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뿌리에 수십, 수백만원?’ 몬스테라와 함께 떠오르는 식물 재테크
새해에 ‘버킷리스트’만큼 많이 하는 것이 청소다. 집안 분위기부터 새롭게 바꾸기 위해 대청소를 하면서, 가구 배치도 바꿔보고, 소품도 새롭게 놓아보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한다. 그 과정에서 안 쓰던 물건을 중고 거래로 팔기도 하는데, 중고 거래로 가장 인기 있는 ‘당근마켓’에 최근 한 식물이 엄청난 몸값을 자랑하고 있다.
당근마켓에서 가장 인기있는 몬스테라 알보 / Pexels (Huy phan) |
SNS를 발칵 뒤집은 식물은 바로 ‘몬스테라’. 생김새가 이국적인 이 식물은 다양한 인테리어 포스터나 사진에도 많지만, 집안에 반려 식물로 들여놓은 사람도 많아 낯설지 않다. 그래서 왜 이게 놀라운 일이냐 싶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지난해 3월부터 병해충을 옮긴다는 이유로 몬스테라 수입이 금지되었고, 홈인테리어로 식물을 놓는 사람들의 수요가 많아지자 수백만 원으로 가격이 뛰었다.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이 된 셈이다.
몬스테라 수백만원 거래, 식테크로 이어져
중고 거래 플랫폼인 당근마켓은 동네 중심으로 내 집 근처에 판매되는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거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가 있다. 그야말로 별게 다 올라오는 곳이지만, 최근처럼 ‘식물’이 고가에 거래되는 현상은 처음인 듯하다.
당근마켓에서 거래 중인 몬스테라 / 당근마켓 홈페이지 캡처 |
당근마켓에서 거래 중인 몬스테라 / 당근마켓 홈페이지 캡처 |
SNS나 유튜브 등을 통해서만 접해왔지만, 실제로 당근마켓에 ‘몬스테라’를 검색해보니 다양한 지역에서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까지 거래되고 있었다.
원래도 몬스테라는 커다란 잎에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형태라 이파리 하나에 적게는 몇천 원에서, 많게는 수십만 원에 거래될 정도였다.
약 50여 개 종이 있다고 알려졌는데, 그중에서도 잎의 절반이 하얀 몬스테라 보르시지아나 알보와 잎에 구멍이 뚫린 몬스테라 아단소니 등이 인기다. 알보와 비슷한 무늬 몬스테라도 대체품으로 구매하려는 사람들도 있다.
몬스테라 보르시지아나 알보 / Pexels (Huy phan) |
몬스테라 보르시지아나 알보는 ‘몬스테라 알보’, ‘알보몬’ 등으로 더 많이 불리는데, 잎의 반 정도가 흰색 혹은 아이보리색으로 무늬가 다른 종을 말한다. 잎마다 무늬가 모두 다른데, 일종의 변이라고 한다. 그래서 잎에 섞인 흰색이 선명하거나 무늬가 독특할수록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다고 한다.
무늬 몬스테라로 알려진 타이 컨스틸레이션 / Pexels (Riaky sapiansyah) |
몬스테라 알보와 비슷하게 생긴 ‘무늬 몬스테라’인 몬스테라 타이 컨스틸레이션은 무늬가 점을 찍은 듯 분산되어 있으며, 무늬의 색도 옅은 노란빛을 띠는 경우가 많아서 알보몬과 구분이 어려울 정도다.
몬스테라 아단소니 / Pexels (Felipe alves) |
또 다른 인기 종인 몬스테라 아단소니는 하트 형태의 커다란 잎에 타원형 구멍이 무늬처럼 뚫려있다는 것이 큰 특징이다. 구멍 뚫린 잎의 모양이 스위스에서 생산되는 에멘탈 치즈와 비슷하다고 해서 ‘스위스 치즈 식물’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이처럼 당근마켓을 통해 몬스테라가 높은 가격에 팔리자,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몬스테라처럼 식물 판매에 대한 관심은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중고 거래 플랫폼인 중고나라에 따르면, 중고시장에서 식물을 거래하는 비율이 2020년 1월 이후로 지속해서 증가했다고 한다.
