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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피부 위에 꽃과 잎사귀를 정성껏 심어내다...윤건희 타투이스트

by핸드메이커

윤건희 타투이스트 /김서진 기자

 윤건희 타투이스트는 2년 동안 STUDIOBYSOL 소속 아티스트로서의 활동을 마치고, 현재는 해외와 한국을 오가며 개인 작업을 이어가고 있는 6년차 타투이스트다. “그림을 그린다”는 의미를 사물에 제안하는 것이 아닌, 보다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것에 흥미를 가지고 처음 타투를 시작한 그다.


그는 자연을 자신만의 시선으로 관찰하고 꽃이라는 소재를 시각 언어로 번역해 사람의 몸에 기록함으로써 특별함을 부여하는 작업을 추구한다. Korea tattoo(Fine art) 장르에서 주로 블랙 잉크를 사용하여 얇은 선으로 꽃을 표현하는 작업 활동을 하고 있다. 

작업실로 들어가는 길 /김서진 기자

소개 바란다


타투이스트 윤건희라고 한다. 'Zeetattoo' 라는 이름으로 활동한 지는 3년 정도 됐고, 타투로 일을 한 지는 6년째다. 꽃을 주제로 많이 작업하는 편이며 컬러보다는 블랙 잉크만 사용해 명암 조절을 하며 작업하고 있다. 


타투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


원래 해군 부사관 출신이다. 따로 지원해서 4년을 근무했는데, 그 당시에 타투가 하고 싶었다. 타투샵을 갔는데 타투이스트를 본 순간 정말 자유로워 보였다. 어떻게 보면 이게 책임감 있는 일이지 않는가, 그때의 나와는 너무나도 다른 삶이라는 것에 매력을 느꼈다. 평생 가져가야 하는 책임감을 갖고 집중하는 모습이 멋있었다. 그래서 나도 해볼 수 있을까, 그 생각이 해 보자는 것으로 바뀌었다. 


원래 손으로 뭘 하는 걸 좋아했나


딱히 손재주가 있는 건 아니었는데 'Zeetattoo'로 활동을 하면서 많이 배운 것 같다. 재능이 있는 건 아니었다. 예전엔 아예 다른 일을 하고 있었으니까. 해군뿐만이 아니라 마장동에서 발골 일도 했었다. 되게 어렸을 때, 뭔가 공부 안 하고 노는 스타일이었다(웃음) 처음에 내가 그렸던 꽃을 지금 보면 정말 못 그렸다. 그 정도로 재능이나 실력 같은 건 없었다.


3년 정도는 타투를 유튜브나 개인적인 독학으로 배웠다. 따로 가르쳐 준 분도 있었는데, 솔직히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제대로 못 했던 것 같다. 새로운 선생님도 만나고 같이 배워 가는 동료들이 많다. 그 사람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윤건희 타투이스트의 작품 / Zeetattoo 인스타그램 

타투에 관심이 있는 것과 업으로 삼는 것은 아무래도 다르다. 직업으로 하게 된 계기가 있나


직업으로 결정하기까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아무래도 경제적인 부분이다. 해군도 그랬고, 마장동에서 일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노동력에 비해 별로 만족하지 못했던 때였다. 그때는 타투를 단순하게 생각한 것도 있었는데,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보다 타투를 하는 게 더 좋을 거란 결정을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안이했지. 원래 어렸을 때부터 뭔가 하나를 시작하면 끝을 못 봤다. 부모님이나 친구들이나, 주변 지인들이 추천해서 등떠밀려 한 게 아니라 내 스스로 뭔가를 시작해 보겠다는 것, 내가 끝까지 가 보겠다고 생각했던 건 타투가 처음이었다. 처음 3년 정도는 힘들었다. 그래도 처음 결정한 거고, 끝까지 가 보고 싶었다는 오기로 여기까지 왔다. 


그 3년간 정말 많이 후회했다. 열정만 갖고 했으니까. 지금은 잘 한 선택인 것 같다. 


벌써 6년차다. 10년을 하면 장인이라는 말이 있다. 돌이켜 봤을 때 어떤가


처음 제대로 뒤를 돌아보게 된다면.....아직은 난 멀었다고 생각한다. 지금 나보다 경력은 늦어도 정말 잘 하시는 작업자들이 많다. 나도 뒤처지지 않으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다. 지금도, 앞으로도 그렇고 앞만 보고 가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만일에 내가 뒤를 돌아볼 때가 온다면, 진짜 열심히 살았구나 하고 생각할 것 같다. 


