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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프 ]

장마의 시작... 비 오는 날 필수 아이템 '레인부츠'의 귀환

by핸드메이커

비 오는 날은 레인부츠 /픽사베이

비 오는 날 ‘패피(패션+피플의 줄임말)’의 필수 아이템은 역시 ‘레인부츠’다. 7월 장마철이 다가오고 이를 대비하기 위한 패션 아이템으로 레인부츠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성별을 가리지 않고 20·30대 젊은 층 사이에서 유독 인기다.


지난 11일 스타일커머스 플랫폼 지그재그에 따르면 지난 6월 25일부터 26일까지 레인부츠 거래액이 일주일 전 대비 7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예년보다 긴 장마가 예상된다는 올해, 레인부츠만큼 실용적이면서도 특별한 아이템을 찾을 수 있을까.



160년 전통 영국 레인부츠 기업 ‘헌터’ 파산…국내 판매 여부는


레인부츠가 현재 국내에서 큰 유행을 이끌고 있는 가운데 아이러니하게도 영국 레인부츠 회사 ‘헌터(Hunter)’는 파산했다. ‘헌터’는 170년 전통을 가진 레인부츠 브랜드로 오랜 기간 사랑받은 웰링턴 부츠 제조사면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으로부터 영국 왕실 보증서(Royal Warrant)를 부여받은 브랜드 중 하나이기도 하다. 1856년 스코틀랜드에서 시작되어 1차 세계대전 당시 홍수로 인한 습한 토지에서도 신을 수 있는 강한 부츠를 생산했으며, 현재는 레인부츠로 유명한 브랜드다.

어떤 지형에서도 편하게 신을 수 있는 강한 신발. 사진은 헌터의 레인부츠. /헌터 공식 인스타그램 갈무리(@hunterboots)

블룸버그 통신은 헌터 웰링턴 부츠에 대해 “왕실에서 팝스타, 시골에서 도시까지 영국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상품이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실제 잦은 비에 축축해진 땅에서 실용성 있게 신을 수 있는 신발로 헌터의 고무 부츠는 영국인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으며, 다이애나비가 착용하면서 명성이 더 높아졌다.


이처럼 오랜 시간 영국인들은 물론 해외에서까지 사랑받은 레인부츠 제작사 헌터가 파산한 이유는 이상 고온 및 건조한 날씨가 지속되는 현상으로 인해 판매량이 급감했기 때문. 여기에 브렉시트로 인한 공급망 문제와 인플레이션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고, 코로나19까지 더해지면서 경영이 악화됐다는 분석이다.

영국인들에게 오랜 사랑을 받은 브랜드 헌처 /헌터 공식 인스타그램 갈무리(@hunterboots)

그렇다면 이제 헌터 레인부츠는 영영 구매할 수 없는 것일까. 다행히도 헌터 브랜드 자체가 사라지는 일은 없을 것으로 예측된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헌터의 지식재산이 미국 어센틱 브랜드 그룹(ABG)에 매각됐으며, ABG 최고경영자 제이미 솔터가 헌터 브랜드를 계속 성장시키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해 관련 브랜드 생산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레인부츠, 언제부터 신었을까


레인부츠의 시작은 영국의 ‘군화’다. 현대에는 이를 웰리(Welly), 웰리스(Wellies)라 부르기도 하는데, 본래 레인부츠라는 말이 통용되기 전에 고무로 만들어진, 무릎길이의 승마용 부츠를 ‘웰링턴 부츠(Wellington boots)’라 일컬었기 때문이다.


언뜻 ‘웰링턴’이라는 단어가 익숙하게 느껴질 수 있다. 영국 브랜드 헌터의 부츠 중 가장 유명한 제품은 ‘웰링턴 모델’이며, 또 다른 브랜드 바버(Barbour)의 인기 제품 역시 ‘월튼 웰링턴 부츠’다.


레인부츠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는 웰링턴 부츠는 18~19세기 아서 웰즐리에 의해서 만들어졌다. 아서 웰즐리는 워털루 전쟁에서 나폴레옹 군을 무찌른 영국군 총사령관으로 후에 ‘웰린턴 공작’이라는 작위를 받게 된다. 웰링턴 공작은 전장에서 긴 승마용 헤시안 부츠(Hessian Boots)를 신고는 했는데, 이 패션이 유럽 전역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그의 작위명에 따라 사람들이 이 헤시안 부츠를 ‘웰링턴 부츠’라 부르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무릎 길이의 긴 승마용 부츠를 칭하는 말이 됐다.

