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 더 화나는 가격인상 ‘앵그리 5법칙’

[한겨레] Weconomy | 소비자 리포트_‘도미노 가격인상’ 26개사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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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 빼고 다 올랐다”는 하소연이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지난해 11월부터 최근 9개월간 술, 음료, 라면, 빵, 커피, 햄버거, 화장품 등 소비자들에게 꼭 필요한 가공식품과 생활용품, 외식업 가격이 일제히 올랐다. 가뭄·태풍으로 과일·채소 등 장바구니 물가까지 급등하면서 소비자들의 부담은 점점 커지고 있다.


좀처럼 늘지 않는 소득에 물가 상승은 가계 곳간에 큰 부담을 안긴다. 특히 납득하기 힘든 이유로 기업이 가격을 올리면 불매운동으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16일 최근 9개월간 제품값을 올린 26개 업체를 살펴보니, 가격인상의 일정한 법칙이 보였다. 인상 시기와 방법, 근거 등 여러 공통점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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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정권교체기 틈타…

정부 감시 느슨, 식품 물가 급등


정권 교체기, 불안정한 정치 환경을 이용해 가격을 우르르 올리는 것은 이미 알려진 ‘공식’이다. 레임덕, 혼란, 대통령 선거 등 정부의 감시망이 느슨해진 틈을 노리는 것이다. 실제 대통령 탄핵 정국이 시작된 지난해 말부터 19대 대통령 선거가 있던 5월까지 가격 인상이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26개 업체 가운데 21곳이 이 시기에 집중해 값을 올렸다. 과거에도 마찬가지였다.


에스케이(SK)증권이 지난 5월 낸 보고서를 보면, 대체로 대통령이 바뀌던 해 식료품 소비자물가지수(CPI) 증가율이 높다고 분석했다. 서영화 에스케이증권 분석가는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에 식료품 가격 인상이 빈번하게 일어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② 업계 1위 먼저 ‘총대’

독과점 폐해…후발 기업 가세


독과점시장일수록 업계 1위 기업이 가격 인상의 ‘총대’를 멘다. 마치 서로 입을 맞춘 듯, 1위 기업이 치고 나가면 후발 주자들이 뒤따라 올린다. 맥주 시장의 부동의 1위인 오비맥주는 지난해 11월 카스·카프리 등 출고가를 평균 6% 올렸다. 곧이어 12월엔 2위 업체인 하이트진로가 맥주값을 평균 6.33% 인상했다. 국내 맥주는 오비가 65%, 하이트진로 31%로 독과점시장이다.


대표 서민 식품인 라면도 같은 양상이다. 업계 1위인 농심은 지난해 12월 라면의 권장소비자가격을 평균 5.5% 인상했다. 신라면 등 18개가 올랐다. 뒤이어 삼양식품은 올 5월 삼양라면 등 12개 제품에 대해 평균 5.4% 가격을 올렸다. 몇 개월 간격을 두고 있지만, 인상률이나 인상 근거(물류비 상승 등)는 비슷하다. 라면 시장에선 농심이 50%, 삼양은 10%를 차지하고 있다.


1위 업체가 올리면 후발 기업들이 뒤따르면서 전반적으로 가격이 인상된다. 상위 업체의 점유율이 높은 품목은 소비자들이 가격 인상에 부당함을 느껴도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다. ‘1위의 배짱’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③ 인상 이유? 영업비밀!

실적 좋아도 “경영비용 늘어서…”


값을 올리는 구체적 산출 근거를 공개하지 않는 것도 소비자들을 답답하게 한다. 기업들은 이유를 설명하기는 한다. 제조원가뿐만 아니라 인건비·물류비·판매 관리비 등 경영비용이 올라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진작 올려야 했는데 그동안 참았다는 얘기도 빠지지 않는다. 하지만 상세한 내역이나 구체적인 내용은 영업비밀을 이유로 덮어둔다. 하지만 실적을 따지면 의구심은 커진다. 예컨대 엘지(LG)생활건강의 코카콜라 음료는 매년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다. 매출액은 2014년 1조172억원에서 2015년 1조812억원, 지난해 1조1432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보였다. 내실도 좋다. 영업이익률은 같은 기간 7.3%, 9.3%, 9.7%로 증가하고 있다. 그런데도 거의 해마다 가격을 올리고 있다.


