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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프 ]

썩은 걸까… 튼튼해지는 중 입니다만? ‘식물 목질화’

by핸드메이커

가장 위로 높게 뻗어 있는 아보카도 /윤미지 기자

따뜻한 여름 날이 가고 가을이 왔다. 식집사는 이맘때쯤 추운 계절에 대한 두려움이 올라온다. 하지만 식물은 그런 인간의 마음과 예상을 온전히 빗겨간다. 식물에게 물을 주고 보살핀다는 착각이 우습게 식물은 스스로 강해지고 자생의 힘을 가진다.


식물이 하루하루 강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아보카도의 성장 덕분이다. 본 기자는 2021년 10월 29일부터 아보카도를 키우고 있다. 10월 말일이 성큼 다가오면서 어느새 아보카도는 두 살이 된다. 이번 기사에서는 아보카도가 스스로 더 강해지기 위해 선택한 현상에 대해서 기록해보려 한다.



식물 줄기 색 변화 발견


식물을 관리하다 보면 어느 새 모든 과정이 루틴화 될 때가 있다. 창문을 열고 식물이 바람을 쐴 수 있도록 해주면서 받아 놓은 물을 일정 분량 만큼 주고, 요즘처럼 건조할 때는 분무기를 통해 공기 중에 물을 분사해준다. 사실 이 외에도 죽은 잎이나 가지를 쳐주는 등 식물을 위해 해야 할 일이 많지만, 게으른 식집사들은 공감할 것이다. 가끔 이 정도의 루틴도 귀찮아서 타성에 젖은 채 몸만 움직일 뿐이라는 것을 말이다.

21년 10월 29일에 처음 화분에 옮겨 심은 아보카도 /윤미지 기자
새순이 올라오는 아래로 화분의 흙과 맞닿은 줄기가 연한 갈색으로 변해 있다, 2021년 5월에 촬영한 사진 /윤미지 기자

아보카도 줄기에 변화가 생긴 것은 꽤 오래전 일이다. 여느 때와 같이 아무 생각 없이 물을 주고 창문을 열어주는 과정이 반복되는 중 어느 순간 줄기의 변화를 감지했다. 확실한 변화를 눈치챈 것은 지난해 5월이다. 웃긴 것은 이때도 줄기 색이 변하는 것을 바로 알았던 것은 아니다. 그저 큰 줄기 옆에 올라온 작은 새순이 귀여워서 한참을 들여다보는데 화분의 흙과 맞닿아 있는 아래 줄기의 색이 심상치 않아 보였다. 푸른 녹색을 띄고 있어야 할 줄기가 갈색이 된 것이다.



‘줄기 색 변화’ 문제 있는 걸까


갈색으로 변한 식물을 앞에 두고 초보 식집사는 두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줄기가 썩은 걸까?’ 와 ‘드디어 목질화가!’라는 의문 앞에서 먼저 식물의 상태를 살피게 된다. ‘목질화’는 쉽게 말해 식물의 줄기가 나무화 되는 것을 말하는데, 만약 줄기 색의 변화가 다른 치명적인 문제가 아닌 목질화 때문이라면 마음을 놓아도 된다.


물론 이를 구분하기란 초보 식집사들에게 쉬운 일은 아니다. 목질화가 진행되는 것인지 확인하기 위한 아주 간단한 방법은 식물을 주의 깊게 살펴보는 것이다. 만약 줄기가 썩고 있는 것이라면 식물에 또 다른 변화가 같이 나타나게 된다. 예를 들어 잎이 쳐지고 떨어진다 거나, 벌레가 득실거리기도 한다.

