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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레트로 빠진 MZ세대 사로잡은 '서울의 전통시장'

by핸드메이커

경동시장 내에 위치한 스타벅스 경동1960점과 복합문화공간 '금성전파사' /윤미지 기자

서울의 전통시장이 변화하고 있다. 과거 어른들의 삶의 터전이었던 장소들은 이제 레트로 감성으로 되살아나 MZ의 관심을 끈다. 이들은 시장을 찾아 새롭게 형성된 복합문화공간에서 ‘인생샷’을 건지고 먹거리를 즐긴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를 맞은 건은 경동시장 · 동묘시장 · 광장시장 · 세운상가다. 한동안 젊은 층의 발걸음이 뜸했던 곳들이지만, 취재를 위해 찾은 현장은 평일 오후 3시께에도 많은 20·30대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렇다면 그들이 전통시장에서 느낀 감성은 무엇일까. 직접 물어봤다.



경동시장, 어른들의 '일상' · MZ에겐 ‘특별’


경동시장은 1960년대에 개설되어 각종 농수산물과 한약재를 직거래 유통할 수 있는 재래시장이다. 일반적인 시장을 떠올리기 쉽지만 생각보다 규모가 크고 취급하는 물품도 다양하다. 농수산물은 기본이고 일반 시장에서 쉽게 볼 수 없는 귀한 약재들이 많다. 약재들의 경우 먹기 쉽게 손질되어 팔기도 한다.

어르신들의 일상을 볼 수 있는 경동시장 /윤미지 기자

생각보다 규모가 훨씬 크다 /윤미지 기자

시장에 들어서면 다양한 볼거리가 펼쳐진다. 놀라운 점은 가격도 상당히 저렴한 편. 바쁘게 오가는 상인부터 장을 보러 나온 노령층 시민까지 연령대도 다양하다. 눈길을 끄는 모습은 생각보다 젊은 층의 비율이 높다는 것이다.


서울 구로구에 거주하는 23세 김 씨에게 경동시장을 찾은 이유에 대해서 물었다. 그는 배낭과 함께 카메라를 들고 서 있었다. 김 씨는 “강원도 여행을 가는 길이었는데 마침 경동시장이 경유하는 길에 있어서 들려봤다”라며 “그리고 경동시장 내에 새로운 스타벅스가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극장을 리모델링해서 만들었다고 하길래, 제가 사진 찍는 취미가 있어서 내부 인테리어 사진과 겸사겸사 시장 사진을 찍어보고 싶어서 왔다”고 말했다.


그러고 보니 시장 내에서 마주치는 젊은이들은 연신 카메라 혹은 스마트폰으로 시장 내부를 촬영하고 있었다. 시장에서 구매할 수 있는 싱싱한 청과물과 쌀, 팥 등과 같은 곡물들이 종류별로 담겨 있는 모습은 굳이 해외여행을 가지 않아도 볼 수 있는 특별한 풍경이다.

다양한 청과물들이 판매되고 있다. /윤미지 기자

경동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다양한 곡물들 /윤미지 기자

본 기자가 사진 촬영을 위해 양해를 구하니 상인들은 다른 젊은 친구들도 많이 찍는다며 흔쾌히 사진 촬영을 허락했다. 한 상인은 “여기 뭐 찍을 게 있다고 다들 와서 사진을 찍는지 모르겠다”라며 궁금증을 표하기도 했다. 

레트로한 감성이 느껴지는 경동시장 모습 /윤미지 기자

레트로한 감성이 느껴지는 경동시장 모습 /윤미지 기자

시장에서 만난 스타벅스 경동1960점


젊은 층에게 ‘핫플’로 유명한 스타벅스 경동1960점도 직접 방문해 봤다. 카페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시장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확실히 젊은 층 유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됐다. 실제로 문 앞에서 20분가량 지켜본 결과 이곳을 찾는 20·30대 비율이 높았다.

스타벅스 경동1960점 내부 전경 /윤미지 기자

스타벅스 경동1960점 내부 전경 /윤미지 기자

스타벅스 입구 앞에서 만난 제기동에 거주하는 20대 여성 김 씨는 편안한 차림으로 이곳을 찾았다. 김 씨는 “이 근처에 거주하면서 시장은 몇 번 왔지만 스타벅스 내부로 들어가는 것은 처음이다”라며 “레트로 느낌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새롭고, 온 김에 시장도 좀 보면 좋을 것 같아 방문했다”고 말했다.


