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동물보호단체 ‘케어’, 구조한 수백마리 개 안락사시켰다

전·현직 케어 직원 증언


“보호소 공간 부족 이유


박소연 대표가 직접 지시


안락사 뒤 입양처리 은폐”


문 대통령 입양 유기견


‘토리’ 보호단체로 유명


박 대표, 안락사 부인하다


보도임박하자 돌연 공개입장


“단체 알려지며 구조요청 쇄도


2015년부터 안락사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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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명 동물보호단체인 ‘케어’가 보호하던 개의 상당수를 몰래 안락사시켰다는 폭로가 나왔다. 수년간 수백마리의 구조 동물이 ‘보호소 공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희생됐다고 한다.


케어에서 동물관리국장으로 일하는 ㄱ씨는 11일 <한겨레>에 “박소연 케어 대표의 지시를 받은 간부들을 통해 안락사가 은밀하게 이뤄졌다”며 “안락사의 기준은 ‘치료하기 힘든 질병’이나 ‘순치 불가능할 정도의 공격성’ 등 합당한 이유가 아니라 ‘보호소 공간 부족’이었다”고 밝혔다. 이름 밝히기를 꺼린 이 직원은 자신도 안락사에 가담한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개의 눈을 보면 너무 괴로웠다”고 했다.


앞서 지난해 11~12월 <한겨레>와 여러 차례 만난 ㄱ씨는 케어에서 일하기 시작한 2015년 1월 이후 4년 가까이 230마리 이상을 안락사해 왔다고 증언했다. ㄱ씨는 “2015~18년 박소연 대표의 지시에 따라 최소 230마리 이상을 안락사시켰다. 이 가운데 질병으로 안락사시킬 수밖에 없는 개체는 10%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안락사 대상은 대부분 덩치가 큰 개였다고 한다.


케어 내부자가 밝히길, 2015~18년 구조한 동물은 1100여마리다. 이들 중 745마리가 입양됐다고 했다. 그러나 해마다 통계를 집계한 전직 케어 직원 ㄴ씨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안락사한 명단을 입양 간 것으로 처리했다”며 통계 조작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안락사는 케어와 협업해온 서울의 한 동물병원에서 정기적으로 이뤄졌다고 한다. ㄱ씨는 “보호소에서 병원까지 개들을 옮긴 후 마취를 했다. 15분 정도 뒤 수의사가 심장이 멎는 주사를 놓는 것을 지켜봤다”고 했다. ‘구조→보호→안락사’로 이어지는 기간도 매우 짧았다고 한다. ㄱ씨는 “보호소 입소 후 7~10일 만에 안락사시킨 경우도 있다”고 증언했다. 케어의 의뢰를 받아 개를 안락사시키는 일을 했다는 수의사는 <한겨레>의 확인 요청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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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씨가 직접 목격한 집단 안락사는 △경기 남양주 개농장 50여마리(2018년) △경기 부천 개농장 20여마리(2017년) △서울 신길동 주택 소형견 4마리(2017년) △충남 서산 투견 7마리(2016년) 등이다. 부산에서 구조한 고양이들에 대해서도 안락사 지시가 있었지만 ㄱ씨가 시행하지 않았다고 한다.


ㄱ씨는 안락사가 이뤄진 이유로 ‘대규모 구조 활동’을 들었다. ‘대규모 구조→단체 홍보→보호소 과밀→개체수 조절 안락사’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가장 많은 개가 안락사 당한 남양주 개농장 구조 활동은 지난해 케어가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연예인들이 참여해 개농장에서 250~260마리의 개를 옮겼고 언론에도 크게 소개됐다. 서산 투견 구조 역시 공중파 시사프로그램을 통해 그 과정이 보도됐다. ㄱ씨 주장에 따르면 남양주 구조견의 5분의 1이 안락사당한 것이다. 홍보 효과로 후원금이 들어오면 치료비에 주로 썼지만, 어떤 동물들에게는 안락사가 기다리고 있었던 셈이다.


ㄱ씨는 안락사 증거로 ‘사체처리비용 계산서’를 공개했다. 케어가 동물 사체를 수거하는 폐기물처리업체에 지불한 비용으로 안락사 규모를 추정해 볼 수 있다. 2015년 8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2년 넘게 이 업체에서 처리한 케어 쪽 동물 사체 무게는 2645㎏ 가량이다. 대형견과 소형견의 무게를 평균으로 삼아 1마리당 25㎏으로 계산하면 105마리 정도다. 그런데 남양주 집단 안락사가 있었다는 지난해의 경우, 불과 9개월(1~9월) 사이 케어 의뢰로 업체에서 처리한 동물 사체 무게는 2545㎏, 101마리에 달한다. ㄱ씨는 사체 처리가 급증한 이유가 “남양주 개농장 구조 이후 집단 안락사가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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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씨는 박 대표가 간부들을 중심으로 은밀하게 안락사를 지시·승인했다고 주장했다. ㄱ씨가 공개한 카카오톡 메시지에는 사체 처리 비용을 치료비인 것처럼 보이도록 시도하거나, 안락사한 개를 위탁 보호한 것으로 가장하는 등 안락사 은폐 정황이 담겨 있다. 안락사라는 표현은 ‘뺀다’ ‘보내다’라는 말이 대신했다. 지난해 5월 ㄱ씨와 박 대표의 대화 녹음 파일에는 “개농장에서 애(개)들 데리고 온 이유가 거기서 죽느니 그냥 안락사 시키고자 데려온 거라. (중략) 입양이니 애(개)들이 아파서 죽었다니 뭐 이런 식으로…” 등 박 대표가 직접 안락사를 언급하고 이를 입양 등으로 위장하자는 내용이 나온다.


