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 가기

[ 라이프 ]

백투더 피처폰...당신을 거쳐 간 피처폰은 몇 개인가요

by핸드메이커

한껏 꾸며진 피처폰 /flickr

최근 사람들을 사로잡고 있는 감성이라 하면 단연 '레트로'와 '복고'다. Y2K(2000년대 세기말 감성) 트렌드로 인해 그때를 겪었던 사람들과 그렇지 않았던 사람들을 포함한 전 세대를 통합시켰다. 기성세대에게는 옛날의 추억을 불러일으키고, MZ세대들에게는 겪어보지 못했던 새로운 경험과 재미를 주고 있다.


인테리어나 소품에서도 본격적인 '그 시절' 레트로가 유행하고 있는 와중에 최근 젊은 세대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건 다름 아닌 '피처폰'이다. 요즘처럼 모두가 디자인이 하나로 통일된 스마트폰을 갖고 다니며 편하게 음악과 영상, 게임과 인터넷을 즐기지만 그 당시 피처폰은 게임과 인터넷은커녕 통화와 문자가 주된 기능이 다였던 기기였다. 


지금도 갤럭시 플립이나 폴드처럼 접을 수 있는 핸드폰은 있지만 피처폰은 지금의 접는 스마트폰과는 다르게, 버튼을 일일이 눌러 통화와 문자함을 확인하는 핸드폰이었다. 그때의 불편했던 핸드폰을 경험하지 못했던 세대들은 지금 새로이 폴더폰을 쓰거나, 그때의 게임을 즐기거나, 핸드폰을 꾸미거나 하는 등 새로운 취미에 빠지고 있다.

Z컬러링 체험존 /KT

2023년 5월, SK텔레콤, KT 등 이동통신사들은 색다른 이벤트를 열었다. 각각 'T팩토리'와 'KT애드샵플러스'에 8090세대들의 추억을 자극할 만한 V컬러링 체험존을 연 것. 지금도 컬러링 기능은 가능하지만 일반적인 통화음 대신 내가 직접 음악을 설정할 수 있는 컬러링은 벌써 탄생한 지도 21년째. 통신 3사는 컬러링이 첫 출시되던 2002년의 콘셉트를 가지고 체험존을 열어 과거 세대에게는 추억을, 현재 세대에게는 재미를 주는 이벤트를 열었다.


이들은 고객이 미리 설정한 영상을 자신에게 전화한 발신자의 휴대폰에 통화가 연결될 때까지 보여주는 영상통화연결음 서비스인 V컬러링을 선보였다. 또 체험존에서는 피처폰으로 찍는 셀카, 그 시절 MP3 음악감상 등 과거로 돌아간 듯한 신선한 체험을 제공했다. 당시 SK텔레콤 관계자는 "이번 체험존은 피처폰이 스마트폰으로 진화한 것처럼 2002년에 출시한 컬러링이 보이는 V컬러링으로 진화했음을 알리는 상징적인 의미를 담았다"고 밝혔다.

팬택&큐리텔에서 출시한 피처폰인 캔유폰 /김서진 기자

피처폰은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기 전 제한된 성능을 가진 휴대폰이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대표적인 통신 수단으로 지금의 Y2K 트렌드에는 빠질 수 없었던 휴대기기였다. 1999년부터 삼성전자, 팬택&큐리텔, 스카이 등 여러 통신사에서 폴더형으로 된 피처폰을 출시했고 특히 2004년 삼성전자는 폴더형 핸드폰을 가로로 돌리는 '애니콜 가로본능'을 출시해 인기를 끌었다. 기존의 폴더형과 함께 위로 올리고 내리는 슬라이드형 피처폰도 출시되기도 했다.


그러나 인터넷이나 게임을 사용하려 해도 살인적인 요금제 때문에 게임이나 인터넷을 쓰는 사람은 거의 없었고, 2010년대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기 전까지 피처폰은 사실상 통화와 문자만 가능한 기본적인 핸드폰에 불과했다. 지금에야 TV와 인터넷을 쉽게 이용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MP3폰, 디카폰 등 기능이 각각 다른 핸드폰이 출시되었고 2000년대 중반 DMB의 대중화와 함께 DMB폰이 출시되어 그때에서 사람들은 핸드폰으로 TV 시청을 할 수 있었다.


현재는 모두가 '010'으로 시작하는 번호를 쓰고 있지만 그때만 해도 이동통신업계별로 식별 번호가 달랐다. SK텔레콤은 011, KTF는 016, 신세기통신은 017, KT엠닷컴은 018, LG텔레콤는 019를 사용해 자신들의 고유 식별번호를 광고나 홍보에 쓰기도 했다. 대표적인 예가 SK텔레콤이 1997년 내세운 브랜드 'SPEED 011'이다. 그러나 스마트폰이 2010년에 보급화되면서 피처폰을 가진 사람들은 급격히 줄어든다. 자연히 판매량도 줄어들면서 이전까지만 해도 공부를 해야 하는 수험생들이나 복잡한 기능이 필요 없는 노인층 위주에게 판매되었다.  