스타벅스 경동1960점은 지난해 12월 문을 열었다. 1960년대 지어졌던 폐극장 경동극장을 리모델링한 공간이고, 지역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위한 이익공유형 매장 ‘스타벅스 커뮤니티 스토어’로 운영되고 있다. 매장에서 판매되는 모든 품목당 300원 씩 적립해 경동시장 지역 상생 기금으로 조성하고 있다.

옛 경동시장과 경동극장의 모습을 사진으로 만나볼 수 있다 /윤미지 기자

옛 경동시장과 경동극장의 모습을 사진으로 만나볼 수 있다 /윤미지 기자

옛 경동시장과 경동극장의 모습을 사진으로 만나볼 수 있다 /윤미지 기자

지난달 27일 스타벅스코리아는 해당 지점에서 조성된 지역사회 상생 기금을 활용해 경동시장 내 주차장 출입구 도색 작업을 진행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도색 작업에는 이다현 경동1960점 점장과 파트너들을 비롯 김영백 경동시장상인 연합회장이 함께 했다.


카페 내부로 들어가 보면 지금은 폐점한 경동극장의 공간감이 눈앞에 펼쳐진다. 영화관을 자주 방문하는 사람들에게는 언뜻 익숙한 구조다. 영화가 상영됐을 것으로 예측되는 넓은 벽면으로는 음료 주문·픽업대가 마련되어 있고 바로 옆에는 오직 국내 스타벅스 점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텀블러나 컵 등 브랜드 상품들이 진열되어 판매되고 있다.


음료 주문을 하고 돌아서면 실제 극장처럼 단차가 느껴지는 테이블 자리들이 눈에 띈다. 공간도 넓고 극장을 리모델링한 지점답게 인테리어도 레트로 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벽면 쪽으로는 실제 영화관에서도 볼 수 있는 프라이빗한 좌석이 있다.


흔히 카페를 이용하는 연령대를 젊은 층에 한정하는 경우가 많지만, 스타벅스 경동1960점은 노년층의 비율이 타 카페보다 높은 편으로 체감됐다. 비록 시간이 흘러 경동극장은 없어졌지만, 이 자리에 스타벅스가 생기며 세대 간의 구분 없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됐다는 점에서 더 의미를 더한다.


스타벅스 경동1960점을 금, 토, 일 18:00~18:30에 찾으면 공연도 관람할 수 있다. 해당 행사는 스타벅스 초록우산 어린이 재단의 문화예술인재 후원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다. 매주 진행하는 행사라고 하니 공연이 궁금하다면 한 번 찾아보는 것도 좋을 듯. 이에 대해 한 방문객은 해당 지점이 극장을 리모델링해 문을 연 만큼 공연 외에도 영화와 관련된 이벤트 역시 기대된다는 의견을 전하기도 했다.

문화예술인재 공연이 이뤄지는 무대 /윤미지 기자

이에 대해 스타벅스 홍보 관계자는 본지에 “현재는 지역 청년 아티스트들의 공연을 중심으로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고, 아직까지 다른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지는 않다”라며 “하지만 고객들의 의견을 계속 경청하면서 방문하고 싶은 스타벅스 경동1960점이 될 수 있도록 준비 예정이다”고 전했다.



레트로 콘셉트 ‘금성전파사’에서 핸드메이드 팔찌만들기


사실 스타벅스 경동1960점을 지나기 위해서는 특별한 공간을 지나야 한다. 바로 LG전자가 조성한 복합문화공간 ‘금성전파사’다. LG전자 조주완 사장의 ‘MZ 세대 고객을 찐팬으로 만들자’라는 가치 아래, 신세대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전략으로 금성전파사 새로고침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레트로 감성 물씬 금성전파사. /윤미지 기자 

레트로 감성 물씬 금성전파사 내부 전경 /윤미지 기자 

금성은 지금 LG전자의 전신이다. 전파사는 전자 제품을 수리하는 가게로 과거엔 동네마다 존재했으나 지금은 흔하지 않다. LG전자가 이 두 가지 키워드를 꺼내 든 것은 레트로에 관심을 가지는 MZ세대를 겨냥한 것으로 분석된다.


해당 공간은 1200제곱미터 규모로 옛 금성사에서 출시한 최초의 흑백 TV 등이 전시되어 있고, 다양한 체험존이 마련되어 있다. 현장에서 LG홈페이지 회원 가입 후 이용할 수 있는 온라인 안내에 따라 고민 접수를 하고, 이에 맞게 추천되는 체험존을 이용하면 된다.