중고나라에 등록된 주요 실내 식물 3종 상품 등록 현황을 보면, 코로나가 본격화된 2020년 1월 191건에 불과했지만, 같은 해 11월에 1,142건, 지난 2021년 3월에는 2,622건으로 2배가량 증가했으며, 9월에는 3,866건에 달했다.
실내 식물 3종 상품등록 현황 / 중고나라 공식 카페 (https://cafe.naver.com/joonggonara) |
특히,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식물 기르기 등 실내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은 4050세대 여성들이 중고 거래 참여가 높아지면서 식물거래 시장이 확대된 것이라고 중고나라 측은 밝혔다.
4050 여성들이 주로 거래한 실내 식물은 필로덴드론, 알보, 제라늄이다. 필로덴드론은 알보몬과 비슷하게 잎이 크고, 줄기를 따라 진한 무늬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제라늄은 빨간색, 분홍색 등의 화려한 꽃이 피는 식물로, 화단을 꾸미는 데 많이 활용한다.
이 3가지 실내 식물은 중고나라 플랫폼 내 주요 검색어 50위 이내로 진입하는 등 명품 브랜드에 대한 관심을 앞지를 정도였다고 한다.
실내 식물의 개인 간 거래 시세를 분석한 결과, 알보는 평균 46.2만 원, 필로덴드론은 10.9만 원, 제라늄은 3.8만 원에 거래 가격이 형성되어 있었다고 한다. 특히, 몬스테라 알보는 최고 거래가가 약 4백만 원을 기록할 정도로 거래 활성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식물에 대한 관심이 이처럼 뜨거워진 것은 환경적인 요인이 가장 커 보인다. 미세먼지가 심해지는 상황에서 공기정화식물이 인기를 얻었고, 코로나 시국이 길어지면서 집에서의 시간이 길어지자, ‘풀멍’을 하며 우울함을 없애려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식물로 집을 꾸미는 ‘플랜테리어’가 유행했다.
이런 바람을 타고 식물을 잘 키워서 팔아 새로운 이익을 얻는 ‘식(植)테크’에도 사람들이 눈을 뜨고 있다. 집에서 물주며 키우던 식물이 하루아침에 수십, 수백만 원에 거래된다니 누구나 혹하게 되는 일이 아닐 수가 없다.
몬스테라가 대체 뭐길래
이렇게 유행을 타고 유명해진 몬스테라는 외떡잎식물 천남성목 천남성과의 상록 덩굴식물이다. ‘상록’이라는 말처럼 잎이 사계절 내내 푸른 식물로 멕시코가 원산지다. 몬스테라의 가장 큰 특징이자 매력이라면 잎의 모양일 것이다.
보통 알려진 형태의 몬스테라 / Pexels (Kulbir) |
보통 식물의 잎이 타원의 둥그스름한 형태라면, 몬스테라의 잎은 마치 사자의 갈기처럼 갈라져 있다. 종에 따라서 알바몬처럼 흰색이 섞이기도 하고, 아단소니처럼 구멍이 나 있기도 하고, 무늬몬처럼 점 같은 무늬가 있기도 하지만, 기본적인 형태는 갈라져 있는 잎이다.
그런 생김새 때문인지, 몬스테라(monstera)라는 이름은 ‘괴물(monstrous)’ 또는 ‘비정상(abnormal)’이라는 뜻의 라틴어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보통의 잎과 다르기 때문에.
잎 크기도 커다란 편이다. 두산백과에 따르면, 잎의 지름이 1m 정도이며, 길이는 최소 2m에서 길게 자라면 20m까지 커지기도 한다고. 줄기도 매우 굵은 편이라 폭우와 바람에 강하다고 한다.
