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어는 여름보양식? 겨울에도 스테디셀러! [ESC]

[푸드]by 한겨레

이윤화의 길라잡이 맛집ㅣ민물장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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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어를 먹자 했을 때 민물장어를 먼저 떠올리냐, 붕장어(아나고)를 상상하냐에 따라 살아온 출신 지역을 추측할 수 있다. 서울을 포함한 중부 지역은 대개 민물장어를, 전남 여수나 고흥 등 남쪽이라면 바닷장어의 경험이 생각날 것이다. 어떤 장어든 지역을 막론하고 기력보강용으로 늘 우선한다.


민물장어 유통업계 사람을 만나니, 장어는 더 이상 여름 보양식이 아니고 계절을 떠난 스테디셀러 음식 재료가 되었다고 한다. 냉면은 본래 겨울 음식으로 만들어졌지만, 외식용 냉면은 여름이 성수기였다. 그래서 냉면 전문점은 겨울엔 살아남기 메뉴를 따로 만들어야 했다. 하지만 지구온난화, 수준 높은 난방시설 속에서 살면서 냉면은 사시사철 즐기는 냉음식으로 자리를 굳혔다. 장어도 마찬가지다. 삼계탕처럼 여름 보양식으로 인식된 시기가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당연히 장어의 계절별 수요·공급의 가변성도 줄어들었다.


민물장어가 자라면 먹지도 않고 반년쯤 걸려 태평양까지 이동해 알을 낳고 죽는다. 태어난 새끼는 1년에 걸쳐 어미가 있던 강으로 용케 다시 찾아온다. 강 하구에 오면 실뱀장어가 되고 강으로 가서 성장한다. 이런 자연산 장어의 생리를 잘 파악해 민물장어 양식이 발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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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국내 민물장어의 생산량 선두를 다투는 전남 영광의 장어양식장을 찾았다. 순환여과식의 50개 수조를 갖춘 큰 곳이었다. 장어가 있는 물을 반복적으로 순환시키고 미세한 망으로 노폐물을 걸러내 쾌적한 공간을 조성하고 있었다. 장어를 먹을 때 간혹 흙내가 나는 불쾌감을 느꼈다면, 대개 장어가 있던 물에 원인이 있다. 자연산 장어는 겨울엔 먹이 활동을 하지 않는데 양식장 장어는 겨울에도 먹이를 계속 먹기 때문에 과도한 지방층이 생긴다. 먹었을 때 느끼한 맛이 강해지는 이유다. 요즘은 장어의 강제 성장이 아닌 장어의 자연 생리를 배려한 양식장도 늘고 있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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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어를 많이 먹는 일본에서는 부드러움을 추구하면서 고농축 소스를 많이 사용한다면, 한국은 쫄깃한 식감을 살린 직화구이에 소금이나 매콤한 양념장을 주로 즐긴다. 원물 장어의 참맛과 식감을 즐길 수 있는 구이 전문점 세 곳을 소개한다.




서초장어타운


서울 서초동에서 18년 동안 장어에만 몰입한 오너의 신념 맛집. 간단히 소금만 뿌려 비장탄에 굽는 장어구이를 선보인다. 싱싱한 장어에 깔끔한 손질, 제대로 된 숯불이면 그 이상도 이하도 없다. 구이 후 식사는 장어탕과 소면, 메밀국수 단순 구성으로 장어에 집중하는 전문점답다.


서울 서초구 반포대로28길 77 3, 4 층 /0507-1325-6934/장어 3만9천원, 장어탕 1만원


장어명가 청산


셀프 판매대에서 장어를 선택하면 직원이 초벌구이해 가져다준다. 노릇노릇하게 굽는 것은 손님의 몫. 무항생제 인증 업체로 1일 18회 순환여과 방식으로 장어를 양식하는 전남 영광의 청산양만에서 운영하는 식당이다. 스트레스 없는 건강 장어 생산에 자신감이 넘친다. 장어살과 껍질 사이 선홍빛의 싱싱함이 남다르다.


전남 영광군 법성면 법성포로 15-7 /061-356-9592 /가격은 매일 시세. 상차림 비 1인 2천원


평화숯불장어구이


경기도 교외의 논·밭길을 지나면 만나는 평온한 집 한채. 스테인리스 원탁과 플라스틱 의자로 세팅돼있으나 청결하고 밑반찬도 시골스럽게 맛깔나다. 이곳에선 이왕이면 큰 장어를 권한다. 그러면 내장도 같이 구워 먹을 수 있다. 장어의 싱싱함을 내장을 보며 판가름하니 진정한 장어 내공 전문점이다.


경기 양평군 개군면 분투골길 77/0507-1316-5859/장어(대) 3만6천원, 장어(왕특) 4만9천원



글·사진 이윤화 다이어리알 대표 /‘대한민국을이끄는외식트렌드’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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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04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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