옛 금성사의 제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윤미지 기자

‘마음고침코너’는 ‘힐링’ 테마를 중심으로 운영된다. LG전자의 식물 생활가전 ‘틔운’으로 키운 식물들이 전시되어 있고, 본 기자는 직접 체험해 보지 못했지만 식물을 심어보고 이를 가져갈 수 있는 친환경 화분 이벤트도 진행된다.

마음고침코너 /윤미지 기자

‘기분고침코너’를 이용하는 이들도 많았다. 추억의 게임인 ‘스트리트 파이터’를 직접 할 수 있는데 독특한 점이 있다면 화질이 상당히 선명하다는 점이다. 최신 OLED 화면으로 고전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새롭다.

기분고침코너 /윤미지 기자

고화질로 즐기는 추억의 게임 /윤미지 기자

본 기자가 직접 이용해 본 체험존은 ‘스타일고침코너’다. 진행되고 있는 체험존 중 가장 인기가 많다는 전언이다. 안내에 따라 준비된 리사이클링 펜던트를 두 개 고르고, 매듭공예에 사용되는 실도 고른다. 직원의 도움을 받아 매듭 팔찌를 완성하는데 걸린 시간은 대략 5분 내외. 직접 만든 매듭 팔찌는 가져갈 수 있다.

리사이클링 펜던트 /윤미지 기자

완성 된 매듭팔찌 /윤미지 기자

새로고침코너·개성고침코너 등이 마련되어 있으며, 4층에서 운영되는 고민탈출코너는 ThinQ앱을 활용해 방 안의 기기들을 원격으로 제어하는 방탈출 게임을 예약제로 체험할 수 있다.



동묘시장, MZ 패션 피플의 성지


동묘시장은 일반적인 시장과는 조금 다르다. 1980년대 말 생겨났다고 알려져 있으며 중고 의류(빈티지 의류)부터 특이한 골동품, 오래된 가전제품, 카메라, 시계 등을 판매하는 벼룩시장이 메인 길을 중심으로 펼쳐져 있다. 천천히 둘러보면 없는 거 빼고 다 있다고 할 만큼 독특한 물건들이 많다.

골동품부터 다양한 패션 잡화들을 만날 수 있는 동묘시장 /윤미지 기자

고가구와 각종 오래된 주방용품도 있다 /윤미지 기자

동묘시장은 본래 ‘어르신들의 홍대’라 불렸다. 노년층의 ‘핫플’로 유명하지만 특유의 레트로한 느낌이 부각되며 최근에는 MZ세대에게 떠오르는 공간이다. 어르신들 특유의 과감한 패션 세계를 엿볼 수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동묘앞역에서 내리자마자 만났던 한 분의 할머니는 톤온톤으로 매치한 베이지색 상, 하의에 볼드한 진주 목걸이를 하고 있어 눈길을 끌었고, 동묘시장 거리에서 마주친 한 분의 할머니는 옥색 플리츠 원단 위에 큰 브로치를 매치한 고급스러운 룩을 보여줬다. 특히 대다수의 어르신들이 원색을 어렵지 않게 매치하고 소화하는 모습이다.

동묘시장 전경 /윤미지 기자

재미있는 점은 동묘시장을 찾은 젊은이들의 옷차림이다. 평범한 벼룩시장을 찾기엔 다소 과한 스타일로, 힙하면서도 감성적인 옷을 차려입은 이들이 많았다. 이들은 대부분 동묘시장의 대표적 품목인 빈티지 의류를 둘러보고 있었는데, 이들에 대해 상인들에게 질문하니 반은 빈티지 옷을 좋아하는 일반 소매 고객, 반은 빈티지 의류를 도매로 가져가기 위해 찾은 자영업자 고객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동묘시장은 노년층과 MZ 패션 피플을 모두 아우르는 공간인 셈이다.

'어르신들의 홍대' 동묘시장에 나타난 MZ 패션 피플 /윤미지 기자

빈티지 옷들과 다양한 소품 구매 가능


동묘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물품들은 대부분 상당히 저렴한 편이다. 가장 대표적인 품목인 빈티지 의류를 예로 들면 얼마나 가성비 좋게 보석 같은 아이템을 건질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특히 돗자리에 쌓여 있는 옷들은 대부분 1천 원~3천 원에 가격이 형성되어 있다. 물론 모피나 옷걸이에 걸려 있는 옷들은 1만 원대 이상으로 판매되기도 하며, 중고 명품의 경우엔 이보다 가격이 높지만, 일반적인 빈티지 상점보다는 훨씬 저렴하다.