제1대 웰링턴 공작 아서 웰즐리 (1769년-1852년) 필드-마샬 & 수상, 제임스 론스데일, 1815년. 캔버스에 오일, 236(H) x 145(W), 비문 "sdp". 영국 정부 미술 컬렉션, 5651.

 제1대 웰링턴 공작 아서 웰즐리 (1769년-1852년) 필드-마샬 & 수상, 제임스 론스데일, 1815년. 캔버스에 오일, 236(H) x 145(W), 비문 "sdp". 영국 정부 미술 컬렉션, 5651. 헤시안 부츠를 신고 있는 모습.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실제로 로리 롤러의 책 『신발의 역사』에 의하면 아서 웰즐리가 부츠의 열렬한 팬이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18세기 초 독일 병사들은 무릎길이까지 오는 긴 장화 헤시안 부츠를 신었고, 정확히 말하자면 웰링턴 부츠는 이 헤시안 부츠에서 유래되어 변형된 것이다.


과거 영국군은 전쟁에서 일반적인 가죽 구두를 신었다고 알려진다. 일반 가죽 구두는 흙이 신발 안으로 들어오는 것은 물론 내구성도 강하지 않았다. 헤시안 부츠는 이를 막아주어 실용적인 군화로 착용 가능하다 보니 당시 영국군이 이를 따라 신었고, 대표적인 인물인 웰링턴 공작의 이름을 딴 웰링턴 부츠라 불렀다고 한다.


현대에는 비와 눈, 험한 지형, 진흙 등에 강한 웰링턴 부츠가 레인부츠의 대명사가 되면서 실용적인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레인부츠’ 할리우드 셀럽이 신으며 유행


레인부츠가 본격적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한 건 2000년대에 접어들면 서다. 당시 세계적인 모델인 케이트 모스가 짧은 하의에 무릎까지 오는 긴 고무장화를 매치해 신은 모습이 대중에게 공개됐는데, 시크하면서도 세련된 모습이 눈길을 끌면서 레인부츠가 큰 인기를 얻었다. 당시 케이트 모스가 신었던 레인부츠는 헌터사의 오리지널 제품으로 알려져 있다.

헌터 부츠를 신은 케이트 모스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할리우드 패피로 유명한 모델 알렉사 청 역시 레인부츠를 여러 번 신었다. 한 락 페스티벌에 등장한 알렉사 청은 발목까지 오는 헌터의 첼시 부츠를 신어 패션 센스를 발휘해 자유로운 축제 현장의 분위기를 더했다. 알렉사 청은 헌터사 외에, 덴마크의 핸드메이드 레인부츠 ‘일세야콥센’을 착용하기도 했는데, 해당 브랜드 제품은 알렉사 청의 레인부츠로도 유명하다. 이외에도 안젤리나 졸리나 애슐리 올슨 등의 할리우드 스타가 레인부츠를 애용했다.

락 페스티벌에서 레인부츠를 신고 있는 알렉사 청의 모습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락 페스티벌에서 레인부츠를 신고 있는 알렉사 청의 모습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할리우드 스타들이 비 오는 날 레인부츠를 신는 경우도 많지만 특히 눈에 띄는 매치는 락 페스티벌에서다. 야외에서 장기간 이어지는 뮤직 페스티벌의 특성 상 비가 올 것을 대비해 레인부츠를 신는 일이 많고, 해외 락 페스티벌이 대규모 농장에서 열리거나, 폭우, 진흙탕에서 진행되기도 해서 질퍽한 땅을 무리 없이 걷기 위해 레인부츠를 신어야 하는 경우가 있다. 또 페스티벌에서 물놀이가 더해지는 일이 많아 레인부츠를 신기도 한다.


