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짝폴짝 뛰는 게 운동? 10분만에 의심이 풀렸다


기구 판매 많아지며 관심 높아진 점핑 운동

최근엔 점핑 운동 대표 기구인 트램펄린 인기

이정연 기자 점핑 피트니스 전용 체육관 가 체험해 보니

“쉬운 동작이지만, 만만치 않은 운동량에 놀라”

폴짝폴짝 뛰는 게 운동? 10분만에

점핑 운동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많아졌다. 온라인 쇼핑몰이나 홈쇼핑 채널에도 점핑 운동 기구가 등장했다. ‘폴짝폴짝 뛰는 게 운동이라고?’ 의심했던 기자는 트램펄린에 오른 지 단 10분 만에 그 생각을 철회했다. 지난 11일 이정연 기자가 점핑 피트니스를 체험하고 왔다.

폴짝폴짝 뛰는 게 운동? 10분만에

땀을 흠뻑 흘리는 나를 상상한다. 상상만 한다. 귀찮음은 힘이 세다. 그렇게 소파에 앉아 티브이(TV) 채널을 돌리다, 홈쇼핑 채널에 정착했다. 어린이 놀이기구로나 여겼던 트램펄린이 운동 기구로 변신해 등장했다. ‘정말? 저게 운동이 된다고?’ 티브이 옆에 놓인, 이제는 ‘캣 타워’(고양이가 오르내리는 가구)가 된 실내 자전거를 보며 코웃음 쳤다. 그런데 홈쇼핑 호스트들의 거친 숨소리가 심상치 않다. ‘저 숨소리는 연기가 아닌 거 같은데? 정말 저렇게나 힘들까?’하는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숨소리다. 궁금증을 풀기 위해 직접 점핑 운동을 해봤다.


분명히 오전 11시45분에 시작하는 운동인데, 밤 11시45분의 어느 클럽에 도착한 기분이다. 지난 1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의 점핑하이 직영센터로 갔다. 20분 전 도착해 둘러본 교육장은 30여개의 육각형 트램펄린이 놓여 있는 조용한 공간이었다. 그러다 11시40분이 지나자 미러볼까지 도는 화려한 조명과 신나고 박력 넘치는 전자댄스음악(EDM)이 더해졌다. 여느 클럽 못지않은 분위기에 운동은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신이 났다. 체험 전 만난 윤하이 점핑하이 대표는 이런 분위기가 운동을 지속하게 하는 한 요소라고 말했다. “조명이나 음악 때문에 신나는 분위기가 조성된다. 한 번 체험하러 왔던 사람들도 재미있겠다며 계속 운동하려고 등록을 하곤 한다”고 윤 대표는 설명했다.


점핑하이에서 하는 운동은 ‘점핑 피트니스’라고 부른다. 그 역사가 짧지 않다. 2001년 체코의 트레이너 야나 스보보도바(JANA SVOBODOVA)와 토마스 뷔리아네크(TOMAS BURIANEK)가 만든 운동이다. 윤하이 대표는 “트램펄린을 활용해 운동을 하고 싶었던 한 사람이 야나와 토마스에게 운동 방법을 물어봤고, 그게 점핑 피트니스의 시작이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시작된 점핑 피트니스는 체코 피트니스 센터의 지엑스(GX·단체 운동) 프로그램으로 널리 보급됐다. 이후 유럽이나 미국에도 전해졌다. 퍼스널 트레이너 출신인 윤 대표는 2014년 국내에 점핑 피트니스를 처음으로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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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1시45분이 되자, 20여명의 회원들이 트램펄린 20개 위에 자리 잡았다. 1개 트램펄린에 한 명이 올라간다. 1명을 빼고 모두 여성이다. 이 시간대에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운동을 하러 온 사람이 많은 편이었다. 트램펄린 위에 서자, 갑자기 걱정스러운 마음이 몰려왔다. ‘뛰다가 튀어 나가면 어떻게 하지?’, ‘발이 트램펄린 아래로 빠져서 다치지는 않을까?’ 불안한 눈빛을 읽은 것인지 윤하이 대표가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허리를 약간 숙인 채로 동작을 따라 해야 한다. 그 자세로 운동하면서 트램펄린 가운데 있으려고 노력하면 배에 힘도 들어가고, 몸이 균형을 잡게 된다.”


“설 연휴 뒤 첫 수업이네요! 자, 오늘도 힘내 봅시다!” 강정대 점핑 피트니스 강사의 힘찬 목소리와 함께 첫 음악이 흘러나왔다. 천천히 발을 구르며 뛰기 시작한다. 발을 옆으로 뻗는 동작이 이어진다. 그리고 무릎을 가슴까지 올려 뛰기 시작했다. “베이식!” “줄넘기!” “에이(A)!” “더블!” 처음 온 사람은 도통 할 수 없는 암호를 강사가 외쳤다. 갸웃거릴 필요는 없다. 암호 같은 동작 이름이 귓전에 울리기 전 강사의 동작을 보며 따라 하면 되기 때문이다. 빠른 음악이 나오기에, 혹시 트램펄린 위에서 에어로빅을 해야 하는 거 아닌 가해서 부담스러웠다. 그런 부담은 첫 곡이 나오는 동안 사라졌다. 윤하이 대표는 “맨손 체조 같은 아주 간단한 동작으로 구성돼 있다. 춤이나 에어로빅을 운동 삼아 하면 못 따라 해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사람들이 있는데, 점핑 피트니스를 할 때는 그러지 않아도 된다. 게다가 조명이 어두운 편이라 다른 사람 신경 안 쓰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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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번째 노래가 나오자 스트레칭을 하고, 넓적다리관절(고관절)을 부드럽게 하는 동작이 이어졌다. 몸에 열이 오른다. 이마에 땀이 맺혔다. 숨소리는 거칠어졌다. 겨우 15분이 지났는데 일어난 몸의 변화다. 무릎을 짚고 힘들어하자 윤 대표는 “이제 겨우 워밍업 마친 거다”라며 걱정스러워한다. 진심으로 걱정스러워졌다. 앞으로 30분이나 남았는데!


