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이 뱉은 진주’의 섬, 럭셔리한 여행자의 시간은 천천히 간다

에메랄드빛 바다 위에 진주처럼 떠 있는 베트남 하롱베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의 장대한 풍경 속에서 동굴 만찬·카르스트 지형 감상·럭셔리 리조트 스테이까지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여행자의 순간이 완성된다.

베트남 하롱베이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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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현지시각) 저녁 베트남 꽝닌성 ‘인터컨티넨탈 하롱베이 리조트’ 앞 해변에서 바라본 석양. 김영원 기자

에메랄드빛 바다에 수를 놓은 듯한 석회암 섬들이 가득한 베트남 북동부 하롱베이(할롱베이). 용이 두고 간 진주처럼 섬들은 찬란한 빛을 뽐낸다. 깟바군도를 품고 있는 하롱베이는 1994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섬들의 숲’이다. 


베트남 북동부 꽝닌성과 하이퐁시에 걸쳐 있는 지역으로 대략 1900개 넘는 섬이 펼쳐져 있다. 이국적이고 생경한 풍광으로 특히 인기다. 여행 리서치 전문 기관 컨슈머인사이트 2023년 자료를 보면, 베트남은 한국인이 일본에 이어 가장 많이 찾는 여행지다. 지난달 23일부터 나흘간 이곳을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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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현지시각) 하롱베이 풍경. 김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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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현지시각) 베트남 하롱베이 풍경. 김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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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령 기자

하롱베이는 수많은 석회암 섬과 기암괴석이 바다에 다양한 크기와 형태로 솟아 있는 카르스트 지형이다. 수백만년 동안 석회암이 녹고 깎이며 미로 같은 석회동굴을 만들어냈다. 푸른 식물이 뒤덮은 크고 작은 섬들을 바라보고 있자면 마치 영화 ‘아바타’에 나오는 판도라 행성에 와 있는 기분이 든다.


카르스트 지형에 관한 이야기는 하롱베이의 전설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외적의 침입이 끊이지 않던 시절, 용이 인간들을 돕기 위해 땅에 내려왔다. 용은 수천개의 진주와 보석을 뱉어 바다에 수많은 섬을 만들었다. 적의 배들은 이 섬들에 부딪혀 산산이 부서졌다. 베트남 사람들을 지켜준 용의 진주와 보석들은 여전히 석회동굴 깊은 곳에 숨겨져 있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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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 진주 동굴’에선 식사 전에 공연이 진행된다. 무용수들의 화려한 춤사위가 하롱베이 전설을 들려준다. 김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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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꽝닌성 하롱베이에 있는 ‘용의 진주 동굴’에서 펼쳐진 공연. 김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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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꽝닌성 하롱베이에 있는 ‘용의 진주 동굴’. 김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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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꽝닌성 하롱베이에 있는 ‘용의 진주 동굴’에 펼쳐지는 공연. 김영원 기자

하롱베이의 석회동굴과 그 전설을 제대로 느껴볼 수 있는 곳은 ‘용의 진주 동굴’이라고 불리는 ‘항응옥롱’이다. 이 동굴에선 공연과 만찬을 즐기는 이색적인 경험을 할 수 있다. 1억5000만년의 역사를 품은 ‘용의 진주 동굴’은 들머리부터 웅장함으로 여행객의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석회동굴답게 종유석과 석순, 석주 등의 특징적인 형태가 돋보인다. 화려한 조명이 만드는 그림자 사이로 빠르게 날아다니는 박쥐를 발견하는 재미도 있다. 1년 내내 시원한 온도가 유지되기 때문에 무더위에도 여행하기 좋다. 다만 습도가 높아 가벼운 옷차림으로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지난달 23일 저녁 동굴 안으로 깊이 들어가자 테이블과 무대가 형형색색의 조명 아래 차려져 있었다. 저녁 식사에 앞서 신성한 진주를 찾아 떠나는 여정을 담은 무용 공연이 진행됐다. ‘하강하는 용’을 뜻하는 ‘할롱’(Ha Long, 下龍)이라는 이름의 기원을 시작으로 하롱베이 전설이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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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꽝닌성 하롱베이에 있는 ‘용의 진주 동굴’에서 펼쳐지는 공연. 김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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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꽝닌성 하롱베이에 있는 ‘용의 진주 동굴’에서 펼쳐진 공연. 김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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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꽝닌성 하롱베이에 있는 ‘용의 진주 동굴’에서 펼쳐진 공연. 김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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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꽝닌성 하롱베이에 있는 ‘용의 진주 동굴’에 차려진 화려한 만찬 테이블. 동굴에서 공연을 보면서 하는 미식 체험은 독특한 기억을 남긴다. 김영원 기자

공연이 끝나자 7가지 코스 식사가 시작됐다. 메인 코스는 땅콩버터와 비스크 소스를 곁들인 랍스터 요리와 케일, 매시트포테이토로 맛을 낸 소갈비 요리였다. 우리네 갈비찜과 흡사해 이국적인 맛에 익숙하지 않은 여행객들이 환호할 만했다. 고기가 부드러워 노인들이 즐기기에도 무리가 없다. 마무리로 나오는 디저트와 허브차가 미식의 즐거움을 배가시켰다. 부드러우면서 쌉싸름한 우롱차로 만든 젤리에 차 한모금을 곁들이면 동굴 모험이 완성된다.


식사 환경은 맛에 영향을 미친다. 근사한 레스토랑일수록 인테리어에 신경 쓰는 이유다. 이런 이유로 이 동굴에서의 저녁 식사는 특별하다. 자연이 빚은 인테리어가 색다른 미식에 몰입하게 한다. 동굴 미식이 하롱베이의 ‘신상 여행 맛집’이라면 섬 사이를 주유하는 유람선 투어와 어촌 견학은 ‘스테디셀러 투어’다. 