피처폰을 들고 있는 배우 한소희 /한소희 공식 SNS

현재의 MZ세대들은 옛날의 피처폰을 잘 모른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의 Y2K 시절을 향유했던 사람들이 아니라면 자연히 그때의 감성이 궁금해질 것이다. 그때에만 겪을 수 있었던 문화나 경험을 그때와 똑같이 경험해 볼 수는 없으니, 이들에게는 2000년대 초반의 Y2K 문화가 그저 신선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유치원에 다닐 때부터 네모난 모양의 스마트폰을 보고 자란 아이들, 핸드폰과 포토카드를 꾸미던 MZ세대들이 게임은커녕 영상이나 음악 또한 듣기도 어렵고 화면도 지금의 스마트폰에서 1/4로 줄어든 피처폰에 새로움을 느끼는 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아이돌그룹 뉴진스는 'Ditto' 뮤직비디오나 시즌 굿즈에서도 옛날의 피처폰을 쓰는 모습을 보여 주었고, 배우 한소희는 얼마 전 SNS 라이브 방송에서 피처폰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영상에서 피처폰을 너무 사용하고 싶었다면서, 버튼을 누르는 게 좋아 샀다는 감상을 남겼다. 가수 전소미도 최근 자신의 SNS에 피처폰을 들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사진으로 올리기도 했다. 이들은 2000년대를 겪지 않은 젊은 세대로, 현재의 스마트폰보다 제한된 기능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불편하지만 매력적인 이 기계에 관심을 가진다. 

미니게임천국 /게임 어플 캡쳐

중간의 'n'버튼은 누르면 큰일나는 버튼이었다 /김서진 기자

피처폰을 이용한 경험이 있었던 사람들이라면 잘 알 것이다. 핸드폰 중앙에 위치한 작은 버튼은 절대 누르면 안 된다는 것을 말이다. 그 버튼을 눌러 인터넷이나 게임에 연결이 되기 전에 황급히 종료 버튼을 연달아 눌렀던 적이 한번은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게임을 이용했던 이용자들이라면 피처폰에 깔려 있던 여러 게임들을 기억한다. 최근 컴투스는 신작 ‘미니게임천국’을 출시, 글로벌 누적 다운로드 100만 회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미니게임천국은 컴투스가 2005년 만든 아케이드 모바일 게임으로  13종의 미니 게임의 반복적인 플레이를 통해 높은 점수를 얻고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아이템과 캐릭터를 모을 수 있다. 그러나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피처폰에 깔려 있었던 이 게임 또한 사라졌는데, 13년 만에 다시 런칭한 것. 해당 게임은 런칭 직후 한국 애플 앱 스토어와 한국 구글플레이스토어에서도 1위에 올랐다. 그 시절 피처폰의 버튼을 눌러 가며 힘겹게 게임을 즐겼던 사람들은 더 편리해지고, 더 커진 화면에서 요금제 걱정 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데코덴으로 검색하면 나오는 폰꾸 /인스타그램 캡쳐

옛 피처폰에는 지금처럼 커다란 화면이 전면에 나오는 것이 아닌, 덮는 형식의 폴더폰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핸드폰을 꾸미는 일도 흔했다. 일본에서는 '데코덴'이라 해, 핸드폰의 외관을 큐빅이나 생크림 등을 이용해 꾸미는 문화가 있었다. 한국에서도 피처폰이 널리 퍼지면서 2010년 데코덴 문화가 잠시나마 유행하기도 했다.


큐빅이나 스티커를 핸드폰에 붙이는 단순한 것에서부터, 지금은 폴꾸(폴라로이드 꾸미기)나 탑꾸(탑로더 꾸미기)등 여러 소품으로 범위가 넓어졌다. SNS만 훑어봐도 핸드폰, 또는 핸드폰 케이스에 저마다의 개성 넘치는 '폰꾸'가 보인다. 실제로 사람들의 관심은 통계로 이어졌으며, 카카오스타일이 운영하는 패션 플랫폼 '지그재그'에서는 핸드폰 액세서리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최대 17배 이상 급증했다고 한다. 

