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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나만의 향 만드는 ‘조향 클래스’…아모레퍼시픽 70여년 향 여정 담은 ‘북촌 조향사의 집’

by핸드메이커

북촌 조향사의 집 건물 외부 전경 /윤미지 기자

[핸드메이커 윤미지 기자] 고즈넉한 북촌을 걷다 보면 마주칠 수 있는 ‘북촌 조향사의 집’은 향기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아카이브한 공간이다. 70여년에 걸친 아모레퍼시픽의 향 여정을 경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한국적인 향부터 트렌디한 향까지 시향할 수 있다는 점에서 ‘향 덕후’의 관심을 모은다.


‘조향사의 집’을 테마로 한 만큼 조향사의 연구 공간도 실감나게 구현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50~60년대 아모레퍼시픽 조향사가 실제로 사용했던 모습으로 복원한 조향 오르간을 만나볼 수 있다. 또 미리 예약하면 아모레퍼시픽의 조향사와 함께 자신만의 향을 만들보는 ‘조향클래스’ 참여가 가능하다.

고요한 공간서 즐기는 ‘향’에 대한 이야기

‘조향 클래스’는 1층에 위치한 ‘클래스’ 공간에서 이뤄진다. 큰 창문 너머로 정원의 모습이 보이는 장소라 힐링하는 기분으로 클래스에 참여할 수 있다. 본격적인 클래스가 시작되기 전에는 짧은 이론 수업이 진행된다. 이때는 간단한 다과도 함께 곁들여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서 수업을 들을 수 있다. 클래스 진행은 아모레퍼시픽 향료 개발 기술연구원이 직접 수업한다.

조향 클래스. 자리에는 클래스 조향 용품과 간단한 다과가 준비된다 /윤미지 기자

이론 수업에서는 크게 향수의 시작과 향수 용어 등을 15분 정도 배운다. 그리고 나라별 향수 기원에 대해서 수업하며 몇 가지 관련 향을 직접 시향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미국에서는 죽은 동물의 냄새를 가리기 위해 유향을 사용했다고 한다. 유향은 유향 나무를 태워 연기에서 나는 향을 사용했으며 직접 맡아보니 개운한 이미지가 느껴졌다.


이집트에서는 미라 방부 목적과 목욕 등을 위해 미르라고도 불리는 몰약을 썼다. 그래서 이 향을 불멸의 상징으로 여긴다는 설명이다. 유향과 몰약은 모두 쉽게 접하기 어려운 향들로, 설명이 끝나고 해당 향이 묻어 있는 시향지를 클래스 참여자에게 각각 나눠준다.


그리스는 방향 목적을 위해 장미, 카네이션, 백합 등 다양한 플로럴 계열의 향을 사용했다고 한다. 여기서는 프랑스 그라스 지방에서 만든 로즈오일의 향을 맡아볼 수 있다. 그라스 지방의 로즈오일은 장미 3천 송이를 따면 1ml의 양이 나온다. 직접 맡아본 로즈오일의 향은 일반 플로럴 계열과는 다르게 살짝 무거우면서도 은은한 흙향이 느껴졌다.

이론 수업 중 유향, 미르 등 다양한 향을 맡아볼 수 있다 /윤미지 기자 

이외에도 최초의 향수라 불리는 14세기 헝가리 여왕의 로즈 향수 ‘헝가리 워터’에 대한 내용과 1904년 라 로즈 자크미노 향수가 대중화되면서 일반인들도 향수를 쓸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다고 한다.


이어서 향수가 제작되는 과정을 간단하게 배웠다. 향수는 쉽게 말해 향료와 알콜이 섞이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며 계면활성제 등이 추가로 들어간다. 특히 투명한 용기에 향수를 담으면 햇빛에 향수가 노출되는데 이를 통한 변화를 방지하기 위한 자외선 차단제와 향수의 컨셉에 따른 색소 등이 들어가기도 한다는 설명이다.


이를 통해 조합된 향수는 숙성과정을 거쳐 완성된다. 숙성 과정은 향수별로 다르며 이날 클래스에서 제작한 향수의 경우 3일 정도의 숙성일을 거치면 완성도 높게 사용할 수 있다.

