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는 괜찮아, 호텔은 안 알려주는 ‘슬기로운 이용팁’

과하지 않게…상식적 요청엔 호텔도 “OK”


예약 때 최저가 고집하지 말고


공식 홈페이지 조건 꼼꼼 비교


물·얼음통·공청기 등 요청 가능


몰지각 ‘진상고객’은 되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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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름휴가도 망했다. 이게 다 코로나 때문이다, 라고 정신승리를 해도 이 뜨거운 여름 방 안에서 보낼 생각을 하면 우울하기 짝이 없다. 이미 휴가는 한창이고, 곧 절정에 이른다.


휴가를 가더라도, 적극적인 야외 활동보다 대면 접촉을 줄이기 위해 호텔 등 숙소 안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굳이 호캉스라는 말을 쓰지 않더라도, 호텔은 휴가의 중심이 된 지 오래다. 하지만 우리는 그만큼 호텔을 잘 이용하고 있을까? 특히 휴가철 프리미엄이 붙어 비싼 값을 치르지만, 잠만 자다가 나오는 건 아닐까. ‘코로나 휴가 시대’를 관통하는 우리에게 ‘슬기로운 호텔 사용 설명서’가 필요한 이유다.




호텔은 예약 단계가 가장 힘들 수도 있다.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으니까. 호텔을 예약하기 전에 3·6·9라는 숫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바로 1년 가운데 호텔 객실료가 가장 저렴한 달이다. 일명 비수기. 봄·여름·가을 휴가 적기를 앞둔 직전 달이다. 이 가운데서 가장 객실료가 싼 시기는 추석 연휴 직전과 직후다. 파라다이스시티 관계자는 “추석 직전과 직후를 잘 이용하면 좀 더 저렴하게 호캉스를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여름휴가 계획을 잡지 못한 사람들이 새겨들을 말이다. 올해 추석 연휴는 9월20~22일이니 참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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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를 정했다면, 이제 실제 예약 단계다. 대부분 포털의 호텔 최저가 검색 서비스를 이용할 것이다. 나쁘지 않다. 하지만 호텔 공식 누리집(홈페이지) 검색은 필수라는 것이 호텔 종사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아코르 앰배서더 관계자는 “글로벌 체인 호텔의 경우 인터내셔널 홈페이지에서 회원 가입을 한 뒤 검색을 하면 포털 최저가보다 나은 조건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가격만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혜택을 받을 가능성도 크다. 안다즈 서울 강남 관계자는 “공식 홈페이지 예약 때 같은 스탠더드룸이라고 해도 좀 더 좋은 방을 배정받을 확률이 크다”고 귀띔했다. 룸 컨디션이나 층고 등 사람들이 좀 더 선호하는 방에 우선 배정된다고 하니 가격 차이가 아주 크지 않다면 고려할 만하다.


‘최저가 함정’도 조심해야 한다. 예를 들면 지나치게 싼 방이라면 조식이 포함되지 않은 경우도 많고, 기본으로 제공되는 고품질의 어메니티(편의물품)를 못 받을 수도 있다. 만약 아이가 있다면, 스탠더드룸이 아닌 한 단계 위 디럭스나 스위트룸으로 눈을 돌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방 등급이 올라가면 대체로 조식은 기본 사항이 되고, 여기에 일부 호텔이 운영하는 이그제큐티브 라운지를 사용할 수 있는 특권을 준다. 이그제큐티브 라운지는 간단한 업무를 보면서 다과를 즐기는 공간인데 대부분 와인, 샴페인, 맥주 같은 주류와 간단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식사를 뷔페식으로 제공한다. 가족 한 끼가 해결되는 셈이니 계산기를 두드려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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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적으로 예약을 마친 당신. 이제 체크인 시간이다. 호텔의 체크인은 대부분 오후 3시다. 3시 정각에 맞춰 체크인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살다 보면 여러 상황이 생긴다. 한 시간 정도 일찍 도착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호텔 로비에서 3시가 될 때까지 멍하니 앉아 있어야 하나? 시간 허비하지 말고 일단 체크인이 가능한지 요청해보자, 성수기가 아니라면, 바로 입실이 가능한 경우가 많다.


“방이 정비 중이라 대기가 필요하다”는 답이 돌아왔다면? 다시 자리로 돌아가야 할까. 아니다. “대기하는 동안 수영장이나 체육관을 이용할 수 있을까요? 짐은 방으로 올려주세요”라고 요청해보자. 적어도 ‘특급’호텔이라면 ‘오케이’한다. 그들도 호텔 라운지가 도떼기시장처럼 북적이는 걸 원치 않는다. 파크하얏트 서울 관계자는 “체크아웃과 체크인 시간 사이가 수영장과 체육관의 황금시간대다. 혼자 전세 낸 것처럼 사용할 수 있다”고 팁을 알려줬다. 여유 있게 수영이나 운동을 즐긴 뒤 사람들이 몰릴 때 유유히 빠져나와 깨끗하게 정비된 룸으로 들어가 보자.