기암괴석과 찬란한 태양, 볼을 스치는 바람 등을 맘껏 만끽하는 유람선 투어는 일찌감치 하롱베이 대표 여행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끄어반 수상마을은 여러 여행 전문 매체가 전세계에서 손꼽는 어촌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그저 해변에서 휴식만 하기엔 시간이 아깝다면 카약, 패러글라이딩 등 다양한 해양스포츠와 오징어 낚시를 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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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에서 맛보는 갈비 요리 맛은 일품이다. 당근 등이 곁들여졌다. 김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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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에서 맛보는 랍스터 요리 맛은 일품이다. 땅콩버터 소스가 곁들여졌다. 김영원 기자

신이 베푼 은혜 같은 풍경과 감탄사가 쏟아지는 미식 경험 등이 가득한 이곳에, 인터컨티넨탈 하롱베이 리조트가 지난여름 문을 열었다. “육지에서 가장 하롱베이군도에 가까운 지점”에 지어졌다는 이 리조트는 하노이 노이바이 국제공항에서 차로 약 2시간, 또는 하이퐁 깟비 공항에서 차로 40여분을 달리면 도착한다. 


하롱베이 최초로 생긴 고급 해변 리조트다. 베트남은 정부가 나서 관광의 고급화를 권장하고 있다. 저렴한 여행지란 인식만으로는 관광산업의 영속성을 담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더구나 ‘버추오소 투어’(럭셔리 여행)가 최근 대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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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컨티넨탈 하롱베이 리조트’ 풍경. 베트남은 최근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럭셔리 여행’에 집중하기 위해 글로벌 호텔 유치에 나서고 있다. 김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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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컨티넨탈 하롱베이 리조트’ 앞 풍경. 김영원 기자

인터컨티넨탈 하롱베이 리조트는 ‘럭셔리 여행지’로서의 하롱베이의 이미지 변신을 이끌고 있다. 다양한 숙박 옵션이 있는데 모두 오션뷰다. 174개 객실과 스위트, 60개 레지던스, 41개 빌라 거의 모두 바다를 향해 창이 나 있다. 리조트에는 스파는 물론 3개의 야외 수영장과 놀이방, 피트니스 센터가 배치돼 있다. 클럽 라운지는 전용 수영장까지 갖추고 있어 ‘럭셔리 호캉스’를 원하는 여행객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가 된다.


야스페르 바크 라르센 총지배인은 리조트의 ‘현지화’를 강조했다. 전통 바구니 배에서 영감을 받은 로비, 하롱베이 바다의 청록색을 강조한 객실, 물고기와 배의 형상을 담은 작품 등으로 미학적 완성도를 높였다. 지난달 25일 열린 리조트 론칭 행사 ‘에코 오브 엘레강스’에서 라르센 총지배인은 “하롱베이에 위치한 최초의 럭셔리 지향 리조트로서, 예술, 패션, 세련된 라이프스타일을 문화적 서사와 지역의 특징을 결합한 경험으로 선보일 수 있어 자부심을 느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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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컨티넨탈 하롱베이 리조트’에 있는 레스토랑 ‘마리나 키친’ 점심 코스 중 하나. 오징어 요리로 먹물 파에야와 마늘 아이올리 소스가 곁들여졌다. 김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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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컨티넨탈 하롱베이 리조트’에 있는 레스토랑 ‘마리나 키친’ 점심 코스 중 하나. 김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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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컨티넨탈 하롱베이 리조트’에 있는 레스토랑 ‘마리나 키친’ 점심 코스 중 하나. 김영원 기자

리조트가 강조하는 현지화는 이곳의 미식 경험에 잘 드러난다. ‘마리나 키친’은 하롱베이에서 나는 신선한 해산물을 세련된 방식으로 소개한다. ‘블루크랩’으로 만든 쌀국수는 한국에서 인기 있는 고기 육수 쌀국수와는 전혀 다른 깊은 바다의 풍미를 선사한다. 


하롱베이에서 꼭 먹어야 하는 게 있다면 바로 오징어다. 아침에 잡은 신선하고 오동통한 오징어를 구워 새콤달콤한 베트남식 소스와 곁들여 먹는 한입에서 오징어의 숨겨진 맛을 재발견한다. 프렌치 레스토랑 ‘라 바게트’는 정통 프렌치 메뉴에 베트남식 변주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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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롱베이 석양 풍경은 여행자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김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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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롱베이 석양 풍경은 여행자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김영원 기자

하롱베이에 머무는 동안 눈을 뗄 수 없는 건 바다 위 ‘용의 거대한 진주들’의 모습이다. 군도는 날씨에 따라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여준다. 맑은 날에는 섬 사이사이를 누비는 배들과 넓은 바다 위를 가로지르는 새들의 날갯짓이 절경을 이룬다. 태풍의 영향으로 흐린 날엔 웅장한 수묵화 병풍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맑은 날 해 질 녘 형형색색으로 물드는 하늘은 바다 수영을 즐기는 이들을 매료시킨다.


바닷가를 벗어나면 시내에서 보이는 군도의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신호등 없는 도로를 바쁘게 달리는 자동차와 오토바이들 너머에 도시 대신 섬이 있다. 한국의 대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낯선 풍경이다.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드는 풍경 속에 가득 채워지는 활동과 미식. 하롱베이에서는 여행자의 시간이 천천히 간다.


하롱베이(베트남)/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2025.11.18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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