는 생각하지 않은 것 같다. 오래된 것에는 적당한 불편함이 있다. 그걸 감수하면서 쓰는 거다.

필동 한옥 오피스도 그 연결선에 있는 것 같다

게스트하우스로 운영되던 곳인데, 덕지덕지 붙은 렉산에 방마다 천장도 다 막혀 있었다. 레이아웃은 정말 마음에 들어서, 이 집은 한옥으로 다시 돌아가는 작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처음 보자마자 바로 계약서 쓰러 갔다. 집의 원래 모습을 찾아내는 작업을 많이 하는 편이다.

공간을 디자인할 때 우선하는 것은

‘동선’이다. 평면도를 보며 파악할 수도 있지만, 항상 직접 현장에 간다. 주방만 해도 좁고 긴 주방이 있는가 하면, 벽 뒤에 숨은 곳도 있고 집마다 각양각색이다. 그 동선을 어떻게 풀어내느냐가 매번 숙제다. 냉장고와 스토브, 싱크대 이 셋의 관계가 삼각형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설거지하고 냉장고에서 재료를 꺼내서 씻고 손질해 스토브에 올리는 과정을 시뮬레이션해본다. 동선이 엉켜버리면 사는 내내 불편할 테니 소홀히 할 수 없다. 스타일은 그다음 문제다.


(위, 아래) 주방 싱크대 앞 창문은 원래 있던 것이다. 주방 가구에는 취향 담긴 살림살이가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다.

최근 다이닝룸 벽에 걸린 그림이 ‘핫’하던데

친정집에 갔다가 대학 때 그렸던 그림이 걸려 있길래 가져왔다. 동양화 수업 과제로, 화가 페르난도 보테로의 그림을 재해석해보면 재밌겠다 싶어서 했던 작업이다. SNS에 사진을 올렸는데, 반응이 이렇게 좋을 일인가 싶어 나도 깜짝 놀랐다(웃음). 참고로 전공은 서양화다.

푸드스타일리스트 경력도 있지 않나

원래 실내디자인과를 가고 싶었지만, 준비한 실기 분야가 맞지 않아 회화과에 지원할 수밖에 없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당시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 때문에 푸드스타일리스트가 유행이었는데, 한번 배워보자 해서 1년 과정을 수료했다. 그후 영화 <식객> 푸드팀으로도 일하고, 요리 잡지사에도 들어갔다. 그런데 또 거기서 리빙스타일리스트로 일해보라는 제안을 받았다. 늘 인테리어에 관심이 있었는데, 그걸 알아보신 거다.

결국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되었다

어릴 때부터 계절마다 가구 배치나 패브릭을 바꾸는 엄마를 보며 자랐다. 초등학교 2학년 때였나, 한 번은 이사 갈 집에 놓을 소파를 나한테 골라보라 하시더라. 후에도 가구를 살 때 항상 의견을 물어보셨다. 직접 고른 게 정말 집에 와 있으니 자신감이 계속 붙었던 것 같다. 지금은 내 아이를 보며 부모의 모습이 아이에게 투영된다는 걸 실감한다. 어느 날, 아이가 블록으로 우리 집 평면을 만들며 놀고 있더라. 요즘은 나도 무언가 살 때 아이에게 꼭 물어본다.


원래 침실에 들어왔을 때 바로 붙박이장이 보이는 구조였는데, 가벽을 세워 드레스룸을 분리하고 침대를 놓았다.


침대 맞은편에는 최소한의 수납가구, 액자 같은 디자인의 TV만 두었다.

작업은 한 달에 딱 2개까지만 한다고

한 달에 네다섯 개까지 해본 적도 있긴 있다. 그런데 ‘나 정말 열심히 살았다’ 싶은 게 아니라 공허했다. 건축주와의 소통이 줄고 현장에 머무는 시간이 줄어드니 아쉬움밖에 남지 않았다. 약 한 달의 공사로 그분들은 길게는 10년 이상 그 집에서 지낼 텐데, 내가 온 힘을 다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 집 작업할 때는 어땠나

이미 계약된 프로젝트들이 있었기 때문에, 정작 내 집과 사무실은 뒷전이었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고, 내 집 앞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답이 확실히 있지 않았다. 결정도 제일 늦게 하고 천천히 작업했다.

안방과 아이방 사이 벽에 1인용 소파가 있다

여기에 뜬금없이 의자가 있나 할 텐데, 그냥 놔봤다(웃음). 그런데 또 가서 앉아진다. 식탁에 있다가 좀 더 편하게 있고 싶으면 이 의자에 앉아 늘어져 있곤 한다. 집 안 모든 가구가 정해진 자리가 없이 계속 바뀌는 편이다.


얼마 전 아이방에 따로 있던 침대를 안방으로 들여 패밀리 침실로 구성했다.


건식으로 쓰는 안방 욕실 및 파우더룸.

그렇게 취향과 공간의 쓰임을 알아가는 걸까

그렇다. 많은 사람이 모든 가구와 소품까지 한 번에 완벽히 세팅되길 원하지만, 나는 거기에 브레이크를 건다. 공간의 중심이 될 주요 가구는 미리 사되, 나머지는 살면서 어디에 무엇이 필요한지 알아가며 천천히 골라야 한다. 그래서 집이 완성되기까지 1년은 걸린다. 우리 집만 해도 1년 6개월 걸렸다.

겨우 반년 전인데, 계기가 있나

거실에 고경애 작가의 작품을 들이고 집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 전에는 딥한 티크 우드에 블랙 계열이 섞인, 어두운 느낌이었다. 내가 정말 원했던 집인가 고민도 됐다. 그런데 색감이 있는 그림이 들어오니 집의 표정이 변했다. 또, 가만히 그림을 보고 있으면 묘하게 마음이 안정되고 평화로워진다. 사이드보드도 임시로 뒀었는데, 지금은 마음에 드는 것을 찾아 비로소 완성된 느낌이다.

적절한 시점에 촬영을 온 것 같다(웃음)

정말, 지금이 거의 완성형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보통 인테리어 회사들은 공사 끝나면 바로 준공 촬영을 하는데, 나는 거의 하지 않는다. 아직 미완성인데 집의 기록을 남긴다는 걸 용납하지 못하는 거다. 모든 현장은 공사가 끝나는 동시에 시작이다. 준공 후에도 건축주와의 연락을 꾸준히 이어간다.


현관 옆 남편의 서재. 조명이 어둡다는 요청에 얼마 전 매입등을 시공하면서 천장을 비치합판으로 새로 마감했다.


다양한 빈티지가구가 자연스럽게 자리하는 아이방. 놀잇감과 책이 가득하다.

전세 계약이 끝나면 다음 행선지는

2년이 지나 최근 계약 연장을 했다. 그 이후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아무래도 전셋집은 한계가 있고, 직업적인 특성 때문에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든다. 경험상 내 공간에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해보았을 때, 그것이 계기가 되어 일의 전개가 달라질 때가 많았다. 궁극적으로 다다르고 싶은 것은 건축이다. 진짜 내 집을, 실력 좋은 건축가에게 맡겨서 지어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

직접 디자인하지 않고 의뢰할 생각인가

각자의 영역이 있고 그 분야의 전문가에게 일임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경험상, 그러면 디자인적인 욕심을 내게 되어 에너지 200%로 돌진하게 되더라. 집을 짓는다면 꼭 필요한 것들만 전달하고 나머지는 온전히 맡기려 한다.

취재_ 조고은 | 사진_ 김민은
2021.08.31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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