다양한 빈티지 의류들 /윤미지 기자

빈티지 가방도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다 /윤미지 기자

다양한 빈티지 의류들 /윤미지 기자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기 이전에 사용됐던 폴더 폰부터 아이들 장난감 등도 만나볼 수 있다. 빈티지 소품 숍에 진열되어 있는 다양한 아이템들이 동묘시장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제품들이다. 가격도 일반 소매점들보다 훨씬 저렴하다. 실제로 빈티지 숍의 소품이나 의류의 가격은 적게는 3만 원부터 높게는 10만 원이 훌쩍 넘어 책정되어 있다는 점을 돌아보면 동묘시장의 가격 책정은 소비자에게 매우 합리적이다.


지나가는 두 명의 젊은이들에게 동묘시장을 찾은 이유를 물었다. 이제 막 스무 살이 된 두 사람은 남양주에 살고 있다고 답변했다. 주 씨는 “거리가 좀 멀지만 빈티지가 많다고 해서 구경도 하고, 구매도 하고 싶어서 오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생각보다 구경할 것이 많아서 다른 전통 시장도 기회가 되면 가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아날로그 감성 느껴지는 헌책방·LP가게도


동묘시장의 매력은 카테고리를 한정할 수 없다는 것에 있다. 의류부터 패션잡화, 가전, 골동품까지 다양한 품목들 중에 특히 젊은이들을 사로잡은 공간이 있다면 헌책방이다. 과거에는 신작 빼고 다 있는 곳이었지만 최근에는 근래 출판된 책도 꽤 보인다는 점이 재미있다.


가까운 종로 거리에 대형 서점도 많지만 이곳을 찾는 이유는 다양하다. 중고 헌책인 만큼 가격대도 저렴하지만, 대형 서점에서는 볼 수 없는 절판된 책이나 오래된 고서도 보유하고 있다. 가끔 책을 둘러보다 보면 중고 서적 특유의 흔적들도 발견된다. 원래 책 주인이 적어 놓은 간단한 메모 등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다.

동묘시장에 위치한 한 헌책방. 메인 길에 위치하고 있어서 금방 찾을 수 있다  /윤미지 기자

매력적인 헌책방 감성 /윤미지 기자

음악을 사랑하는 MZ라면 LP가게를 들러보는 것도 좋다. 대부분 오래된 추억의 음악 LP들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 8, 90년대를 풍미했던 가수들의 음반부터 팝송, 재즈, 영화 OST 등 종류도 다양한 편이다. 일반 소매점에서 보기 힘든 오래되고 희귀한 바이닐을 건질 확률도 있어 만약 LP 수집이 취미라면 꼭 들러볼 만하다.



광장시장, 화려한 ‘먹방’ 천국…전 골목부터 싱싱한 회까지


먹거리 투어를 즐기는 MZ에게 광장시장은 빼놓을 수 없는 핫플이다. 광장시장은 우리나라 첫 상설 시장으로 원래는 농수산물 등을 판매했다. 현재도 다양한 농수산물을 만나볼 수 있으나 주요 품목은 한복 원단, 침구, 수예 용품 등의 원단류가 있다.


광장시장은 처음 입구에 들어설 때부터 상당히 활성화되어 있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젊은 층의 비율도 확연히 높은데, 높은 비율로 시장 내의 다양한 먹거리를 경험하러 온 방문객이 대다수고 몇몇 젊은 층은 수예 관련 용품을 구매하러 왔다가 식사를 위해 이곳을 찾기도 한다.


광장시장에서 판매하는 먹거리는 종류도 다양하다. 우선 가장 유명한 품목은 육회다. 시장으로 향하는 중간중간 유명한 육회집을 마주칠 수 있으며, 시장 내로 들어가도 있다. 광장시장에 오면 꼭 들리는 코스로 여러 육회집이 영업하고 있는데, 평일 오후 4시께에 찾았음에도 좌석에 앉아 식사와 반주를 즐기는 손님이 많았다.