오비맥주도 마찬가지다. 오비맥주의 영업이익률은 최근 5년(2012년~2016년) 동안 평균 26.5%다. 식료품 제조업의 영업이익률이 평균 4.2%인 것을 감안하면 6배 이상 높은 편이다. 매출원가율도 지난해 말 기준 1년 전보다 1.4%포인트 하락했다. 그런데도 최근 가장 높게 가격을 올렸다. 오비는 2009년 2.8%, 2012년 5.89%, 이번에는 6% 인상했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4년3개월 만의 인상이다. 그동안 인건비·관리비 등 다른 것들이 많이 올라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며 “영업이익률이 높은 것은 자회사가 없어 (내부거래 대신) 공개입찰을 통한 최저가낙찰 등의 영향이다. 이익률이 유지돼야 신규 투자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④ 리뉴얼 핑계로 슬쩍

포장 바꾸고, 용량 조금 늘려서…


여름을 앞두고 빙수와 빙과류 제품도 줄줄이 올랐다. 이른바 ‘리뉴얼’이라는 이름을 붙여 새 제품인 양 가격을 인상했다. 드롭탑은 ‘망고 빙수’를 ‘망고치즈 빙수’로, ‘블루베리 빙수’는 ‘새콤한 더블베리 빙수’로 리뉴얼한 뒤 각각 1만800원에서 1만2900원으로 19.4% 올렸다. 롯데리아가 운영하는 나뚜루팝은 구름팥빙수에 재료를 추가하고 팥 양을 늘리면서 가격을 5500원에서 6500원으로 18.1%나 올렸다.


빙과류도 리뉴얼을 이유로 빙그레, 롯데푸드, 해태제과가 각각 가격을 최대 20%까지 올렸다. 포장을 바꾸고 용량을 늘리거나 재료를 추가하는 등 ‘리뉴얼’을 통해 가격을 올리는 것은 꽤 오래된 고전적인 방식이다. 소비자들은 크게 변화를 느끼지 못하는데, 기업이 가격을 인상할 명분으로 리뉴얼한 것 아니냐는 ‘꼼수 인상’ 논란이 매번 나오고 있다.


⑤ 가맹점 어려운 탓?

본사는 ‘갑질’…소비자가 봉


치킨·빵집 등 프랜차이즈업계는 가격을 올리면서 임차료·인건비 상승으로 가맹점이 어려워서라고 설명한다. 대표적인 기업이 비비큐(BBQ)였다. 비비큐는 지난 5월 치킨 가격을 올리면서 “본사의 경우 가격 인상분 중 10원도 가져가지 않는다. 가맹점주의 고통을 덜기 위해 가격을 올리는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실제는 달랐다. 광고비 분담을 위해 판매 마리당 500원씩 거둬들이겠다고 가맹점에 통보한 것이 드러났다.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에 이어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가 시작되자, 이미 올린 제품의 가격을 모두 내리기도 했다. 대체로 프랜차이즈의 경우 매출액 등 본사의 실적은 좋은 데 반해 가맹점은 어려운 경우가 많다. ‘배부른 본사’가 가맹점의 어려움을 가격 인상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떠넘기려 한다는 반발이 나오는 이유다.


소비자 단체들은 가격 인상에 무조건 반대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한다. 김연화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 위원장은 “시국이 어수선한 틈을 이용해 꼼수 인상을 하고, 터무니없이 가격을 올리면 당장 경제적 이익은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업에 대한 불신을 키워 불이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영업비밀을 다 공개하라는 얘기가 아니라, 소비자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인상 요인을 충분히 설명하고 설득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가격 인상 26개 업체>


오비맥주(카스 등 맥주), 하이트진로(하이트 등 맥주), 롯데칠성음료(사이다 등 음료), 농심(신라면 등 라면), 삼양식품(삼양라면 등 라면), 맥도날드(빅맥세트 등 햄버거), 버거킹(와퍼 등 햄버거), KFC(징거버거 세트 등), 서울우유(버터), 동원F&B(참치·버터), 탐앤탐스(커피), 빽다방(커피), 아모레퍼시픽(화장품), LG생활건강(화장품·코카콜라 등 음료), 드롭탑(빙수), 투썸플레이스(빙수), 나뚜루팝(빙수), 뚜레쥬르(빙수), 설빙(빙수), 하겐다즈(아이스크림), 빙그레(빙과), 롯데푸드(빙과), 해태제과(빙과), 파리바게뜨(빵), 매드포갈릭(외식업), 남양유업(컵커피)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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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16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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