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친 물고기가 가장 크네~
ESC
제주 선상·방파제 낚시 인기
초보자도 도전하기 어렵지 않아
휴가지 생활낚시 재미 가득
지난 4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섶섬 앞바다에서 뜬 낚싯배 ‘스텔라호’에서 낚시 체험 시범을 보이고 있는 한슬기 선장. 김명진 기자
지난 4일 제주 서귀포항 주변은 한여름 태양이 뜨거웠다. 선상 체험낚시를 위해 사진기자 김명진씨와 함께 스텔라호에 승선해 한슬기(36) 선장의 안내로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안전규정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오늘의 낚시 포인트는 서귀포항에서 배로 불과 10여분 거리인 섶섬 앞바다. 선상에서 바라보는 정방폭포와 기암절벽의 절경은 늘 감탄을 자아낸다. 저 멀리 한라산 중턱에는 하얀 구름이 걸렸고, 손에 잡힐 듯 가까운 구두미포구 주변에는 해녀 할망들의 물질이 한창이었다.
낮에 탄 제주 낚싯배···쏨뱅이, 놀래기가 가득
제주 연안 낮에 이뤄지는 선상 체험낚시의 대상 어종은 주로 쏨뱅이와 놀래기(어랭이)다. 회도 맛있지만, 매운탕이 특히 일품인 쏨뱅이는 제주에선 ‘우럭’이라고 부르는데, 육지에서 흔히 회로 먹는 거무튀튀한 우럭과는 달리 주황색을 띠고 옅은 회색 반점이 퍼져 있다. 30㎝가 넘는 대물 쏨뱅이는 같은 크기의 고급 어종 다금바리와도 바꾸지 않는다고 할 정도로 맛있는 생선으로 꼽힌다. 놀래기는 날렵한 몸통에 마치 열대 어종처럼 화려한 색감을 자랑하는데, 제주에선 회나 조림·구이 등으로 즐겨 먹는다.
“우럭(쏨뱅이)은 바닥에 있어요. 추가 바닥에 닿는 느낌이 나면 약간만 감고 기다려주세요. 가끔 낚싯대를 위로 들었다 놓는 고패질만 해주시고요.” 한 선장은 “태어나서 낚시가 처음”이라는 김 기자 옆에서 조언을 열심히 했다. 미끼를 끼우는 법, 로드(낚싯대)와 릴을 조작하는 법 등에 관해 설명도 했다.
“그렇지, 잡았다!” 김 기자가 외쳤다. 첫 물고기는 손바닥만 한 놀래기였다. 감을 익히자 그때부터는 채비(미끼와 바늘, 인조 미끼인 루어 등을 통칭하는 말)를 바다에 담그는 족족 물고기가 올라왔다. 초보자가 손맛을 느끼기에는 선상 낚시만 한 게 없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었다. 낚시꾼들 은어로 ‘느나모드’라는 말이 있다. 물고기가 ‘느(넣으)면 나온다’는 뜻이다. 그야말로 ‘느나모드’였다.
스텔라호에선 미끼로 크릴새우와 함께 염장한 꽁치를 제공한다. 손이 더 가더라도 꽁치 미끼가 물속에서 오래 유지되고 조과에도 좋기 때문이란다. 크릴새우에는 주로 손바닥만 한 놀래기가 달려들었고, 꽁치 미끼를 담그면 쏨뱅이가 물고 늘어졌다. 이날의 최대어는 약 25㎝ 크기의 묵직한 쏨뱅이였다. 작은 물고기는 방생했는데도, 한 시간 만에 10마리가 넘는 고기가 올라와 조과통이 제법 묵직하게 차올랐다. 승객 한명 당 체험 비용은 1시간에 1만원인데, 뱃삯과 장비 대여비·미끼값 등이 모두 포함돼 있다. 잡은 고기는 가져가면 된다. 따로 준비할 것은 없지만, 화상에 대비해 얇은 긴 소매 옷을 입거나 선크림을 바르는 게 좋다. 체험에 앞서 미리 멀미약을 먹는 건 필수다.
