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아도 감동한 프러포즈 반지, 고대 로마 때부터 있었다

[라이프]by 핸드메이커

지난 3일 SNS를 중심으로 퍼진 한 연예인 커플의 프러포즈 사진이 화제였다. 가수 현아와 던 커플이 같은 모양의 반지를 끼운 채, 각각 ‘Marry Me?’와 ‘당연히 Yes지’라는 글을 남겼기 때문이다. 셀럽 중의 셀럽인 이 커플에 대한 관심은 독특한 ‘프러포즈 반지’로 향했다.

현아 인스타그램 @hyunah_aa

현아 인스타그램 @hyunah_aa

특별제작된 현아&던의 오팔 반지

가수 현아와 던은 평소에도 개성 넘치고 과감한 스타일링으로 대중들 사이에서 이슈가 되기도 했다. 그런 두 사람이 택한 프러포즈 반지 역시 평범하지 않았다. 화려하면서도 독특한 디자인이 돋보인 반지였다.

딜리젬스 인스타그램 @diligems

딜리젬스 인스타그램 @diligems

이 반지에 대한 자세한 제작 후기는 해당 업체를 통해 알려졌다. 주얼리 브랜드 딜리젬스는 지난 5일 공식 SNS에 글을 게시했다.


해당 글에 따르면, 반지는 던이 현아를 위해 유일하게 주문 제작한 것이며, 추후에도 커스텀 제작 주문을 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백금으로 만들어진 링에는 오팔과 7가지 다이아몬드가 세팅되었는데, 현아가 가장 좋아하는 보석이 오팔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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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탄생석인 오팔은 보는 방향에 따라 다양한 색을 띤다는 매력을 지닌 보석이다. 원석 안에 어떤 내포물이 있느냐에 따라 색이 달라지는데, 보통은 투명한 색이다. 그래서 알의 흰자를 닮은 ‘단백석(蛋白石)’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오묘한 컬러를 가진 보석이라는 점에서 개성 넘치는 가수 현아의 이미지와 잘 어울리기도 한다.


과거에는 불운의 상징이었지만, 시대가 지나면서 그 의미가 변화했으며, ‘희망’, ‘순결’이라는 의미가 담긴 행운의 보석이 되었다고 한다.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은 딸이 결혼할 때 오팔을 선물로 주기도 했다.

고대 로마, 왼손 약지에 반지를 끼우다

프러포즈 반지는 서구 문화권에서 결혼을 약속한 이들이 서로 끼우거나, 이름처럼 청혼을 할 때 건네는 약속의 징표가 된다. 주로 남성이 여성에게 청혼할 때 사용하기 때문에, 여성이 착용하는 경우가 많다. 요즘은 남성과 여성 모두 같은 디자인의 반지를 착용하기도 하며, 약혼반지인 동시에 결혼반지로 사용한다.

아울루스 겔리우스의 저서 ‘다락의 밤’을 비평한 야곱 그로노비우스의 ‘다락의 밤’ 앞부분 / 위키미디어

아울루스 겔리우스의 저서 ‘다락의 밤’을 비평한 야곱 그로노비우스의 ‘다락의 밤’ 앞부분 / 위키미디어

프러포즈 반지가 처음 등장한 시기를 따져보면, 고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집트에서 발명했다고 알려졌지만, 관련된 이야기가 기록으로 남은 것은 고대 로마라고 전해지고 있다.


로마의 작가이자 문법학자였던 아울루스 겔리우스는 대표적인 저서인 ‘다락의 밤(Attic Nights)’을 남겼다. 이 책은 문법, 철학, 역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룬 메모 모음집이라고 한다.


무려 20권이라는 많은 양의 책이지만, 8번째 책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차례만 남았다고 한다. 그 시대에 작가가 추구했던 통찰력과 사회의 본질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고 한다. 이후 많은 작가가 그의 저서를 비평한 책을 내놓았을 정도다.

Pexels (Anna Pou)

Pexels (Anna Pou)

이 책에 등장하는 이야기 중에서 프러포즈 반지를 왜 왼손 약지에 끼우는지 다루고 있는데, 이 손가락에 심장으로 이어지는 정맥이 연결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는 영국의 변호사이자 학자인 헨리 스윈번이 자신의 논문 ‘결혼 계약’에서 다루면서 대중들에게 알려졌다.


