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독한 술 ‘부어라 마셔라’? 대세는 ‘저도주’

[푸드]by 한겨레

라이프 레시피 │이기적인 음료

<와인 21> 편집장·<대동여주도> 대표 추천

가벼운 와인·우리 술· 소다 탄 리큐어 인기

아직도 독한 술 ‘부어라 마셔라’?

밤늦도록 ‘부어라 마셔라’하는 술 문화가 바뀌고 있다. 밤새워 마시는 이는 이제 촌스러운 사람으로 취급당한다. 대화를 나누며 가볍게 즐기는 술자리가 대세다. ‘주 52시간 근무’로 생긴 여가, 폭염 등이 변화의 요인이다. 특히 더운 날 마시는 술은 위험하기도 하다.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알코올 의존치료센터 이수정 교수는 “올라간 기온으로 혈액 순환이 활발해져 두뇌까지 알코올이 빨리 운반되기 때문에 더 빨리 취한다”라며 “알코올의 이뇨작용 때문에 탈수가 일어나 열사병에 걸리기 쉽다”고 한다. 대신 도수가 낮은 술을 마시면서 즐거운 대화를 나누는 모임은 늘고 있다. 칵테일도 인기다. 어떤 술이 있을까? 와인전문 웹진 <와인21> 변용진 편집장, <대동여주도> 이지민 대표 등이 추천에 나섰다.

아직도 독한 술 ‘부어라 마셔라’?

150 역사의 취기에 소다를 타다

캄파리 소다


157년 역사를 자랑하는 이탈리아 술 캄파리는 소다 등을 섞어 가볍게 마시는 대표적인 식전주로 불린다. 캄파리 30㎖와 소다 90㎖를 섞으면 목 넘김이 편한 음료와 다를 바 없다. 진한 붉은색과 향이 특징인 캄파리는 1800년대 만들어진 레시피가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30~60가지 재료가 혼합된 것으로 추정할 뿐 정확한 레시피는 공개된 적이 없다. 캄파리 소다는 이탈리아 아페리티보 문화의 선두주자다. 아페리티보는 이탈리아인들이 식사를 하기 전에 다양한 저도주로 식욕을 돋우는 문화를 말한다. 캄파리 소다는 황홀한 색과 달콤하면서도 살짝 쓴맛을 내세워 이탈리아인들의 혀를 사로잡았다.

아직도 독한 술 ‘부어라 마셔라’?

‘치와’가 왔어요!

에스타 상그리아 레드


조리가 번거로운 상그리아를 보다 편하게 즐길 수 있게 됐다. 달콤한 에스타 상그리아 레드는 375㎖ 양으로 1인 가구에 최적화된 와인 칵테일이다. 씨유(CU) 편의점 전국 주요 매장에서 판다. 마시는 순간 로맨틱하면서도 달콤한 꽃향기와 향긋한 레몬 향이 느껴진다. 바디감은 가벼운 편이다. ‘치와’(치킨+와인) 또는 ‘피와’(피자+와인)의 대명사다. 가벼운 스낵이나 매콤하고 달콤한 떡볶이와 잘 어울린다. 잔에 얼음을 넣은 에스타 상그리아 레드와 콜라나 사이다를 1:1 비율로 섞어 마시는 것을 추천한다. 취향대로 과일을 추가해도 좋다.


칸티 프로세코 아이스


와인 입문자도 전문가도 모두 만족할 만한 이탈리아 스파클링 와인이다. 초록색 사과와 레몬 계열의 상큼한 과일 맛이 돋보이는 술이다. 신선한 산미와 부드러운 탄산, 은은한 꽃 향기가 특징이다. 차갑게 해 식전주로 즐기거나, 담백한 안주나 매콤한 아시아 요리와 즐기면 좋다. 민트 잎과 블랙베리, 얼음과 같이 마시면 좋다.


산다라 와인 모히토


상큼하면서 가벼운 단맛이 특징인 스파클링 와인이다. 술에 약한 이도 가볍게 마실 수 있다. 라임 색깔에 레몬 빛이 살짝 돌고 상쾌한 민트와 초록 사과의 향이 풍부하며 살짝 감귤류 과일 향도 난다. 축배가 필요한 자리나 파티에서 인기가 많다. 카나페나 매콤한 간식과 잘 어울린다. 잔에 얼음을 넣어 차갑게 마시는 것을 추천한다. 편의점에서도 판다.

아직도 독한 술 ‘부어라 마셔라’?