트램펄린의 탄성력이 쉽게 몸이 튀어 오르도록 도와주리라 생각했다. ‘정말 운동이 될까?’하고 의구심이 든 이유다. 그러나 트램펄린의 탄성력을 믿지 말라. 그대의 몸은 그렇게 쉽게 튀어 오르지 않는다. 게다가 트램펄린 위에서 균형을 잡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온몸 구석구석의 근육을 쓰게 된다. “바닥에서 하는 것보다, 트램펄린 운동이 더 많은 근육을 자극한다. 몸이 균형을 잡으려고 ‘코어 근육’(몸의 중심부 근육)뿐만 아니라 작은 근육들도 동원해서다. 그만큼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게 된다. 스트레칭하고 마무리하는 시간 빼면 40분 정도 뛰는 건데, 해본 사람들은 ‘이 정도로 숨차고 힘든 운동은 처음이다’고 할 정도다.” 30분 가까이 뛰자, 윤하이 대표의 설명이 머리를 맴돈다. “헉, 헉, 헉….” 스스로 내는 숨소리가 큰 음악 소리에 묻혀 다행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노래가 끝날 때마다 땀을 닦을 수 있는 시간이 귀하게 여겨질 정도였다. 오후 12시20분, 드디어 마지막 노래! 안도하기엔 이르다. 마지막인 만큼 강렬하다. 허리를 살짝 더 구부리고, 팔을 손잡이에 얹는다. 쉬어가는 동작 인가 했는데, 아니다. 그 자세로 무릎을 가슴께로 끌어당기며 단거리 질주하듯이 뛰었다. 몸이 트램펄린 위에서 튀는데, 심장도 덩달아 튀어나올 것 같았다. 그 어떤 고강도 운동을 할 때보다 심박 박동 수가 빨라진 느낌이었다. 교육장의 거친 숨소리와 열기에 바깥이 영하 5도의 한겨울인 걸 잊을 정도였다. 당장 뛰쳐나가 벌게진 얼굴을 식히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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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뛰었지만, 평소 달리기를 하면 불편감이 느껴지던 오른쪽 무릎에서는 별다른 이상 신호가 감지되지 않았다. 딱딱한 바닥이 아닌 트램펄린 위에서 뛰는 운동의 장점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미세먼지가 짙은 날이 많아 실외 달리기를 할 수 있는 날이 많지 않은 요즘이라 그런지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운동이다. 점핑하이의 누리집에서 점핑 피트니스를 할 수 있는 곳을 찾아보니 의외로 많다. “이곳 직영센터처럼 점핑 피트니스만 하는 곳도 있지만, 일반 피트니스 센터의 지엑스 프로그램으로 점차 보급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점핑하이 대표는 말했다.


최근에는 점핑 운동 강습을 듣는 사람 외에도 트램펄린 운동 기구를 사 집에서 혼자 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우리 술 소개 누리집 대동여주도 운영자 이지민 ‘피알(PR) 5번가’ 대표도 그런 이 중의 한 명. 지난 9일 한 홈쇼핑에서 트램펄린을 구입해 집에 설치한 그는 “잡념이 많을 때 트램펄린 위에서 15분만 뛰면 마음의 평화가 찾아온다”고 한다. “혈액 순환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는 게 그의 평이다.


점핑하이의 트램펄린도 사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윤하이 대표는 점핑하이 강습을 들어본 사람에게만 트램펄린 구입을 권한다. 가격도 온라인 쇼핑몰이나 홈쇼핑에서 파는 제품보다 3~4배 비싼 편이다. 그는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티유비(TUV·독일의 품질 안전 인증) 마크를 받은 제품은 체코의 ‘점핑 피트니스’ 제품이 유일하다. 이 트램펄린에는 마지막 조립을 맡은 사람의 이름이 새겨져 있을 정도로 장인 정신이 반영된 제품이다.” 어떤 운동 기구가 유행하면, 복제한 제품이 순식간에 퍼진다. 그러나 그런 운동 기구들 가운데는 동작만 쉽게 하도록 도와줄 뿐 체력을 단련하는 데는 도움을 주지 못하는 제품도 여럿이다. 윤 대표는 “제대로 된 운동 지식을 갖춘 강사와 제대로 만들어진 기구, 이 두 가지 조건이 갖춰야 점핑 운동의 효과를 최대로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2019.02.27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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