싱싱한 육회. 가게 내부에도 사람이 많았다 /윤미지 기자

독특한 점은 시장을 돌아다니는 젊은 층 방문객들 하나씩 꽈배기를 들고 있다는 점이다. 긴 줄이 이어져 있어서 가까이 다가갔다. 줄을 서 있는 한 방문객에게 물어보니 모두 꽈배기를 기다리는 손님들이었다. 워낙 유명해서 보통 도착하자마자 하나씩 사 들고 이를 먹으며 시장 내를 구경한다는 설명이다.

꽈배기를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선 시민들의 모습 /윤미지 기자

조리 과정을 직접 눈앞에서 볼 수 있다 /윤미지 기자

떡볶이나 튀김 같은 분식류는 당연하고, 명절 때 주로 먹을 수 있는 다양한 전을 판매하는 전집도 많았다. 언뜻 둘러보면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 많을 것 같지만 의외로 자리에 앉아 있는 손님들은 젊은 층이 많았다. 와이드 진에 타이트한 상의를 입고 패션 센스를 뽐내는 MZ들이 앉아 녹두전부터 다양한 한식 요리를 즐기고 있었고, 놀라운 점은 시장 내에서 싱싱한 회도 판매하고 있어서 먹거리에 대한 선택지가 많다는 것이다.

먹음직스럽게 익어가는 전 /윤미지 기자

다양한 전들이 판매되고 있다 /윤미지 기자

싱싱한 회도 판매하고 있는 광장시장 /윤미지 기자

또 여행을 가면 그 나라의 전통시장을 가보는 경우는 흔한데, 국내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의 선택을 받은 곳은 광장시장인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들이 시장 내의 다양한 한식을 즐기는 모습도 다수 발견됐으며, 시장 한가운데서 기념사진을 남기기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기도 했다.



배부르게 먹고 ‘청계천’ 산책부터 종로 관광까지


광장시장은 종로와 가깝게 연결되어 있어서 종로를 구경하다가 식사를 할 때쯤 들리는 인파가 많았다. 바로 옆에는 청계천이 가깝게 있어서 다양한 음식을 즐긴 후 소화를 위해 산책을 하는 이들도 많았다. 종로 곳곳을 둘러보면서 먹거리 투어까지 즐기기에 지리적으로 적합한 전통 시장인 셈이다.


무엇보다 광장시장은 주변 상인들에게도 필수적인 생활권이다. 가까이에는 동대문종합시장이 있고, 의류·원단 도매 시장부터 한복점, 의상제작실까지 다양한 산업이 밀집해 있다. 가격도 저렴한 편이지만 무엇보다 푸짐한 시장 인심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든든한 식사가 가능하다. 광장시장은 주변 상인들의 한 끼부터 젊은 층, 여행객의 먹거리 투어까지 책임지는 공간이라고 볼 수 있다.



세운상가, 전시 등 다양한 볼거리


세운상가는 주상복합상가로 종로부터 퇴계로까지 몇 개의 상가가 함께 밀집해 있는 형태다. 과거 전자·전기 산업의 대표 공간이었던 세운상가는 1990년대 이후로 조금씩 사람들의 발걸음이 뜸해지면서 잊혀지는 추억의 건물이 되는 듯 했다. 하지만 이를 다시 살린 것은 ‘힙지로’라 불리는 을지로를 찾는 젊은 층의 발걸음이었다.

세운상가 외부 전경 /윤미지 기자

다시세운광장 공사전 모습이 사진으로 남아 있다 /윤미지 기자

서울시도 지난 2016년 ‘다시 세운 프로젝트’를 착수하면서 더 본격적으로 세운상가가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상가의 3층으로 이동하면 2017년 9월 세운상가를 도심 창의제조산업의 혁신지로 만들고자 조성한 공간인 ‘세운메이커스큐브’도 만나볼 수 있다. 또 공중 보행로를 걷다 보면 여러 음식점과 카페 등이 있어 젊은 층을 위한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는 인상을 준다.


평일 오후 5시께라 유동 인구가 많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지만 몇몇 카페와 음식점을 중심으로 손님들이 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다. 외부에서 볼 땐 유동 인구가 많지 않다고 느껴졌는데, 직접 3층에 올라가 보니 젊은 층의 방문객이 꽤 있었고, 함께 세운상가를 방문한 남녀는 서로 사진을 찍어 주기도 했다. 세운상가 3층에서 바깥쪽으로 보이는 레트로한 건물과 골목길 배경이 인생샷 명소인 듯했다.

