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그림이 인공지능의 작품일까?

일반인 대상으로 그림 7점 놓고 물어본 결과

대부분이 인공지능 그림 5점 중 1점만 맞혀

한겨레

이 글을 읽기 전에 우선 A에서 G까지 알파벳 번호가 매겨진 7점의 그림을 훑어보자. 그림 가운데 사람이 그린 것은 두점뿐이다. 나머지는 인공지능이 그린 그림이다. 어느 그림이 사람이 그린 것일지 점 찍어 놓은 뒤 읽어내려가 보자. 정답은 글 하단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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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상화에서 풍경화, 정물화에 이르기까지 인공지능이 그린 그림은 이제 억대의 값에 팔릴 정도로 기술 발전을 이뤘다. 2018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선 인공지능 그림이 43만달러(4억8000만원)에 팔려 화제가 됐다. 인공지능 그림이 미술시장에서 거래되는 현실은 그만큼 인공지능의 그림 수준이 높아졌다는 징표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인공지능이 그린 그림과 화가가 그린 그림을 구별해낼 수 있을까?


미국 콜로라도볼더대 하샤 강가다바틀라(Harsha Gangadharbatla) 교수(저널리즘)가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대부분이 인공지능의 그림과 사람의 그림을 제대로 구별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은 기계학습 알고리즘으로 수많은 실제 그림을 보고 훈련하는 방식으로 그림 실력을 쌓는다. 기계학습에 사용한 그림 수가 많을수록 붓놀림이 사람이 그린 것과 흡사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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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화는 사람, 추상화는 기계가 그린 것으로 생각


강가다바틀라 교수는 아마존 터크(Amazon Mechanical Turk)라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실험참가자 211명을 모집하고, 이들에게 7점의 그림을 보여주며 인공지능이 그린 건지, 사람이 그린 건지 답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 결과 응답자의 75~85%는 인공지능 그림 5점 중 하나만 맞히고 나머지 4점은 잘못 추측했다. 응답자들이 맞힌 것은 인공지능이 그린 추상화였다. 5점의 인공지능 그림 가운데 단 한 점을 제외한 모든 인공지능 그림에 대해 인간이 그린 것이라는 답변 비율이 50%를 넘었다.


답변 결과를 분석해 보면 참가자들은 일반적으로 구상화는 인간의 작품으로, 추상화는 기계의 작품으로 생각하는 경향을 보였다. 강가다바틀라 교수는 또 참가자들이 그림 작업의 주체가 사람이냐 인공지능이냐에 따라 작품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예컨대 컴퓨터가 만들어낸 작품이라는 걸 알게 되면 그림의 가치를 덜 매겼다.


강가다바틀라 교수는 `더타임스' 인터뷰에서 “창의성과 창작 과정은 인간이 쥐고 있는 마지막 영역으로 남아 있다”며 “그러나 오래지 않아 컴퓨터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작품을 만들어낼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만약 컴퓨터가 사람들이 묵시적으로 인간 본질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뭔가를 만들어낸다면 이는 감정이나 정서를 알고리즘으로 재현할 수 있다는 걸 뜻하는 것일까”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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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데일리메일'에서 재인용.

이제, 정답을 확인해 보자.


사람이 그린 그림은 B와 C다. 나머지는 모두 인공지능의 작품이다.


B는 매사추세츠주의 인상주의 화가 톰 베일리(Tom Bailey)의 작품이고, C는 인디애나주의 추상화 작가 스티브 존슨(Steve Johnson)의 작품이다.


특히 인공지능이 그린 것 중 그림 A는 응답자 10명 가운데 무려 8명(77%)이 사람이 그린 그림으로 추정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경험적미학협회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예술실증연구'(Empirical Studies of the Arts) 2월16일치에 발표됐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2021.03.04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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