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하는 비숑·요리하는 진돗개…AI 영상, 나도 해봐?

청소하는 비숑, 요리하는 진돗개, 인생을 말하는 곰 캐릭터까지. AI가 만들어낸 힐링 영상 속 동물 캐릭터들이 SNS에서 열풍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생성형 AI로 캐릭터 만들고

영상 프로그램으로 동작 입혀

인스타에 공감 콘텐츠 업로드

국내외 팬들 댓글 달며 열광

한겨레

인스타그램 계정에 등장한 ‘요리하는 진돗개’. 영상 20개만으로 3만4천명의 팔로어를 확보하는 등 인기몰이 중이다. 장선희 제공

“인생은 참 차근차근히도 흐르는 거였다.” 영상 속, 노랗고 귀여운 곰 한마리가 꽃밭 사이로 난 계단을 씩씩하게 오른다. 그러면서 “어릴 땐 뭐든지 빨리빨리 해야만 하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인생은 천천히 여유 있게 흐르는 거였다”라는 묵직한 메시지를 전한다.


‘꼬미’라는 이름을 가진 이 곰은 ‘오픈에이아이(AI)’가 개발한 생성형 인공지능 챗봇 ‘챗지피티’와 영상 편집 프로그램을 활용해 만들어낸 ‘에이아이 캐릭터’다. 꼬미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따뜻한 말 한마디가 인생을 얼마나 풍요롭게 만드는지” 이야기하고, 마음이 복잡할 때 산책을 하면서 마음이 편안해졌던 경험담을 전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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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엔에스(SNS) 계정 ‘봄날의 불곰’에 등장하는 곰 캐릭터 ‘꼬미’. ‘오픈에이아이’가 개발한 ‘챗지피티’와 영상 편집 프로그램을 활용해 만든 ‘에이아이 캐릭터’다. 장선희 제공

‘봄날의 불곰’(@spring_firebear)이라는 계정을 통해 꼬미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는 길정은(50)씨는 액세서리 쇼핑몰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다. 지난해부터 취미 생활로 에이아이 영상 제작을 시작했는데, 이를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강의도 시작했다.


길씨는 “사람들에게 나만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는 꿈은 늘 지니고 살았는데, 그림 실력도 없고 별다른 손재주가 없었다”며 “우연한 기회에 에이아이에게 내가 구상한 대로 주문해 곰 캐릭터를 만들고 간단한 메시지를 담아보았는데 반응이 좋아, 본격적으로 꼬미 계정을 만들고 사람들과 소통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길씨는 “예전에는 막연히 에이아이가 미래를 삭막하게 변화시킬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에이아이를 통해 따뜻한 감정을 나눌 수 있다는 가능성에 놀랐다”고 말했다. “에이아이를 사용해 내 상상을 결과물로 만들어내는 과정이 정말 재미있어요. 영상과 이미지를 구현하려면 계속 상상하고, 그 상상을 언어로 풀어내는 게 중요하거든요. 에이아이 영상 작업을 통해 사람들에게 따뜻함과 용기를 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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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아이 캐릭터’인 견종 비숑 프리제 ‘냠냠이’가 집 안 정리를 하고 있다. 아이를 둔 부모들의 큰 응원을 얻으며 인기 상승 중인 캐릭터다. 장선희 제공

이모·삼촌팬 열광시키는 AI 강아지

오픈에이아이를 통해 원하는 대로 이미지를 구현하기 쉬워지고, 특별한 기술 없이도 영상을 제작할 수 있는 편집 프로그램이 많아지면서 인스타그램 등 에스엔에스(SNS)를 통해 다양한 에이아이 영상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강아지나 햄스터, 곰처럼 사람들에게 친숙한 동물을 의인화해 요즘 세대들의 생활상을 담아 공감을 이끌어내는 영상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견종 비숑 프리제 ‘냠냠이’가 대표적이다. 1분 남짓의 짧은 영상에서 냠냠이는 머리에 두건을 두르고 편의점 아르바이트나 호텔 방 청소, 택시 운전, 자동차 세차 등 다양한 아르바이트에 도전한다. 늘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쉬는 날에도 부지런히 자기소개서를 들고 면접을 보러 다닌다. 냠냠이는 혼자 아기 강아지를 돌보는 엄마이기도 하다. 쉬는 날이면 아기 강아지를 아쿠아리움, 공원 등에 데리고 다니며 살뜰하게 돌본다. 이런 내용은 아이를 둔 부모들의 큰 응원을 받고 있다.


