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무사 요원 감축·권한 축소하지만 ‘무늬만 해체수준 개혁”

기무사개혁위 개혁안 내용은

현 체제서 규모·위상 축소하거나

국방부 본부체제·독립외청 방안 내

시·도에 설치된 60단위 부대 폐지

군 통신 감청 영장 발부 받게 해

대통령 원할 땐 독대보고 가능하고

민간사찰 처벌 없고 대공수사 유지

“언제라도 현 기무사 부활 여지”

기무사 요원 감축·권한 축소하지만 ‘

국방부의 기무사개혁위(위원장 장영달)가 2일 마련한 개혁안은 기무사 조직과 권한, 업무 범위를 줄이고 구체화하는 방향으로 마련됐다. 그러나 기무사의 탈법적인 정치개입과 민간인 사찰 등 악폐를 근절하기에는 미흡한 ‘무늬만 해체 수준의 개혁안’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기구 축소 및 조직 개편

조직 축소와 관련해선 기무사 요원을 30% 이상 감축하도록 했다. 이 감축안이 시행되면 기무사 요원은 현 4200명에서 3000명 이하로 줄어들게 된다. 각 지역 군부대 내 기무부대를 지휘·감독한다는 명분으로 전국 시·도에 설치된 ‘60단위 부대’도 전면 폐지하도록 했다.


조직 개편과 관련해선 △현재의 사령부 체제 유지 △국방부 본부 체제로 변경 △독립적인 외청으로 창설 등 3가지 방안을 우선순위 없이 병렬적으로 권고했다. 현재의 사령부 체제를 유지하더라도 기무사의 법적 근거가 되는 ‘국군기무사령부령’은 폐지하고 새로운 법적 근거를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따라서 기무사라는 현재의 명칭이나 조직 형태, 권한과 임무 범위 등이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은 적다. 장영달 위원장은 “현 기무사령부령은 기무사의 임무와 권한이 명확하지 않고 두루뭉술한 부분이 많다. 기무사가 이를 자의적으로 확대해석해서 탈법적 행위를 자행하곤 했다. 임무와 권한을 명확히 규정하고 어겼을 때는 처벌 조항도 넣어서 이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국방부 본부 체제는 기무사의 위상과 규모 축소를 의미한다. 현재 기무사령부는 부대 지휘관이 군령을 행사하는 부대이지만, 본부 체제가 되면 국방부 장관의 참모 기구로 변경된다. 독립적인 외청으로 만드는 것은 방위사업청 등과 같은 정부 기구로 만드는 안이다. 장영달 위원장은 “외청으로 만들어 국회의 감시를 받도록 하는 방안이다. 법을 바꿔야 하기 때문에 여야 정치권의 합의가 필요해 당장 시행이 어렵다”며 장기 과제로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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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무와 권한 제한

기무사의 권한과 관련해선 군지휘관 동향관찰(감시) 폐지 및 존안자료 폐기가 눈에 띈다. 동향관찰은 군 내에서 기무사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원천이었다. 기무사 요원이 정기적으로 작성한 동향보고서는 군 지휘관 인사에서 존안자료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향관찰은 그동안 사생활 침해 논란 등으로 군 내 원성의 대상이었다. 이의 폐지를 권고한 데는 인권침해 논란을 해소하면서 기무사의 권력 기반을 흔드는 의미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기무사의 통수 보좌에도 제한을 두기로 했다. 기무사는 그동안 통수 보좌를 명목으로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에 대한 직접 독대보고가 허용됐고, 이를 통해 각종 군사정보와 정책 보고 등을 하면서 권력을 휘둘러왔다. 그러나 기무사의 이런 통수 보좌는 법적 근거 없이 관례적으로 수행한 것으로, 기무사의 월권 행위를 부추기는 악습이라는 비판이 많았다. 기무사개혁위는 기무사령관의 대통령 독대보고도 원칙적으로는 금지했다. 그러나 대통령이 통수권 행사 차원에서 기무사령관의 독대보고나 기무사의 존안자료 보고를 받을 권리는 인정했다. 결국 통수 보좌나 독대보고 허용 여부를 대통령의 판단에 맡겨둔 꼴이어서 실제 개혁의 의미가 퇴색했다.


군 통신 감청에도 영장 발부라는 법적 절차를 마련하기로 했다. 현재 기무사는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라 ‘국가안보와 관련된 사항’에 대한 감청의 경우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 할 수 있다. 기무사는 통상 넉달에 한번씩 대통령의 포괄적 승인을 받아 감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개혁위는 법원 판사의 영장 발부를 의무화해 기무사의 감청을 훨씬 더 까다롭게 한 것이다. 이는 기무사가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과 윤광웅 전 국방부 장관의 통화까지 감청했다는 시민단체의 주장이 제기되면서 기무사 감청에 대한 여론이 악화된 사정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기무사의 수사 대상도 축소했다. 국군기무사령부령은 기무사가 내란·외환·반란·군사기밀누설, 국가보안법·남북교류협력법·집시법 위반 등 군사법원법 44조 2호에 규정된 특정범죄를 수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번에 기무사개혁위는 남북교류협력법과 집시법 위반 등은 기무사의 수사 대상에서 제외할 것을 권고했다.


장 위원장은 “해체 수준의 개혁안”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군인권센터의 임태훈 소장은 “뭘 개혁하겠다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인적 청산도 없고 개혁 의지도 안 보인다”고 혹평했다. 임 소장은 “전국에 기무부대가 산재해 있기 때문에 60단위 부대 해체는 큰 의미가 없고, 외청 독립은 감시에서 벗어나게 해 공룡에게 갑옷을 입혀주는 꼴”이라며 “민간인을 사찰하면 형사처벌하는 내용도 없고, 대공 수사권도 그대로 둔다. 개혁안이 아니라 기무사가 언제라도 부활할 수 있게 만드는 ‘부활안’”이라고 비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임재우 기자 suh@hani.co.kr

2018.08.03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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