잎이 건강하다면 뿌리가 썩어가는 것은 아니다 /윤미지 기자

또 식물에 투명한 액체가 맺히며 끈적해 지는 경우도 위험 신호일 수 있다. 주로 깍지벌레 같은 해충이 생기면 식물이 끈끈해 진다. 이때는 식물을 잘 뒤적여 벌레가 있는지 확인해 본다. 만약 벌레가 발견된다면 식물에 약을 써야 한다. 벌레가 없다면 단순한 일액현상일 수도 있으며 이는 과도한 수분에 대응하기 위해 이를 배출해내는 일반적 현상에 해당 되기도 하니 큰 문제가 아니다. 다만 습도가 높은 상태라는 점을 인지하고 물 주기를 조절하면 도움이 될 수 있다.

깍지벌레 /픽사베이

모든 사례를 단편적으로 단정지을 수는 없으나 이러한 문제 사항이 발생하지 않은 채로 건강하게 자라나는 식물의 줄기가 갈색으로 변해간다면 ‘목질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목질화가 되는 과정 중에 종종 줄기 곳곳에 반점이 나타나더라도 이 역시 나무가 되어 가는 과정이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목질화’는 무엇일까


그렇다면 초보 식집사는 ‘목질화’에 대한 의문을 가지게 된다. 목질화란 무엇일까. 이름 그대로 식물이 나무화 되어가는 것을 말한다. 이는 시간의 흐름과 식물이 자라나는 환경에 따른 결과이다. 여린 초록색 줄기가 단단한 나무 형태가 되어 가는 것인데 여기에는 좋고 나쁨이 없다는 것이 초보 식집사 나름의 결론이다.


식물의 목질화는 다른 말로 ‘리그닌(Lignin)화’라고 말할 수도 있다. 리그닌 자체는 목질부를 구성하는 여러 구성성분 중 지용성 페놀고분자를 뜻한다. 라틴어로 목재, 나무를 ‘Lignum’이라 하는데 리그닌은 여기서 유래한 단어다.

튼튼한 나무의 모습 /윤미지 기자

리그닌 성분은 목본식물에서 주로 발견되며 해당 성분 유뮤에 따라서 나무와 풀을 구분하기도 한다. 즉 모든 식물이 목질화 현상을 보이는 것이 아니라 리그닌을 가지고 있어야 목질화가 되는 것이다. 침엽수부터 활엽수까지 다양한 식물들이 리그닌 성분을 만들어 낼 수 있고, 이 성분이 식물의 성장 과정 중 세포벽에 생성되어 쌓이면서 식물은 나무화 된다.


이러한 목질화의 가장 큰 특징은 초록색 줄기가 갈색으로 변하면서 점점 단단해지는 현상이다. 강도가 강해진다는 것은 환경의 변화에 민감하지 않으며 이에 대한 저항력을 키운 상태라고 볼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목질화는 식물이 나이를 먹어가면서 어떤 환경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단단해지는 현상이다. 식물은 이를 통해 바람이나 습도 등에 강해지고 병충해에 있어서 방어력도 갖추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는 더 성숙된 형태이기도 하다.



‘목질화’가 진행되는 이유


목질화가 나타나는 과정에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오래 키운다고 해서 모든 식물이 목질화 되지는 않는다. 식물의 생장과정은 모두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나, 목질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진 것은 ‘바람’이다.


일반적으로 햇빛이나 물은 식물 성장의 필수 요소라는 인식이 강하나 바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우는 드물다. 통풍이 되는 환경 정도면 충분하다고 여기지만 목질화에 있어서는 바람이 꼭 필요하다. 식물이 성장하는 과정 중 바람에 의해 초록색의 줄기가 수십 번 흔들리게 되면서 점차 갈색 빛을 띄게 되고 단단해지며 목질화된다.


즉 바람은 식물에게 시련이 아니라 어엿한 나무로 성장하는 하나의 요소인 셈이다. 이러한 목질화 현상은 실내 식물에서도 발견할 수 있으나 외부 바람을 맞는 식물일수록 더 눈에 띄게 나타난다.