몬스테라에 피는 꽃 / 위키미디어 |
몬스테라 델리시오사의 열매 / flickr (Malcolm Manners) |
몬스테라 델리시오사 열매가 익은 모습. 파인애플과 비슷하다 / 위키미디어 (B.navez) |
가장 잘 알려진 종은 몬스테라 델리시오사인데, ‘델리시오사(deliciosa)’는 ‘맛있는(delicious)’이라는 뜻이다. 아마도 델리시오사에서 자라는 열매의 향 때문이 아닐까 싶다.
몬스테라 델리시오사는 옥수수처럼 생긴 긴 초록색 열매가 자라는데, 익으면 파인애플, 바나나와 비슷한 달콤한 향을 낸다고 한다. 열매의 생김새는 파인애플에 가깝다.
열매는 먹을 수도 있지만, 생김새 때문이지 먹을 때 자극을 줄 수 있다고 한다. 열매가 익으려면 1년 이상이 걸리는데, 녹색 열매가 점점 노랗게 변하면서 숙성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강한 냄새와 함께 달콤한 맛을 내는데, 익을수록 냄새가 악화된다. 초록색 바나나가 숙성되는 과정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야생의 우거진 숲에서 자란 몬스테라 / flickr (Sebastian from the EU) |
몬스테라는 습기에 강하기 때문에 열대와 아열대 지방에서 자란다. 멕시코, 온두라스, 콰테말라, 파나마 등에서 주로 서식하며, 북미나 말레이시아와 인도 등의 아시아, 호주, 포르투갈 등 지중해에서도 발견된다.
그 때문에 나라별로 활용하는 방법도 조금씩 다르다. 페루에서는 뿌리를 밧줄로 사용하기도 했으며, 멕시코에서는 바구니를 만들기도 한다. 카리브해의 작은 섬인 마르티니크에서는 뱀에게 물린 상처를 치료할 때 뿌리를 사용했다고 한다.
수입 금지 이유? 바나나뿌리썩이선충 때문
그렇다면 몬스테라가 이렇게 인기 있는 고가의 식물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나라에서는 자라지 않기 때문에 수입에 의존하는데, 몬스테라의 수입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지난해 3월 인천공항으로 수입된 인도네시아산 몬스테라 삽수 및 말레이시아산 라피도포라묘에서 금지 병해충인 바나나뿌리썩이선충이 검출되었다며 수입제한(금지) 조치했다.
식물방역법 제10조와 제11조에 따르면, 국내에 유입될 경우 국내 식물에 피해가 크다고 인정되는 병해충 또는 규제병해충이 발생한 외국의 특정 지역에서 생산 또는 발송되거나 그 지역을 경유한 식물에 대해 수입을 일시적으로 제한할 수 있다고 한다.
몬스테라의 수입제한 조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7년 11월에도 태국산 스킨답서스와 몬스테라에서 같은 해충이 발견되어 수입제한 조치가 취해졌었다.
바나나뿌리썩이선충 / flickr (Scot Nelson) |
농림축산검역본부 식물검역기술개발센터 자료에 따르면, 바나나뿌리썩이선충(Radopholus similis)은 바나나, 감귤, 몬스테라 등의 천남성, 필로덴드론, 코코넛, 커피, 사탕수수 등의 농작물 해충으로 뿌리 내‧외부를 옮겨 다니며 굴을 파듯이 영양분을 훔쳐 피해를 준다. 토양에서 6개월 이상 생존이 가능하기 때문에 식물체부터 흙, 뿌리, 농기계 등으로도 전파된다고 한다.
바나나뿌리썩이선충에 피해를 입고 쓰러진 바나나 나무 / flickr (Scot Nelson) |
이름처럼 뿌리에 기생하기 때문에, 감염된 농식물은 뿌리부터 썩어서 영양실조를 겪는다. 바나나뿌리썩이선충 암컷이 2주간 하루에 4~5개의 알을 낳을 정도로 번식력도 엄청나다. 환경이 좋지 않아도 45일 동안 개체군이 10배로 증가하며, 토양 1kg당 3,000마리, 뿌리 100g당 10만 마리 이상으로 증식한다.