이 정맥을 라틴어로 ‘사랑의 정맥(Vena amoris)’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그래서 고대 사람들도 초기에는 팔찌나 사슬 등으로 결합을 표현했지만, 왼손 약지의 의미가 알려지자 반지처럼 작은 고리 형태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 외에 전해지는 기록에 따르면, 약혼이나 결혼반지를 모두 왼손 약지에 끼운 것은 아니라고 한다. 17세기 영국에서는 엄지손가락에 끼웠으며, 고대 갈리아인들은 가운뎃손가락에 끼웠다.


종교적 문화와 권력이 강했던 중세 시대에는 약혼반지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860년 당시 교황이었던 니콜라스 1세는 불가리아의 왕자인 보리스 1세에게 로마 가톨릭과 그리스 동방 정교회의 차이점에 대해 설명하는 편지를 썼는데, 여기에는 약혼반지를 어떻게 주어야 하는지 기록되어 있다.


미국 뉴욕의 포드햄대학교의 중세자료집에 편지의 내용이 전해진다. 자료에 따르면, 남자와 여자가 결혼 서약을 할 때, 모두가 동의해야 하며, 왼손 약지에 반지를 끼워 서로가 결합함을 나타내야 한다.


쉽게 말하면, 약혼식에서는 약혼반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 후에 정해진 시간에 결혼식을 치르면서 교회를 통해 축복을 받아야 한다고 되어 있다. 그만큼 남녀가 하나가 되기 위한 징표로 약혼반지가 빠져서는 안 되었다.

약혼반지에도 법적 소유권이 있다

프러포즈 반지는 일종의 선물이며, 누군가에게는 귀중한 재산이 될 수 있다. 그 때문인지 법적인 소유권도 주장할 수 있다고 한다.


마거릿 브라이너라는 법학 교수가 1990년에 법률‧경제 저널에 쓴 ‘Rings and Promises’에 따르면, 남자가 약혼을 취소하게 되면 여자는 반지를 돌려주지 않아도 되는 전통이 있다고 한다. 여성에게 일종의 보상을 반지로 하는 것이다.

Pexels (Jasmine Carter)

Pexels (Jasmine Carter)

그러나 법적인 논리로 따지게 된다면, 반지를 반환받을 수도 있으며, 반지를 돌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고 한다. 결혼이 이루어져야 반지가 온전히 여성의 소유가 된다는 것이다.


또한, 언제 반지를 주었느냐에 따라 ‘선물’이 될 수도, 재산이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밸런타인데이나 크리스마스 등 특별한 기념일에 준 반지는 재산이 된다고 한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법률에 따라 약혼반지를 ‘조건부 선물’이라고 간주하고 있다. 2001년 미시간주에서는 약혼이 누구 때문에 파기되느냐에 상관없이, 선물이기 때문에 반지를 다시 돌려주어야 한다는 판결이 내려지기도 했다.

Pexels (Cottonpo)

Pexels (Cottonpo)

호주 뉴 사우스웨일즈에서는 파혼을 했음에도 여성이 반지를 소유할 수 있다고 결정했지만, 그 반지를 여성이 버리자 남성이 고소하는 사건이 있었다.


이에 대법원에서는 반지는 사라졌지만, ‘조건부 선물’이며 그 자체가 관계를 회복될 수도 있기 때문에 반지를 분실한 여성이 남성에게 15,250호주달러를 지불하라는 결정이 내려지기도 했다.


반지는 선물로 주는 것이며, 관계가 해체되었다고 해서 선물을 다시 돌려달라고 하기는 쉽지 않다. 속된 말로, ‘속 좁은 사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법적으로 따져본다면 선물이기 때문에 돌려주어야 한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그만큼 약혼반지는 결혼을 약속하며 건네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 신중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프러포즈에 쓰이는 보석은

보통 프러포즈에 사용되는 보석은 다이아몬드다. 그러나 요즘은 어떤 보석을 사용하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고대에는 가죽, 뼈, 상아 등으로 만들다가 금속을 고리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철이었지만, 점차 발전하면서 남성이 여성을 신뢰한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금과 은을 사용했다고 한다.

신성로마제국 황제 막시밀리안 1세와 그의 배우자인 부르고뉴 공작부인 메리 / 위키미디어
신성로마제국 황제 막시밀리안 1세와 그의 배우자인 부르고뉴 공작부인 메리 / 위키미디어

다이아몬드가 약혼반지로 처음 사용된 것은 1477년, 신성로마제국의 황제인 막시밀리안 1세가 부르고뉴의 메리와 결혼하면서 준 것이라고 기록으로 남아있다.


