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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프 ]

일본인, 그들은 왜 해외 여행 가지 않는가

by핸드메이커

엔데믹 시대. 해외여행을 준비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픽사베이

만약 나라에서 해외 여행을 보내준다고 가정하면 한국 청년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20세 남녀 200명을 선발해서 공짜 여행을 보내는 정책이 등장한다면 믿기 어렵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이는 2019년 실제로 일본에서 있었던 일이다.


엔데믹 시대가 열리면서 최근 전세계적으로 해외여행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는 코로나 기간 동안 억눌려 있었던 해외 여행 수요가 보복 소비 심리에 의해 살아나면서 공항으로 몰리는 인파가 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분위기가 다르다. 여전히 해외 여행 보다는 국내 여행을 선호하고, 국경을 넘어가는 것에는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런 현상은 왜 나타나는 걸까.

2019년 일본…나라가 나서서 ‘해외 여행 보내드릴게요’

일본이 해외 여행을 선호하지 않는 현상은 과거부터 있어왔던 일이다. 여행업계 관계자들에게 일본은 과거부터 아웃바운드의 비율이 크지 않은 국가로 인식되어 왔다. 한국보다 인구수가 더 많음에도 국외로 나가는 관광객 비율을 따져보면 일본이 더 적거나 비슷한 수준이다.

일본의 아웃바운드 비율은 낮은 편. 사징은 기사 내용과 무관 /픽사베이

2019년 당시 일본 정부에서는 이러한 분위기를 개선하기 위해 자국 젊은이를 대상으로 다양한 해외 여행 장려책을 펼치기도 했다. 다수의 일본 외신에 따르면 2019년 1월 일본 관광청과 관계부처는 ‘젊은이의 아웃바운드 추진 실행회의’의 첫 회의를 개최하고 이를 촉진하기 위한 응원 프로그램을 책정한다는 내용을 밝히기도 했다.


이중 핵심적인 사업 내용 중 하나로 일본여행업협회(JATA)의 ‘20세 첫 해외체험 프로젝트’를 자리매김해 추진실행회의로 지원했다. 이는 해외 여행 경험이 없는 20세 200명을 뽑아 아시아 국가들에 무료로 여행을 보내겠다는 내용이다.


일본 20대 젊은이의 출국자 수를 비교해볼 때 2019년 기준으로 20년 전 약 450만 명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인구 감소 등의 문제를 포함해 여러 원인을 중심으로 2019년에는 약 300만 명으로 대략 33% 감소한 것이 확인된다. 기사에서는 상호교류의 불균형 확대로 인해 일부 국가에서 일본에 강한 송객 요청을 피력했다는 내용도 전한다. 또 글로벌 인재육성의 관점에서도 젊은이의 해외 체험 감소는 사회인으로서 성장하는 계기를 잃게 할 뿐만 아니라 지역과 사회의 미래에 대한 영향도 우려되는 점이 언급됐다.

일본인, 여전히 해외 여행 선호하지 않는 현상

일본정부관광국(JNTO)에 따르면 올해 3월 일본인 출국자수는 69만 4,300명이라고 한다. 전월 53만 7,705명이라는 수치에 비교하면 15만 명 증가한 것으로 보이지만, 코로나19가 발생하지 않았던 2019년 동월 대비로는 36%만 회복됐다.


이를 일본을 방문한 방일 외국인 수와 비교하면 큰 차이를 알 수 있다. 올해 3월 방일외국인 수는 181만 7,000명. 코로나 전인 2019년 3월과 비교했을 때 약 66% 수준까지 회복한 것으로 확인된다.

아웃바운드는 낮고 인바운드는 높은 일본.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픽사베이

일본 주요 일간지 아사히신문에도 다른 선진국에 비해 일본인이 해외 여행을 선호하지 않는 다는 점이 언급됐다. 이는 수치로도 나타나는데, JATA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인구당 연간 출국자 비율은 한국 52.1%, 영국107.9%, 미국28.4%로 확인됐으며 일본은 15.3%에 그쳤다.

이유는?