캔유폰의 문자 화면 /김서진 기자

Y2K세대라면 그동안 썼던 피처폰을 팔아버렸을 수도 있고, 옷장 어딘가에 고이 보관해둘 수도 있다. 필자는 후자의 경우로, 그동안 거쳐 간 피처폰들을 버리기는 아까워 보관해 둔 경우다. 중고 사이트나 거래 장터에서도 볼 수 있는 핸드폰들이긴 하지만, 어쨌든 보관해 둔 피처폰들을 꺼냈을 때 커다란 감흥이 있었던 건 아니다. 다만 많이 희석된 기억들이 드문드문 기억이 났을 뿐이다.


LG텔레콤 팬택앤큐리텔의 카시오 HBT-3242M은 일명 '캔유폰'이라 불렸던 폴더폰으로 당시에는 핸드폰을 열고 접을 때 나는 특유의 '딱' 소리로 사람들의 흥미를 이끌었던 제품이다. 카시오, 히타치 등 일본 회사에서 개발한 단말기를 국내 환경에 맞게 현지화한 제품으로 팬택앤큐리텔을 통하여 조립하고 단말기의 애프터 서비스 역시 팬택앤큐리텔에서 맡았다. 팬택앤큐리텔은 2012년 큐리텔 지원 서비스를 종료하며 사라졌다. 

핸드폰을 켰을 때 나오는 화면 /김서진 기자

지금은 볼 수 없는 분리되는 배터리와 TV를 볼 수 있는 안테나가 눈에 띈다 /김서진 기자

사진이 특히 잘 나오기로 유명했던 '캔유폰'은 지금도 중고 장터에서 인기 있는 피처폰 중 하나다. 분리가 되는 배터리를 확인해 보면 제조 연월이 2004년으로 되어 있다. 약 20년 전의 핸드폰인 셈.

프리지아폰 /김서진 기자

생각보다 더 작은 크기로, 화면은 더 작다 /김서진 기자

삼성전자 삼성 애니콜 SPH-S4700, 일명 '프리지아폰'은 2007년에 출시된 피처폰으로, 폴더폰이라고는 하지만 장난감의 느낌이 더 강하다. 그 정도로 작고 슬림함을 자랑한다. 카메라도 나름 130만 화소로, STN방식 액정으로 전면 액정에서 시계를 볼 수 있었다. 당시 조악한 센스로 핸드폰을 나름 꾸며둔 것이 보인다. 다만 이 피처폰은 너무 작아 통화할 때 애로사항이 꽤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노리폰 /김서진 기자

삼성전자 애니콜 노리 F2 SHW-A280K, 일명 노리폰은 2011년 3월 출시된 폴더폰으로 스노우화이트, 챠콜 그레이, 스위트 핑크 등 총 세 가지 컬러로 출시되었다. 옛 폴더폰에 비해 화면이 큰 편이며, 지상파 DMB방송도 가능했다. 이 폰의 특이한 점은 전화가 오거나, 문자가 올 때마다 각기 다른 7가지 색으로 핸드폰이 빛난다는 점이다. 안타깝게도 현재 이 핸드폰은 배터리 충전기를 구할 수 없어 전원을 켤 수 없는 상태다. 

가운데의 'OK'버튼은 공포의 버튼이었던 /김서진 기자

당시 핸드폰 카메라는 300만 화소에 불과했지만 촬영 기능은 꽤 다양했다. 일반, 연속, 분할, 파노라마 등 소위 사진 기능으로의 있을 건 다 있다. 그때의 피처폰은 중앙에 게임이나 멀티미디어를 즐길 수 있는 버튼이 있는 것이 흔했다.  또 피처폰에는 종료 버튼이 있는데, 이 버튼은 전원 버튼과 기능이 같았다. 배터리는 놀라지 마시라, 당시 1000mAh에 불과했고 벨소리는 무려 64화음의 성능을 자랑한다. 

피처폰을 든 모습 /전소미 공식 SNS

번개장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피처폰 검색량은 전년 동기 대비 177% 증가, 폴더폰에 대한 검색은 같은 기간 39% 늘었다. 이제 통신사들이 피처폰을 판매하지 않아 소비자들은 중고 장터에서 피처폰을 사야 하지만 7월 한 달간 피처폰 거래량은 전년 동월 대비 97% 증가했다고 한다. 이쯤 되면 어떤 이유로든 그 시절 폴더폰과 피처폰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늘어났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


지금의 MZ세대나 8090세대들이 피처폰을 찾는 건 현재의 스마트폰에 있는 모든 기능을 필요로 하지 않는 사람들이라 해도 무방하다. 레트로나 복고 등 옛날 감성을 찾는 사람들은 굳이 피처폰으로 영상을 보고, 게임을 하거나, 음악을 들으려고 하진 않을 테다. 요즘의 스마트폰은 거의 통일된 디자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특별한 걸 찾고 싶은 사람들에게 피처폰은 재미있는 소품이나 흥미로운 기기로 작용하고 있다.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