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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드 ]

메뉴가 된 ‘집밥’…정성스레 대접하는 ‘쟁반 한식’

by한겨레

이윤화의 길라잡이 맛집 _ 쟁반 한식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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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 전에 식당에서 ‘집밥 ’을 표방하는 카피가 유행한 적이 있었다 . 여러 음식점이 집밥이라고 써 붙여 놓고 영업을 했다. 어느 날 모 신문사 기자가 내게 전화를 했다 . “여기저기 식당에서 집밥을 판다고 쓰여있는데 , 이게 진짜 집밥 맞나요 ?”라고 물었다 . 난 “그게 어떻게 집밥이에요 ? 식당에서 파는데 식당 밥이죠 ”라고 답했다 .


애초 ‘집밥 ’의 정의 그대로 해석하고 있던 내게는 집밥을 하나의 메뉴나 장르로 인식한 이 물음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 실제로 그때나 지금이나 많은 식당에서 간이 약한 반찬을 줄줄이 내놓으며 집밥이라고 이름 붙여 판매하거나, 심지어 어떤 식당은 시답잖은 가공 반찬을 소박하게 담아놓고 ‘집밥보다 더 집밥 같은’이라는 카피로 그럴싸하게 포장하기도 한다 . 이렇듯 식당의 집밥 카피는 외식으로 끼니를 이어가야 하는 현대인의 고향 집에 대한 깊은 갈구를 미끼로 잡아 끌어올리는 것이리라 .


집밥 추구형 한식집은 여러 분류로 나뉘게 됐다 . 찌개에 그날의 여러 반찬을 놓고 먹는 백반형은 스테디셀러다. 조금 더 정성스러운 스타일로는 사각 또는 원형의 쟁반에 찬과 밥 , 국을 가지런히 담아내는 형태다 . 물 한잔을 가져다줄 때도 격식을 보태려면 쟁반을 받치기 마련인데 같은 찬과 국이라도 한 쟁반에 가지런히 담아내는 담음새 덕인지, 대접받는 기분이 든다. 한눈에 들어오는 각각의 찬들이 선명하게 존재감을 드러내 골고루 손이 가게 된다 . 나는 이를 ‘쟁반 한식’이라 이름 붙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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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반 한식이 생소했던 초기에는 ‘나만의 구역’ 형태의 식사 형태가 ‘정이 떨어진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었지만 어느덧 쟁반 한식은 소박한 밥집부터 호텔 한식까지 보편화되고 있다 . 또한 하나의 찌개에 여러 사람의 숟가락을 꽂거나 반찬을 공유하는 식사법은 위생적 측면에서 개선되어야 한다는 말들이 지속적으로 나왔는데 팬데믹을 지나며 이러한 사회적 인식은 더욱 확고해졌다 .


우리 전통 상차림을 찾아보면 갑오 (1894년 ) 이전에는 외상이 기본이었다는 기록을 외국 사신의 접대나 의례 등 상류층 음식 자취를 기록한 그림이나 책에서 찾아볼 수 있다 . 일제강점기를 거치고 현대에 오면서 함께 먹는 겸상 , 혼상이 생활화 됐다. 물론 신분의 격차가 없어짐도 일조했다 .


어릴 적 가족이 많았기에 두리반(둥근 소반) 차림으로 밥을 먹었다 . 저녁 때에는 그날 있었던 에피소드를 서로 자랑하려고 늘 시끄러웠던 밥상 시간이 생각난다 . 같이 밥을 먹던 남매는 어느새 나이를 먹고 흩어져 일 년에 밥 한번 같이 먹는 횟수를 한 손에 꼽게 됐고 코로나19 터널을 지나며 식당 밥을 홀로 먹는 것에도 익숙한 도시 생활인이 됐다 . 더구나 1인 가구 , 혹은 맞벌이 가정이 일반화됐고 집밥을 챙겨 먹는 것이 여의치 않고 혼밥을 하는 것이 외롭기는커녕 가장 편안하다는 추세다. 그 덕분인지 혼자 먹기에도 적합하고 식당 입장에선 반찬 낭비도 줄일 수 있는 쟁반 한식의 종류는 날이 갈수록 다채로워지고 있으며, 그 형태도 진화하고 있다 . 쟁반 안에 여백을 살리면서 메인에 힘을 주는 단품 반상의 형태도 있으며 작은 백반 상차림처럼 여러 찬과 국, 밥을 조합해 옹기종기 형상을 만드는 밥상도 있다 . 소개하는 쟁반 한식의 공통점은 ‘건강한 정성’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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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밥상 차림’은 손잡이가 있는 나무 사각 쟁반에 달걀찜, 샐러드, 나물, 두부 부침, 김치 등에 잡곡밥, 국 그리고 코다리 갈비구이가 나온다. 연한 간장 양념이 슴슴하게 밴 가시를 뺀 코다리를 기름에 지져 고소함이 넘쳐난다 . 국은 어릴 적 맛봤던 시골된장국 맛이다 . 달걀찜은 세상 부드럽다 . 혼신의 힘을 다하는 오너가 쟁반 한식을 차린다 .(서울 마포구 월드컵북로 44길 76 2층 / 02-308-0011/코다리갈비반상 2만원)


‘고슬미담’은 고슬고슬하게 지은 밥에 나물을 넣고 비벼 먹는 비빔밥 . 비빔밥에 진심을 가진 실력 셰프가 차린 깔끔한 식당이다 . 둥근 쟁반에 백색 자기의 비빔 대접과 밥 , 물김치 , 깍두기 등 필요한 반찬만 담았다 . 소박하지만 제대로 밥 한 끼를 대접받는 기분을 느낄 수 있으며 홀로 외식에도 제격이다 .(서울 서초구 방배천로 14길 20 / 0507-1334-4519 / 모둠나물비빔밥 1만원부터)


‘원뜰’은 조용한 동네에 사는 지인의 집에 초대된 듯한 분위기의 식당 . 약선요리에 관심이 지대한 부부가 운영하기에 식재료 하나도 허투루 사용하는 게 없다 . 지역 정미소의 쌀 , 약초쌈장 , 약된장 , 하수오 달걀찜 등 기본의 장과 소스에 정성을 담았다 . 나의 소울을 달랠 수 있는 보약 쟁반 한 상이다 .(충북 제천시 금성면 국사봉로 26길 18/ 043-648-6788 / 벚꽃정식 1만7000원)


글·사진 이윤화 다이어리알 대표 /‘대한민국을이끄는외식트렌드 ’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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