다양한 볼거리를 가진 세운상가 /윤미지 기자

레트로 감성이 물씬 풍긴다 /윤미지 기자

세운상가를 구경하는 시민들의 모습 /윤미지 기자

‘인생샷’을 건지는 것 외에도 세운상가는 다채로운 볼거리를 품고 있다. 가장 눈길을 끌었던 공간은 ‘세운전자박물관’이다. 외관은 무채색 컨테이너지만 내부로 들어가면 국내 전자 산업에 대한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전시는 세운 상가 이전의 청계천 전자 상가를 시작으로 조명하면서 《청계천 메이커 3대기》를 주제로 한다. 1세대 클래식 전자 기기부터 3세대 현재를 보여주는 다양한 전자 기기까지 다양한 전자 소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세운전자박물관 내부 전경 /윤미지 기자

레트로한 감성이 물씬 느껴지는 오래된 컴퓨터가 전시되어 있다 /윤미지 기자

매킨토시 클래식 컴퓨터 /윤미지 기자

서울시가 지정한 '세운마이스터'중 한 명인 주승문 대표의 작품. 아케이드미니오락기/윤미지 기자

세운, 을지로 그리고 청계천에서 구입할 수 있는 200여 종의 부품들과 180여 개의 재료들을 조명하는 전시 《을지로 산업도감》 도 만나볼 수 있었다. 편안한 차림으로 무선 이어폰을 착용하고 카메라를 들고 있는 한 남성 방문객에게 직접 다가가 세운상가를 찾은 이유를 물었다.

전시 《을지로 산업도감》 중 /윤미지 기자

전시를 관람하는 한 시민의 모습 /윤미지 기자

경기도 하남에 거주하고 있는 20대 중반 남성 천 씨는 사진을 찍는 취미를 가지고 있으며, 세운상가의 매력에 대해서는 ‘아날로그’라 답했다. 그는 “근처에 볼일이 있어 오게 되거나 종종 이 앞을 지날 때 세운상가에 들리곤 한다”라며 “올 때 마다 필름 사진을 몇 장씩 찍고 있다”고 답했다.



LP가게부터 독립서점도 있어


3층을 둘러보다 보니 다양한 카페와 음식점 그리고 LP·영화 포스터 등을 만나볼 수 있는 영화 굿즈 편집숍과 작은 서점 등이 눈에 들어왔다. 먹거리부터 볼거리까지 다양하다 보니 요즘 MZ세대에게 필요한 모든 공간이 하나로 합해져 있는 듯한 인상을 받았고, 공중 보행로를 통해서 주변의 레트로한 풍경도 감상 가능하다.

세운상가에 위치한 한 영화 굿즈 편집숍 내부 모습 /윤미지 기자

세운상가에 위치한 한 영화 굿즈 편집숍 내부 모습 /윤미지 기자

방금 막 영화 굿즈 편집숍을 방문한 여성 두 명에게 다가가 세운상가를 찾은 이유에 대해서 물었다. 두 사람은 이제 막 스무 살이 됐으며 각각 송파구와 서대문구에 거주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씨는 “세운상가는 처음 오게 됐는데, 이 주변에 또래에게 유명한 카페가 있어서 겸사겸사 같이 구경하러 놀러 왔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공실도 좀 있는 것 같지만, 분위기 자체가 새롭고 독특해서 재미있다”고 전했다.

세운상가에 위치한 한 카페의 내부 전경 /윤미지 기자

세운상가에 위치한 한 카페의 외부 전경 /윤미지 기자

세운상가에 위치한 한 카페의 외부 전경 /윤미지 기자

레트로 느낌 물씬 ‘인생샷’ 찍고…다양한 먹거리·볼거리 체험


어른들의 공간이라 생각했던 전통시장과 조금씩 사람들의 발걸음이 뜸해졌던 오래된 상가에서 MZ들이 찾은 것은 ‘새로움’과 ‘힙한 감성’이다. 일각에서는 전통시장을 중심으로 MZ 문화가 새롭게 형성되면서 다소 침체되었던 재래시장이 활성화되는 계기가 된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특히 뉴트로(Newtro, 레트로가 새롭게 유행하는 현상)을 즐기는 MZ세대가 늘어나고 새로운 소비층으로 떠오르면서 점차 세대 구분 없이 즐길 수 있는 공간도 확장되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핸드메이커 윤미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