이 계정을 운영하는 전아무개(32)씨는 닉네임 ‘냠냠왕국’으로 활동한다. 그는 의류판매업을 하면서 직장인 동생과 함께 영상 콘텐츠를 제작한다. 그는 “회사도 모르게 단순히 취미 생활로 시작한 일인데 이렇게 큰 사랑을 받을 줄은 몰랐다”며 “강아지들 영상을 보는 것이 하루의 가장 큰 기쁨이라는 팔로어분들이 많아 요즘엔 책임감도 느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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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아이 캐릭터’인 견종 비숑 프리제 ‘냠냠이’가 집 안 정리를 하고 있다. 아이를 둔 부모들의 큰 응원을 얻으며 인기 상승 중인 캐릭터다. 장선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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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아이 캐릭터’인 견종 비숑 프리제 ‘냠냠이’가 집 안 정리를 하고 있다. 아이를 둔 부모들의 큰 응원을 얻으며 인기 상승 중인 캐릭터다. 장선희 제공

귀여운 영상과 공감 가는 콘텐츠로 지난 3월 ‘yumyum_kingdom’이라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첫 영상을 선보인 뒤로 불과 3개월 만인 현재 4만명 넘는 팔로어가 생겼을 정도다. 영상에는 “냠냠이와 냠돌이 먹고 싶은 것 다 사주고 싶다”거나 “냠냠이 보면서 나도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다짐한다”며 이모·삼촌을 자처하는 팬들이 댓글로 호응하고 있다. 영상마다 열광적으로 댓글을 다는 일본, 스페인, 중국 등지의 외국 팬들도 눈에 띈다.


전씨는 자신의 이야기를 영상에 고스란히 녹이고 있다고 한다. “어렸을 때 부모님이 이혼을 하셨어요. 어머니와의 옛 추억을 냠냠이와 냠돌이를 통해서 그려내고 있어요. 어머니가 영상을 보시고는 미안하고 고맙다고 우시더라고요. 제 이야기를 통해 사람들이 감동과 즐거움을 느끼는 모습을 보면 퇴근 후 아무리 피곤해도 몇시간이고 영상 제작에 몰두하게 돼요.”


앞으로 전씨는 에이아이 영상을 단순한 취미 생활을 넘어 ‘유기견 보호’라는, 평소 실천하고 싶었던 사회적 메시지를 전하는 데도 활용할 계획이다. “어릴 때 냠냠이와 똑같이 생긴 유기견을 한달간 임시 보호했던 경험이 요즘 콘텐츠를 만드는 데 영향을 주고 있어요. 얼마 전에는 계정을 통해 적게나마 모금한 돈을 기부하기도 했고요. 제 콘텐츠가 세상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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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계정에 등장한 ‘요리하는 진돗개’. 영상 20개만으로 3만4천명의 팔로어를 확보하는 등 인기몰이 중이다. 장선희 제공

귀여운 모습과 공감 콘텐츠로 인기

직장인 조준기(38)씨가 운영하는 인스타그램(@jindo.doglife) 계정은 ‘요리하는 진돗개’ 콘셉트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인스타그램에는 20개의 영상이 업로드돼 있는데 벌써 3만4천명의 팬을 확보했다.


영상에서 진돗개는 야무지게 장을 봐오고, 앞치마를 두른 채 직접 김치볶음밥을 요리해 먹는다. 별다른 메시지가 없는 요리 영상이지만 “하루에 10개씩 영상을 올려달라”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다”는 댓글들이 넘친다. 닭볶음탕이나 삼겹살구이처럼 한국인들에게 인기 있는 음식을 요리하는 영상들이 주를 이루다 보니, 구독자들은 자신들이 경험한 요리법을 제안하거나 요리하면서 궁금했던 점을 묻기도 한다.