타투에 '꽃'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영감에 대하여)


솔직히, 처음에는 그게 제일 잘 될 거라 생각했다. 찾는 사람도 많고, 아무래도 쉽게 다가갈 수 있다는 경향이 있으니까. 찾는 사람이 많은 만큼 잘 하는 사람도 많다는 걸 일을 하면서 직접 느꼈다. 그 과정에서 나만의 독보적인 뭔가를 찾으려 했다. 아직까지 잘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고터의 새벽 꽃시장을 찾아가기도 하고 길거리 꽃집에서도 생화를 사다 보니까 꽃이 너무 예쁘더라. 직접 보는 생화는 시간이 흐를수록 모양도 색깔도 조금씩 바뀐다. 또 45도, 15도, 5도 돌려 봐도 다른 느낌이 난다. 그래서 생화를 많이 찾아보는 편이다. 그리고, 블랙이 사람 피부에 매칭을 했을 때 가장 잘 어울린다고 해서 선택했다. 


선배 타투이스트와 해외 타투이스트 중에서도 꽃을 그리는 이들이 많다. 그것을 참고하기도 하고 계속 공부 하면서 디자인적으로 동료나 선생님의 코멘트를 듣고 보강하기도 했다. 선생님이 그러시더라, 종이 위에 그리는 게 가능하다면 사람 피부 위에도 가능하다고. 그림 공부를 정말 열심히 했다. 처음엔 꽃을 그리라고 하면 이상했는데, 많이 수정하고 고치고 하면서 발전하게 된 것 같다.  

윤건희 타투이스트의 잎사귀 타투 /Zeetattoo 인스타그램 

타투로서의 내 꽃의 매력은 무엇인가 


사람 몸에는 굴곡이 있지 않은가. 허리가 들어가거나 가슴이나 치골 라인이라든가. 여자나 남자의 근육이나 몸의 선을 이용해 작업을 하는 스타일이라 아무래도 전체적인 신체를 꾸며 준다는 게 매력인 것 같다. 특히 잎사귀를 잘 한다는 말을 듣는다(웃음)


타투 작업은 어떻게 진행되나


처음에는 이메일이나 SNS 링크로 문의를 많이 한다. 보통 신청 양식이 있어 신청자가 그 양식대로 보내지 않으면 답변이 안 오는 경우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타투이스트는 모든 일을 혼자서 처리하기 때문에 정리가 되지 않으면 일이 밀리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대화 형식의 상담 형태가 좋아서, 따로 양식 같은 건 없다. 상담을 먼저 문의하고, 가격 책정을 하고 예약을 잡는다. 그리고 작업일 기준으로 2일 전에 디자인을 보낸다. 디자인을 할 땐 전체적으로 신체 부위에 스케치하는 형식으로 보낸다. 그리고 나서 손님이 작업실에 방문을 하면, 작업을 진행하기 전에 손님의 피부톤을 확인한다. 피부톤에 따라 더 진하게 할지, 연하게 할지를 판단하고 작업을 한다. 작업이 끝나면 사진촬영 후에 끝이 난다.


손목에 있는 작은 것부터 허벅지나 어깨 등 큰 것까지 다양하다. 작업하는 데에 시간이 얼마 정도 걸리나


상대적으로 엄청나게 큰 것보다 작은 게 빨리 끝나긴 하지만, 차이가 날 정도로 빨리 끝나는 건 아니다. 디테일이 다 똑같이 들어가는 거라, 큰 것 위주로 작업하다 보니 더 오래 걸린다. 상대적으로 봤을 때 10센티 정도의 사이즈는 두 시간 반 정도, 근데 더 큰 것도 두 시간 좀 넘게 걸린다. 내가 손이 빠른 편인데, 작은 걸 할 땐 조금 더 느린 편이다(웃음)