스텔라호가 포함된 ‘서귀포바다 영어조합법인’(대표 김영균)은 서귀포항을 중심으로 선상 낚시뿐 아니라 해상투어, 스쿠버다이빙 등 종합 해양레저 활동을 벌이고 있다. 20여대의 어선 및 레저선이 법인 소속으로 운항 중인데, 한치 시즌인 여름에는 제주시권 인근 어장까지 진출한다고 한다. 문의는 스텔라호(010-6782-7795)나 법인 대표 안내번호(010-3692-2041)로 하면 된다.
방파제 생활낚시의 재미
해가 저물자 지역의 낚시고수로 꼽히는 ‘서귀포낚시’ 이상현(37) 사장의 안내에 따라 서귀포항에서 차로 15분 거리인 보목포구를 찾았다. 방파제 안쪽에도 생활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이 적지 않게 오갔다. “안전한 내항에서 볼락을 노려볼 겁니다. 볼락이나 돌우럭은 밤에 먹이활동을 하고, 방파제 안쪽에도 많이 서식하기 때문에 초보자들도 잘 잡을 수 있어요.” 이번에는 별도의 릴이 없는 민장대 끝에 지렁이(청개비)를 달았다. 릴도 없이 고기가 잡히면 그대로 들어 올리면 되기 때문에 초심자를 위한 이른바 ‘구멍치기 조법’에는 민장대가 오히려 편하다.
야심한 달밤, 한적한 포구의 정적을 찢고 김 기자의 환호가 울려 퍼졌다. 언뜻 보기에도 한뼘을 훌쩍 넘는 크기의 볼락이 수면까지 떠올라 퍼덕였다. 민장대에 지렁이만 달아 내항에 던졌는데 저런 대물이 올라오다니 신기한 일이었다. “어! 어! 어! 이거 어떻게 해!” 김 기자의 환호가 점차 커졌다. 달려가는 사이 볼락은 ‘푸드덕’ 바늘을 털더니 다시 바닷속으로 사라졌다. 초보자도 이런 고기를 잡을 수 있다는 희망과 대물 볼락을 눈앞에서 놓쳐버린 아쉬움 속에서 제주의 여름밤은 깊어져 갔다. 그사이 김 기자는 귀여운 줄도화돔 두 마리를 더 잡아 방생했다. “이번 제주 낚시체험 중에서 오늘 놓친 볼락의 손맛이 제일 좋았다”는 김 기자의 눈빛이 희미하게 흔들렸다. “놓친 고기가 당연히 제일 큽니다.” 이 사장이 흰 이를 드러내며 씩 웃었다.
제주 전역의 작은 포구에는 저녁마다 돗자리를 깔고 가족 단위로 고기를 굽거나 도시락을 먹으며 밤낚시를 즐기는 행락객이 넘친다. 한쪽에서는 저마다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는 건 물론이다. 다소 경험이 필요하지만, 잡은 고기는 즉석에서 회를 치거나 구워 먹기도 한다.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방파제 생활낚시’의 편안함이다. 간단한 낚시장비 대여비는 통상 1만원대이고, 미끼나 소모품 정도는 구입해 쓰면 된다. 이번 휴가에선 숙소 인근의 낚시점에서 장비를 빌려 포구로 나가보는 건 어떨까. 잡아도, 잡지 못해도 즐거운 ‘제주바당의 풍요로움’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제주/송호균 레저를 사랑하는 육아아빠 gothrough@naver.com
[ESC] 탱탱한 식감이 일품! 낚시꾼의 레시피~
기왕 잡았으면 맛있게 먹어주는 게 잡은 고기에 대한 예의다. 제철인 여름 한치는 물론 체험낚시를 통해 낚은 물고기들을 직접 장만해 먹는다는 건 가족 모두에게 특별한 경험이 될 수 있다. 숙소 혹은 집에서 간단히 준비할 수 있는, 하지만 그 맛은 결코 간단하지 않을 ‘낚시꾼의 레시피’가 여기 있다.