그렇게 레인부츠는 음악 축제의 머스트 해브 아이템이 되면서 자유로움과 청춘의 상징으로 떠올랐으며, 국내에서도 락 페스티벌 필수템으로 자리 잡은 상태. 여름 장마철에 열리는 음악 축제 특성에 맞게 주로 짧은 하의와 함께 시크하게 매치해서 코디하는 모습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크리스탈, 제니, 김나영도 신은 레인부츠


국내에서도 많은 스타들이 레인부츠를 센스 있게 코디해 눈길을 끌었다. 올해 큰 관심을 받았던 레인부츠는 단연 샤넬의 제품이다. 고가의 명품 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매장에서 대부분 레인부츠 모델이 품절이라 하니 없어서 못 판다는 말이 딱이다. 샤넬 레인부츠는 걸그룹 AOA의 설현, 가수 아이비와 패피로 알려진 방송인 김나영, 배우 차정원, 기은세 등이 신어서 유명해졌다.

샤넬 레인부츠를 신고 있는 가수 아이비와 방송인 김나영 / 아이비 인스타그램(@greentee.park), 김나영 인스타그램(@nayoungkeem) 갈무리

레인부츠 제품을 내놓은 명품 브랜드는 또 있다. 젊은 층에서 대중적인 패션 아이템이 되면서 고가의 브랜드인 셀린느, 보테가베네타, 프라다 등에서도 레인부츠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특히 보테가베네타의 레인부츠는 걸그룹 블랙핑크의 제니가 신어서 더 유명해지기도 했으며, 가수 현아는 셀린느의 레인부츠를 신은 모습이 공개되면서 대중의 관심이 더해졌다.

보테가베네타의 레인부츠를 신은 제니 /제니 인스타그램(@jennierubyjane) 갈무리 

셀린느의 레인부츠를 신은 현아와 차정원 /현아 인스타그램 (@hyunah_aa), 차정원 인스타그램(@ch_amii) 갈무리

레인부츠 아이템을 가장 실용적으로 활용한 스타는 가수 겸 배우 크리스탈이다. 크리스탈은 레인부츠 클래식 아이템인 헌터 부츠를 신었다. 무릎까지 오는 톨 기장의 무채색 헌터 부츠를 짧은 청바지와 매치했고, 색감이 강한 우산을 함께 들어 비 오는 날 특별한 레인부츠 룩을 완성했다.

헌터의 톨 기장 레인부츠를 신은 크리스탈의 모습 /크리스탈 인스타그램(@vousmevoyez)갈무리

다양한 레인부츠 브랜드들


최근에는 레인부츠의 클래식이라 할 수 있는 헌터 외에도 다양한 브랜드의 레인부츠가 국내에서 관심을 얻고 있다. 각 브랜드마다 첼시부터 톨까지 여러 가지 기장의 제품을 갖추고 있어 선택지가 넓고, 디자인이나 가격대도 다채롭다.


브리티쉬 락 시크 스타일 하면 떠오르는 ‘헌터’의 레인부츠는 실용성과 디자인을 모두 충족하는 아이템이다. 긴 전통을 가진 브랜드답게 레인부츠의 대명사라 불릴 정도로 인기가 높다. 또 대중적인 브랜드인 만큼 어떤 코디에도 클래식하게 잘 녹아들고 어렵지 않게 매치할 수 있다. 가격은 다소 높은 편이다.

클래식한 헌터의 레인부츠 /헌터 공식 인스타그램 갈무리(@hunterboots)

다수의 언론을 통해 보도된 헌터를 국내 공식 수입하는 업체의 설명에 따르면, 헌터는 28개의 개별 조각을 3일 동안 수작업으로 붙여 만들며 나무에 해를 끼치지 않고 책임감 있게 관리되는 숲에서 얻은 ‘천연고무’를 사용해 제작된다고 한다.


클래식하면서 감성적인 디자인을 추구하는 이들이라면 ‘락피쉬 웨더웨어(Rockfish Weatherwear)’의 레인부츠도 있다. 역시 브리티쉬 감성을 가진 브랜드로 헌터와 비슷하게 클래식한 느낌을 주는 디자인이지만 가격대는 조금 더 저렴한 편에 속한다.

클래식하면서도 감성적인 락피쉬의 레인부츠 /락피쉬 웨더웨어 공식 인스타그램(@rockfish_official) 갈무리

락피쉬 웨더웨어는 깔끔한 디자인으로 시크한 분위기를 가진 오리지널 라인 외에도 디자인이 다채로운 편이다. 클래식한 느낌을 추구한다면 오리지널 제품을 선택하면 되고,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헤이든 라인은 유니크한 디자인을 찾는 이들에게 알맞다. 또 파스텔톤의 부드러운 컬러 제품 라인도 있어 감성적인 레인부츠를 찾고 있다면 잘 어울린다.