조향 클래스가 진행되는 모습 /윤미지 기자

향수에 관한 용어를 익힐 수 있는 시간도 짧게 준비됐다. 향료 함량에 따라 부르는 이름이 다르다. ‘오드 코롱’은 3~5%, ‘오드 뚜왈렛’은 4~8%의 향료가 포함되어 비교적 지속 시간이 짧은 편에 속한다. 일반적으로 흔히 접하는 구간은 ‘오드 퍼퓸’과 ‘퍼퓸’이다. 각각 8~15%, 15~30%의 향료가 들어가고 퍼퓸의 경우 5~8시간까지 향이 지속 되기도 한다.

‘향 고르기’ 팁은?

향수를 고를 때 유용한 팁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향수의 향을 알기 위해서는 먼저 ‘탑노트’와 ‘미들노트’, ‘베이스노트’를 구분하면 좋다. 탑노트는 향수를 뿌리고 직후부터 10분 동안 느낄 수 있는 향이다. 주로 가벼운 시트러스나 프루티향이 여기에 해당한다.


향의 분자에 따라 각각 발향되는 시점이 다른데 미들노트는 조금 더 무거운 분자 향이 퍼지는 단계다. 향수를 뿌리고 30분에서 1시간 동안 발향 되는 향으로 플로럴, 조금 더 무거운 프루티, 오리엔탈 향 등이 있다.


종종 백화점, 쇼핑몰 등에서 시향해본 향과 구매 후 집에 와서 맡는 향이 다를 때가 있는데, 이는 탑노트와 미들노트가 날아간 후 남은 잔향, 베이스노트의 향이 남으면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베이스노트는 퍼지는 향이 아닌 머무는 향으로 같은 향수를 뿌려도 개인의 특성에 따라 다른 잔향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향수의 향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먼저 직접 뿌려보고 시간의 변화에 따라 탑노트와 미들노트, 베이스노트를 확인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백화점에 방문해서 쇼핑 전에 먼저 향수를 뿌려보고 개인의 체향과 향이 어떤 식으로 조화를 이루는지 확인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향수를 고르는 방법 중 하나다.

나에게 맞는 향 찾기 ‘조향 클래스’

조향 클래스의 첫 단계는 먼저 체험자에게 어울리는 향을 찾는 것이다. 설문 응답을 통해 향을 찾을 수 있고, 설문은 국내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서베이를 통해 개인의 특성에 따른 선호 향취 결과를 반영했다고 한다. 설문에 따라 타입이 구분되며 이후 클래스 참여자 개인마다 조향사의 컨설팅이 이뤄진다.

설문 응답을 통해 타입에 따른 향을 찾는다 /윤미지 기자

본 기자는 설문 응답에서 C타입으로 분류됐다. 각 타입에 따라서 4가지 향료가 대표적으로 추천된다. C타입은 ‘시아라’, ‘첼시’, ‘클로에’, ‘셀린’ 향이 준비됐으며 직접 시향지를 통해 기본 향료의 향을 확인하면 된다. 이때 가장 마음에 드는 향 하나를 선택해 전체적인 향수의 방향성을 잡을 수 있다.

다양한 향료들 /윤미지 기자

타입별로 추천된 네 가지 향료를 모두 시향해 본다 /윤미지 기자

시아라는 추운 계절에 어울리는 향이라고 한다. 스파이시하면서 우디한 향이 돌고 부드러운 앰버 향도 느껴진다. 유니섹스한 이미지를 느낄 수 있는 향이다. 첼시는 와일드 로즈 향으로 비교적 여성적인 향이다. 강인한 꽃의 생명력과 부드러운 앰버향이 어우러져 있다. 클로에는 상큼함과 따뜻함의 밸런스 대비가 좋은 향으로 시트러스로 시작해 우디와 바닐라 향을 느낄 수 있다. 셀린은 밀키하면서 조금 더 달달한 향이 돌고 우디한 향이 섞여서 전반적으로 고급스러움이 느껴진다.


이중 향수의 큰 틀이 되는 메인 향을 골랐다면 다른 향료들과의 조화도 확인한다. 향료가 묻은 시향지 중 메인으로 고른 향료가 묻은 것을 코와 더 가깝게 잡고, 다른 시향지는 조금 아래쪽으로 잡아 천천히 흔들면 향이 공기 중에 섞이는 과정에 따라 조향 결과를 예측해볼 수 있다.