기본적으로 수확량의 30~60%의 손실을 초래하는 등 경제적인 피해도 엄청나다. 호주에서는 연간 약 3천억 이상의 피해를 입었으며,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섬에서는 1953년 후추에서 병이 발생해 90% 이상 손실을 본 적이 있다고 한다.
이처럼 엄청난 피해를 줄 수 있으므로 농림축산검역본부의 이 같은 조치는 당연한 셈이다. 이와 반대로 몬스테라의 가격이 계속 치솟을 수 있다는 결과를 주기도 했지만, 화훼업계에서는 몬스테라의 인기가 식물에 대한 관심으로 옮길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식테크를 위한 몬스테라 기르는 법
혹시나 몬스테라를 인테리어를 위해 기르는 것이 아니라, ‘식테크’를 위해 기른다면 신중해야 한다. 습도에 강한 식물이지만 관리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모든 식물에게 기본적으로 여유로운 공간과 퇴비와 흙이 적당한 비율로 섞인 토양이 필요하다. 보통은 화분에 심어 키우기 때문에 큰 화분을 준비해주는 것이 좋다.
상록 덩굴식물인 몬스테라가 잘 자랄 수 있게 지지대를 만들어 주는 것이 좋다 / Pexels (Inga Seliverstova) |
또한, 덩굴식물이기 때문에 올라갈 수 있는 지지대가 있으면 좋으며, 그냥 땅에 심는다면 나무 근처에 심는 것이 좋다.
토양을 촉촉하게 유지해주기 위해 적당량의 수분 공급도 필요하다. 농업기술길잡이 ‘농사로’에 따르면, 봄이나 여름, 가을에는 물에 잠기지 않도록, 흙을 촉촉하게 유지할 정도로 물을 주면 되며, 겨울에는 흙 표면이 말랐을 때 충분히 물을 주면 된다고 한다.
빗물을 받아서 식물에 주는 일도 있는데, 토양이 산성화될 수 있어 따뜻한 물을 주면 좋다고 한다. 여름에는 물에 적신 천으로 잎을 닦아주고, 분무기로 물을 뿌려 주면 된다.
몬스테라는 적당한 햇빛이 드는 실내에서도 키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 Pexels (Huy phan) |
물과 흙 다음으로 식물에게 중요한 것은 햇빛이다. 식물은 햇빛이 잘 드는 곳에 두고 기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몬스테라는 적당한 그늘을 좋아하기 때문에 실내에서 기르는 것이 좋다. 그래서 우리나라처럼 북반구 지역의 가정과 사무실에 두기 좋은 식물이라고 한다. 16~20도 정도의 온도를 유지해주면 된다.
늦봄에서 초여름으로 접어드는 4~5월에 몬스테라가 번식하는데, 꺾꽂이 방식으로 진행한다. 꺾꽂이란, 식물의 가지나 잎을 잘라 다시 심어 식물을 키우는 방식을 말한다.
뿌리가 잘 내린 줄기를 자르거나 줄기를 2~3마디로 잘라 단면을 물이끼로 감싸 모래에 꽂으면 된다. 꺾꽂이 후 2~3개월 정도가 지나면 싹이 트고 뿌리를 내리는데, 이때 화분에 옮겨준다.
Pexels (Huy phan) |
몇 년 전, 한 커뮤니티에서 유명해져서 교과서에 실린 글이 있다. ‘안 쓰는 화분에서 새싹이 자라났는데, 물을 주니 계속 큰다. 무슨 종인지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그냥 잡초인가’라고 글을 올렸더니, ‘기르기 시작한 이상 잡초가 아니다’라는 댓글이 달렸다. 그만큼 정성을 다해 식물을 기르면, 어떤 것이든지 소중해진다는 말이다.
몬스테라가 불러온 식테크 열풍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모르겠지만, 그 목적이 꼭 금전적 이득을 위한 것이 아니었으면 한다. 식물도 키우는 사람이 주는 정성을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지친 일상 속에서 ‘풀멍’을 하며 식물에게 위로받는 오늘, 옆에 작은 식물 하나 있다면 빠뜨리지 말고 물을 주는 하루가 되었으면 한다.
핸드메이커 전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