체크아웃도 마찬가지다. 정각에 맞추는 게 가장 좋겠지만 성수기가 아니라면 레이트 체크아웃을 요청해보자. 한 시간 정도 여유를 준다는 게 호텔리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단, 뭐든 과하면 금물. 상식선에서 요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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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안으로 들어온 당신. 호캉스를 즐기는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듯 룸을 둘러보며 기념사진을 찍을 것이다. 호텔 방을 둘러보면서 느끼는 한결같은 고민이 있다. 어디까지 공짜인가. 예를 들면 과거 미니바는 ‘금기의 영역’이나 다름없었다. 어른들이 “저기에 있는 건 먹는 거 아니야”라고 아이에게 주의를 주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특급호텔의 경우 미니바를 기본 제공하는 곳도 많다. 체크인할 때 알려주긴 하지만 모르면 전화기 0번을 눌러 물어보면 된다. 대체로 커피, 차, 물, 탄산음료는 무료 제공되고, 패키지 상품에 따라 맥주 정도 서비스로 주는 곳도 있다. 단, 와인이나 위스키는 예외 없이 유료다. 본인의 이용 실적이나 회원 등급(또는 운이 좋은 경우)에 따라 테이블 위에 지배인의 환영 편지와 함께 와인이 놓여 있을 때가 있다. 이건 공짜니, 즐기자.


물은 일반적으로 냉장고 2병, 미니바 2병, 욕실 2병(원래는 양치질용이다)이 기본 제공된다. 많은 사람이 물이 떨어졌을 경우 인근 편의점에서 사오는데 굳이 그럴 필요 없다. 에비앙 같은 브랜드 생수가 아닌 기본 제공 물은 무료다. 하루에 수십병 먹을 것이 아니면 전화해서 갖다 달라고 하자. 자칭 타칭 서비스가 좋은 호텔인 경우 “몇 병이 필요하신가요?”라고 물어볼 것이다. “서른다섯병이요”라고 할 사람은 없을 테니 편하게 필요한 대로 요청하자. 하지만 호텔 주변에 편의점이 없는 일부 호텔의 경우 물값을 받는다고 하니 확인은 필수. 만약 물값을 받는 호텔이라고 해도, 체육관에 가면 물이 있다. 정 필요하면 체육관에서 운동하면서 먹어도 된다. 한병이면 몰라도 몇 병씩 들고나오는 건 ‘진상 고객’이 될 수 있으니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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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가져가도 되나 고민스러운 물품들도 보일 것이다. 욕실에서 쓰는 샴푸, 린스, 보디클렌저 따위의 어메니티는 모두 무료다. 슬리퍼와 빗, 머리끈 같은 일회용품도 무료다. 문제는 추가 요청을 할 수 있냐는 거다. 이건 호텔별로 다르다. 1박에 1세트가 기본이지만, 하우스키퍼에게 요청하면 주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최근 어메니티 품질이 좋아지면서 당근마켓 등에서 되파는 사람들이 늘자 추가 지급을 막는 호텔도 늘고 있다. 일부 몰지각한 소비자가 서비스의 질을 낮춘 원인이 된 셈.


이 밖에도 의외로 요청하면 제공해주는 것이 있다. 유아차와 아이 전용 침구, 공기청정기는 대부분 특급호텔이 무상으로 제공하는 추세다. 글로벌 체인 호텔의 경우 침구류 교체도 가능하다. 베개가 너무 딱딱하거나 물렁물렁해서 불편하다면 교체를 요청해보자. 호텔 쪽에선 썩 반기는 서비스는 아니지만, 매뉴얼에는 교체를 해주게 돼 있다고 한다. 호텔은 기본적으로 편안한 잠자리를 제공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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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인 혜택도 잘 챙기자. 호텔 내 식당은 투숙객 할인을 해주는 곳이 많다. 저녁에 시작하는 호텔 베이커리 해피아워도 꼭 기억하자. 일부 호텔의 경우 최대 50%까지 할인해 준다고 하니 야참거리 장만하기에 딱이다.


이제 와인 한잔할 시간이다. 호텔은 주류 반입이 허용된다. 방 안에 와인·위스키 잔은 다 구비돼 있다. 그런데 당신이 하필 차갑게 마셔야 하는 화이트 와인을 가져왔다면? 지체하지 말고 얼음통(아이스 버킷)을 요청하자. 한번 정도는 무료로 제공해 준다.


하루의 마무리는 역시 목욕. 특히 호사스럽게 보이는 거품 목욕이 ‘인스타그래머블’하기로 유명하다. 아차, 배스밤(거품 입욕제)을 안 가져왔다고? 걱정 마시길. “기본 제공되는 보디클렌저를 수전(수도꼭지) 밑에 짜고 물을 세게 틀면 풍성한 거품이 난다”고 한 호텔리어는 꿀팁을 알려줬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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