특히 한치회는 살아있는 상태에서 조리한 활어회와 하루 정도 냉장했다 먹는 숙성회 모두 각각의 매력이 있다. 살이 아직 투명한 상태에서 먹는 활어회는 탱글탱글한 식감이 일품이고, 하얗게 변한 숙성회는 부드럽고도 녹진한 감칠맛이 혀에 착착 감긴다.
한치를 내장과 껍질을 제거하고 공기가 통하지 않도록 밀봉해 숙소 냉장고에 하루 정도 넣어두면 한치 숙성회가 된다. 키친타월이나 해동지에 싼 채 비닐봉지에 넣으면 더 좋다. 과일즙을 첨가해 상큼한 육지식 물회와 달리, 제주식 물회에는 된장이 들어가는 게 특징이다.
조피볼락(우럭) 등 생선들은 경험이 필요한 회 뜨기보다는 매운탕을 추천한다. 물론 자신이 있다면 포를 뜨고, 껍질을 벗겨 회로 썰어 먹으면 된다. 탕을 끓이기 위해서는 생선의 내장과 아가미, 비늘만 제거하면 되는데, 특히 비늘치기는 칼로도 가능하지만, 병뚜껑으로도 간단하게 할 수 있다.
한치회와 한치물회
① 껍질과 내장을 제거(동영상 링크)한 한치를 칼로 썰어낸다. ② 양파, 깻잎, 양배추, 오이, 당근 등 채소를 얇게 썰어 그릇에 담는다. ③ 동치미 국물 한 컵(1인분)과 물을 2 대 1 비율로 섞고, 된장 1큰술, 고춧가루 반 큰술, 소금 약간, 식초를 뿌려 육수를 준비한다. 동치미가 없다면 시판 냉면 육수를 써도 된다. ④ 채소 담은 그릇에 한치회와 얼음, 육수를 한데 부어 완성하고 기호에 따라 식초는 넉넉히 첨가한다.
다리숙회와 먹물통찜
① 몸통에서 분리한 한치 다리에서 눈과 이빨을 제거한다. 다리 위쪽에 붙은 노란 내장은 남긴다. ② 끓는 물에 소금을 뿌리고 5분 동안 삶은 뒤 간장을 곁들여 낸다. ③ 통찜은 미리 등뼈와 눈, 이빨, 촉수만 제거해 준비한다. ④ 찜기에서 15분 동안 찐다. 작은 한치가 좋은데, 크기가 크다면 찌는 시간을 늘린다. ⑤ 뚜껑을 덮은 채로 5분 동안 뜸을 들인 뒤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낸다.
쏨뱅이와 놀래기 매운탕
① 물고기는 비늘과 내장, 아가미, 지느러미 등을 제거하고 흐르는 물에 피를 씻어낸다. ② 무, 다시마, 멸치 등으로 육수를 낸다. ③ 육수에 손질한 물고기, 파, 양파, 다진 마늘, 고춧가루, 청양고추를 넣고 끓여낸다. ④ 소금과 후추로 간 한다. 미나리 등을 곁들이면 더 좋다.
송호균 레저를 사랑하는 육아아빠
바다낚시 바다에서 이뤄지는 낚시행위. 크게 지렁이나 새우 미끼 등을 바늘에 끼우는 일반적 낚시와 인조 미끼를 사용하는 루어낚시로 구분할 수 있다. 장소에 따라 갯바위 낚시, 방파제 낚시, 배낚시 등으로 나누기도 한다. 제주에서는 계절에 따라 벵에돔, 감성돔, 참돔, 돌돔, 갈치, 방어, 무늬오징어 등 다양한 생선잡이 낚시가 이뤄진다. 특히 한치는 6월부터 두달간 제주 연안 인근에서도 어획량이 많아 초보자도 비교적 쉽게 접할 수 있는 낚시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