그 후에 조향사와 함께 사용할 향료의 양을 결정한다. g(그람)수로 결정하며 메인 향이 가장 많이 쓰이고 그 뒤로는 소량씩 양이 정해진다. 일회용 스포이드를 사용해서 그람 수에 따라 향료를 조합하는 작업을 거친다. 이때 한 번 쓴 스포이드는 향료의 오염을 막기 위해 바로 폐기한다.

조향사의 개인 컨설팅을 통해 사용할 향료를 결정한다 /윤미지 기자

정확한 양을 조향한다 /윤미지 기자

개인의 타입 별로 제공된 향료 외에도 다른 타입의 향도 맡아 볼 수 있다. 본 기자는 타 참여자의 향 컨설팅이 이뤄지는 시간을 활용해 다른 타입의 향료도 시향해봤다. 이때 마음에 드는 또 다른 향을 발견하면 이를 조향할 수 있다. 본 기자는 ‘오로라’ 라는 향을 발견하고 이를 조향사에게 알렸다.


모든 조향이 끝나고 원하는 향을 완성하면 향수의 베이스가 되는 ‘Fond 2’를 조합한다. 역시 스포이드를 사용해 조향사가 권하는 양만큼 넣으면 된다. Fond 2의 향은 기본적으로 포근하면서 따뜻함을 가지고 있으나 분자의 크기가 크기 때문에 개인에 따라 이를 냄새로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해당 향료를 넣는 이유는 완성된 향을 해치지 않으면서 분자 크기가 큰 향료를 더해줌으로써 지속력을 높이기 위함이라고 한다.

향수의 베이스가 되는 ‘Fond 2’ /윤미지 기자

조향을 마친 뒤 준비된 향수 병에 넣어주면 완성이다. 향수 병에는 알콜이 미리 들어 있었다. 참여자가 원하는 문구로 라벨링하는 과정을 거치면 포장 후 클래스가 마무리된다. 클래스 이후에는 기념 폴라로이드 사진 촬영을 할 수 있으며 완성된 향수는 3일간의 숙성 기간을 거쳐 사용하면 된다.

조향클래스를 통해 완성된 향수 /윤미지 기자

조향사의 공간과 아모레퍼시픽 향 연구 발자취 담아

조향 클래스를 마치고 전시 ‘북촌 조향사의 집’을 둘러봤다. 전시는 두 개의 층으로 구성된다. 1층에는 조향사가 영감을 얻고 실제로 향을 연구하는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고, 2층은 아모레퍼시픽 향 연구에 관한 전시가 진행된다.


건물로 입장하기 전 먼저 만나게 되는 정원은 ‘조향사의 정원’이라는 테마를 가진다. 1960년대부터 전시가 진행되고 있는 양옥집에서 자라온 수종들이 자라고 있다. 또 아모레퍼시픽에서 연구하는 국내 자생 향 원료 식물인 동백이나 흰감국 등을 만나볼 수 있다.


건물로 들어가 1층에서 가장 처음 눈에 띄는 공간은 전시의 하이라이트라고 볼 수 있는 ‘조향사의 아틀리에’다. 향 외에도 다양한 책과 소품들이 놓여 있는데 이는 자연과 예술, 여행, 문학, 어릴 때의 기억, 소중한 물건 등 조향사가 영감을 얻는 다양한 요소를 모은 상상의 공간이다.

조향사의 아틀리에 내부 전경 /윤미지 기자

이 공간에서 눈여겨 봐야 할 것은 중간에 놓여 있는 조향 오르간이다. 1960년대에 조향사가 실제로 사용했던 오르간을 그대로 복원한 것으로, 가운데 공간으로 들어가면 다양한 향료가 담긴 병들을 둘러볼 수 있다. 이중 다섯 가지 향은 직접 시향해 볼 수 있는데 조향사가 전시가 이뤄지는 이집을 보고 영감을 받아 개발한 향들이라고 한다. 향을 맡아보고 마음에 드는 향을 골라 직접 만들어가는 블랜딩 체험존을 네이버 예약을 통해 경험해 볼 수도 있다.

조향 오르간 /윤미지 기자

다섯 가지 향을 직접 시향할 수 있다 /윤미지 기자

아틀리에를 지나 안쪽으로 이동하면 ‘조향사의 연구실’이 나타난다. 이곳은 아모레퍼시픽 조향사의 연구실을 재현한 공간이다. 이곳은 아모레퍼시픽 제품에 들어간 향료들을 전시한 곳으로 한국에서 자생하는 식물들의 향취를 포집해서 재현하거나 오일로 만든 향을 만나볼 수 있다. 제품에 쓰인 향료는 시향지를 통해 직접 맡아보는 체험도 가능하며 87년도 인삼향부터 현재까지의 향들이 준비되어 있다.