평소 요리가 취미라는 조씨는 “생소한 음식이 아닌, 한국인에게 솔(영혼)푸드나 다름없는 ‘케이(K)푸드’를 콘텐츠로 제작하다 보니 더 사랑받는 것 같다”며 “한국 견종인 진돗개를 통해 케이푸드를 세계적으로 알리고 싶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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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계정에 등장한 ‘요리하는 진돗개’. 영상 20개만으로 3만4천명의 팔로어를 확보하는 등 인기몰이 중이다. 장선희 제공

아예 ‘생활 속 공감’을 키워드로 잡은 콘텐츠도 있다. 닉네임 ‘AI타쿠’로 활동하며 햄스터를 활용해 요즘 세대들의 생활상을 담아내는 문아무개(30)씨가 대표적이다. 국내 아이티(IT)기업에서 인사 담당자로 근무 중인 문씨는 주로 직장인들의 하루나 남녀 간 연애에서 공감 가는 상황들을 영상으로 제작한다. ‘직장인 오후는 ○○○이다’라는 콘텐츠를 통해 오후에 일하기 싫어하는 직장인의 모습을 담아낸다. 특히 젊은 남녀 간 연애에서 생기는 여러 재치 있는 에피소드를 햄스터 캐릭터로 풀어내고 있다.


동물 중에서도 햄스터를 선택한 이유는 ‘작고 별것 아닌 듯 보이지만 사랑스러운 것의 소중함을 알리자’란 콘텐츠 제작 철학과 햄스터의 외양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작은 발과 반짝이는 눈동자가 보는 분들에게 절로 미소를 전해준다고 해요. 일상을 작은 에피소드로 재미있게 풀어낸 제 영상을 통해 하루의 피로와 스트레스를 씻어낸다는 사람들을 보면 큰 성취감이 느껴집니다.”


문씨는 “에이아이 기술의 발전으로 ‘툴만 사용하면 쉽게 완성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수백번의 프롬프트 테스트와 시각적 기획, 반복적인 수정 과정을 거쳐야만 비로소 원하는 퀄리티(질)의 콘텐츠가 완성된다”며 “쉽지 않은 과정이지만 점점 사명감을 갖고 영상 제작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에이아이 영상을 통해 사람들에게 ‘힐링’하는 시간을 선물하는 게 목표다. “자극적이거나 폭력적인 콘텐츠가 넘쳐나는 세상이잖아요. 때로는 그런 소음에서 벗어나 조용히 휴식하고 싶을 때도 있잖아요. 귀엽고 공감 가는 에이아이 영상을 통해 누구나 가볍게 보면서 잠시나마 마음이 편안해질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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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엔에스(SNS) 계정 ‘봄날의 불곰’에 등장하는 곰 캐릭터 ‘꼬미’. ‘오픈에이아이’가 개발한 ‘챗지피티’와 영상 편집 프로그램을 활용해 만든 ‘에이아이 캐릭터’다. 장선희 제공

에이아이 영상 만들기 팁

먼저 캐릭터 이미지를 만들어야 한다. ‘챗지피티’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 챗봇이 원하는 그림을 그리도록 한다. ‘미드저니’ 같은 그림 제작 전문 에이아이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명령어만 구체적으로 입력하면 그림 실력이 없어도,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를 몰라도 원하는 그림을 얻을 수 있다.


다만 에이아이에게 하는 지시는 가능한 한 구체적이어야 원하는 그림을 얻기 쉽다. 예를 들어 “7월 여름날 숲속에 수국이 아름답게 피어 있다. 그 사이로 계단 길이 나 있는데, 노란색 티셔츠와 바지를 입은 귀여운 곰이 지나가고 있는 모습을 그려줘”라고 지시하는 식이다.


이렇게 원하는 캐릭터 이미지를 얻었다면, 전문 영상 프로그램을 통해 움직임을 입혀야 한다. ‘런웨이 에이아이’ 같은 영상 생성 프로그램을 통해 ‘채소를 자르는 모습’ ‘밀가루를 믹싱 볼에 떨어뜨린다’ 등의 지시어를 입력하는 식이다. 영상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간결하면서도 명확한 내용을 입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장선희 자유기고가

2025.07.05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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