메리는 부르고뉴 공국을 다스리던 아버지 부르고뉴 샤를 볼드 공작이 낭시 전투에서 사망하고, 19살이라는 나이에 그 땅을 모두 상속받았다. 방대한 영토를 물려받으며 부자가 된 그녀를 차지하기 위해 수많은 이들이 청혼하려고 몰렸다고 한다. 결혼을 통해 막대한 영토를 다스릴 기회였기 때문이다.


수많은 이들이 몰렸지만, 그녀가 선택한 것은 신성로마제국 황제인 막시밀리안 1세였다. 그녀와의 결혼을 통해 권력이 강해진 막시밀리안 1세는 고마움에 다이아몬드 반지를 약혼반지로 건네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그 이후로 약혼반지는 다이아몬드라는 공식이 세워지지 않았을까 추측된다.

다이아몬드 전문 브랜드 ‘드비어스’는 “다이아몬드는 영원히”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다이아몬드 반지 소비를 증가시켰다 / Pexels (Karen Laårk Boshoff)
다이아몬드 전문 브랜드 ‘드비어스’는 “다이아몬드는 영원히”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다이아몬드 반지 소비를 증가시켰다 / Pexels (Karen Laårk Boshoff)

대중적으로 다이아몬드를 약혼반지로 사용하기 시작된 것은 1838년이라고 한다. 여기에는 한 주얼리 브랜드의 ‘상술’이 포함되어 있다.


다이아몬드 채굴부터 개발까지 전문적인 기업인 ‘드비어스(De Beers)’는 생산한 다이아몬드를 어떻게 판매해야 할지 고민했다. 이에 이들이 선택한 것은 마케팅이었다. 다이아몬드에 ‘사랑과 헌신’이라는 의미를 담으며 1947년에는 ‘A Diamond is Forever’라는 슬로건을 담은 광고를 냈을 정도다. 20세기 초, 드비어스의 회장은 “어리석은 남성과 허영심 많은 여성이 있는 한 다이아몬드 무역은 번성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요즘은 프러포즈 반지에도 다양한 보석이 사용된다. 사파이어, 루비, 에메랄드 등 잘 알려진 유색 보석을 사용하기도 하고, 평소 좋아하는 보석을 사용하기도 한다. 영국 왕실의 다이애나비와 윌리엄 왕자의 아내인 캐서린 미들턴 왕자비도 블루 사파이어 반지를 약혼반지로 받은 사실도 유명하다.

다양한 보석과 디자인의 약혼반지 / Pexels (Git Stephen Gitau, The Glorious Studio, Paula Anne, Ari Roberts)

다양한 보석과 디자인의 약혼반지 / Pexels (Git Stephen Gitau, The Glorious Studio, Paula Anne, Ari Roberts)

반지 모양이나 형태도 매우 다양하다.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 1개가 중앙에 자리 잡은 일명 ‘Tiffany 세팅’ 디자인은 물론, 화이트골드, 로즈골드 등 금이나 은을 사용한다. 또는 ‘트리니티 링’이라고 해서 다이아몬드 3개를 중앙에 배치한 디자인도 있는데, 부부의 과거‧현재‧미래를 의미한다.

약혼반지에 얽힌 문화적 차이

각 나라에 따라 약혼반지에 대한 문화적인 차이도 존재한다. 보통은 약혼과 결혼을 하면서 반지를 함께 착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브라질에서는 약혼할 때는 오른손에 착용하지만, 결혼하면 왼손으로 바꿔 착용한다.

약혼반지는 문화에 따라 다양한 손가락에 착용한다 / Pexels (Cottonpo, Vladimir Konoplev)
약혼반지는 문화에 따라 다양한 손가락에 착용한다 / Pexels (Cottonpo, Vladimir Konoplev)

아르헨티나도 비슷한 문화가 있지만, 왼손에는 평범한 은반지를 끼우다가 결혼식이 끝나면 은반지를 결혼반지로 바꿔 끼운다고 한다.


약혼반지는 남성이 여성에게 청혼하며 끼워주지만, 영국에서는 윤년이 되면 여성이 남성에게 청혼한다고 한다. 그래서 일부 보석 브랜드에서는 ‘매니지먼트 링’이라는 남성용 약혼반지를 만들기도 했다.

Pexels (Tima Miroshnichenko)

Pexels (Tima Miroshnichenko)

요즘은 반지를 직접 만들어서 특별한 디자인으로 선물하는 것이 대세다. 은을 세공하거나 나무를 깎아 만드는 핸드메이드 DIY 키트, 원데이 클래스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혹시 프러포즈를 계획 중이거나 특별한 기념일이 있다면, 현아와 던처럼 나만의 커스텀 반지를 만들어 선물하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듯하다.


​핸드메이커 전은지 기자

2022.02.24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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