조향사의 연구실 내부 전경/윤미지 기자

제품에 쓰인 향을 직접 맡아볼 수 있다 /윤미지 기자

연구실을 재현한 공간 /윤미지 기자

2층으로 올라가면 ‘센트 아카이브’ 공간이 펼쳐진다. 아모레퍼시픽의 70여년에 걸친 향 연구 개발 스토리와 40년 대부터 현재까지의 제품들을 함께 감상 가능하다. 본격적인 아카이브 공간에 들어서기 전 어두운 공간에 향 연구가들의 조향 스토리가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상으로 재생되고 있어 관람객들의 이해를 돕는다. 바로 옆에는 영상에 나오는 제품인 해피바스 장미향과 설화수 인삼향을 맡아보도록 준비가 되어 있다.

향 연구가들의 조향 스토리가 다큐멘터리 영상으로 재생 중이다 /윤미지 기자

영상에 등장하는 제품의 향을 맡아볼 수 있다 /윤미지 기자

아카이브 공간에 들어섰을 때 눈에 띄는 것은 커다란 기구다. 실제 아모레퍼시픽 수원 공장에서 사용된 향 충진기와 오산공장의 집기들을 전시해 하나의 오브제로 구성했다는 설명이다. 또 지일 향수나 과거 아모레퍼시픽이 처음으로 상표를 붙여 판매하기 시작한 메로디 크림 등의 제품들이 전시되어 있으며, 일부 복원한 향을 직접 시향할 수 있도록 했다.

실제 아모레퍼시픽 수원 공장에서 사용된 향 충진기와 오산공장의 집기들을 전시한 모습 /윤미지 기자

일부 복원된 향을 시향 가능하다 /윤미지 기자

바로 옆에는 ‘스와니의 방’이 마련되어 있다. 1984년 출시했던 액체의 보석 스와니 향수 No.3 향을 맡아볼 수 있다. 해당 향은 솔잎과 레몬, 허브의 싱그러운 향과 장미, 목련, 자스민의 꽃향이 느껴지고 여기에 부드러운 우디 오리엔탈 향으로 마무리된다는 설명이다. 직접 맡아보면 자연의 향이 느껴지는데 이를 오롯이 시향하도록 구성된 공간이다.

스와니의 방 내부 전경 /윤미지 기자

이외에도 2층에는 아모레퍼시픽 브랜드와 제품 유형을 종합해 큐레이션한 ‘센트 갤러리’가 있다. 그린, 플로럴, 우디, 시트러스, 머스키, 아로마틱 총 6가지 향별로 제품이 나뉘어 있고, 옆에는 1층에서 감상했던 인삼향, 흰감국향, 유자향, 쑥향 등 제품에 쓰인 향료를 맡아보도록 구성되어 있다.

센트 갤러리 /윤미지 기자

센트 갤러리 /윤미지 기자

베르가못과 자몽의 첫향 이후 시트러스와 유칼립투스의 상쾌한 풀 향이 나는 퍼즐우드 디퓨저, 인센트 스틱, 핸드크림 /윤미지 기자

또 지하 공간에서는 프렌치 하이 퍼퓨머리 하우스 브랜드 구딸(GOUTAL)의 팝업이 내달 30일까지 열린다. 구딸의 제품 향을 직접 시향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메인 공간에는 대형 샹들리에를 설치해 볼거리를 더했다.

지하에서 진행되는 구딸 팝업 스토어 /윤미지 기자

지하에서 진행되는 구딸 팝업 스토어 /윤미지 기자

향에 진심인 ‘아모레퍼시픽’, 70여년에 걸친 향기 여정

아모레퍼시픽은 1954년 연구소를 설립한 이래 향 전문 연구원인 조향사를 두고 오랜 시간 향 연구를 이어오고 있다. 전시 ‘북촌 조향사의 집’을 통해 아모레퍼시픽이 그간 개발해 온 한국의 향과 지금까지 사랑받았던 여러 제품이 가진 추억의 향 그리고 현재 트렌디한 향까지 만나볼 수 있다. 전시는 11월 30일까지 무료 관람이며, 조향 클래스는 별도로 예약해야 참여가 가능하다.


윤미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