일하면서 특별하거나 기억에 남는 경험이 있나


외국인 손님이었다. 내가 영어를 잘 못해서 바디랭귀지도 하고, 상담하면서 번역기도 돌리고 했다. 손님이 방문해서 작업하고 어떤 게 좋은지 또 열심히 번역기 돌려 가며 소통하고.....그렇게 작업을 다 하고 사진도 다 찍고, 이제 돌아갈 일만 남았는데 갑자기 그 손님이 '아, 배고파' 하시는 거다. 한국말로(웃음) 그런 분들이 많다. 한국말을 할 줄은 알지만 자신이 없어서 영어로 하시는 것 같다. 거기서 그 말을 듣고 당황했다(웃음)올 때는 하이했는데 갈 때는 '안녕히 가세요'라고 인사했다(웃음)

나란히 놓인 여러 잉크들 /김서진 기자

어떤 타투이스트가 '항상 손님과의 관계에서 보이지 않는 약점을 잡힌 채 작업을 한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한 말이 있더라. 애로사항도 있을 것 같다


동감이다. 개인적으로 우리는 약자라고 생각한다. 물론 정말 좋은 손님들이 훨씬 많다. 나의 가치를 알아봐 주고, 존중해 주시는 분들도 많다. 그런데 소수의 사람들이, 그걸 악용하고 혹은 무례하게 행동하거나 하는 거다. 나에겐 따로 양식이 있지 않다고 했는데, 다른 작업자들이 양식을 만드는 이유도 다짜고짜 무례하게 나오는 분들이 많아서도 있다.


우리는 모든 일을 혼자서 하니까....평소에는 언제나 그렇듯 친절하게 설명을 해 드릴 수 있는 날이 있다. 근데 그런 날도 있지 않은가, 아무것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잘 풀리지 않는 날. 그런 날 자기 직전에 무례한 연락을 받을 때 너무 힘들다. 그런 극소수의 사람들이 계속 타투이스트들을 보이지 않는 곳으로 밀어넣는 것 같다. 우리가 어쩔 수 없이, 숨을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성격이 밝으면서도 진중한 것 같다. 그 성향이 작업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 적 있나


물론이다. 사진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인데, 아무래도 모델이 아닌 일반인에게 카메라를 들이대면 자연히 몸이 경직된다. 얼굴이 안 나와도 어쨌든 몸이고 노출 부위일 수도 있고 그러니까. 근데 좀 유쾌한 성격이 손님을 차분하게 만들어 주고, 긴장을 풀어주는 것 같다. 그래서 내 성격이 도움이 많이 된다. 긍정적이어야 살아남는다(웃음) 

싱가포르 현지에서 작업/ 작가제공

해외와 한국을 오가며 활동한다고 들었다. 해외에서의 작업은 한국과 어떤 차이가 있나


일단 당당함의 차이가 있다. 해외에는 음식점들처럼 평범하게 간판이 걸려 있고 장식이 되어 있다든지, 그런 곳이 많다. 손님들도 타투이스트들에 대한 기본적인 존중이 있다. 내가 생각해도 지나칠 정도로 반겨주고, 고마워 해 준다. 내 타투를 좋아해 주는데 당연히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지. 반응도 그렇고, 존중이 크다.


작업자들도 여유롭다. 우리나라에서는 뭐든 빨리빨리 하는 경향이 있지 않나. 내가 직장인이었으면 평범하게 월급 받고 퇴근하고 쉬는 생활을 했겠지만 이건 내가 하는 만큼 돈을 벌고, 또 하는 만큼 실력이 느는 일이니까 쉬는 날이 따로 없다. 항상 그렇게 생각하고 작업을 해 왔다. 3년을 그렇게 보냈는데, 이 3년이란 시간만큼을 커버해야 했기 때문에 더 열심히 했는데 그 친구들은 참 여유롭더라.


그런 부분이 많이 부러웠다. 내가 이렇게 급하게 생각을 안 해도 되는구나. 급하게 생각한다고 빨리 갈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걸 배웠다. 근데 또 와서도 잘 안 된다(웃음)열심히 해야지.