박 대표는 안락사를 하지 않는다고 공언해왔다. 지난해 9월 페이스북에 “최소한 구조한 동물이 입양을 못 가고 있다는 이유로 안락사를 시키지 않는다”고 했다. 지난 4일 <한겨레>와 만난 박 대표는 ㄱ씨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심하게 아픈 개를 제외하고는 2011년 이후 안락사를 한 적이 없다”고 거듭 밝혔다. 그러나 이후 “취재가 들어왔으니 보호소에 있는 개들의 개체수를 맞춰야 한다” 등 안락사 은폐 지시를 추가로 한 사실이 확인됐다.


박소연 대표, 취재 시작되자 “안락사 불가피…논의 필요” 주장


안락사에 대해 부인하던 박 대표는 <한겨레> 등 언론사 취재가 시작되자, 보도가 임박한 11일 오후 ‘케어’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입장문을 냈다. 박 대표는 “2015~18년까지 소수의 안락사가 불가피했다“고 말을 바꿨다. 박 대표는 “2011년 이후 안락사를 하지 않았으나 2015년경부터는 단체가 더 알려지면서 구조 요청이 쇄도했다. 최선을 다 해 살리고자 노력했지만, 일부 동물들은 극한 상황에서 여러 이유로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케어의 안락사 기준은 공격성이 심해 사람이나 동물에게 치명 적인 해를 끼치는 경우, 전염병이나 회복 불능의 상태 등이었다”고 주장했다. 케어 전·현직 직원이 증언한 공간 부족을 이유로 한 집단 안락사는 여전히 부인한 것이다. 특히 “전국에서 가장 많은 구호 활동을 펼치는 케어의 구조 활동은 전쟁터의 야전병원을 방불케한다”며 “안락사를 케어의 공격 소재로 삼는 사람들로 인해 활동에 지장을 받아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박 대표는 케어의 안락사 논란이 불거진 뒤에야 “안락사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폈다. “현재 보호하고 있는 동물 중에는 안락사를 해 주는 것이 나은 상황인 경우도 있다”며 “이제까지 쉬쉬하고 있던 안락사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논의하고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줄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동물권단체 케어는?


동물권단체 케어는 2002년 8월 창립했다. ‘동물사랑실천협회’라는 명칭이 2015년 케어로 바뀌었다. 반려동물 인구가 증가하고 동물권 존중 인식이 자리 잡으면서, 지금은 동물자유연대, 카라와 함께 국내 3대 동물보호단체 중 하나로 성장했다.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이 입양한 유기견 ‘토리’를 보호하던 단체로 이름을 톡톡히 알렸다. 2017년 기준 회원들의 회비와 온라인성금 등 후원금만 13억500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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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어는 구조 활동에 가장 열성적인 단체로 알려져 있다. 박소연 대표는 2011년 경기 과천 문원동에서 절단기로 뜬장(바닥이 철조망으로 된 개 사육장)의 자물쇠를 뜯고 개 5마리와 닭 8마리를 데리고 나왔다가 기소됐다. 2013년 대법원은 특수절도 혐의로 기소된 박 대표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확정했다.


이후 ‘케어=구조’라는 이미지는 굳어졌고, 대규모 구조에 따른 보호소도 그만큼 많이 필요했다. 케어는 충북 충주, 충남 홍성, 경기 포천, 서울 답십리 등에 보호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 수용된 개와 고양이는 600여마리에 이른다. 그러나 불법 토지 점유 등 법적 논란을 안은 채 보호소를 운영하는 경우가 잦았다. 그 결과 보호소는 자주 이사를 해야 했다. 명성에 걸맞지 않은 불안정한 보호소 운영 문제는 고스란히 동물에게 전가됐다고 한다.


케어의 박소연 대표는 과거에도 동물 안락사로 논란이 된 적이 있다. 2006년 경기 구리시와 남양주시로부터 보호소를 위탁 운영하며 일부 동물을 안락사시킨 것이다. 또 2011년에는 건국대 수의과대학에 실험동물용으로 기증하기 위해 보호하던 개를 안락사한 사실이 알려지며 많은 비판을 받았다.


동물보호법에 따라 ‘정당한 이유 없는’ 안락사는 불법이다. 농림식품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한 ‘정당한 이유’란 수의학적 처치나 사람의 생명과 신체에 대한 직접적 위협이나 재산상의 피해가 발생할 경우로 제한하고 있다. 박 대표가 건강한 동물을 보호소 공간 부족을 이유로 안락사시켰다면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처벌될 수 있다. 구조와 보호를 목적으로 후원금을 받은 뒤 동물을 안락사시켰다면 사기죄도 가능하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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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레틸(마취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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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토(안정제)를 다량 구입할 것을 지시하는 박 대표. 한 외과 수의사는 "졸레틸과 도미토를 함께 쓰면 마취시간이 오래 지속된다. 이렇게 대량으로 구입하는 경우는 매우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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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표는 2011년 이후 안락사를 하지 않았다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알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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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13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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