그렇다면 일본인들이 해외 여행을 선호하지 않는 현상은 왜 생겼을까. 팬데믹 이후 가장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것은 ‘엔저 현상’과 ‘낮은 임금 인상’이다. 현재 일본은 장기간 엔저 현상을 겪고 있다. 이는 외국인에게는 일본 여행을 계획하게 되는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자국민에게는 해외 여행에 대한 부담을 더하고 위축 현상을 부르기도 한다.

장기화되고 있는 엔저 현상.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플리커

다수의 일본 외신에 의하면 올해 1월 JATA가 신춘 기자 회견을 개최하면서 다카하시 히로유키 회장이 여행 시장의 현상과 과제, 올해의 대처 등에 대해 언급한 바 있는데, 해당 기자회견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등장했다.


다카하시 히로유키 회장은 일본의 아웃바운드 회복이 정체되고 있는 배경에는 엔저 현상과 해외 여행 비용 상승 등의 여러 외부 요인이 있다고 해도, 근저에는 위축된 마인드가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일차적인 외부적 요인으로 경제적 상황을 언급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에 대해 일본 현지에서 15년 동안 이민 생활을 한 50대 한국인 이 씨에게 질문했다. 실제 일본인들이 해외 여행을 꺼리는 경향이 있는지, 이 부분이 대부분 경제적 상황에 의한 것인지에 대해 물었다. 그는 본지에 “사실 일본인들이 해외여행을 많이 가지 않는다는 것은 현지에서는 체감적으로 느끼기 어렵다”라며 “하지만 확실히 젊은 세대는 중·장년층에 비해 해외 여행을 선호하진 않는 것 같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먼저 코로나 이후의 현상에 대해서 언급했는데 “코로나에 의해 감염에 대한 불안감 등이 나타나면서 2020년을 기점으로 해외 여행 자체를 꺼리는 경향이 생긴 건 사실이다”고 한다. 이어 “그전에는 해외 여행을 선호하지 않는 건 주로 젊은 세대에서 발견할 수 있었던 것 같고, 아무래도 경제적 상황이 가장 큰 이유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일본은 장기적 불황을 겪으며 ‘사토리 세대(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후반까지 출생)’가 관심을 끌기도 했다. 사토리는 ‘달관’이라는 의미를 가졌다. 좋은 직장이나 집, 차 등 물질적으로 달관했으며 명예에도 큰 관심이 없는 세대를 의미한다. 이 무기력한 청년층은 안정된 직장이나 저금에는 큰 뜻이 없다. 당연히 결혼을 갈망하지도 않는다. 현재에 만족하면서 살아가다 보니 크게 돈을 모을 기회가 없고 여행을 할 수 있는 기회 또한 사치다. 여행 비용은 상승해가는 추세인데 그만한 돈을 모을 여력이 없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현재에 만족하는 일본의 젊은 사토리세대. 사진은 기사 내용과는 무관하다. /픽사베이

또 일본인 여권 소지율이 타 국가에 비해 비교적 낮은 편이라는 분석도 있다. 일본 매체 닛케이 아시아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일본인 여권 소지율은 주요 7개국(G7) 중 가장 낮은 수치인 23%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외에도 다수의 여행사 관계자에 의하면 일본 내에서 지난해부터 자국민의 국내 여행 장려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 일본인의 여행 수요가 자국에 더 집중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일본, 자국 내 여행 선택지 넓은 것도 요인

일본의 관광 업계에서는 일본 지역 내에 여행 선택지가 비교적 다양한 것이 아웃바운드를 선호하지 않는 주요 원인이라는 말도 있다. 이에 대해서는 국내 일부 누리꾼들도 같은 입장을 보였다. 도시 내에서 미식과 자유여행을 즐길 수 있는 오사카부터 온천하면 떠오르는 큐슈 등 지역마다 특색이 뚜렷해 여행 콘텐츠가 많다.


일본 ‘오사카’는 유명한 관광지로 최근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해 G마켓이 팬데믹 이전과 비교해 해외 항공권 판매가 가장 많이 늘어난 여행지 순위를 발표했는데(10월 28일부터 11월 27일 기준), 2019년 동기간 대비 오사카가 366% 늘며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오사카는 일본의 대도시 중 하나다. 문화가 어우러진 다양한 관광지를 가지고 있으며 자유여행을 선호하는 이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도시라는 특성 때문에 관광객이 더 많을 것 같지만 오사카는 일본 자국민에게도 인기가 높다.