타투이스트가 되고 싶은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게 있다면


겉으로 보는 것과 직업으로 삼았을 때와는 너무나도 다르다는 거다. 처음에는 쉬운 줄 알았다. 널널하게 하라고 하면 할 수는 있다, 예전에는 타투를 하는 사람도 많이 없었고 시술하는 사람도 별로 없었다. 스타일도 어느 정도 한정적이었으니까. 지금은 스타일도 많고 잘 하는 사람들도 많다. 쉽게 보면 큰일난다(웃음) 절대 쉽게 보고 접근하지 말았으면 한다. 그럼 타투의 진짜 재미도 못 느끼고 그만두게 된다. 할 거라면, 끝까지 할 거라고 생각하고 해야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확실히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이 작업도 잘 하는 것 같다. 그림을 못 그리더라도 다른 방향, 기술적인 방향으로 스타일을 잡고 밀고 가도 된다. 그래도 잘 그리는데 안 그리는 거랑, 못 그려서 못 그리는 거랑은 다르다. 나도 시작하기 전에 그림에 대한 공부를 많이 했다. 그림 공부를 하면 더 빨리 늘 수 있을 거다. 내가 그것 때문에 고생을 엄청 했다. 그림을 못 그려서(웃음) 

타투 스케치를 하는 모습 /김서진 기자

현재 의료계에서는 타투 법제화를 두고 반대하고 있다


작업자들이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위생과 감염이다. 한국은 타투가 합법화가 아니기 때문에 위생에 대한 정확한 가이드 라인이 없는 상태다. 그래서 관련 타투이스트들이 노조단체 “타투유니온”을 만들어 가이드 라인을 만들고 교육을 진행하며 위생과 감염에 신경쓰고 있다. 


(주: 타투유니온은 타투위생 및 감염관리 지침 가이드라인이 따로 있다. 고객정보 및 건강점검과 작업동의서는 손님이 자신의 상태를 체크하여 시술의 안전을 돕는 역할을 한다. 또한 손님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고 안전을 지키며 법적 문제가 생길 시 작업자의 안전을 지키는 보호 장치이기도 하다)


타투 합법화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개인적인 소원이 있나


1층에 타투샵을 열고, 가게를 통유리로 하고 밖에 베드를 놓고 작업하고 싶다. 샵을 내게 되면 외국인 아티스트들을 초대해 같이 작업하고 우리나라 문화도 알려주고. 그런 식으로 작업해 봤으면 좋겠다.


자신에게 타투란 무엇인가


열정(웃음) 내 삶의 원동력? 손이 없어질 때까지 이 일을 하고 싶다. 손이 닳아 없어질 때까지. 타투를 안 했으면 어떻게 살았을까 싶다. 원래는 꿈이 없었다. 나한테는 그래서 타투가 의미가 크다. 다른 작가들도 마찬가지일 거다. 타투가 전부고, 열심히 하는 분들도 많다.


나에게 타투라는 건 엄청나게 특별하다. 타투로 내가 떳떳한 사람이 되는 것, 내가 이 정도로 열심히 해 왔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 주는 게 타투인 것 같다. 


어떤 타투이스트가 되는 게 꿈인가 


정말 '우와, 잘한다' 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중요하지만.....손님한테 좋은 기억으로 남는 것, 그게 목표다. 내 기분에 따라 손님을 대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언제나 프로처럼 작업하려고 하고 언제나 친절하게 하려고 하고, 손님이 만족할 수 있게끔 하는 편이다. 타투는 평생 몸에 남는 거고....현대 의학으로 지울 수도 있겠지만 본인의 선택으로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날 찾아준 게 아닌가. 손님에게 가장 좋은 기억으로 남는 게 꿈이다. 

윤건희 타투이스트 /김서진 기자

누구나 자신이 하는 일에는 자부심이 있다. 프로라면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도 자신만이 가질 수 있는 자부심, 프라이드가 있기 마련이다. 그게 어떤 직업이든 간에, 그만큼 자부심과 책임감을 갖고 사람을 대하는 것은 아주 기본적이면서도 어렵다. 윤건희 타투이스트에게 타투라는 것은 특별하기 그지없기에, 어려운 만큼 끊임없이 노력하며 한결같을 수 있게 한다. 


그에게 타투는 스스로 선택한 길이기도 하며, 인생을 살면서 자신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 주는 것이기도 하다. 피부에 예쁘게 심은 꽃과 잎사귀를 손님이 좋아해 준다면 그걸로 족하다. 그게 오늘도 윤건희 타투이스트가 하는 일이다. 누군가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 삶을 열심히 살 수 있게 만들어 주는 타투이스트라는 일이 그에게는 참 소중하다.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