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은 복사뼈 아래에서 완성된다

스타일·2022 눈길 받는 협업 스니커들

루이 비통-나이키 한정판 에어 포스 원

총 200켤레만 생산 최고가 4억원 넘어

디올-버켄스탁, 발렌-크록스 기대감↑

한겨레

루이비통-나이키 에어포스 원. 소더비 제공

나이키는 ‘협업의 달인’으로 정평이 난 브랜드지만, 이유 없이 협업 모델을 출시하지 않는다. 2022년 올해는 나이키의 대표 모델, 에어 포스 원(1)이 처음 출시된 지 40년째 되는 해다. 이에 맞춰 출시하는 에어 포스 1을 위해 나이키는 아주 특별한 파트너와 손을 잡았다. 바로 루이 비통이다.


지난 1월, 영국 경매 업체 소더비는 루이 비통과 나이키의 한정판 협업 에어 포스 1을 공개했다. 지난해 세상을 떠난 버질 아블로의 유작이다. 200켤레 한정 수량으로 출시된 이 신발은 이탈리아 피에소 다르티코에 위치한 루이 비통 신발 공방에서 제작됐다. 신발 전체에는 루이 비통을 상징하는 모노그램 패턴을 넣었으며, 색상 역시 루이 비통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다크 브라운’으로 마감했다. 프랑스 브랜드와 협업한 만큼 기존 신발 끈에 새겼던 영어 알파벳(‘LACE’)은 프랑스어(‘LACET’)로 대체됐다.


지난 9일, 약 한달간의 경매 끝에 소더비는 200켤레의 신발이 전부 한켤레당 1억원 넘는 가격에 낙찰됐다고 발표했다. 그중에서 230㎜ 사이즈 제품은 무려 35만2800달러, 한화 약 4억2000만원으로 최고 낙찰가를 기록했다.


양복을 입는 직장인도, 교복을 입는 학생도, 승복을 입는 승려도 운동화는 신는다. 운동화는 패션계의 최대공약수인 셈이다. 거기다 유구한 역사에 다른 브랜드와 협력까지 더한 운동화는 완전히 새로운 정체성을 얻게 된다. 무한변신 가능한 캔버스의 구실을 하게 되는 것이다.


2020년대 들어 럭셔리 패션계와 스니커 브랜드의 협업은 더욱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가장 좋은 예는 디올이었다. 2020년 디올은 나이키 수석 디자이너 피터 무어의 역작, 나이키 에어 조던 1을 새롭게 디자인하여 출시했다. 디올은 ‘에어 디올’이라 불리는 이 운동화를 세계에서 가장 인기 높은 뮤지션 중 한명인 트래비스 스콧에게 신겨 캠페인 화보를 찍었다. 디올의 시그니처 새들백 구매 대기자도, 에어 조던 마니아도 너 나 할 것 없이 에어 디올에 열광했다. 2년이 지난 지금, 에어 디올은 국내 한정판 거래 플랫폼 ‘크림’에서 약 10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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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렌시아가 크록스. 발렌시아가 제공

아니나 다를까, 새해가 되면서 패션 브랜드들은 협업 신발들을 앞세워 새로운 시즌 컬렉션과 함께 꺼냈다.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할 것은 역시나 디올이다. 최근 수년간 리모와, 스투시, 앰부시, 사카이 등과의 협업으로 고객층을 넓혀온 디올은 올해 버켄스탁과 처음으로 손을 잡았다.


버켄스탁은 독일에서 출발한 샌들 브랜드다. 코르크를 사용해 만든 밑창, 편안한 착용감과 부담 없는 가격과 디자인으로 전세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버켄스탁 역시 럭셔리 브랜드와는 연이 없었다. 같은 이유에서 이번 디올과 버켄스탁의 만남은 그 자체만으로 기대를 불러 모으고 있다. 해당 신발은 올해 디올 2022 가을, 겨울 컬렉션과 함께 출시될 계획이다.


발렌시아가와 크록스 협업 컬렉션도 같은 의미에서 화제를 모으는 중이다. 크록스는 국내에서 응급실 의사들이 애용하는 슬리퍼 브랜드로 잘 알려져 있다. 종영된 티브이엔(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이익준 교수(조정석)는 크록스 클로그를 신고 병동을 누볐다. ‘의사들의 샌들’이 이제 세계에서 가장 ‘하입’하다(뜨겁고 센세이션하다)는 브랜드의 런웨이 무대에 오르며 새로운 이미지로 거듭나고 있다. 여기에 유명인들이 힘을 보태기도 했다. ‘세상에서 가장 옷 잘 입는 뮤지션’으로 통하는 카녜이 웨스트는 발렌시아가 2022 봄, 여름 컬렉션에 포함된 크록스 협업 부츠를 평소 사복으로 즐겨 착용해 화제가 됐다. 해당 부츠의 국내 출시 가격은 88만원, 일반 크록스 클로그의 약 15배 가격이다. 발렌시아가는 부츠 외에도 크록스와 함께 다양한 샌들을 올해 출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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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사블랑카 뉴발란스. 카사블랑카 제공

카사블랑카와 뉴발란스도 빼놓을 수 없다. 2020년 뉴발란스는 새로운 모델 ‘327’을 샤라프 타제르가 이끄는 카사블랑카와 협업을 하면서 큰 화제를 모았다. 카사블랑카는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가 주관하는 ‘2020 LVMH 프라이즈’ 최종 후보에 올라, 현재 가장 빠르게 떠오르는 럭셔리 디자이너 브랜드 중 하나다. 올해 카사블랑카는 2022 가을, 겨울 컬렉션을 통해 뉴발란스의 새로운 협업 스니커(XC-72) 발매를 앞두고 있다.


디자이너 아베 치토세가 이끄는 브랜드 사카이는 올해도 어김없이 나이키와의 협업 스니커를 선보인다. 이번 주인공은 올해 출시 50주년을 맞은 코르테즈다. 사카이는 협업 코르테즈에 기존 모델에 적용되지 않았던 ‘에어 솔’을 추가했다. 앞서 출시된 ‘사카이×나이키’ 운동화가 그러했듯 이번 신발도 불티나게 팔려나가겠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그 뒤의 일이다.


그간 나이키는 버질 아블로, 지드래곤, 매슈 윌리엄스 등 패션 아이콘들과 협업을 통해 에어 포스 1을 새롭게 디자인해왔다. 한정판 모델을 통해 해당 스니커의 가치가 올라가면 그 뒤에는 일반 모델을 대량으로 판매할 차례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에어 포스 1 로우는 2020년과 2021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스니커로 확인됐다.


패션 시장에서 스니커가 차지하는 비중은 날로 커져간다. 오늘날 스니커는 다른 어떤 품목보다 큰 마케팅 효과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디올의 레이디백에 관심이 없는 남자 고객들도 ‘에어 디올’을 검색해본 적 있을 테고, 아베 치토세라는 이름을 모르는 패션 문외한 중에서 사카이와 나이키의 협업 ‘베이퍼와플’ 국내 응모에 참여한 사람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앞서 언급한 코르테즈, 에어 포스 1은 반세기 가까이 브랜드의 역사를 함께해온 장수 상품들이다. 두 신발 모두 예나 지금이나 디자인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테지만, 지금부터 50년 뒤에도 팔리는 신발이 되기 위해서는 새로운 가치 부여가 필요하다. 아무것도 바꾸지 않으면서 모든 것을 바꾸는 것. 스니커 브랜드와 럭셔리 브랜드가 끊임없이 협업을 도모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주현욱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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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렌시아가 크록스. 발렌시아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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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카이 나이키. 사카이 제공

2022.03.08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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