다양해진 우리 술, 신기한 맛

고도리 복숭아 와인


풍부한 복숭아 향과 적당한 단맛과 신맛이 어우러진 달콤한 맛이 특징이다. 얼음을 넣고 차게 마시면 갈증을 해소해준다. 경북 영천의 친환경 복숭아를 재료로 만든다. 8월 말 수확해 영하 10도에서 20일간 냉동 숙성시켜 제조한다. 마시기 좋은 최적 온도는 8~10도다. 과일 화채에 곁들여 먹기 좋다. 몰드에 담아 아이스바처럼 얼려 즐기는 것도 추천한다. 열무김치와 오이를 올린 비빔국수와도 잘 어울린다.


니모메


‘니모메’는 제주도 서귀포시 부근의 하논과 무릉리 논에서 재배한 쌀과 제주도 특산물인 제주 감귤의 껍질을 발효시켜 만든 술이다. 귤의 껍질인 진피는 버리는 경우가 많지만, 맛과 향은 껍질에 몰려 있어 양조에 좋은 재료가 된다. 유럽 등지에서는 술의 향과 맛을 더하는 재료로 사용한다. 단맛이 과하지 않아 음식과 잘 어울린다. ‘니모메’라는 독특한 이름은 제주도 방언으로 ‘너의 마음에’라는 뜻이다. 11도로 꽤 도수가 높아 주로 얼음을 넣어 마신다. 오렌지, 자몽 계열의 과일이 들어간 빙수나 차가운 무스 케이크도 잘 어울린다.


레돔 내추럴 시드르


프랑스인 도미니크 에어케가 한국인 아내 신이현씨와 함께 사과 산지로 유명한 충북 충주에 정착한 후 만든 술이다. 남편의 이름을 따 ‘레돔’이라 이름 지었다. 프랑스 사과 농가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전통 방식으로 만든 술이다. 과일이 발효되며 생기는 천연 기포가 매력적이다. 입안에서 기포가 터질 때 은은한 사과와 꽃향기가 난다. 사과의 풍미, 당도, 산도 등이 균형을 이룬다. 기름진 음식의 느끼함은 없애주고, 해산물이나 샐러드와 잘 어울린다. 우리네 음식인 전과 찰떡궁합이니 추석날 가족과 마실 술로도 적합하다.


정민석 교육연수생,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아페리티보 문화란?

최근 한국에서도 이탈리아 아페리티보(식전주) 문화가 퍼지고 있다. 도수가 낮은 가벼운 칵테일은 대화를 끌어내는 윤활유다. 소셜 다이닝, 낯선 이와 함께하는 클래스 등 요즘 20~30세대의 변화된 문화가 한 이유다. 원조국인 이탈리아에서 지난 7월 한국을 방문한 캄파리 프랑코 페로리 아시아퍼시픽 대표에게 아페리티보 문화에 대해 알아봤다.

 

아직도 독한 술 ‘부어라 마셔라’?

- 이탈리아 아페리티보 문화가 무엇인가요?


“‘아페리티보’는 ‘연다’는 뜻이 포함돼 있다. 대화를 여는 것이다. 다른 사람과 이야기할 기회를 주는 즐거움이다. 길게는 2시간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식사 전에 알코올 도수가 낮은 술을 1~2잔 마시면서 서로 알아가는 시간을 가지는 문화다. 하루 일로 생긴 스트레스를 푸는 데 좋다.”


- 주로 칵테일인가요? 같이 먹으면 좋은 먹거리는요?


“아페리티보는 항상 음식과 같이하는 문화다. 치즈, 피자, 땅콩, 연어, 채소, 토마토와 모차렐라 같은 핑거 푸드나 차가운 고기와 파스타와 잘 어울린다. 칵테일만 마시는 건 아니다. 스파클링 와인, 샴페인, 잔에 얼음을 넣은 스피릿(도수가 높은 증류주), 소다나 오렌지주스와 섞은 캄파리 등 다양하다.”


- 최근 세계 주류 문화가 변하고 있다.


“아페리티보 문화가 널리 퍼지고 있다. 트렌드다. 서울에도 칵테일 바가 많이 생겼다. 세계적인 추세는 술을 적게 마시는 것이다. 대신 질이 높은 술을 선호하는 편이다. 브랜드의 진정성도 세계 주류업계의 중요한 이슈다.”


- 스페인의 타바스 바처럼 아페리티보 바도 이탈리아에 있다고 들었다.


“스페인과는 좀 다르다. 타파스 바는 음식에 비용을 지불하지만 아페리티보 바는 술값만 내면 많은 종류의 음식을 먹을 수 있다.”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정민석 교육연수생, 박미향 기자 mh@hani.co.kr

2018.09.13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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