미식과 자유여행의 도시 오사카 /핸드메이커 DB

미식과 자유여행의 도시 오사카 /핸드메이커 DB

역사적인 유적인 오사카성도 주요 관광지 중 하나인데,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머물렀던 성곽이라는 점에서 한국인에게는 달갑지 않은 장소지만, 대표적인 랜드마크이기 때문이 이를 찾는 일본 국내 여행객이 많다고 한다. 오사카성에 들리면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뱃놀이 체험 ‘뱃부놀이’도 경험할 수 있다.

오사카성/ 핸드메이커DB

오사카성/ 핸드메이커DB

사실 오사카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음식이다. 대표적으로는 ‘오코노미야끼’, ‘타코야끼’, ‘쿠시카츠’ 등이 있다. 그 중 오코노미야끼는 꼭 먹어봐야 하는 메뉴 중 하나다 오사카의 오코노미야끼는 다양한 재료와 소스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오사카의 경우 일본의 문화와 유통이 특히 발달한 지역으로 일본 각지의 음식이 모이는 장소인 만큼 다양한 맛의 오코노미야끼가 있다. 일본에서도 미식의 도시로 유명하니 이를 찾는 자국민이 많다고 한다.

오사카 여행 중 꼭 먹어봐야 한다는 오코노미야끼 /핸드메이커 DB

미식의 도시 오사카에서 맛 보는 타코야끼 /핸드메이커 DB

자연 경관 속에서 편안하게 휴식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홋카이도’를 찾는다. 일본에서 가장 추운 지역으로 유명한 홋카이도는 겨울 여행이 특히 아름답다. 하얀 설원 속에서 낭만적인 계절을 보내기에 딱이다. 유명한 영화 ‘러브레터’의 촬영지로도 잘 알려져 있다.

설원이 아름다운 홋카이도. /플리커

물론 홋카이도를 여름에도 찾을 수 있다. 유명한 삿포로 맥주 박물관이 위치한 곳으로 맥주 축제까지 접할 수 있어 이를 찾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해외 여행VS국내 여행…균형이 중요해


5월 황금연휴를 앞두고 국내 해외여행 수요가 높아지는 추세다. 일본은 자국 여행을 즐기는 국민은 많고, 아웃바운드가 적어 이를 늘리기 위한 대책을 세우는 반면, 한국은 엔데믹 이후 첫 황금연휴를 앞두고 해외 여행 일정 계획을 세우는 이들이 많다.


우리나라 자국민의 국내 여행 수요 자체가 적다고 할 순 없지만, 최근 일각에서는 상승한 국내 여행 비용을 감당할 바엔 가까운 일본이나, 상대적으로 저렴한 동남아를 방문하겠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그만큼 국내 여행의 입지는 줄어들고 해외를 찾는 자국민이 많아졌다고 볼 수 있다.


서울시는 팬데믹 이후 해외 관광이 활성화되면서 국내 여행 확산을 위해 비정규직을 대상으로 여행 바우처를 지급하겠다고 지난 4일 밝혔다. 이 같은 대책은 한국 국민의 해외 송출 대비, 국내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 수가 적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정책을 통해 관광 분야 내수시장 활성화를 펼치겠다는 의도로 해석되는데 내용을 살펴보면, 정부 근로자 휴가비 지원 사업과 연계해 연 소득금액 3900만원 미만 서울 거주 비정규직 3200명 대상으로 여행 바우처 25만원 지원, 관광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여행상품, 여행활동 원스톱서비스 등 관광활동 지원 등이 있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유치 뿐만이 아니라 자국민의 국내 여행을 지원하는 내용들이 눈길을 끈다.


이처럼 일본은 해외로, 한국은 국내로 국민들이 여행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정책을 보면, 두 사례의 균형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엔데믹 시대가 열리며 각 국에서 균형 있는 여행객 이동이 이뤄질 지 귀추가 주목되는 바다.


[핸드메이커 윤미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