/락피쉬 웨더웨어 공식 인스타그램(@rockfish_official) 갈무리

파스텔톤의 부드러운 색감이 눈에 띈다 /락피쉬 웨더웨어 공식 인스타그램(@rockfish_official) 갈무리

따뜻한 신발을 만드는 브랜드로 유명한 ‘어그(UGG)’에서도 레인부츠를 만나볼 수 있다. 어그는 대표적으로 양털을 사용해 따뜻하게 만든 겨울용 ‘클래식 부츠’를 만드는 브랜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겨울 어그 부츠의 대표 브랜드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어그의 레인부츠 모양도 어딘지 모르게 어그 부츠와 닮아 있다. 곡선의 느낌이 부드러운 느낌을 주고 투박한 듯 귀엽게 느껴진다.


또 어그는 독특한 디자인의 레인부츠를 출시해 눈길을 끌기도 했는데, 투명한 재질로 만든 제품이 그 주인공이다. 이외에도 투명한 재질 내부에 어그의 상징과도 같은 양털을 넣은 제품 역시 걸그룹 티아라 멤버 효민이 착용하면서 인기를 끌었다.

투명한 재질의 어그 레인부츠 /어그(UGG)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안에 어그의 상징인 양털이 들어가 있는 레인부츠 /어그(UGG)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영국의 클래식 브랜드 바버에서도 레인부츠를 출시한다. 깔끔한 디자인의 웰링턴 라인이 가장 인기가 많으며 남녀 소비자 모두의 관심을 받는 레인부츠다. 특히 다른 브랜드들에 비교해 디자인적으로 워크웨어 느낌을 가지고 있어서 터프한 이미지를 가진다.

투박한 듯 시크한 바버의 레인부츠. 남여 모두에게 인기가 많다 /바버코리아 공식 인스타그램(@barboursouthkorea)갈무리

가장 기본적인 고무장화의 디자인을 가지고 있어 특유의 실용적인 느낌이 인기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색상이 비교적 다양하지 않고 기장감의 선택지도 많지 않다. 하지만 레인부츠계의 스테디셀러로 많이 선택하는 브랜드이다.


레인부츠 개성 있게 신어보고 싶다면


긴 장마가 예고되며 국내에서는 갑작스럽게 레인부츠 붐이 불고 있다. 레인부츠를 어떻게 매치하면 좋을지 고민하는 이들도 많은데, 역시 짧은 하의와 함께 매치하는 방법이 가장 클래식하다고 볼 수 있다. 이때는 무릎까지 오는 톨 기장의 레인부츠를 선택하면 스포티하면서도 시원한 여름 레인부츠 룩이 완성된다.


또 긴 바지를 레인부츠 안에 겹쳐 입는 것도 방법이다. 스키니진의 유행은 완전 지나갔다고 봐도 무방하지만, 레인부츠와 매치하면 색다른 느낌을 줄 수 있다. 또 최근에는 와이드한 진의 밑단을 레인부츠에 넣어서 입기도 한다. 마치 워크웨어를 연상시키는데 바지를 레인부츠 안쪽으로 대충 쑤셔 넣을수록 멋스럽게 느껴진다.

레인부츠는 짧은 하의에 코디하는 게 정석이지만, 긴 바지를 넣어서 신어도 잘 어울린다 /픽사베이

트임이 있는 긴 롱스커트와 매치해도 색다른 코디다. 일반적으로 레인부츠를 짧은 하의와 코디하는 것이 정석같이 느껴지지만 트임이 있는 긴 롱스커트와 함께 하면 보헤미안 감성을 완성할 수 있는 팁이다.


레인부츠의 가장 큰 장점은 비 오는 날에도 뽀송한 발을 유지해 줄 뿐만 아니라 색다른 패션 아이템도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비교적 가격대가 높은 패션 아이템 중 하나이기도 하지만 한 번 장만하면 실용적으로 여러 코디에 유용하게 신을 수 있는 만큼 여름철 필수 아이템으로 장만해 봐도 좋을 듯 하다.


윤미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