오른쪽 두툼한 줄기가 아보카도, 아래부터 갈색으로 변하며 목질화되고 있다 /윤미지 기자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리그닌 성분이 없는 식물은 목질화가 되지 않으니 식물을 무조건 나무로 만들겠다고 인위적으로 강한 바람에 노출시킬 필요는 없다. 목질화에 앞서 먼저 식물의 특성을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목질화’는 과연 좋은 것일까


이 목질화 현상이 식물에게 좋은 것인지 궁금해하는 이들이 있다. 간혹 식물을 하나의 어엿한 나무로 키우고 싶어 목질화 현상 자체를 목표로 하는 식집사도 있다. 하지만 사실 식물의 목질화는 장단점을 모두 가지고 있다. 일반적인 식물 줄기와 비교해보면 때에 따라 다르다.


일반적인 식물 줄기는 초록빛을 띄고 있으며 연하다는 특성이 있다. 가끔 주의하지 않으면 줄기가 툭하고 부러지는 사례도 있을 만큼 여리다. 하지만 목질화가 진행된 식물은 단단하게 자리잡는다. 나무화 되면서 튼튼한 생물로서 변화하는 것이다. 햇빛의 방향이나 바람에 의해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연한 줄기, 사진은 몬스테라 줄기 /윤미지 기자

또 여러 식집사들의 의하면 신기하게도 식물의 줄기에서 목질화가 진행된 부분은 병충해가 쉽게 피해를 입히지 못한다고 한다. 병충해는 주로 연한 줄기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고 그래서 목질화가 나타나면 식물이 안정기에 접어들었으며 죽을 확률이 거의 없다는 신호로 여기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목질화 된 식물은 튼튼한 어른으로 성장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목질화 된 아보카도 줄기 /윤미지 기자

하지만 목질화가 진행됐다고 해서 무조건 장점만 있지는 않다. 목질화는 한편으로 식물이 노화한 현상이라고 보기도 한다. 목질화가 진행되면 식물은 안정기에 접어 들긴 하지만 이는 성장기가 멈춘 것과 비슷하다. 목질화가 진행된 부분은 성장이 둔해 삽목도 어렵다. 특히 수형에 관심이 많은 식집사라면 이 목질화가 마냥 반갑지 않을 수도 있다. 목질화가 진행되면 줄기가 유연하지 않아 수형을 잡는 것이 어렵고, 어떤 식물은 노화가 나타나며 꽃의 크기가 줄어드는 사례도 있다 한다.


그렇기에 목질화는 마냥 좋다고 하기도 어려우며 그렇다고 나쁘다고 볼 수도 없다. 식물에 따라 목질화 현상이 다양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각각 자신의 식물 상태와 목적에 따라 적합한 결과를 위해 노력하면 된다. 어떤 식물은 추운 겨울 내 잘 버티게 하기 위해 목질화를 촉진하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식물들은 꽃을 크게 피우게 하기 위해서 목질화를 늦추기도 한다.



튼튼하게만 자라 다오


목질화는 단단한 성장임과 동시에 노화이기도 하기 때문에 식물의 종류에 따라 이를 늦춰야 하는 경우도 있으며, 그래서 목질화가 진행되지 않은 줄기 부분을 새롭게 삽목해 풍성하고 건강하게 키워내는 사례도 많다. 목질화되지 않은 연한 줄기는 수형을 잡아가기 쉽고 성장기에 있어 예쁜 꽃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가장 왼쪽이 아보카도, 목질화가 나타난 이후 성장은 더디지만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윤미지 기자

하지만 초보 식집사의 관점에서 아보카도 줄기에 나타난 목질화는 반갑기만 하다. 바람이라는 외부 영향을 수없이 이겨내며 목질화 된 아보카도는 이제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단단하게 성장해 외부영향에 쉽게 흔들리지 않을 뿐만 아니라 어느 날 갑자기 죽어버릴 일도 없다. 그래서 초보 식집사는 튼튼하게 목질화 된 아보카도가 대견하게 느껴진다.


[핸드메이커 윤미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